케냐 나이로비로 돌아와서

다시 케냐 나이로비 승일네 집에 왔다. 내일 모레면 공항으로 가서 방콕 경유 인천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잔지바르에서 나이로비로 돌아와 승일이 저녁 식사를 예약한 곳으로 갔다. 나이로비에 있는 '사파리클럽 호텔'. 케냐 초대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였던 고 전낙원 씨가 설립힌 5성급 호텔이다. 공연을 보며 식사를 한다고. 지금은 고인의 아들이 경영하는데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들린다. 여기 케냐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이 8백 명이라 한다. 작년에 가본 요르단에는 통틀어 5백 명이라고 들었는데, 뜻밖이다. 그건 그만큼 여러 가지로 이 나라에선 '기회'가 많기 때문이라는 아들의 설명으로 얼마쯤 이해가 간다.


공연장 안으로 들어서니 벌써 케냐 여성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발음이 약간 서툴지만 틀림없는 '남행열차' 그 노래다. 1부 가요 메들리가 끝나고, 2부는 케냐 원주민들의 몹시 빠른 리듬의 춤과 수준 높은 아크로바틱 공연이 바로 옆의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식사로 제공되는 갖가지 구운 고기를 쿡이 직접 기다란 쇠꼬챙이에 꿰어 가지고 와서 손님들의 접시 위에 칼로 썰어준다.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칠면조고기, 낙타고기, 악어고기 등. 낙타고기는 사양하고, 악어고기는 한 점 맛보았는데 쫄깃하면서도 생선 같은 느낌이었다. 식사대는 어른 1인당 8만원이라고. 공연을 보고 즐기며 음식을 먹는 것이니 비쌀 건 당연한 이치라 생각되었다.

이 사진은 선 채로 통과해야 하는 바를 낮추고 낮추고... 격렬한 리듬 속, 림보 게임의 마지막 장면이다. 남자 무용수가 엎드려서 불붙은 바 아래를 통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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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승일이 미리 연락해 둔 조셉 카툰(Joseph Cartoon, 1976년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한국에도 찾아가 전시회를 가진 바 있는 케냐의 명망 있는 화가라고 한다. 자기 차에 그림을 싣고 와서 보여주고 판매를 하겠다는 뜻으로 방문한다고. 화가가 구매자를 찾아서 직접 자신의 그림들을 보여주고 팔기도 한다는 그 판매방식이 재미있다. 몇 년 전에 한국에 와서 전시한 그림 중 다음과 같은 작품도 있다.

가족 모임 Family Gathering (60X90cm)
집에 들어와 그는 가지고 온 그림들을 거실 여기저기 적당히 늘어놓는다. 다시 또 자기 차로 가서 큰 그림 작은 그림들을 잔뜩 손에 들고 들어온다. 그리고 또 한 차례. 삽시간에 아래층 거실 전체가 화랑으로 변해버린다. 조셉은 모두 서른 점 정도 가지고 와서 보여주었다. 우리는 화가와 더불어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등 주로 초현실주의 화가 얘기를 즐겁게 나누었고, 그러는 중 아내가 그림 석 점을 산다. 당신 그림이 친근감이 있고 색채가 정말 아름답다고 말해주니까 그는 아주 흡족해 하며 천진스레 웃는다. 율리가 나를 시인이라고 소개해주니 그는 자기도 시를 참 좋아한다면서 반색을 한다. 그의 그림 속에 아기자기한 문학적 서정이 깃들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케냐에 와서 젊고 유망한 화가를 만날 수 있었던 일도 두고두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사진은 소파에 앉은 뒷줄 왼쪽부터 강승일, 김명규, 조셉 카툰, 그리고 앞줄 왼쪽부터 강세리, 이강민, 강율리, 그림 하나 건너 강인한. 우리가 산 그림 한 점은 이번 케냐 방문 기념으로 승일네 집 거실 벽에 걸릴 것이다.

우리 집 3남매. 왼쪽부터 세리, 율리, 승일.

세리네. 위에서부터 이강민, 이황철, 이강준, 강세리

승일네. 강승일, 강시온, 김도희.

손자들 셋. 강시온, 이강민, 이강준.

뒷줄= 강세리, 이황철, 강시온, 강승일, 김도희. 앞줄= 김명규, 강율리, 이강민, 강인한, 이강준.
첫댓글 온화한 미소 속에 행복이 가득합니다. 온가족,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가족모임' ㅡ 삶이 애틋합니다.
건강히 귀국하시고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_()_
보는 저에게로 온기가 건너옵니다. 참 따뜻한 풍경입니다. 오래 오래 행복하시기를!!
선생님~~~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 예뻐요...세실리아랑 케냐 가고 싶어지네요
가족이라는 말과 행복이라는 단어가 한꺼번에 떠오릅니다.
선생님의 시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율리'도 보고...
부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