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호의 빼어난 풍경의 아름다움에 심취해있던 우리는 이내 충주호 주변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하나둘씩 찾아내기 시작했다. 원래 여행을 하기 전부터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자연스러운 수순이 아니었나 싶다. 자연 풍경에 감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충주호 주변에는 놀 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했다. 다시 한번 국내 여행지의 다채로움에 감탄했다.
충주호 주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충주시 북동쪽과 충주호 사이에 초승달처럼 능선이 뻗어있어 정상에서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계명산이 있다.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곳곳에 계명산을 즐길 수 있는 숙박시설과 산행 코스 등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민들레 카페도 인기 있는 장소로 꼽혔다. 이 밖에도 눈길을 끄는 관광지를 모두 둘러보려면 하루 이틀간의 여행으로는 부족했다. 이렇게나 즐길 거리가 많다니... 여행하는 내내 슬며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쉬운 마음도 잠시, 들르기로 결정한 곳만 들르기에도 일정이 벅찼다. 여행지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 점도 있지만 찾은 곳마다 그곳의 매력에 흠뻑 빠져 쉽게 발길을 옮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알면 알수록 충주호 주변은 시간이 빠르게 흐르게 만드는 매력이 차고 넘치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충주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뷰 포인트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은 충주호와 연결된 월악산 자락이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 악어봉이었다. 수려한 경치로 사진 촬영가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던 곳인데, 최근에 사람들이 이곳에서 인증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마음이 동했다. 산과 물의 조화가 그만이었기에, 꼭 가보리라 결심하고 찾아갔었다.
하지만 악어봉은 아직 정식 탐방로가 없었다! 어떻게 올라가나 싶었더니, 악어봉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게으른 악어'라는 카페에 진입로가 있었다. 제대로 된 진입로라 부르기 어렵긴 했지만, 사람들은 그 진입로를 통해 악어봉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안전해 보이지 않아 보여서 약간 망설여졌다. 풍경이나, 안전이냐 고민하던 우리는 결국 안전을 택하기로 했다. 게으른 악어에 있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그곳에서 볼 수 있는 풍경으로 만족했다. 이 카페에서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동시에, 마치 캠핑을 즐기듯 라면을 직접 끓여먹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듯했다.
사진에서 본 것처럼 멋진 악어봉의 풍경을 볼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웠지만, 게으른 악어에서의 풍경도 아름다운 편이다. 다시 검색해보니, 연말까지 충주시에서 8억 원을 들여 악어봉에 0.9km 구간의 탐방로가 개설될 예정이라는 기사를 볼 수 있었다. 기존의 야생생물 보호구역의 일부가 해제되고 대체 보호구역이 지정됨에 따라 보도 육교, 안전 로프, 데크 및 전망대가 설치될 것이라고 한다. 악어봉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라도 내년에 한 번 더 이곳을 찾기로 결심했다.
체험과 휴식, 즐거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활옥 동굴
게으른 악어에서 아쉬움은 이어서 찾은 활옥 동굴에서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이미 충주시 주변의 유명 관광지로 잘 알려진 활옥 동굴은 약 100년 동안 활옥, 백옥, 활석 등을 채광했던 광산을 개조하여 만든 관광지다. 1919년 광산으로 개발되어 한때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우리나라 산업화의 큰 자취이기도 하다. 동굴 길이 57km, 지하 수직고 711m의 이 동굴은 2019년 그 기나긴 역사의 막을 내리고 힐링과 체험의 동굴로 재탄생했다.
동굴은 어두컴컴하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활옥 동굴은 백색 모암으로 이루어져 밝고 은은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살짝 더운 날씨였지만 동굴 안에서는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바람이 불어들었다. 그래서 무척 쾌적하게 동굴 탐험을 즐길 수 있었다. 너무나 시원해서 겨울에는 추울까 걱정했는데, 연중 내내 11~15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한다.
▲ 동굴 속은 신비로운 분위기로 꾸며져 있어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착각이 일게 한다.
▲ 500마력 권양기와 채굴 당시의 모습을 보존한 공간은 이곳의 역사를 새삼 깨닫게 한다.
가볍게 동굴을 한 바퀴 돌 생각이었는데, 동굴의 규모가 상상이상으로 컸고 볼거리, 즐길 거리가 충만했다. 또한 광산을 채굴하면서 만들어진 동굴의 모습도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동굴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빛의 공간과 상상의 홀, 야광 벽화의 모습이 이런 분위기를 더욱 증폭시켰다. 하염없이 동굴 속을 걸으며 기묘한 풍경을 감상하는 순간이 무척 즐거웠다. 동굴 안에서는 단순히 신비로운 분위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광물을 채굴하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여 역사의 모습 또한 느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500마력 권양기는 이곳이 동양 최대 규모였다는 설명을 체감할 수 있게 했다.
▲ 스마트 농법을 이용해 키워지고 있는 고추냉이들의 모습을 보며 미래 산업의 분위기를 살짝 느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마트팜 시스템을 이용하여 고추냉이를 재배하는 동굴 농원, 암벽 아래 조성된 호수에서 카약을 탈 수 있는 동굴 보트장, 다양한 와인을 숙성 보관하고 있는 천연 와인셀러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둘러보고 감탄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그리고 예상한 것보다 오랜 시간을 동굴 속에서 보냈다.
▲ 투명한 호수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었던 동굴 보트장.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특히 가장 인상이 깊었던 곳은 동굴 보트장이었다. 투명한 호수 물 위에 떠서 거대한 규모의 동굴을 바라보며 새삼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카약을 타는 시간이 다소 짧은 것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동굴 속에서 다양한 체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왜 사람들이 충주에서 이곳을 꼭 들러야 한다고 추천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한적한 충주호 주변의 카페를 즐기다
충주호의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다양한 즐거움을 즐긴 우리는 마지막으로 현지의 감성을 즐길 수 있는 카페에 들렀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친근한 개들이 영업하는 빌라쥬에즈라는 카페는 카페라기 보다 작은 빈티지 가게를 찾은듯했다. 곳곳에 빈티지 가구와 레트로한 인테리어 소품이 가득해 눈이 즐거웠다. 충주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그만인 카페에서 맛있는 식사와 커피를 즐기고 일어서려 하니, 카페 주인분이 마을의 풍경을 담기 좋은 곳을 추천했다.
친절한 주인분의 안내로 풍경 포인트를 찾아가니, 진짜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굽이치는 남한강 위로 곧게 뻗은 다리의 모습과 더불어 평온해 보이는 마을의 풍경이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었다. 이곳이 특별히 아름다운 때는 3월 중순 또는 9월 중순에 노을이 질 때라고 한다. 좋은 때에 찾아가지 않았지만, 충분히 풍경이 아름다워 잠시 그곳에 머물며 감상에 젖었다.
충주호에서 단순하게 휴식을 취하려 떠났지만, 다양한 즐거움이 많아 의도치 않게 충만함을 느낀 여행이었다. 계속 새로운 즐거움이 뿜어져 나와 어느 걸 먼저 즐겨야 할지 결정 장애가 올 정도로 멋진 곳이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계획을 못한 것 같아 못내 아쉬움이 든다. 다음에 갈 때에는 계획만 하고 즐기지 못했던 일들을 제대로 즐길 예정이다.
*여행지 정보
게으른 악어
위치 충북 충주시 살미면 월악로 927
운영시간 평일 10:00 - 해질 때까지 / 주말 09:00 - 해질 때까지
https://www.instagram.com/lazy._.caiman/
활옥 동굴
위치 충북 충주시 목벌안길 26
운영시간
동절기 (11월 - 3월) 매일 09:00 - 18:00 마지막 입장 17:00
하절기 (4월 - 10월) 매일 09:30 - 18:30 마지막 입장 17:00
월요일 휴무 : 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 월요일 정상 운영 및 화요일 대체 휴무
입장료 성인 7,000원 / 청소년 6,000원 / 어린이 5,000원 / 보트 탑승 3,000원
빌라쥬에즈
위치 충북 충주시 동량면 지등로 325 빌라쥬에즈
운영시간 매일 10:00 -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