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연
안녕하세요, 불림 향나무향이입니다.
어제 뒷풀이에서 상쇠자리를 한달에 한번 바꿔서 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찬반투표를 하자 하였으나 투표에 이르지 못하고 어찌어찌 톡방에 남겨진대로 결정되었습니다.
상쇠님의 힘든 일정과 고된 마음과 특수한 풍물단임을 고려하여 부쇠를 정하고 일정이 있거나 힘드셔서 부재중일시에 부쇠가 판을 채워가자는 부분까지 합의가 되는듯 하였으나, 그 또한 상쇠님 어깨에 무거운 짐지운게 죄송하다는 분위기로 만들어지고 결국 이렇게 사안이 진행되고 결정되었습니다.
삼십년전.. 스무살, 어찌보면 한없이 어렸던 그 시절에도 상쇠를 뽑을땐 무박2일로 3박4일로, 고민하고 토론하고 전원동의가 된 상쇠를 옹립했습니다. 실력순으로 뽑은게 아니라 판을 크고 넓게 멀리 볼 수 있는가, 치배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가가 기준이었습니다.
풍물에서 상쇠는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그림자도 밟지 않을 아버지같은 존재라고 배워왔습니다. 겨우 대학풍물패임에도 선배들이 (물론 상쇠보다 악을 잘 다뤘지만) 상쇠의 영역에 간섭할 수 없었습니다.
악의 질에 관계없이 상쇠는 상쇠입니다.
택도없이 짧아서인지 저의 삼십년 경험상에는 풍물패에서 상쇠가 이사람 갔다 저사람 갔다 다시왔다 하는 풍물패를 본 적이 없습니다.
진성이형이 돌아가시면 혹은 내려놓은시면 호인싸부가 상쇠를 맡는거지 진성이형이 상쇠이신데 호인싸부가 판굿을 이끈다.. 그 판에서 진성이형은 북을치신다? 그냥 우리끼리 놀 때는 될지모르겠지만.. 상상도 안되는 그림입니다.
제겐 과정이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상쇠에 대한 논의는 풍물패에선 가장 중요한 사안임에도 운영위의 충분한 사전논의와 패별로 혹은 주 동력인원등의 의견을 모아내고 숙의되는 과정없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에 의아하고 죄송합니다. 운영위가 제 역할을 못한거이기도하고 존재의 의미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운영위원을 뭣하러 하고있는가 질문이 붙는것뿐입니다.
운영위가 뭐 대단한 직책도 아니고 풍물단운영을 돕고자 모인 것인데 운영위를 거치지않았으니 잘못되었다는 것은 한부분만 부각하신것으로, 틀리며, 사과하실 부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운영위가 사과를 하고 책임지고 사퇴를 해야함이 옳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찬성하시는 분들은 상쇠님께 미안해서, 상쇠님이 안되보여서, 상쇠님의 고단함에 마음 아프셔서, 상쇠님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그리 결정하고 뜻을 모으신거 같고,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은 오히려 상쇠님의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역효과가 있다 생각됩니다. 자주 당신 실력이 낮다며 자소 섞인 푸념을 하시는데 이럴때일수록 실력이 뭣이 중허냐, 상쇠님의 치배 파악이 완벽하다, 매주 실력이 일취월장하고있다, 풍물단 상쇠는 갠지겡실력으로 정해지는게 아니라 열정순서로 정해진다. 이것은 아부가 아니라 진실아닙니까.
힘을 북돋아드리고, 힘을 모아드리고, 뜻을 정성 다해 전해드리고, 작은 손도 보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번더 웃고, 한번더 뛰고, 한번더 힘껏 두드려 판을 푸지게 만들어드림으로 상쇠님께 응원을 보내드리는 것이 단원된 자들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임인출선생님 올려주신 마지막 동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촛불풍물단 상쇠님의 힘은 잘친다 못친다를 얘기할 영역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그저 상쇠님의 의지와 열정으로 이미 완벽하다라고 생각됩니다.
저희패에서도 어제 이후 직접만나, 전화로, 텔레그램으로 여러 논의를 하고있습니다.
몇달 되지도 않았는데 선넘는 글인가 싶기도 하고, 긴 글 죄송하며 이만 총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