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 94-2(2024.09.07) 김포시 12.8 km
(서해 : 845.6km, 남해 : 817.7km, 동해 : 677.1km, 누리 : 473.2km, 합계 : 2,813.6km)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마조리 - 마근포리 - 가금리 - 월곶면 개곡리 - 조강리 - 고막리 - 성동리 - 포내리)
나는 지금 일토장정의 마지막 글을 쓴다. 일토장정의 마무리 글을 쓰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우리가 15년 전에 걸었던 지역 또한 많이 변했으리라. 길이 없어 헤매던 그 길에는 지자체에서 둘레길을 만들었을 것이고, 몇 날 며칠을 걸었던 만(灣)에는 다리가 놓여 단 몇 분이면 건널 수 있는 곳으로 변했을 것이다. 섬과 섬 사이에는 다리가 놓여 걷기 좋은 곳으로 변했고, 우리도 변했다.
홍민이형은 직장을 퇴사하여 멋진 베스트 드라이버인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계시고, 배불뚝이로 변한 인변형은 그새 할아버지가 되었다. 멋쟁이 동주형은 두 딸을 시집보내어 장인어른으로서 사위들을 술로 죽이는 듯싶다. 갱용이형은 "갱용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협박하면서 변함없이 지내고, 성엽이 형은 아프신 어머님을 병원에 모시고 여전히 효자노릇을 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잘 지내왔다. 나 또한 두 아이의 손주가 그새 생겼다.
최근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의 한 소절이 생각났다.
까미노에서 만난 70대 자유 영혼은 자기 집에서 출발해 무려 2,500km를 걸어 3개월만에 산티아고에 도착한 76세의 네덜란드인에게 물었다.
"뭔가 깨달음이 있나요?"
그 분께서 대답하셨다.
"개뿔! 그런거 없어요!"
15년이 걸려 대한민국을 2,813.6km를 한 바퀴 둘러본 우리의 대답은 무엇일까?
내 청춘 시절에 낚시에 미친적이 있었다. 지금 걷고있는 이 길이 내가 미친 시절 샅샅이 훑은 곳이라 너무나도 잘 아는 길이다. 그때는 이 길이 민간인 통제구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전거길과 둘레길로 이어진 멋들어진 길로 변했다.
이 멋진 길을 결국 우리는 한반도의 절반만 둘러보았다.
맨처음 계획을 잡을 때 이런 얘기가 오갔었다.
"형! 만약 우리가 걷는 동안 통일이 되면 어떻게?"
"어쩌긴 그러면 북쪽까지 다 돌아야지!"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징글징글한 반토막 민족이다.
가금리는 내가 처음 가보는 곳이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논길이 정겹고 왕릉에 버금가는 엄청난 묘와 고목이 인상 깊다. 어느 분의 묘인지 궁금했지만 뜨거운 여름 햇살보다 더 따가운 가을 햇살로 지쳐있던 나는 살펴보지 못했다.
애기봉에서 개곡리, 조강리 길은 넓은 논을 지나는데 그 논의 북쪽은 철책으로 그 철책 너머는 북한땅이다. 여기서 부터는 조금만 북쪽으로 가면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군인들의 삼엄한 근무를 서고 있는 곳이다.
모자를 챙기지 못한 나의 목과 얼굴은 너무도 따가와진다. 하지만 그늘이 없어 그대로 노출되어 걸을 수밖에 없었다.
청룡회관에 도착했다.
이제는 문수산을 넘어야한다. 그런데 홍민이형의 발바닥 물집이 심각하다. 그래서 부동맥인 인병이형과 지쳐있던 동주형 이렇게 3명은 문수산 아래 도로를 따라 걷기로 하고, 우리 3명은 문수산을 오르기로 했다.
문수산은 376m로 높지 않은 산이다. 그러나 김포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이곳에 오르면 강화, 김포 그리고 북한이 한 눈에 보인다. 예로부터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이기도 해서 산성이 있었다. 현재도 이북의 동태를 살피는 중요한 산일 것이다.
그런데 376m라고 우습게 보고 오르다가는 큰코다친다. 급경사에 잔돌들이 많아 정말 조심해야 한다. 매년 미끄럼 사고로 다치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로 험한 산이기도 하다.
우리의 코스는 정상까지는 안가고 남아문(287m )을 기점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아마 일토장정 중 제일 땀을 많아 흘린 날일 것이다. 윗옷은 땀에 젖어 몸에 달라붙고, 바지 또한 달라붙어 걷기가 불편하다.
왜 등산복을 입는지 뼈저리게 느낀 날이다.
'내 인생에 마지막 등산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걸었다. 무릎이 아파서 산을 오르내리기가 너무 힘들다.
예전에 비헤 전망대가 많이 설치되었다. 이 코스의 전망대에서는 우리가 시작한 보구곶리가 보인다.
'이제 하산만하면 끝이다!"
걸음이 늦는 경용이형에 맞춰 쉬고 가다를 반복하다 내 페이스를 잃을 것만 같았다.
'에라 모르겠다'
네 페이스대로 혼자 걸었다. 조그마한 돌뿌리에 흔들리는 내 육체가 정말 저질체력이 되었다. 다 내려와서는 곧장 차로 향했다. 에어컨을 최대로하고 그대로 기댔다.
이렇게 우리의 일토장정은 초라하게 (?) 우리의 자축으로 끝맺음을 했다.
이것으로 내 일토장정 글도 끝났다.
첫댓글 형님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