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죽을 영금 / 이원우
인생은 길게 보나 짧게 보나, 죽을 영금의 계속인 것 같다. 누구나 예외가 없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 일반적으로 말하면 어리석은 부류의 사람은 그 ‘따끔하게 겪는 곤욕’, 즉 죽을 영금을 스스로 취한다. 반면 현명한 사람은 반대다. 나는? 물론 전자에 속한다. 그 정도가 심해서 더욱 탈이지만.
벌써 세월이 제법 흘렀다. 노인 학교 21년 운영이 나를 또 다른 궁지로 몰아넣을 줄을 나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천주교 부산 교구로부터 성당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 강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온 것이다. 그때 무심결에 회의에 참석한 것이 불행(?)의 빌미가 될 줄이야. 몇 번 그런 회의가 있고. 강사들이 확보 되었을 때, 천주교 부산 교구 은빛 사목 지원 단장(부산 교구 내의 천주교 노인 대학에 강사를 지원하는 업무)으로 선출된 것이다.
전동기 유스티노 국장 신부를 만난 것도 그때였다. 인상이 너무 부드러워 말 주고받기도 수월하고 특히 음악에 조예가 있는 분이라, 소통이 수월했다. 그가 다리를 놓아 나는 부산진역 앞 무료 급식소에 몇 번 들락거리다가, 다시 초량의 시각 장애 복지관으로 가서, 웃음치료+노래 지도 강사가 되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몇 년 거기에 들렀다.
그러나, 은빛 사목 지원단장이라는 게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언제 어느 노인 학교에 어떤 강사를 보내 주면 좋겠다는 업무 연락도 제대로 안 되었다. 그러니 일손을 놓을 수밖에. 나는 본래의 업무를 팽개치고 나한테 노인 학교에서 와달라는 연락을 보내 주면 시간 맞춰 가서 수업(강의)을 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루 두어 군데 뛰는 건 예사였고말고. 사직 대건 노인 학교에서 열한 시에 수업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구포역까지 간다. 거기서 다시 일반 완행열차를 이용 밀양역까지 가서 대합실에서 주먹밥으로 점심 식사를 대신하고, 밀양 성당까지 50분을 걷는다. 엄마 아버지께서 영면에 드신 천상낙원에서 수업을 하면 분명 두 분이 듣고 계신다는 착각에 빠질 수밖에. 그래서 운다. 돌아오는 길은 버스를 이용 밀양역-무궁화 열차 타고-지하철로 구포역 ․ 금곡역까지 와서 다시 걷는 것이다. 녹초가 된다. 양쪽에서 받은 수고료는 10만원, 교통비 제하면 8만원 남짓?
그래도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내게는 행복이었다. 어찌 물리적으로라야 녹초가 되지 않는다 말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노래라는 게 피로 퇴치의 특효약이라,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그 순간순간마다에도 사부작사부작 내 혈관을 타고 도는 모양이었다고 하자. 그런 경우가 부지기수였으니 한 촌로가 더 이상의 말장난을 늘어놓을 명분이 없다.
은빛 사목 지원 단장, 반드시 그 허울 좋은 직함(?) 때문이라고 하면 죄 받을 짓이지만, 반드시 틀린 얘기도 아니다. 그 날도 양정성당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다. 장기 기증을 홍보(?)하다가 어떤 여학생한테 호된 질책을 받은 게 씁쓰레했지만, 괜찮은 수업으로 자평하였다. 시종일관 뒷자리에서 참관하고 있던 교육계 대선배 K 교장(장로)을 따라나섬으로써, 내가 천 길 낭떠러지에서 곤두박질치게 될 줄이야 오직 하느님만이 아신다. 이름만 들먹이면 누구나 아는 사교육계의 큰손(장로)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던 것. 여기서 생략하자. 다만 한 가지, 나는 하느님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K 교장이며 또 다른 큰손, 하수인에게 보낸 원망도 조금밖에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2년도 지나지 않아 그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시련과 고통, 종교 ․간의 화해에 대한 부르짖음, 사체 및 장기 기증에의 변함없는 결심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은빛 사목 지원 단장 시절, 내가 간 천주교 성당 노인 학교만 대개 적자. 밀양 ․ 삼랑진 ․ 평화의 마을 ․ 물금 ․ 금곡 ․ 화명 ․ 만덕 ․ 구포 ․ 영주 ․ 남천 주교좌 ․ 전포 ․ 성지 ․ 사직 대건 ․ 서동 ․ 안락 ․ 망미 ․ 양정 ․ 가야(그 외의 일고여덟 개는 기억 불가) 등 서른 군데는 된다. 물론 개신교 교회 노인 학교 교회와 일반 노인 학교도 마다 않았다. 타 종교(무교 포함)에 대한 말을, 특별한 경우 외엔 함부로 하지 않는 내공(?)도 거기서 생겼다고 할밖에.
모든 걸 잃게 하고, 대신 큰 기쁨을 주신 그분께, ‘남들이 들었으면 손가락질할지 모르는’ 말씀을 외람되게 드린다. 주님, 죽을 영금을 통해 은총 주셔서 감사합니다.(감사하나이다)!
* 11장
2013년 7월 16일 오후 세 시 20분
이원우(한국문인협회 ․ 한국수필가협회 ․ 한국수필가협회 ․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 대한가수협회-회장 태진아- 회원/ 전 초등학교장/ 무료 노인학교 18년 운영/ 노인 학생 87 ․ 30 ․ 80명 인솔 동남아 5개국 방문 4박 5일씩 3회 아동도서 1,500부 전달/ 전 부산 북구문화예술인협회장 및 문인협회장/ 지은 책 수필집 15권 기타 3권/ 황조근정훈장 ․ 자랑스런 부산시민상 봉사본상․ KNN 부산 방송 문화대상 ․ 부산 교육상 . 문예시대‘ 문학대상 ․ 부산 가톨릭 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