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간 9정맥의 길. 3250Km라고 한다.
그 길의 끝을 걷는다고해서 마지막을 축하하기위해 오랫만에 산악회 버스를 탔다.
4시50분에 오선버스를 타서는 9시 50분에 안흥에 도착했다. 10시부터 시작된 동네뒷산 같은 곳을 나물을 뜯으면서
하는 산행을 2시 30분에 날머리인 골프장에 도착했으니 4시간반은 걸었나보다. 그동안 바쁘게만 달려왔던 길들의
마무리를 여유있게 하는것도 의미있다 싶었고 오랫만에 산을 타는 내게는 적당해서 좋았다.
짧은 산행이었지만 그 긴 길에서 엮어온 우정과 사랑이 어우려지는 소리들이 화사한 꽃을 피우는 봄 햇살아래에서
좋은 화음을 이루는 아름다운 예술이다, 느끼면서 참으로 여유로운 길을 걸었다.
8년이란 세월이 흘렸다면서 다들 놀란다.
하나, 마나... 무성한 소문을 남기면서 흐지부지 될 뻔했던 그 엄청난 시작이, 2007년 5월 31일 지리산 종주에서
아무 소문도없이 조용히 시작될 줄은 미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그렇게 시작된 숱한 이야기와 사람을 만나게했던 그 길이 오늘로 끝이나게 되니 그에 열정을 쏟
아부었던 이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백두대간부터 이어지는 끝없는 길이 파노라마 되어 돌아가는 그 여정에 들꽃도
간간히 심어져있고, 멋진 추억이 되어 흐르고 있다.
난 먼저 타산악회에서 세개의 정맥 맛을 미리보았는지라 오선에서의 종주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지나고보
니 오랫동안 같은 일에 같은 사람들이 집중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건가, 하는생각에 억지로라도 해볼
걸 하는 마음도 한편으로 든다. 그나마 한남, 금남은 안빠지고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져보지만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우주를 아는거라고 했던가, 그 엄청난 비밀을 갖고있는 여러분들을 오랫만에 만
나니, 나를 반가워해주는 그들을 만나니 그들의 것들이 마치 내 것이라도 된 양 내 마음이 부자가 됨에 뿌듯했다.
끝까지 같이하지 못해서 샘은 약간 나지만 감히 질투할조차 할수도 없는 것은 부럽다고 아무나 쉽게 따라나설 수
없는 그 길의 고통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고통뒤에 있는 희열을 내가 충분히 공감하기에 그들이 대단하다 못
해 존경한다는 표현까지 기꺼이 할 수 있겠다.
그러기에 이 더운 날 긴 양복을 땀도 씻지못한 몸에 입고 축하 꽃다발을 받아 사진촬영에 임하는 산다람님의 마음
에도 경의가 표해진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을 하게만든 그 노고와 엄청난 기억들이 그에게는 결코 쉽게 지나가는 하루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 긴 길의 마무리를 기름 유출사고가 있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태안바닷가 횟집에서. 전 국민을 병들게 하는 세
월호 참사 때문에 크게 손뼉을 치지도 못한채 마무리를 하고는 4시 43분에 출발했다.
열심히 달렸는데도 창원에 몇시에 도착하니 10시40분이다. 산보다 더 많이 타야하는 버스가 참으로 힘들었다.
39사에 내려야하는 우리를 두어구역 더 간 곳에 떨어뜨려 끝까지 알바하게 만들어주는 인상좋은 허기사님, 긴 여
행길에 많이 피곤할텐데도 웃으며 얘기하는 김해서 오신 두분, 그들이 산꾼을 넘어 진정 삶의 달인이라 느껴진다.
인생에 있어 이보다 더한 열정으로 임한 때가 언제 있었던가? 또 언제 있을것인가? 할 정도로 나와 우리를 엮어준
백두대간의 길, 무사님은 그것만 있어도 평생을 뜯어먹고 사는 추억이라고 하셨고, 나도 100%공감하는데...
9정맥들을 끝까지 이어간 그분들의 이야기는 또 얼마나 대단할까?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퍼 먹을 수 있는 깊은 샘물같은 추억을 가진 그분들께 진정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보내
고 싶고,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을 전해본다.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건강하신 모습으로 산길에서 만나길 바래요^^
베트콩
건강하시고 이젠 산에서 종종 볼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