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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코코샤넬 (왼쪽)은 여러 고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어요.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처칠 (오른쪽)과도 가까웠대요.
②‘ #007 시리즈’원작자인 #이언-플레밍 .
③ #어니스트-헤밍웨이 (왼쪽)가 2차 세계대전 때 종군 기자로 활동하던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위키피디아
100년 전인 1921년 전설적인 향수 ' #샤넬 #No.5 '가 탄생했어요. 20세기 여성 패션의 혁신을 이끈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가브리엘-샤넬 (1883~1971)이 만든 제품이죠. ' #코코 '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샤넬은 보육원에서 자라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천부적인 재능으로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를 일궜어요. 그런 샤넬에겐 비밀이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2차 세계대전 때 스파이로 활동했다는 겁니다. 소문만 무성하던 그녀의 스파이 활동은 2016년 프랑스 정부 문서가 공개되며 공식 확인됐어요.
'스파이(Spy)'는 한 국가나 기관의 비밀이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비밀 임무를 맡은 사람을 말해요. 우리말로는 ' #간첩 (間諜)'이라고 하는데, 중간에서 염탐하며 정보를 빼내는 사람이란 뜻이죠. 의심을 사지 않고 중요 인물에게 접근할 수 있는 지위와 매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이 맡았어요. #군사정보 하나가 나라의 존망으로 이어지던 고대부터 치열한 정보전이 펼쳐진 냉전 시대까지 스파이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어요. 현재는 적국뿐 아니라 우방(友邦)의 공공기관이나 기업에 접근해 기술과 정보를 빼내는 외국 스파이도 많아요. 따라서 정부는 보통 모든 국가의 스파이 활동을 경계 대상으로 삼고 있죠. 샤넬처럼 우리가 아는 유명 인물 중에서도 그런 스파이 활동을 한 이가 있었어요. 그들은 어떤 활동을 했을까요?
암호명 '웨스트민스터'
프랑스 정부 문서에 따르면, 샤넬은 2차 세계 대전(1939~1945년) 때 #나치 에 군사 정보를 넘기는 스파이 활동을 했어요. 1940년 독일이 프랑스 파리를 점령했을 때 그녀는 독일 첩보국 아프베어(Abwehr) 소속 한스 귄터 폰 딩크라게와 사귄 덕분에 고급 호텔 리츠에 안전하게 머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녀의 조카가 독일 교도소에 갇히자 조카의 석방을 조건으로 아프베어에 협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샤넬은 독일 정부에 요원 번호 'F-7124'로 등록됐고, 전 애인의 이름을 따서 '웨스트민스터'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했어요. 그녀는 부유한 영국인이었던 #웨스터민스터공작 과 수년간 사귈 때 윈스턴 처칠 등 고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둔 상태였어요.
그녀는 독일의 패색이 짙어가던 1943년 처칠을 만나러 스페인 마드리드에 직접 갔어요. 친분이 있던 #처칠 (당시 영국 총리)을 만나 독일과 대화로 종전 문제를 풀자고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죠. 하지만 이 작전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1944년 독일로부터 프랑스가 해방되고 프랑스 #레지스탕스 (저항군)는 독일군 협력자 색출에 나섰는데 샤넬도 소환됐어요. 하지만 그녀는 처칠과의 친분을 이용해 금방 석방됐고 스위스로 망명했어요. 1954년 그녀는 다시 파리로 돌아와 1971년 사망할 때까지 머물렀지만, 그녀의 유해는 프랑스 정부의 거부로 스위스 로잔에 묻혀야 했어요. 샤넬은 사망할 때까지 #스파이활동 을 전면 부인했답니다.
진짜 스파이였던 '007' 작가
'스파이' 하면 #영화 ' #007시리즈 '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떠올라요. 본드는 영국정보국 MI6의 비밀 요원이죠. 영화는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1908~1964)이 쓴 #소설 이 원작이에요. 플레밍은 실제 영국 해군정보국(NID)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플레밍은 영국 상류층 출신으로 이튼 칼리지, 육군사관학교, 독일 뮌헨대 등에서 공부했어요. 젊었을 때부터 술·담배를 즐기고 많은 여자를 만나며 자유분방하게 지냈다고 하니, 소설 속 본드와 닮은 점도 많죠. 플레밍은 로이터통신 모스크바 특파원, 증권 중개인 등을 거쳐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1939년 영국 해군정보국에 들어갔어요.
플레밍은 NID에서 많은 #첩보작전 에 참여했어요. 그중 그가 책임자였던 '골든 아이 작전'이 유명합니다. 1941년 영국 해군이 지브롤터 해협(스페인 남부와 아프리카 모로코 북부 사이 해협)을 지나야 했는데, 스페인의 #프랑코정권 이 독일 나치와 손잡고 해상로를 막지 않도록 감시와 방해 작전이 필요했어요. 이에 플레밍은 직접 외교관으로 위장해 지브롤터로 가서 작전을 성공시켰죠. 그는 후에 007 시리즈를 썼던 자메이카 별장의 이름을 ' #골든아이 '로 지었고, 이 작전명은 훗날 '007 시리즈' 영화 제목으로도 쓰였어요.
아마추어 스파이였던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는 뛰어난 기자이기도 했어요. #스페인내전 (1936~1939)을 취재한 경험은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의 토대가 되기도 했죠. 그런 그가 미국 정보기관을 위해 일했던 '아마추어 스파이'였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그는 2차 세계대전 때 미 연방수사국(FBI), 전략사무국(OSS·CIA의 전신), 해군정보국(ONI) 등에 여행하다 얻은 정보를 넘겨줬다고 해요.
#헤밍웨이 가 입수한 정보는 중요하지 않은 게 많았지만 예측이 맞는 것도 있었어요. 1941년 그는 극동 지방을 여행하며 '일본이 곧 미국을 공격할 계획'이란 정보를 입수했는데, 미 정보 당국은 터무니없다며 무시했죠. 그런데 실제 몇 달 뒤 일본이 미 하와이 #진주만 에 정박한 미 #태평양함대 를 #기습공격 합니다.
1940년 후반부터 헤밍웨이가 소련의 정보국 내무인민위원회(NKVD)에 협조했다는 기록도 있어요. 헤밍웨이는 스페인내전을 취재할 때 소련의 관심을 받았어요. 스페인내전은 1936년 새로운 내각에 반대하는 #프랑코장군 이 #군부쿠데타 를 일으켜 벌어진 거예요. 이때 소련은 정부군을 지원했는데, 자신과 같은 입장을 갖고 있는 헤밍웨이를 포섭했어요. 하지만 헤밍웨이가 수집한 정보는 소련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대요.
[전설적 여성 스파이 '마타 하리']
여성 스파이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 #마타-하리 '예요. 그녀는 네덜란드인이었지만 이국적인 외모를 갖고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인도네시아 혼혈이라고 거짓말을 해 호기심을 끌었죠. 1차 세계대전 때 독일 정보국이 그녀에게 접근했어요. 그녀는 프랑스 외교관 등과 접촉하며 첩보 활동을 했고 나중엔 프랑스 측 이중 스파이로 독일 군사기밀을 빼내려다 의심을 샀어요. 결국 독일이 마타 하리 정체를 프랑스 측에 흘렸고 그녀는 프랑스에서 #반역죄 로 사형당했어요.
윤서원 단대부고 역사 교사 기획·구성=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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