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건설사들이 최근 3년간 건설노동자들의 퇴직금을 1조원 이상 떼먹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과 건설산업연맹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정동영 의원은 “올해 퇴직공제부금을 추산하면 약 6천486억원이 납부돼야 하는데, 현재까지 납부된 금액은 3천억원에 불과하다”며 “매해 3천500억원가량이 사라지는 등 최근 3년간 1조원 이상의 퇴직공제금이 누락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퇴직공제제도는 건설노동자가 일할 때마다 건설사가 1명당 하루 4천원씩 건설근로자공제회에 퇴직공제부금을 내고, 나중에 건설노동자가 퇴직금 형태로 돌려받는 제도다. 3억원 이상의 공공공사·200호 이상의 공동주택·100억원 이상의 민간공사는 무조건 퇴직공제제도에 가입해야 한다.
연맹에 따르면 전체 건설현장의 약 75%가 퇴직공제제도 적용대상이다. 그러나 공공공사 현장조차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동영 의원실이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가 진행하는 퇴직공제가입 건설현장 10곳을 대상으로 작업일지와 건설사의 퇴직공제신고일수를 분석한 결과 건설사의 퇴직공제 신고일수가 평균 50% 가량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표 참조>
또 다른 공공기업인 주택공사가 진행한 11곳의 공사현장을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관리자 등 퇴직공제제도의 대상이 아닌 소수인 정규직 노동자 숫자를 감안하더라도 누락률이 심각한 상황이다. 공공공사의 경우 공사 입찰시 인력에 따른 퇴직공제부금이 따로 비용에 책정된다. 건설사들이 누락률만큼 세금을 착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건설사가 퇴직공제부금을 축소신고해도 공제회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게다가 공제부금을 내지 않을 경우 50만원가량의 과태료만 부과해 오히려 과태료를 내는 게 공제부금을 내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
정 의원은 "현장에 대한 전면조사를 실시해 처벌을 강화하고 전자카드제 도입과 공사수주 연계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장 실태조사를 진행해 이를 토대로 근로감독관에게 적발될 경우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게 하는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법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