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만들기의 원점/
마츠이 다다시 ('그림책의 힘'의 저자)
눈이 보이지 않는 어린이와 앞을 보지 못하는 자녀를 둔 한 어머니를 만났
다. 이 어머니는 꼭 보여주고 싶은 책이 한 권 있다고 했다. 동경의 신주쿠
구에 있는 실로암 교회 부속 유치원의 한 교실에서 맹인 목사 오오무라 요
시나가 씨한데 야베 씨 모자를 처음 소개받았다. 그 남자아이는 초등학교 1
학년으로 오른쪽 눈의 시력이 0, 왼쪽 눈은 0.01밖에 되지 않았다. 다시 말
해, 그 이이 앞에 사람이 서 있을 때, 그 윤곽이 간신히 어슴프레하게 보이
는 정도의 시력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 남자아이는 보통 초등학교
에 입학했다. 교과서 등은 어머니가 점자로 번역해 주고 있으며, 동급생들은
소경인 그 아이를 잘 돌보아 주고 있다고 한다. 나는, 맹인 아들을 보통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그 어머니의 결단과 애정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
그 어머니는 손수 만든 그림책을, 휴대용 주머니에서 꺼내서 보여 주었다.
그 그림책 가운데, 어떤 것은 인쇄된 보통 그림책 위에 종이, 천, 비닐, 스펀지, 털실 등이
붙여져 있었다. 또 어떤 것은 그림 책의 그림을 흉내내어 색도화지 위에
여러 가지 재료를 붙여 삽화를 표현하였다 . 예를 하나 들면
장갑 구로스케 라는 그림책은, 주인공인 검정색 장갑 위에 진짜 검정색
작은 장갑(그 아이가 예전에 사용했던 것일지도 모른다)이 불여져 있었고,
다른 장면에는 장갑의 형태로 자른 셀로판이 붙여져 있어서, 손으로 만지면
일러스트레이션이 느껴지도록 고안되었다. 눈이 있는 곳은 솜을 뜯어 붙여
놓았다.
다른 그림책은 딕 부르너의 작은 그림책을 견본으로 한 것으로, 원본처럼
조그맣게 만들었다. 창문 그림이 있는 곳은 창문이 열리고 닫히도록 만들었
고, 강아지는 펠트를 사용하였으며 그 눈은 단추로 표현하였고, 작은 새는
약간 두꺼운 스펀지 풍의 비닐 재료로 폭신폭신하게 만들었다. 이들 그림책
은 색의 사용도 정확하여서 감각적으로도 아름다있고, 또한 즐거운 그림책
본래의 의미가 살려져 있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앞을 못
보는 자신의 아이에게 유치원 때부터 그림책을 많이 읽어 주었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그림책에 그려진 그림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어서. 이와 같이 만질
수 있는 그림 책을 생각해 낸 것이다. 더구나, 이 아이의 정상적인 친구들과
도 함께 볼 수 있도록, 이 손수 만든 그림책을 될 수 있는 대로 풍부한 색조
를 사용하는 배려까지 했다. 사실, 정상적인 눈을 가진 아이들도 이 만질 수
있는 그림책에 매우 흥미를 보이고, 또 사이좋게 보고 있기 때문에, 이 남자
아이는 친구들이 생겨서 기뻐하고 있다고 한다.
그 때 보여준 것 가운데 태양을 표현한 그림책이 있었다. 진홍빛 펠트로 커
다란 동그라미와 태양의 햇살을 나타내는 모양이 붙여져 있었는데. 중심의
둥근 부분만 펠트가 세 겹 겹쳐서 붙여져 있었다. 어머니에게 그 이유를 문
자, 처음에는 한 겹밖에 붙이지 않았었는데, 이 아이가 해님은 더 따뜻한 것
이라고 하기에 두 겹으로 하고, 또 더 따뜻한 것이라고 하기에 거기에 한 겹
더 겹쳐서 세 겹으로 붙였더니, 아이가 만족한 듯이 웃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계속해서, 지금 내가 이 아이한테 어떻게 해서라도 꼭 알게 하
고 싶은 것은, 밤하늘의 별과 하늘에 날아다니고 있는 나비라고 말했다. 나
는 이 말에 말이 막혀 버렸다. 모든 것을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에게 알게
하려고 하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려는 이 어머니의 마음은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 후로. 나도 앞 포보는 아이에게 밤하늘의 별과 나비의 아름
다움을 알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고, 또 이 이야기를 듣고서, 화
가 친구가 지금 같은 테마를 생각하고 있다.
꼭 말하고 싶은 것, 전하고 싶은 것이 있고, 전하고 싶은 상대, 말하고 싶은
상대가 있을 때, 인간은 그 방법이나 표현의 방법을 창조해 내는 것이다. 인
간의 문화는 틀림없이 이렇게 만들어져 왔을 것이다. 나는 이 모자를 만난
이후, 그림책 만들기의 원점을 새롭게 알게 된 것 같다. 편집자에 게는 무엇
을, 누구에게, 어떻게 전하려고 하는가가 최대의 문제이다. 이 어머니는 자신
의 내면에 어떻게 해서든지 꼭 전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것을 전하고 싶
은 상대는 맹인 아들이었다. 그리고 표현의 수단, 방법을 현명하게 생각한
끝에 만질 수 있는 그림 책을 생각해 냈다. 그 그림책은 그 남자아이에게 다
양한 인관 관계를 갖는 기회를 주고, 정상적인 어린이들에게도, 앞을 볼 수
없는 어린이들의 세계에 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무엇보다도 그 어
머니에게 물건을 만드는 기쁨을 주었다.
자신의 내면에 표현하고 싶은 것이 없으면 편집자가 아니다. 독자의 편에
서서 발상을 할 수 없으면 편집자가 아니다. 창조한다는 것에 대한 주체적인
도전이 없으면 편집자가 아니다. 그림 책 편집의 원점으로 돌아가서 나에게
큰 자극과 반성을 주였던 것은, 이 어머니의 그림책 만들기였다.
*'편집자' 대신 '작가'로 바꿔 읽어도 되겠다.
그대는 꼭 말하고 싶은 것, 전하고 싶은 것이 있고,
전하고 싶은 상대, 말하고 싶은 상대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