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일어나 피란[避亂]을 가는데
가난한 농부는 보리쌀 한 가마니를 지고,
부자는 금화 한 자루를 들고 길을 나섰다.
피난 중에 농부는 보리쌀로 조금씩 밥을 지어먹었지만,
부자는 금밖에 없어서 쫄쫄 굶어야 했다.
전쟁 중이라 음식을 사먹을 곳도 없었다.
그러자 부자가 “금화 한 닢을 줄 테니
보리쌀 가마니를 팔라”고 했다.
금화 한 닢은 무려 보리쌀 다섯 가마니 값이었다.
부자가 선심 쓰듯 제안했지만 농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부자는 “아무리 전쟁 중이라지만
다섯 배나 되는 값을 치르겠다는데도 싫단 말이냐.”며
벌컥 화를 냈다.
이틀이 지나 더욱 배가 고파진 부자는
“금화 두 닢을 줄 테니 보리쌀 반 가마니만이라도 팔라.”고 제안했다.
이번에도 농부는 거절했다.
3일째가 되어 더 배가 고픈 부자는
“내가 가진 금화 절반을 줄 테니 보리쌀 한 말만 팔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농부는 말이 없었다.
그제야 신주 단지 모시듯 했던 금화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안 부자는
“내가 죽을 것 같소.
죽기 전에 물이라도 배불리 먹고 죽게
저기 물 한 사발 떠다줄 수 있겠소?”라고 간청했다.
그제야 농부는 밥을 지어 굶주린 부자에게 먹였다.
전쟁에서 금화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부자처럼 우리는 망상과 허상을 좇아 살고 있지는 않는가?
정작 중요한 밥 한 술과 이웃과 가족 등
소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망각한 채
부와 명예를 쌓기위해
진실을 바르게 보지 않고 뒤집어 보고 꿈이나 헛것을 현실이나 진실로 착각하는
전도몽상(顚倒夢想)으로
정신없이 뛰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나를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무지했던 나로 인해 목숨 잃고, 영혼에 상처받고, 마음 아팠던
모든 인연에 참회합니다.』
출처 : 법륜 스님 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