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17:1-21 "그의 말을 들으라."

[sol2]

그의 말을 들으라

말씀/마태복음 17:1-27

요절/마태복음 17:5, 찬송가/87장, 513장

예수님은 신앙고백하는 베드로를 크게 축복하시며 ‘내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셨습니다. 천국열쇠도 주겠다고 하실 때 까지는 분위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가셔야 할 그리스도의 길을 말씀하시자 분위기가 싹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베드로는 사단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또 목숨을 구하려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야 한다고 까지 하셨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이제 완전 죽을 맛이 되었습니다. 오늘 말씀은 이런 제자들을 도우시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신앙고백을 한 개인이나 교회가 가져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장,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1-13)

1절은 ‘엿새 후에’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이것은 오늘 말씀이 앞의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동안 제자들은 예수님을 통해 얻을 화려한 영광의 날을 기대하며 따라왔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전혀 그게 아니었습니다. 사실 끝까지 들어보면 되는데 앞부분만 듣고 절망과 상실감이 컸습니다. 아무튼 제자들은 기대가 컸던 만큼 아픔도 컸습니다. 다들 힘든 마음으로 엿새를 보냈습니다. 예수님은 이런 가운데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형제 요한을 데리고 따로 높은 산으로 올라가셨습니다. 그리고 그 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습니까? 2절을 읽겠습니다. “그들 앞에서 변형되사 그 얼굴이 해 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더라.” 예수님께서 그들 앞에서 변형이 되셨습니다. 우리 말에서 ‘변형’은 대부분 좀 안 좋은 쪽으로의 이미지가 강한 단어입니다. 즉 제대로 된 것이 뒤틀리거나 왜곡될 때, 변형되었다는 단어를 많이 씁니다. 그런데 본래 이 말의 원뜻은 마치 애벌레가 누에고치가 되고 마침내 나비가 되어 화려하게 비상할 때, 변형되었다고 쓰는 그 단어와 같은 의미입니다. 산에 올라 오시기 전 예수님의 모습은 죄인들을 섬기느라 상한 모습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비췬 예수님의 모습은 머리 둘 곳이 없이 가난하신 예수님, 샌달을 신고 온 갈릴리를 심방하시는 예수님, 자주 굶으시는 예수님,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 되신 예수님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양무리를 돌보시느라 많은 아픔과 고통을 겪으시고 그 마음은 상할 대로 상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인생들의 모든 죄악과 슬픔과 질고와 운명을 담당하시느라 그 영광스러운 모습이 변하여 마치 마른 땅에서 나온 줄기와 같이 되었습니다. 이 예수님은 우리 죄를 위해 배척 당하시고 멸시를 당하시고 채찍에 맞으시고 마침내는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셔야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모습은 일찍이 이사야 선지자가 묘사한대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사람들의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었습니다(사53:2). 또한 또 베드로가 막 꾸짖을 정도로 예수님은 권위적이지 않고 별로 특별하지 않은 보통 사람의 모습이셨습니다.

그러나 지금 예수님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셨습니다. 본래 예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예수님은 본래 천지를 창조하신 전능하시고 영광스러운 하나님이십니다(요한1:1-3).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 나라의 모든 권세와 영광과 존귀로 옷 입으신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예수님은 어두움이 가까이 할 수 없는 빛 되신 분이십니다. 그의 얼굴이 해 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다고 했습니다. 메 성경은 ‘그 분의 얼굴에서 햇볕이 쏟아져 나왔고 그 분의 옷은 빛으로 충만했다’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 전신이 신성의 빛과 광채로 빛났습니다. 변형되신 예수님의 모습은 장차 죽음의 권세를 파하시고 부활하실 영광스러운 부활의 모습입니다. 사도 요한은 변화산상에서는 졸다가 변형되신 예수님의 모습을 잘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후에 밧모 섬에서 환상 중에 영광스러운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촛대 사이에 인자 같은 이가 발에 끌리는 옷을 입고 가슴에 빛난 주석 같고 그의 음성은 많은 물소리 같으며 그 오른 손에 일곱 별이 있고 그 입에 좌우에 날선 검이 나오고 그 얼굴은 해가 힘있게 비취는 것 같더라."(계1:13-16) 그런데 사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만 꼭꼭 감추었던 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살짝 보여주신 것 뿐입니다. 그래도 예수님은 이를 통해 자신이 영광의 주요, 만왕의 왕이시오, 장차 모든 것을 다스릴 주가 되신다는 것을 보이셨습니다. 또한 이것은 그리스도의 길과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의 길을 말씀하시며 하신 약속대로 아버지의 영광으로 왕권을 가지고 오는 모습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변형되신 예수님과 함께 제자들이 본 것이 무엇입니까? 3절을 보십시오. “그때에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와 더불어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보이거늘.” 예수님만 영광의 모습으로 변형되신 것이 아니라, 구약을 대표하는 모세와 엘리야까지 이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왜 하필 모세와 엘리야일까요? 흔히 모세는 율법을 대표하고 엘리야는 선지자를 대표한다고 말합니다. 모세는 그렇다 쳐도 엘리야가 선지자를 대표한다는 것을 이사야나 다른 선지자들이 인정할까요?

여기에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엄청난 고난을 겪은 후에 그 마지막은 화려한 영광으로 마무리 한 것입니다. 모세도 그러하고 엘리야도 그러합니다. 이것은 곧 예수님이 가셔야 할 길에 대한 하나의 모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같은 사건을 기록한 눅9:28절에 보면 이들이 예수님께 예루살렘에서 별세할 것을 말씀했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기껏 와서 예수님께 한다는 소리가 별세통보입니다. 별세로 끝난다면 이것은 영광이 아니라 절망의 소식입니다. 그러나 이 절망의 소식은 영광의 출발이 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시지만 부활하셔서 죄와 죽음을 이기는 영광을 얻으십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원수들을 다 이기는 최후의 승리와 영광을 얻으십니다. 결국 이들이 와서 예수님께 전한 메시지는 고난 뒤에 영광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의 example입니다. 이것은 예수님만이 아니라,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이 가야 할 길에 대한 메시지입니다. 예수님을 이를 통해 제자들에게 고난 뒤에 영광이 있음을 보여주며, 당장의 어려움만 생각하지 말고, 끝까지 고난 속에서도 주를 따르도록 돕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한 교회가 세상에서 고난을 당하지만 장차 영광의 주와 함께 하는 큰 영광을 얻을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숱한 역경 가운데서도 조금도 기가 죽지 않고 힘있게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마음에 죽음을 이기시고 승리하신 영광의 예수님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그가 루스드라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돌에 맞아 기절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죽은 줄 알고 성 밖에 끌어내어 장송곡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정신이 나자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그 성에 들어가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의 마음을 굳게 하여 이 믿음에 거하라 권하고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행14:22). 한편 제자들은 이 정도 봤으면 알아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고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광도 함께 있구나!

그런데 이를 본 베드로가 무엇을 말합니까? 4절을 보십시오. “주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만일 주께서 원하시면 내가 여기서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님을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리이다.” 베드로의 진심이 다시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예수님이나 또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이 왜 고난을 겪어야 합니까? 예수님은 산을 내려가서 십자가를 지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영광을 얻는 길입니다. 이것은 예수님만이 아니라,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도 세상에서 주를 따르며 주의 뜻을 행하기 때문에 고난을 겪습니다. 그런데 지금 베드로는 여기 산 위에서 그냥 지내자고 말합니다. 그는 산을 내려가 힘들게 지내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은혜롭고 이렇게 감동적이고 이렇게 환상적인 곳에서 그냥 은혜 충만, 감동 충만으로만 쭉 지내고 싶은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베드로는 자신에게 주는 메시지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오히려 바로 이 영광이야! 하며 자기 생각을 굳히고 있습니다. 참 고집스러운 베드로입니다. 그런데 우리도 사실 그러합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5절을 읽겠습니다. “말할 때에 홀연히 빛난 구름이 그들을 덮으며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서 이르시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하시는지라.” 고집스런 베드로를 향해 갑자기 빛난 구름이 그들을 덮더니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하나님은 대단한 퍼포먼스를 하며 모세와 엘리야까지 출동시켜 메시지를 전해줘도 자기들의 고집을 바꾸지 않는 베드로나 제자들을 향해 직접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왜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하는가? 예수님이 하나님의 사랑하는 아들이요, 기뻐하는 자라는 것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제자들은 하나님이 직접 전하는 이 말씀을 듣고 엎드려 심히 두려워했습니다. 가끔 자기가 하나님께 직통 계시를 받았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본문을 보면, 자랑할 것이 아니라 심히 두려워 떨어야 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고집스럽게 자기 생각에 빠져 살았으면, 하나님께서 직접 나타나 직통계시를 하겠습니까?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돌이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제자들이 두려워 떨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무 생각도 안났을까요? 이제까지 그들이 알고 있던 예수님의 모습은 전혀 이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예수님은 영광의 주님의 모습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오셔서 이를 선포하실 정도로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대단한 분이 왜 세상에서 죽으셔야 하는가 하는 것을, 그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영광의 주이시지만, 세상에서 고난을 당하시는 것이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영광과 고난이 함께 하는 그 이중적인 모습이 바로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예수님만이 아니라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한 교회가 또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이 가져야 할 이중적인 모습입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한 자들은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을 얻은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즉 천국 백성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영광의 소망을 가진 자들입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나! 천국백성이야 하며 자랑하면, 아! 그래서요. 대단한 시민권을 가지셨네요. 하며 부러워하며 인정해 줍니까? 먼 미친 소리. 하며 무시할 것입니다. 오히려 세상에서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아픔과 고난과 슬픔과 남모를 애환이 있습니다. 고난과 영광이란 이 이중성은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이 가져야 할 진정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만이 아니라, 고난이 없이 영광만을 얻고 싶은 것이 우리들의 솔직한 마음입니다. 우리도 그냥 은혜충만, 감동충만 한 가운데 우리들끼리만 지내고 싶습니다. 괜히 세상에 나가 어렵고 힘든 일을 겪고 싶지 않습니다. 교회공동체 안에서 찬양만 하면서, 가끔 식사 교제도 나누며 사는 것 좋지 않습니까? 그러나 교회는 또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은 여기서 멈추고, 이 상황에서만 은혜를 누리며 살 수 없습니다. 절은 속세를 떠나 산속에 있지만 교회는 산 아래 세상으로 나가 고난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것이 예수님이 하신 일이고, 또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들의 일입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수님께서 이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은혜로운 자리, 감동스러운 자리에만 머무르려고 할 것이 아니라, 고난을 감당하므로, 영광을 얻고자 해야 합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를 따라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길입니다. 이 이중성을 갖고 사는 자, 그리고 그 길을 가는 우리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예수님은 두려워하는 제자들을 일으키셨습니다. 제자들이 눈을 들고 보니, 오직 예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아니했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산에서 내려올 때에, 인자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기 전에는 본 것을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그러면 어찌하여 서기관들이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하리라.’하는 가를 묻습니다. 이것은 말4:5절의 예언에 기초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엘리야가 먼저 와서 모든 일을 회복한다는 것은 맞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엘리야가 이미 왔지만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임의로 대우했다고 했습니다. 인자도 이와 같이 고난을 받으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그 엘리야가 바로 세례요한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럼 말라기 선지자가 예언한대로 엘리야가 왔다면 예수님은 바로 메시아, 그리스도이신 것이 확실합니다. 이렇게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구약에 예언한 메시아, 그리스도라는 믿음의 확신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2장, 믿음이 겨자씨 한 알만큼 있어도(14-21)

산에서 내려오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때에 한 사람이 예수님께 와서 꿇어 엎드려 호소합니다. “주여, 내 아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그가 간질로 심히 고생하여 자주 불에도 넘어지며 물에도 넘어지는지라.” 이 사람의 아들은 간질로 발작할 때마다 그대로 쓰러져 정신을 못 차립니다. 그러다보니 불에 대이기도 하고, 물에 빠져 죽을 위험에도 처합니다. 너무나도 힘든 일이라. 고쳐 보고자 제자들에게 데려왔지만, 고치지 못했습니다. “능히 고치지 못하더이다.” 하는 말에 아비의 답답한 심정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산위에서는 영광스러운 주님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서 초막 셋을 짓겠다는 베드로의 고백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 밑에서는 간질병을 앓고 있는 자녀의 탄식, 그러한 자녀를 둔 부모의 탄식, 또한 이 아이를 고칠 수 없는 제자들의 탄식소리가 울리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가운데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를 너무나도 답답하게 여기시고 탄식하십니다. “믿음이 없고 패역한 세대여 내가 얼마나 너희와 함께 있으며 얼마나 너희에게 참으리요.” 제자들의 무능력을 단순히 제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세대의 문제로 보며 탄식하십니다.

특히 여기서 패역하다는 것은 ‘비뚤어진, 뒤틀린’ 것을 말합니다. 메-성경은 ‘하나님도 모르고 삶에 중심도 없는 세대’라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동안 많은 일을 하신 목적은 믿음을 심고, 하나님을 기억하고,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예수님의 사역이 거의 3년 반이나 되었는데, 그 결과가 하나도 없어서 탄식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아이를 데려오라 하시고 귀신을 꾸짖어 아이를 고치셨습니다. 이때에 제자들은 조용히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우리는 어찌하여 쫓아내지 못하였나이까?” 여기에는 제자들의 절망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둘씩 둘씩 전도여행을 가면서 이 보다 더 큰 일도 행하였기 때문입니다. 한번도 귀신을 쫓아내는 것을 해 본적이 없다면 절망할 것도 없습니다. 원래 못하니까? 그런데 예전에는 귀신을 쫓아냈습니다. 더 큰 일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했는데 지금도 못합니다. 그때는 능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무능합니다. 그때는 예수님께 인정을 받았는데, 지금은 예수님의 탄식의 대상입니다. 속상하고 힘들기는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왜 그때는 되었는데, 지금은 안 되는가? 왜 우리는 항상 이렇게 반복해서 무능할까? 사실 이것은 저도 자주 하는 탄식입니다. 왜 그럴까요?

예수님의 대답이 무엇입니까? 20절을 읽겠습니다. “이르시되 너희 믿음이 작은 까닭이니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너희에게 믿음이 겨자씨 한 알만큼만 있어도 이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겨지라 하면 옮겨질 것이요, 또 너희가 못할 것이 없으리라.” 같은 사건을 기록한 다른 복음서와 달리 예수님의 대답은 정확히 제자들의 문제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들이 ‘믿음’이 작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믿음이 없다’고 하지 않으시고 믿음이 작기 때문에 어린 아이 하나 고치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없다는 것과 작다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제자들에게 믿음이 있기는 있습니다. 그리고 믿음이 있었습니다. 전도여행을 다니며 병자들을 고칠 정도로 대단한 믿음이 그들에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믿음이 어디로 바람에 흩어진 모래처럼 다 가버리고 겨우 모양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가능했던 일이 지금은 안 됩니다. 그때는 믿음의 능력을 인정받았는데, 지금은 수치를 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믿음이 얼마나 작아진 것일까요? 예수님은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을 말씀하십니다. 겨자씨는 씨 중에서도 가장 작은 씨라고 했습니다. 그런 겨자씨라도 한 자루 가득 있다면 좀 있어 보일 것입니다. 그 작은 겨자씨라고 해도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겨자씨가 어느 정도 있습니까? 한 알입니다. 그것은 있으나 마나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자들은 그 겨자씨 한 알보다도 믿음이 작습니다. 그럼 믿음이 있다는 것일까요? 없다는 것일까요? 있기는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여기서의 ‘크다 작다’는 믿음의 단순한 크기를 말하기보다는 믿음의 질에 대한 것입니다.

그럼 왜 예수님은 이들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을 말씀하실까요? 다시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봅시다. “만일 너희에게 믿음이 겨자씨 한 알 만큼만 있어도 이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겨지라 하면 옮겨질 것이요, 또 너희가 못할 것이 없으리라.” 겨자씨 한 알만큼의 믿음이 있어도 산을 옮기라고 하면 옮겨질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산을 여기서 저기로 옮긴다고 하십니다. 겨자씨 한 알만큼의 믿음인데, 이 정도입니다.

그럼 여기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겨자씨 한 알만큼의 믿음이란 무엇을 말할까요? 또 그 믿음으로 산을 옮긴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요? 먼저 산을 생각해 봅시다. 산은 발도 없고 바퀴도 없습니다. 또 덩치가 좀 큽니까? 이런 산은 무슨 일을 해도 옮겨지지 않습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 말은 있어도 십년이면 산이 옮겨간다는 말은 없습니다. 그만큼 산은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상식입니다. 그 산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겠다고 하는 그 사람은 미친 사람입니다. 정말 정신 나간 사람이요,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겨자씨 한 알만큼의 믿음이 있으면 그 정신 나간 소리를 한다는 것입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에 도전합니다. 그 일을 시도하고 마침내 그 일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믿음의 능력입니다. 히11장, 우리가 믿음장이라고 부릅니다. 그 믿음장 1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믿음은 바라는 것들이 실제로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믿음을 말할 때, 우리가 주로 생각하는 믿음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믿음은 될 것 같은 것을 믿는 것입니다. 경험 치에 근거해서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처럼 아예 바랄 수 없는 것, 산이 옮겨가는 것과 같은 것은 아예 말이 안된다고 여기고 믿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즉 우리는 말이 되는 것만을 믿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일에 해보고자 시도하며 좋은 결과를 기대합니다. 이것을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도 믿음은 믿음입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예수님이 보실 때 겨자 씨 한알보다도 작은 믿음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지금 말씀하시는 믿음은 그게 전혀 아닙니다.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누가 볼 때 미친 짓처럼 보이는 그 일을 시도하고 도전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큰 믿음, 대단한 믿음이 있어야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만 있어도 그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을 이룬다고 하십니다. 이것을 보면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을 가진다는 것도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결국 믿음이란 이런 것입니다. 믿음은 그만큼 대단한 도전과 대단한 능력을 나타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에게 믿음은 또 다른 측면에서, 베드로가 산위에서 황홀한 체험을 한 것처럼 그리고 그곳에 머물고 싶어 했던 것과 같은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난을 감당하고 시도하고, 도전하기 보다는 그냥 믿음으로 은혜를 체험하고 감동을 누리고 여기서 좋게 좋게 잘 지내는 것을 믿음이다. 라고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것도 믿음의 역사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지금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믿음은 그게 아닙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믿음은 산위에서 감동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산위에서 내려와 전혀 움직일 것 같지 않는, 아니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는 그 산을 향해서 움직이라고 도전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모한 도전처럼 보입니다. 바보 같은 짓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을 가진 자의 모습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어진 상황, 주어진 형편, 주어진 모습에 따라서 지냅니까? 답답해하면서도 그렇게 삽니다.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so what?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입니다. 그러나 내게 겨자씨 한 알만큼의 믿음이 있다면,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정말 신뢰한다면, 우리의 삶은 그럴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내게 겨자씨 한 알만큼의 믿음이 있다면 산을 향해 외칠 수 있습니다. 도저히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그 일에 도전하며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내게 주어진 형편이 어떠하든지 상황이 어떠하든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믿음이 내게 있느냐? 없느냐? 입니다.

아브라함이 그러했습니다. 자식 하나 없는 75세의 노인네가 민족의 조상이 된다는 것은 산을 옮기는 것 이상의 일입니다. 말이 안 되는 허무맹랑한 말처럼만 들립니다. 차라리 삽으로 산을 파서 옮기라고 하면 그가 죽을 때까지 그 일을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자식도 없는 노인네가 민족의 조상이 되겠다고 보따리를 싸서 이민을 갔습니다. 당시 아브라함이 살던 곳은 최고 선진국이었습니다. 반면 가나안은 최고 후진국이었습니다. 즉 그가 최고 선진국에서 보따리를 싸서 최고 후진국으로 이민을 간 것입니다. 그것은 산을 옮기겠다고 도전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가 민족의 조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산을 옮기는 믿음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모세, 그것도 80세가 된 양치기 모세가 어떻습니까? 북한에서 한 사람 빼내어 남한으로 데려오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애굽에서 200만명이나 되는 큰 민족을 다 뽑아서 새로운 민족의 땅으로 옮긴다! 산을 옮기는 것 그 이상의 일입니다. 그래서 그도 불안해서 머뭇머뭇 거렸습니다. 그러나 모세는 그 일을 영접하고 도전하여 산을 들어 바다에 던지는 그 일을 이루었습니다. 기네스문에 기록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가 바로 모세입니다. 언더우드 선교사가 쓴 기도문을 보면, 절망과 탄식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가 이 조선에 복음의 씨를 뿌리고 새 날이 온다는 것은 산을 옮기겠다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믿고 도전하며 8명으로 의대를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오늘날 세브란스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은 영광만 있지 않습니다. 그 길은 고난의 길입니다. 아픔이 있는 길입니다. 더구나 믿음으로 산을 옮기고자 도전해야 하는 무모한 길이기도 합니다. 산 위에서 내려온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내가 내려온 그 산을 옮기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내 앞에 있는 산을 옮기는 것입니다. 내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 있어도 그 일은 이루어집니다. 내가 옮기지 못하면 내 믿음을 보고 자란 다음세대가 이 일을 이룰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당대에 믿음의 조상이었지만 민족의 조상은 아니었습니다. 이삭을 낳고, 이삭이 야곱을 낳는 것까지 보고 죽었습니다. 멀리서 약속을 바라보고 죽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믿음의 싹을 이루셨습니다. 내가 산을 보고 옮기라 외칠 때, 내가 못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믿음으로 도전했고, 그 믿음의 결과를 누군가는 볼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믿음입니다. 우리는 항상 믿음으로 하면 되냐? 안되냐? 이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러니까 말을 못합니다. 안되면 창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믿음은 시작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도전하는 것입니다. 믿음의 결과를 보는 것은 하나님이 알아서 하실 일입니다. 즉 결과는 내 책임이 아닙니다. 내 할 일은 산을 들어 옮기도록 도전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산을 옮기고자 하는 믿음의 사람, 도전의 사람, 비전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겨자씨 한 알의 믿음을 말씀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아픔과 고난을 감당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약속을 믿고 도전하는 것입니다. 이 약속을 믿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볼 때, 헛소리처럼 들릴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신자의 길이요,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입니다. 이를 위해서 예수님께서 우리 앞에서 고난을 감당하시며 믿음의 길을 가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는 가운데 고난을 감당하며 이 비전 가운데 산을 옮기고자 외치는 믿음의 사람들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