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빈의 좌충우돌 등굣길
다른 형제들은 그렇지 않은데, 왜 선빈이만 유독 그런지 모르겠다. 까불기도 많이 까불고, 기운이 넘치는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여 밥 먹을 때나 공부를 할 때도 늘 왔다갔다 하고, 오만 데 참견 안 하는 데가 없고, 조르기도 많이 조르고, 고집도 세고...... 한 마디로 정신이 없다.
오늘 아침에도 학교로 출발했다가 두 번이나 되돌아왔다.
8시 20분 경 늦었다고 뛰어나간 놈이 금방 숨을 헐떡거리며 되돌아왔다. 가방을 안 매고 갔다는 것이다. 기가 막혀서 아내와 한 바탕 웃었다. 선빈이가 다시 출발하고 난 후,
“저 녀석 3 학년 맞아? 3 학년이 어찌 저럴까?”
하면서 웃음 반, 걱정 반으로 아내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또 우당탕탕 이번에는 더 요란스럽게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이가 있어, 보니 또 김선빈이다. 이제는 까딱하면 지각할 지경이다.
“왜 또 돌아왔어? 벌써 8시 30분이 넘었잖아. 잘못하면 지각이야” 하고 아내가 다급하게 물으니, 한다는 소리가,
“가다 보니 팬티를 안 입었잖아요. 팬티 줘요. 빨리, 빨리”
어찌 3 학년이나 된 놈이 팬티를 안 입고 학교를 갔으며, 또 어떻게 학교 가다가 팬티 안 입은 것은 알았을꼬? 그리고 선생님이 속옷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닐 텐데 늦은 시각에 되돌아오긴 왜 되돌아오나? 요즘 날씨도 더운데 하루쯤 그냥 시원하게 지내도 되겠구만은....... 그나저나 지각은 안 했는지 모르겠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나도 출근길이 험난했다. 어제 과음하여 오랜만에 차를 몰고 집을 나섰는데 학교 정문에서 수위가 잡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10부제에 걸렸다나. 그제서야 오늘 날짜(5월 21일)와 내 차 번호(8131)가 동시에 생각났다. 그래서 어쨌냐고? 어쩌긴 뭘 어쩌나, 다시 집으로 가서 차를 세워놓고 터벅터벅 걸어왔지. 그래도 내가 선빈이보다는 나은 것이 나는 한번만 되돌아갔으니까.
(2003. 5.21.)
(경남대 김원중)
첫댓글 가끔씩 교수님 나누시는 소박한 글 읽을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선빈이는 멋진청년이 되어 있지요..?
*참, 저는 11월에 교수실서 짧게 인사드렸던 해성중, 강명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