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별 사 례 -
저는 청각장애인으로 보청기를 사용합니다. 수어와 구어를 사용합니다.
4년 전쯤 지역에 있을 때 보청기를 새로 맞추려 보청기 판매점에 갔습니다. 판매점에서 지정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다른 병원은 진단 인정이 안 된다는 내용을 글씨를 대강 써 주었습니다. 그래서 해당 이비인후과에 갔습니다.
의사는 바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으로 대충 말을 하는데, 무슨 말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필담을 해 달라 부탁했더니 바쁘다고, 쓸 시간이 없다고, 보호자를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
보호자를 데리고 오기 어려워 어쩔 수 없어 그렇게 진료를 받고 접수 수납처 근처에 앉았습니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부르지를 않아 가 봤더니, 이름을 불렀는데 대답이 없어 없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접수 신청을 해야 했습니다. 답답함을 넘어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올해 청각장애 재진단 1차 검사를 받기 위하여 경기도 성남의 이비인후과 병원을 갔습니다. 청력검사를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청능사는 필담으로 친절하게 기초상담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진료를 위하여 진료실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말을 빨리 하여 입술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필담을 해 달라고 하니 간호사에 적으라 했고, 간호사가 대강 적어주었습니다.
한 달 뒤 2차 검사도 비슷하게 박았습니다. 2차 검사 후 1주일 후 병원에 다시 가 3차 검사를 받았습니다. 진료를 맡았던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있었습니다. 의사는 마스크 쓴 채(코로나19로)로 말을 하여 도저히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필담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별 내용이 없다는 듯 간호사 손짓을 했습니다. 의사가 간호사에게 나가라는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을 투명인간 취급한다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들었습니다.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병원에서 소통이 안 되어 답답함을 호소한다고 들었습니다.
수어가 가능한 이비인후과 의사가 없고, 심지어 청각장애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의사도 많지 않아서입니다. 또한 병원 특성상 상담을 오래할 수 없어 보청기에 대한 추가적인 문의뿐만 아니라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지 못합니다. 청각장애로 인한 신체적인 병변(상태)에 대해서 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비인후과 병원은 청각장애 진단을 받기 위하여 거쳐야하는 1차 관문입니다. 진단이 나와야 청각장애 등록을 할 수 있고, 보청기의 경우도 처방전을 의사가 써주어야 구매를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나의 장애상태는 물론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보청기 착용에 대한 것까지 기초적으로 병원에서 정보를 얻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소통이 잘 안되고, 의사의 일방적으로 진료하는 모습에 차별감을 넘어 위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보건복지부가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을 바꾸려하고 있습니다. 바꾸려는 내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보청기판매업소의 자격기준에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넣는 것입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보청기에 대한 처방만이 아니라 판매까지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의 경험과 주변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받는 차별적인 상황을 바꾸기 위하여 소통이 안 되는 문제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고시의 개정이 오히려 현재 겪고 있는 청각장애인의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어 철회되어야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