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햇살 택배」 읽기 / 황정혜 햇살 택배 / 김선태 겨우내 춥고 어두웠던 골방 창틈으로 누군가 인기척도 없이 따스한 선물을 밀어 넣고 갔다. 햇살 택배다. 감사의 마음이 종일토록 눈부시다. 어둡고 침침한 지하 단칸방 창문으로 스며드는 봄 햇살을 자연이 주는 선물 택배로 느끼고 감사하는 내용이다. 4행의 짧은 시이지만 읽을 때마다 마음이 따스한 햇살로 위로받는다. 시적 화자의 집은 춥고 어두운 “골방”이다. 그러나 풍경은 밝고 환하다. “인기척도 없이 따스한 선물”의 “택배”가 왔기 때문이다. 어둠과 빛, 추위와 따스함의 대립적 요소가 서로 연속성을 이룬다. 정작 보낸 사람도 받는 사람도 없다. 모두 내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감사의 마음”이 곧 “눈부신” 발광체였다. “춥고 어두웠던 골방”을 “종일토록 눈부시게”한 것은 내 마음이었다. 마음이 모든 것을 지어낸다는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떠오른다. 원효대사가 간밤에 맛있게 마신 물은 해골에 고인 것이었다. 너무 놀랍고 역겨워 구역질해 댔다. 그 순간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젯밤과 아침에 달라진 것은 결국 마음 속이었다. 한 달 전부터 시작되는 대목 장사는 극한 직업이다. 새벽 두세 시까지 일하다 잠깐 눈을 붙인다. 다음 날 온종일 서 있으면 허리가 내려앉는 통증이 온다. 일주일 전쯤엔 몰려드는 사람과 예약 손님, 빨리 달라 소리 지르는 이들 때문에 정신줄 꼭 붙들어야 한다. 어떤 날엔 너무 힘들어서 속으로 빈다. 제발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갔으면 좋겠다고. 명절 연휴 때 집에 누워 있으면 땅속으로 가라앉는 듯 기운이 없다. 환자처럼 축 늘어져 있는 내게 남편이 말했다. “이것은 쉬는 게 아니니 무조건 여행을 떠나자.” 두세 달 전부터 계획하고 예약했다. 처음 간 곳은 중국 황산과 삼청산이다. 우리나라 산은 아기자기하면서 수려하지만 이곳 산봉우리는 웅장했다. 숨바꼭질하듯 노니는 구름과 그 속에 펼쳐진 기암괴석, 바위 끝에 꼿꼿이 자라는 소나무들도 아름다웠지만, 그것들을 이름 붙여 상품화한 중국인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해 대협곡의 도보 여행은 아찔한 긴장감과 인간의 위대한 힘에 감탄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곳에서 맞이한 일출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설악산 3박 4일과 지리산 2박 3일 종주, 해외 도보 여행, 패키지 여행 등 가리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것. 마음에 드는 것이 행복의 원천이었다. 그것은 주인이 없으니 느끼는 자가 임자다. 더 이상 대목 장사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가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편은 함께 여행한 사진을 모아 히말라야 사진 전시회를 했다. 그리고 ‘여행. 그리움을 담다.’라는 제목으로 사진집을 냈다. 애들의 환갑기념 선물이었다. 그 책은 둘만의 아름다운 추억이며 행복의 원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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