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작명 실기(作名 失機)
오종락
독도 명예주민이 5만여 명이라는 아침 뉴스가 내 귀를 의심케 했다. 여태까지 5만여 명 밖에 안 되다니, 실망감이 앞선다. 독도의 중요성에다 국내 여행객 숫자를 감안할 때 너무나 적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독도 영유권 강화를 위해 2010년 독도 명예주민 신청 캠페인을 시작한 지도 벌써 9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이처럼 참여율이 저조한 것을 보며 우리 국민들은 아직 영토에 대한 사랑이 한참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나의 느낌은 나만의 착각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 2011년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가족들과 함께 독도를 탐방한 적이 있다. 망망대해 동쪽 끝 외로운 작은 섬, 독도를 친견하고 그 애달픈 마음에 독도 명예주민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날 우리 가족 넷은 독도 명예주민증을 신청하면서 간절히 고대했었다. 앞으로 많은 국민들이 적극 참여하여 독도 명예주민이 천만 명을 넘어 오천만 명이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은근히 기대했었다. 그 당시 나의 기대와 너무나 큰 차이를 보여 더 큰 실망감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그해 독도에서 돌아와 며칠이 지나자 독도 명예주민증이 집으로 배달되었다. 뿌듯한 자긍심으로 명예주민증을 받아 보는 순간, 온몸에 오싹한 전율감이 들었다. 그 까닭은 가슴 아픈 사실 하나가 눈에 번쩍하며 들어왔기 때문이다. 바로 그건 독도 명예주민증의 첫머리에 있는 ‘독도’라는 섬 이름 때문이다. 독도가 오늘날까지 ‘섬 이름’처럼 더 외로운 섬이 된 것은 아마 ‘작명 실기(作名 失機)’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한다. 그 이름처럼 외롭지 않도록 진작 ‘섬 이름’ 이라도 다정한 가족 같은 이름으로 지어주었더라면, 그 오랜 세월 외로움에 시달리지 않았을 것을 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해 여름 내내, 내 가슴도 독도 주변을 맴도는 풍랑처럼 끊임없이 울렁거렸다. 나는 가슴앓이 처방의 하나로 고심 끝에 독도의 이름을 ‘소울릉도’라고 명명하였다. 또 작명 기념으로 ‘소울릉도라 부르리’라는 제목으로 글을 한 편 써가면서 아픈 가슴을 달래곤 했다.
독도라는 섬 이름은 어쩌면 ‘이름 아닌 이름’이 아닌가 싶다. 그 오랜 세월 그저 ‘홀로 있는 섬’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니 그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인가? 우리는 독도의 작명에 관해서 그동안 너무나 무관심으로 일관해 오지 않았나 싶다.
동해의 검푸른 거센 파도가 쉼 없이 독도의 코끼리 바위를 ‘철써덕, 철써덕’ 후려치며 ‘코끼리야, 코끼리야, 너라도 일깨워 주렴!’하면서 파도마저 수없이 우리들에게 신호를 보내며 일러주지 않았던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왜 그토록 숙맥처럼 세월만 보냈단 말인가. 무심한 주인을 만나 제대로 된 이름 하나도 얻지 못한 채 거센 풍랑과 시름하며 그 오랜 세월을 견뎌온 독도! 가엾은 마음에 내 가슴마저 미어진다.
오랜 역사를 통하여 보더라도 독도에 대한 작명 실기는 그동안 수차례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최소한 대한제국 선포 시점에라도 제대로 된 작명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울릉도의 작은 섬이니, 쉽사리 ‘소울릉도’라고 이름하여 주었더라도 좋았을 것을, 힘겨운 파도와 싸우며 어미 잃은 괭이갈매기처럼 얼마나 큰 섬(울릉도)을 그리워하며 몸부림쳤을까? 너무나 큰 아쉬움이 거센 파도가 되어 나의 가슴을 이리저리 후려친다.
문제는 독도의 작명 실기(作名 失機)뿐만이 아니다. 독도를 품고 있는 바다 ‘동해’라는 명칭도 진작 개명되었어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 막연히 동쪽 바다를 상징하는 ‘동해’라는 명칭은 국제화 시대에 걸맞지 않고 한일 갈등 국면에서 국제 외교전에서도 상당히 불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누가 세계지도를 보더라도 바다의 명칭부터 확연히 대한민국 영해임을 인식할 수 있는 명칭이어야 할 것이다.
‘독도’와 ‘동해’의 새로운 이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만시지탄을 느낀다. 이제라도 지도상 독도의 명칭을 ‘소울릉도’로, 동해의 명칭을 ‘한국 동해’로 명명하여 세계만방에 고하면 어떨까 한다.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힘을 결집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작명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영토의 작명과 보전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기도 하다.
의젓한 작명 후에는 좋은 기운도 자연히 모이게 마련이다. 새로운 작명이 이루어진다면 동해의 용왕님도 새 이름에 힘을 불어넣으며 함께 해 주실 것이다. 작명한 새 이름을 한국인 모두가 각기 일만 번씩만 부른다면 그건 바로 진언이 될 것이다. 국가와 영토사랑은 먼 곳에 있지 않으며 거창한 것도 아니다. 작은 관심이라도 가지고 그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 주는 것부터 시작된다.
독도는 어느 하나 외롭지 않은 것이 없는 섬이다. 이름부터가 그러하고 현재 서있는 위치 또한 큰 섬 울릉도와 멀리 떨어져 있으며 국민들의 관심도 늘 부족한 편이다. 더구나 파도마저 사방팔방에서 더욱 세차게 몰아쳐와 힘겨움과 쓸쓸함도 배가된다. 고독하고 쓸쓸한 이에겐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보약보다 더 큰 힘이 되듯, 독도에겐 우리 국민들의 애정과 관심이 세찬 파도를 막아주는 가장 든든한 방파제가 아니겠는가. 독도가 더 이상 외로운 섬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작은 힘이라도 보태면 어떨까.
관심과 참여로 작은 족적 하나씩 남기는 일, 그게 바로 국가와 영토를 사랑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영토는 우리 민족이 영원히 살아가야 할 근본 터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영토에 대한 시의적절한 작명은 매우 중요하며, 독도에 대한 작명 실기는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 온다.
(2019.08.15. 광복절 아침에)
첫댓글 바람직한 제안에 공감합니다. 다케시마 라는 이름으로 호시탐탐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왜놈들의 침략근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독도라는 이름도 동해도 대한민국 영토와 바다라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나는 이름으로 바꾸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우국충정이 서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동해' 그리고 '독도'라는 이름, 늘 뭔가 모자라는 이름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딱 꼬집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공감하며 모두의 지혜를 모우는 지혜와 행동으로 옮기는 결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보니 정말 獨島라는 이름에서 쓸쓸하고 외롭고 소외받은 우리의 땅이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獨島의 이름은 처음엔 홀로 獨자를 쓴 독도가 아니고 경상도 사람이 돌을 독으로 발음하는 데서 쓴 돌섬, 독섬, 독도라고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면 誤記이거나 失記가 분명할 듯 합니다. 동쪽바다 끝 외로운 작은 섬의 처지와 獨島라는 이름이 어울린다는 생각만 했는데 선생님의 글을 읽고 보니 독도에 무관심했다는 생각과 함께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그 작은 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영토 사랑과 국토 수호의 정신이기도 하다는 말씀, 공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독도 사랑을 읽고 감명받았습니다.물론 명예주민 신청도하지 않았습니다. 맘속으로만 일본이 얄밉다고 하면서요
이러다간 일본에게 뺏기면 어쩌나 맘속 걱정만 했는데 모두가 한맘이 되어 독도수호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스라엘 국민이 독도를 한국영토라고 한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세계인들이 점점 한국의 영토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글을 읽고 분개만 했을 뿐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고 부끄러워집니다. 독도명예주민신청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명백한 역사적 근거와 당위성이 있는데도 아직도 일본은 자기 땅이라 주장하고 그렇게 가르치고 있으니 기가 찰 일입니다. 광복절에 되새긴 선생님의 애국심에 박수를 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독도가 울릉도에서 생각보다 멀리있어 2시간 배를 타고 가더라구요. 미리 가져간 태극기를 펼치며 교과서에서만 보던 독도를 바라보니 왠지 가슴이 뛰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명예주민을 신청할 생각을 하지못한 것이 못내 아싑습니다. 나라사랑을 직접 실천하시는 선생님을 뵈니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독도는 지리적 위치나 역사적 측면이나 실효적지배 측면에서도 분명 우리나라 영토입니다.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독도와 동해라는 이름을 새것으로 바꿔 보자는 의견에 공감을 표합니다. 영토는 오랫동안 지켜 낸 자의 재산이니 먼 훗 닐 우리 후손들에게 확실하게 물려 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독도의 면예시민 등록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