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역사적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과정이다. 무수한 인과적 전후관계들 중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을 추출해 낸다(145p)”
내가 역사를 배우면서 인상 깊었던 메세지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와 “역사는 반복된다”이다. 역사는 과거를 기록한 것이며, 현재와 미래에 역사가 되풀이될 수 있으니 기억하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시대를 달리하며 같은 사건을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일까? 나는 현재가 과거보다 더 발전되고 나은 세상이며, 미래는 현재보다 더욱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나의 생각과 앞서 말한 두 문구는 모순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역사의 정확한 정의와 모순적인 고민의 답을 찾고자 하였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역사는 진보한다. 역사는 끊임없이 진보하지만 그러한 진보는 점차적인 변화와 개선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닌,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사람들을 통해 진보한다. 둘째, 역사는 과학이다. 과학자들은 가설을 통해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고 이를 입증한다. 역사가들이 연구 과정에서 사용하는 가설 또한 이와 비슷해서 역사를 이야기할 때 미래에 대한 통찰을 요구한다. 역사의 핵심은 과거의 사건이 현재를 거쳐 미래를 향한다는 것이다.
어떤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 사건을 둘러싸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얽힌 맥락과 인과적 사건들이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루이16세가 단두대에 서게 된 것은 단순히 탄압받던 대중의 분노뿐만 아니라 시민혁명을 촉발시킨 산업혁명과 시민계급의 형성과 같은 맥락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 H. CARR는 역사에서 인간에게 깨달음을 촉진시키는 사람을 위대한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그중 기존 세력을 등에 업고 유명해진 나폴레옹과 비스마르크 대 자신의 주장으로 거대 세력을 형성하고 유명해진 크롬웰과 레닌을 예로 들면서 후자가 보다 위대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위대한 인물이 영웅이 된 과정보다 그가 후세에 미친 영향을 기준으로 위대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많은 정치인이 은퇴하면서 자신의 과오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는 상투적인 말처럼 말이다. 역사는 어떻게 영웅이 되었는가 보다, 영웅이 되어서 인류에 기여한 점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평가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