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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관찰과 상상을 할 수 있을까요?
1. 우리는 이미 시인입니다.
아이들은 시인으로 태어납니다. 다만 자신이 시인이
었다는 기억을 잊은 사람과 잊지 않은 채 어른이 되
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요. '쓸모'를 따지기 좋아하는
어른들에 의해 시적 능력을 거세당하지 않았다면 당
신은 별 어려움 없이 오늘 밤 시를 쓸 수 있을지 모릅
니다.
시인은 시 쓰기에 가장 필요한 자세로 '관찰과 상
상'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연필 한 자루에 대한 글
을 썼는데 이를 읽자마자 이것이 '관찰과 상상'이구
나 싶어서 무릎을 탁 쳤다.
- <안미옥> 악스트
어떻게 하면 관찰과 상상을 할 수 있을까요?
예전에 자주 하던 훈련이 있었는데 시 쓰기 전에 하나의 대상을 정해서 오래 바라보는 것이다. 그냥
무턱대고 오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대상을 열고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잠깐 보는 것이 아
니라 5분이면 5분, 10분이면 10분, 혹은 30분, 한 시간을 정해놓고 견디며 하나의 대상/풍경을 본
다. 그러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게 된다. - 물이 담긴 500밀리리터짜리 플라스틱 물통을
오래 바라보다가 이런 문장을 시로 쓴 적이 있다. '절반쯤 남은 물동엔 새의 날개가 녹아 있었다.'
- 박연준 <쓰는 기분>
쓰는 자는 보는 자입니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
은 시선'으로 보는 일이지요.
좋은 눈, 그게 시의 시작이자 전부일 수 있다고요. 좋
은 눈이란 무얼 알아보는 눈, 그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냥 알아보는 눈 말고, 다르게 보는 눈이 필요합니
다. 존 버거식으로 말하자면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실천하는 눈이지요. 파리의 죽음은 언제나 파리의 죽음 이상이어야 합니다. 안미옥 시인의 눈을 생각해보세요. 물이 절반쯤 담긴 플라스틱 물통에는 그는 "새의 날개'가 녹아있는 걸 봅니다. 우리는 그를 통해 겨우 물에 녹아있는 천사의 날개를 상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좋은 눈은 어디에서도 팔지 않아요. 관찰과 상상, 이 두 가지가 힌트입니다.
만약 당신이 시를 쓰고 싶다면, 고기는 고기가 아니
고 의자는 의자가 아니며 물은 물이 아니어야 합니다.
박연준 시인이 쓴 연필에 대한 글을 같이 읽었고 이
처럼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사물에 대한 비유
적 표현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학습지는 김미향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지금 단순히 눈에 보이는
상태만이 아니라 이전의 모습, 이후의 모습, 변해가
는 과정을 모두 상상해 보자고. 10줄 이상으로 하
고 싶었는데 너무 어려울까봐 7출 이상 써보자고
했다. 그런데 애들이 생각보다 할 말이 많았다. 아
이들의 결과물을 보고 눈이 띠용해서 다음엔 이것
만 독자적인 수행평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
다.
영준이는 웹캠, 완수는 믹스커피, 현제는 보드마카,
예지는 달력, 격리중인 영하는 집에 있는 이불을 관
찰했다.
- 관찰한 사물: 웹캠
관찰기록
하얀 바닥 위, 하얀 책상 위, 검은 키보드 위, 검은 모
니터 위, 그 위에 날 내려다보는 또 다른 검은 눈. 검
은 눈은 내가 이번 주부터 보지 못한 얼굴들을 보
여 주는구나. 나의 갈색 눈은 공간을 뛰어넘지 못하
지만 너의 눈은 대단하구나. 나의 갈색 눈을 보조해
주는 검은 눈. 컴퓨터실 서랍에 묵묵히 있다. 검은
눈이 날 쳐다보는 건지 갈색 눈으로 내가 널 보는
건지 아니면 둘 다겠지. 어른이 하는 말에 눈을 마
주치면 혼나지만, 또 친구들 말에 눈을 안 마주치면
관계가 멀어지지만 검은 눈은 내가 자도 내가 집중
해서 쳐다봐도 묵묵히 나의 모습과 다른 공간을 비
추기만 할 뿐. 아니면 너의 이름이 검은 눈이 아니
라 백설 공주에 나오는 마녀의 거울이려나?
-사물의 비유: 마법의 눈
관찰한 사물: 탁상 달력
관찰기록: 지금 내 앞에 있는 달력은 나의 손바닥
두 개를 크기이다. 배경은 흰색이고 왼쪽 위에는
2022. March 03이라고 쓰여 있다. 이 달력은 서
점에서 받은 달력이다. 밑에는 나의 일정과 요일, 날
점에서 받은 달력이다. 밑에는 나의 일정과 요일, 날
짜가 빼곡히 적혀있다. 하지만 매 달마다 빼곡한
건 아니다. 1월 잠깐 열심히 쓰다가 그 이후로는 정
말 중요할 때만 쓴다.
달력 뒤에는 월별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서점에서
받은 달력이라 그런지 그림은 책을 소개하는 그림
이다. 1월의 그림은 문이 그려져 있고 책 제목은 [문
을 열어]이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자는 느낌으로 일
부러 책 제목이 [문을 열어]인 책을 선정한 걸까?
2022년, 1월 1일은 한 해의 시작이자 2022년 달
력과 친구를 맺은 날이다. 그 이후 내 방 책상 위에
서 하루하루를 보내왔고, 지금도, 또 남은 2022년
까지 12월 31일까지도 내 책상에 그대로 있을 예
정이다.
달력은 나의 일 년을 아니지 초 단위로 방 안에 있
는 나를 관찰한다. 내가 방 안에서 웃을 때, 아플
때, 울을 때. 정말 많은 순간을 같이 보낸다. 또 나
의 하루의 일정을 잊지 말라고 당부까지 해준다. 달
력은 나의 하루하루를 신경써주지만 나는 너를 필
요할 때만 쓴다. 그러고는 '내년 달력에는 정말 이쁘
게 꾸며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글씨를 휘날리며 쓴
다.
달력은 1년이라는 제한 기간이 있다. 영원한 게 아
니라서 그런지 처음에는 예쁘게 꾸며주다가 나중에
는 막 쓰게 된다. 뭔가 나와 가까운 사람들한테 내
가 대하는 행동과 같다. 가깝고 소중한 사람일수록
더 많이 조심하고 배려해야 하는데 항상 가깝다는
이유로 편하다는 이유로 말을 뾰족하게 하는 것. 지
금 내 옆에 있는 사람도 영원한 게 아닐 텐데 말이
다.
나는 2022년 달력을 벌써 2번이나 넘겼다. 앞으로
9번만 더 넘기면 지금 내 앞에 있는 달력이랑은 영
원한 게 아니게 된다. 즉 헤어져야 한다. 넌 남은 날
까지 여전히 지금처럼 묵묵히 나를 도와주겠지.
비유적 표현: 달력은 배터리
패들렛에 각자의 글을 올리고 친구의 글에서 가장
인상깊은 표현을 골라 그 이유를 댓글로 적게 했
다. 친구들의 글을 읽는 소감을 물었더니 다들 너
무 잘 써 놀랍다고 했다.
활동 소감을 물었다. 아이들이 이 활동을 엄청 재밌
어하는 것이 느껴졌다.
자세히 관찰하니 뭔가 감정이입이 되는 거 같고,
살아있진 않지만 그 물체의 인생이 보이는 거 같
다. 내가 진짜 시인이 된 느낌이다.
- 멍때리는 거 제외하고는 사물을 오랫동안 관찰한
건 처음인데 사물 하나를 자세히 관찰하고 글을 써
보니 재밌었고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느낌이었다.
- 어떻게 써야 할지 망설였지만 막상 쓰니까 잘 써
졌다.
-사물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2. 가만히 들여다 본다.
[1] 사물을 정하고 2) 그것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아주아주 자세히 관찰하고 (7종 이상) 3) 사물을 은
유적으로 표현한다.
예시) 관찰한 사물: 연필
잠자코 있다. '내가 할 일은 없나?'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마음속으로 말한다.
'시를 쓸 때, 일기를 쓸 때, 시작이 어려울 때는 네가 필요해. 그러니 기다리렴
연필은 의젓하게 책상에 엎드려 있다. 푸른 개 같다.
연필은 자기 생애를 갖는다. 키가 점점 줄어든다. 부러지고 늙는다. 잘 산 연필은 '몽당연필'이란 최
후를 맞지만 이는 귀하고도 드물다. 연필들은 중간에 자주 사라지고 (도대체 어디로?) 다른 이의 손
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나는 '몽당연필'을 두고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새끼손가락만큼 작아지기까지 이 연필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종이 위에서 걷고 달렸을까. 누군가
의 손아귀에서 스케이트를 타듯 종이 위를 긁적이던 숱한 밤, 그리고 낮이 필요했으리라. 그 시간을
충분히 보낸 연필들만 '몽달'이라는 작위를 받을 수 있다. '몽달'이란 누군가의 품이 들고, 시간이 깃
든 후에 붙여지는 말이다."
→ 연필은 시인의 목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