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06 부활5주간 목 – 물이 깊고 넓은 곳으로 가듯 생명도 그래야 한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9.11).
1791년 12월 8일, 목에 칼을 맞은 윤지충과 권상연의 피가 전주천을 흐르다 서해로 들었다.[1]
1793년 1월 28일, 매를 맞다 얼어 죽은 원시장의 피가 홍성천을 흐르다 서해로 들었다.[2]
1798년 7월 24일, 매를 맞다 짓밟혀 죽은 이도기 바오로의 피가 정산 읍내천을 흐르다 서해로 들었다.[3]
1801년 4월 10일, 목에 칼을 맞은 이존창의 피가 공주 제민천을 흐르다 서해로 들었다.[4]
1801년 8월 25일, 목에 칼을 맞은 김정득의 피가 대흥 내천을, 김광옥의 피가 예산천을 흐르다 서해로 들었다.[5]
1846년 9월 16일, 목에 칼을 맞은 김대건의 피가 한강을 흐르다 서해로 들었다.[6]
순교자의 피는 물과 섞여 내와 강을 흐르다 깊고 넓은 바다를 이룬다.
그렇다.
기쁘고 충만한 삶, 영원한 생명은
우여곡절을 겪다가
한없이 깊고 넓은 주님의 사랑으로
그리스도의 생명에 이를 때 완성된다.[7-11]
[1] 전주천 : 발원지는 전북 임실군 관촌면 상월리 산 92번지 일원 박뫼산 슬치. 최초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가 참수되어 솟구친 피가 전주 풍납문 앞을 지나는 전주천으로 스며들어 만경강을 흐르다 새만금으로 가 서해를 이룬다.
[2] 홍성천 : 발원지는 홍성읍 옥암리 산 84-3, 50번지 일원 남산 정상. 내포 첫 순교자 복자 원시장 베드로가 홍주옥에서 매를 맞으며 흘린 피가 홍성천으로 스며들어 황일과 시몬이 순교한 홍성읍내 월계천과 합류하여 삽교천을 흐르다 아산만으로 가 서해를 이룬다.
[3] 정산 읍내천 : 발원지는 청양 칠갑산. 정산옥에서 매를 맞아 짓밟혀 죽으며 흘린 복자 이도기 바오로의 피가 정산 읍내천으로 스며들어 치성천(정산면 송학리 산 34-1 일원 솔티에서 발원)과 합류하여 금강을 흐르다 서해를 이룬다.
[4] 공주 제민천 : 발원지는 공주시 금학동 산 57번지 일원 지막곡산 정상. 공주 황새바위에서 참수되어 솟은 ‘하느님의 종’ 이존창 루도비코의 피가 제민천을 거쳐 금강으로 흘러들어 서해를 이룬다.
[5] 대흥 내천변(예당호에 수몰된 예산군 대흥면 동서리 380-1 일원 수로가)에서 참수되어 솟구친 복자 김정득 베드로의 피가 무한천을 흐르다가 같은 날 예산천(예산읍 발연리 산 20번지 일원 관모산에서 발원)을 끼고 있는 예산상설시장(국밥거리) 소전에서 참수되어 솟구친 복자 김광옥 안드레아의 피와 무한천에서 만나 흐르다 여사울 성지 앞에서 삽교천과 합류하여 아산만을 지나 서해를 이룬다.
[6] 순교 전날인 1801년 8월 24일 예산 무한산성 아래 갈림길에서 “내일 정오, 천국에서 다시 만나세!”라는 복자 김정득과 복자 김광옥의 이승 작별인사에서 새길 수 있듯이, 또 1846년 9월 16일 한강변 새남터에서 “나의 마지막 시간이 다다랐으니 잘 들으시오. 내가 외국인과 연락한 것은 나의 종교를 위해서이고 나의 천주를 위해서입니다. 이제 내가 죽는 것은 그분을 위해서 입니다. 나를 위해 영원한 생명이 바야흐로 시작되려 합니다. 여러분도 사후에 행복하려면 천주를 믿으시오.”라는 성 김대건 신부님의 순교 직전에 하신 최후 말씀으로 되새길 수 있듯이 순교성지들은 그리스도의 생명, 곧 완전하고 충만한 영원한 생명이 시작되는 장소다. 그래서 순교성지에서는 그리스도의 생명, 사람이 바라는 궁극적인 삶에 대한 메시지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7] “35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36 그러나 내가 이미 말한 대로, 너희는 나를 보고도 나를 믿지 않는다. 37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시는 사람은 모두 나에게 올 것이고, 나에게 오는 사람을 나는 물리치지 않을 것이다. 38 나는 내 뜻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39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그분께서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다. 40 내 아버지의 뜻은 또,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다시 살릴 것이다.”(요한 6,35-40).
[8] “23 저는 그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는 제 안에 계십니다. 이는 그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시고, 또 저를 사랑하셨듯이 그들도 사랑하셨다는 것을 세상이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 24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들도 제가 있는 곳에 저와 함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세상 창조 이전부터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시어 저에게 주신 영광을 그들도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25 의로우신 아버지, 세상은 아버지를 알지 못하였지만 저는 아버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도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6 저는 그들에게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 주었고 앞으로도 알려 주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신 그 사랑이 그들 안에 있고 저도 그들 안에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23-26).
[9] “28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 그리하여 그들은 영원토록 멸망하지 않을 것이고, 또 아무도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다. 29 그들을 나에게 주신 내 아버지께서는 누구보다도 위대하시어, 아무도 그들을 내 아버지의 손에서 빼앗아 갈 수 없다.”(요한 10,28-29).
[10] “이와 같이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마태 18,14).
[11] “이제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제가 세상에 있으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들이 속으로 [영원한 생명에 대한] 저의 기쁨을 충만히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