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참 잘간다.
10월의 마지막 날 무렵...책이 한권 배달 되었다.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였다.
작고 앙증맞고 깨끗한 표지가 내 맘을 설레게 했다.
결국 다른 책 리뷰도 못한 것들 다 제치고, 따로 사놓은 책들 제치고, 독파했다.
책을 맘편히 읽을 시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은 충동을 팍팍 들게 만드는...
주인공 신지는 축구 선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아 늘 우울해 있다.
실력이 되지 않으면, 근성과 끈기, 깡으로 해결하라는 여타의 일본 풍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시작이었다.
축구로 똘똘뭉친 가족들 분위기와 축구천재 기질을 가진 형 아래에서 형을 모델로 열심히 사는 신지지만, 자신의 재능이 없음에 매번 좌절하다가 친구인 "렌"에 의해 육상부에 들게 되고 육상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의 1권이다.
천재인 형이나 렌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과 마음 상태를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일식 요리 처럼 깔끔하게 흘러가는 문체또한 사실적이다.
담백하니 다음 권이 궁금해 지곤하는 책이다.
현재, 내 꿈을 향해 달리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신지의 모습과 오버랩하면서 ...
내 스스로에게 미안해 진다. 이핑계저핑계로 도망가고 있는 나...
별로 멋져 보이지 않는다. 나 자신이...
책 속에 신지는 자신의 꿈이 "빨리 달리는 것"이라 했고, 그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인생이란 것은 결국 만남이야, 봐라, 얼마나 재미있냐, 너랑 나랑도 그렇게 만났으니까 이렇게 뭔가가 일어나고 있잖아." - 93쪽
미와 선생이 신지와 축구화 매장에서 만나서 한 대화중에서 미와 선생이 신지에게 했던 말이다. 사실 미와선생이 나에게 한 이야기 같은 느낌이 팍 들어서 볼펜을 찾으러 뛰어갔다왔다.
왜 숙소를 나가버렸을까? 몸 상태가 좋지 않고 훈련은 무지하게 가혹하고 혼고한테 집중적으로 당하고 먹고 싶지도 않은 밥을 억지로 먹어야 하고... 하지만 그게 도망칠 만한 일일까? 그렇게 싫을까? 도저히 못 견딜 정도였을까? 힘든 거야 다 마찬가지잖아. 물론 나는 렌보다 체력이 있으니까 렌처럼 힘겹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도망치는 것이 싫다. 괴로우면 괴로울수록, 힘들면 힘들수록, 장애물이 크면 클 수록 결코 도망치고 싶지 않다. - 147쪽
나는 현재 내 일에서 도망치고 있다. 한 없이... 그런 내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신지에게 많이 많이 부끄러워진다. 현재 내게서 부족한 것은 열정인듯 하다. 관심과 열정...넘칠 정도로 있었는데,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것인지... 다른 것에 핑계를 대면서 도망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지의 이야기가 렌에게 하는 말이 아닌 나에게 하는 외침으로 들렸다.
"네 놈이 달리는 걸 계속 보고 싶어서야. 단거리 뛰는 놈들의 꿈이야. 너의 달리는 모습은 한번이라도 좋으니 너처럼 달려보고 싶다. 그런 꿈을 꾼단 말이야."
"하느님이 주신 걸 함부로 꾸겨버리지 말라고!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런 걸 전혀 받지 못한 놈들 생각도 좀 해달라고!" - 154쪽
열심히 노력해도 결과가 잘 나오지 않고 힘들게 해놓은 것이 남과 비교하면 어설퍼보이는 내모습과 오버랩되었다. 늘 잘하는 아이는 어떻게 해도 너무 잘한다. 신께 받은 능력이지...나는 정말 힘들게 노력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열심히 하지 않고 하기 싫다고 투정부리면 정말 화가난다. 나는 정말 하고 싶어도 실력 딸리다고 다른 거 하라고 튕겼는데 말이다. 정말 그런 녀석을 보면 한대 패고 싶어진다.
렌은 복귀한뒤 성실하게 훈련했다. 녀석이 고분고분 성실하게 훈련하자 정말로 팀 전체가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다. 에이스라는 것은 그런 존재이다. - 187쪽
대게 나는 '큰일났다.' 생각하며 스타트 라인에 서고, '아차!'하며 출발하며, '더 빨리 달리 수 있었는데'하고 후회하면서 골인한다. -203쪽
내 이야기 같아서 팍팍 와닿는다. 정말 큰일났다-아차-더 잘할 수 있는데 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
열심히 노력하는 내 주변의 에이스들과 나의 극도로 비교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인생은 이어달리기와 같은 것 같다.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하는 길 밖에는 없음에도 자꾸만 게으름이 고개를 들고 그 게으름을 다스려 하는 과정의 되풀이...
이책은 내 마음 속을 훑고 지나가는 듯했다. 지금의 내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신지와 렌의 모습으로 다가와준 것 같다.
우쌰. 힘내서 열정으로 다시 시작해야 겠다.
-----------------------------------------------------------------2007.11.02
너무 보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충동에 오늘 서점에 뛰어갔었다. 흠... 신간이라서...
대구에...홈플러스 내의 제법 큰 서점인데도 가져다 놓지 않았다.
결국 교보에 신청을 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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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꼭 보고싶은 책이군요
올가을에도 책은 내손 안에서,머릿속에서 바람처럼 사라진 시간이 더 많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