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우짜겠노? 내 성격이 이런 거로. -
권다품(영철)
높은 학교 졸업장을 가진 사람 중에 참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 배움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사람이 실수하는 말을 바로 잡아주려는 사람도 있다.
중간 중간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영어나 한자성어를 섞어쓰며 배움을 과시하고파 하는 사람도 있다.
과시에는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심리가 깔렸겠다.
나는 졸업장이 아무리 높아도 사람 됨됨이가가 안 된 사람에게는 나는 마음이 가지 않는다.
심지어 졸업장으로 사람의 수준을 판단하는 인간도 있다.
나는 그런 인간은 참 싫어한다.
졸업장은 있겠지만, 배움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도 "배운 사람은 자신을 낮출 줄도 안다."는 말을 쟈웠다.
"배운 사람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품고 배려해 줄 줄 안다."는 말도 배웠다.
과시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배움은 일부러 티를 내지 않아도 은연중에 빛이 난다."는 말을 모르나 보다.
혹시, 밥상머리에서 '말을 해야 배웠는지 못 배웠는지 표가 날 것 아이가. 요새 세상은 가만히 있으마 빙시인 줄 알고 무시당하는 기라.' 이런 말을 듣고 자란 사람일까?
요즘 세상에는 '졸업장을 위해 들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좋은 직장을 위해서, 돈벌이를 위해서, 결혼을 위해서 졸업장을 땄을 것 같은 사람들도 더러 보인다.
"어이, 아까운 돈들여서 졸업장 땄는데, 자랑을 해야 돈이 안 아까울 거 아이가" 하는 농담을 하는 사람도 있긴 있었다.
아무리 좋은 직장을 다니고, 아무리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고, 졸업장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런 사람을 무시한다.
우선 정도 안 가고 재수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지 그런 사람을 가까이 두면, 언젠가는 손해를 보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나도 어리고 철없을 때는 그랬건 것 같다.
나이가 들고, 또, 직업이 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보니, 책을 통해서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더러 있었다.
'참 많이 무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 부끄러움들은 지금도 내 말이나 행동을 조심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가능하면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으려는 쪽이다.
"리더"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중에는 이 "리더"라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리더는 자기 스스로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 만들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학벌이 높고, 돈이 많아도, 인품이 따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리더를 맡기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또, 다른 사람의 말을 논리로 따지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결코 그 사람을 똑똑하다고 생각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모임의 분위기만 피곤하게 할 것 같다.
또, 모임에서 정치 얘기를 해서, 자신의 똑똑함을 자랑하려는 사람도 그 모임의 분위기를 피곤하게 하고, 사람들이 모임에 빠지고 싶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지지하는 정당이 같다고 "나랑 생각이 같네." 하면서 패거리를 지어서 정치 토론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런 꼬장 꼬장한 사람들은 언제, 무슨 말 때문에, 어떻게 폭팔할지 조심스럽고, 여유가 느껴지지 않아서 싫다.
자신을 낮출 줄 알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에게서는 인품이 느껴져서 좋다.
사람 냄새가 나서 같이 차라도 한 잔 하고 싶다.
조금 배웠다고 수준있는 노래라며 부르는 그런 노래보다는, 으쌰 으쌰 같이 춤출 수 있는, 우리 클 때 부르던 그 노래가 나는 더 좋다.
나는 친구들 만나서, 도란 도란 재밌는 이야기 하면서 같이 웃는 것이 좋고, 또, 누군가가 시부적한 소리 하면 어릴 때처럼 맑게 같이 웃는 것도 참 좋다.
또, 여자 친구들이 같이 모이는 모임에서는 마이크 같이 잡고 노래 부르고, 그 노래 따라 엉덩이춤 출 줄 아는친구들에게서 순수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술 한 잔 마신 김에 "가시나야 머슴아야" 라는 정겨운 호칭을 누를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고, 능글맞은 농담을 하면 더 찐하게 받을 줄 아는 가시나 친구들로 좋고 ....
똑똑한 척 정치 얘기하고, 잘난 척 과시하고, 다른 사람 무시하고 험담하는 사람들보다는 이런 친구들에게서 사람냄새가 나서 참 좋다.
어이, 우리도 인자, 그런 사람이 잘나고 똑똑한 사람 아이다 카는 거 다 안다 아이가?
차마 말을 못하고 참고 있어서 그렇지, 솔직히 그런 사람들이 모임 분위기 깬다카는 거는 안다 아이가 와?
어이, 우리는 촌놈 아이가?
정겨운 사람들이 살던 그 산 밑 촌에서 크다 보이끼네 그런지는 몰라도, 무엇보다 정있는 사람이 좋더라꼬.
내 정서가 요래 돼뿌고, 인자 내 성격이 돼뿐 거로 우짜겠노?
마 요래 살라꼬.
2024년 12월 24일 오전 11시 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