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절 승만 부인의 십수 삼원과 보의 부인의 문답
1 부처님이 외로운 이 돕는 절에 계실 때다. 바사닉왕과 왕비 말리 부인은, 부처님을 믿고 법을 들은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고, 그 딸 승만은 벌써 그 전에 아유사국으로 시집가고 없었다. 그래서 왕과 말리 부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딸 승만은 총명하고 민첩한 아이라. 모든 것을 잘 깨달으니, 만일 부처님을 뵙기만 하면 얼른 깨달을 것이다. 그러므로 편지를 보내어 그런 뜻을 알리는 것이 좋겠다.' 하고, 곧 부처님의 무량하신 공덕을 약간 적어, 내인에게 가지고 가게 하였다. 승만은 편지를 받고 희유한 생각을 내어, 부처님에게 나아가 찬탄하고 예배하니, 부처님은 곧 대중 중에 나타나 승만에게 수기를 주었다.
"네가 여래의 진실한 공덕을 찬탄하니, 너는 이 선근으로 말미암아 무량한 겁에서 하늘과 사람 중에 자재한 왕이 되며, 어디든지 나는 곳마다 항상 나를 만나 찬탄하기를 지금과 다름이 없이 할 것이다. 그리고 무량하신 부처님께 공양하며, 이만 아승지 겁을 지낸 후에 성불하면, 이름을 보광여래라 할 것이다."
승만은 이러한 수기를 받고, 공경히 일어서서 열 가지 대수를 맹세 하였다.
(1) "부처님이시여, 나는 오늘부터 깨칠 때까지, 받은 바 계행에 범할 마음을 내지 않겠습니다.
(2) "부처님이시여, 오늘부터 깨칠 때까지, 모든 존장에게 교만햐 마음을 내지 않겠습니다.
(3) "부처님이시여, 나는 오늘부터 깨칠 때까지, 모든 중생에게 진심瞋心을 내지 않겠습니다.
(4) "부처님이시여, 나는 오늘부터 깨칠 때까지, 남의 신색에나 그 밖의 모든 도구道具에도 질투하는 마음을 내지 않겠습니다.
(5) "부처님이시여, 나는 오늘부터 깨칠 때까지, 내 몸을 위하여 재물을 받거나 저축하지 않고, 받는 재물은 모두 가난하고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받겠습니다.
(6) "부처님이시여, 나는 오늘부터 깨칠 때까지, 안과 밖의 모든 법에 아끼는 마음을 내지 않겠습니다.
(7) "부처님이시여, 나는 오늘부터 깨칠 때까지, 내 몸을 위하여 사섭법을 행하지 않고 일체 중생을 위하여 애염이 없는 마음, 염족이 없는 마음, 걸림이 없는 마음으로 중생을 섭수하겠습니다.
(8) "부처님이시여, 나는 오늘부터 깨칠 때까지, 만일 고독하거나 구금이 되거나, 질병이 있거나 가지가지 액난에 고난을 받는 중생을 보면, 잠시도 버리지 않고 반드시 편안하게 하고 요익하게 하여, 여러 가지 고를 해탈하게 한 후에 버리겠습니다.
(9) "부처님이시여, 나는 오늘부터 깨칠 때까지, 짐승을 잡거나 기르거나, 모든 악율의와 모든 범계하는 자를 보면, 거저 버려두지 않고, 보는 족족 절복할 자는 절복하고, 섭수할 자는 섭수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절복과 섭수로써 부처님의 법을 오래 있게 하는 연고이며, 법이 오래 있으면 하늘과 사람의 수가 많아가지고 악도가 줄어져서, 능히 부처님이 굴리신 법륜에 같이 따라 구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익이 있음을 보았으므로 어쨌든지 그대로 버려두지 않겠습니다.
(10) "부처님이시여, 나는 오늘부터 깨칠 때까지, 정법을 섭수하여 잊어버리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법을 잊어버리는 자는 대승을 잊어버리는 것이요, 대승을 잊는 자는 바라밀을 잊는 것이요, 바라밀을 잊는 자는 대승을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이니, 보살이 대승에 결정이 없으면, 능히 정법을 섭수하지 못하고 즐거운 데로만 따라 들어가, 범부의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나는 이렇게 무량한 큰 허물을 보았으며, 또는 미래에 정법을 섭수 하는 보살들의 무량한 복리를 보았으므로 이 대수를 받나이다."
2 승만 부인은 부처님 앞에서 또 세 가지 큰 서원을 말했다.
(1) "나는 이 참다운 서원으로, 무량무변한 중생들을 안온하게 하겠으니, 이 선근으로써 일체 나는 곳마다 정법의 지혜를 얻겠습니다. 이것이 제일의 대원입니다.
(2) 나는 정법의 지혜를 얻은 뒤에는, 싫어하는 마음이 없이 중생을 위하여 설하겠습니다. 이것이 제이의 대원입니다.
(3) 나는 정법을 섭수하고, 또 신명과 재산을 바쳐서 정법을 두호하겠습니다. 이것이 제삼의 대원입니다."
3 부처님은 보의 부인에게 말씀하셨다.
"수행하는 보살은 마땅히 세 가지 진실한 말을 하고 거짓말을 말아야 한다. 세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 모든 부처님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둘째, 일체 중생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셋째, 자기 몸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수행하는 보살이 어떻게 하면 부처님과 중생과 자기를 속이지 않을까? 만일 수행하는 보살이 보리심을 발한 후에 다시 원을 발하여, 성문ㆍ아라한과를 증득하기를 즐기면, 그것은 곧 부처님과 중생과 자기를 속이는 것이다. 어떤 것이 속이지 않는 것인가? 수행하는 보살이 보리심을 발한 뒤에, 비록 가지가지 고뇌의 핍박을 받고, 사마ㆍ외도가 조롱하고 희욕하며, 말로 힘으로 또는 흉기로 못 견디게 하는 온갖 고초를 당할지라도, 보살은 놀라지도 않고 동하지도 않으며, 근심도 않고 뉘우치지도 않아, 견고한 마음으로 마음을 버리지 않고 삼계 중생을 제도하며, 무등ㆍ무상의 보리심에 귀의하여, 한 찰나 동안이라도 다른 법을 생각하지 않고, 항상 모든 부처님만 오로지 생각하며, 법륜을 굴리기 원하고, 중생을 섭수하여 큰 위력을 내고 큰 세력을 다투어 정진을 견고하게 하며, 남의 말을 따라가지 않으면 곧 부처님과 중생과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만일 이렇게 수행하는 보살이 있다면, 이는 곧 최대ㆍ무상의 '참말'이니라. 다시 네 가지 인연으로 보살은 부처님을 속이지 않나니 견고한 마음, 위력 있는 마음, 세력으로 게으르지 않고, 계행을 갖고 정진하는 것이다. 다시 네 가지 인연으로 일체 중생을 속이지 않나니, 수학하기에 견고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즐거움을 중생에게 주며, 슬퍼하는 마음으로 고통당하는 중생을 불쌍히 여기며, 중생을 섭수하는 것이다. 다시 네 가지 인연으로 자신을 속이지 않나니, 마음이 견곳하며, 마음이 더욱 견고하며, 아첨하고 미혹하는 마음이 없으며, 남을 속이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 수행하는 보살은, 우선 진실한 말에 들어가서, 보리심을 놓지 않고, 과거부터 닦아 오던 행과 원에서 요동이 없어야 한다."
4 그때에, 보의 부인은 사리불에게 말했다.
"사리불님, 존자는 능히 여인의 몸으로 중생을 위하여 법을 설하겠습니까?"
"나는 지금 남자의 몸도 오히려 싫어늘 하물며 여인의 몸이 겠는가?"
"존자는 그 몸을 싫어합니까?"
"나는 실로 이 몸이 싫다."
"그러나 수행하는 보살은 실로 일체 중생을 초월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문이 싫어하는 것을 보살은 싫어하지 않으며, 성문이 혐의하는 것을 보살은 혐의하지 않습니다. 성문은 오음ㆍ육입을 싫어하여 여의려 하는데 보살은 싫어하지 않으며, 성문은 몸을 싫어하여 여의려 하는데 보살은 싫어하지 않으며, 보살은 삼계를 섭취하기를 싫어하는데 보살은 싫어하지 않으며, 성문은 세간 생사를 싫어하는데 보살은 싫어하지 않으며, 성문은 유위 공덕을 싫어하는데 보살은 공덕 자량을 모아 싫어하지 않으며, 성문은 중생으로 더불어 연을 맺기를 싫어하는데 보살은 중생의 마음을 성숙시키기 위하여 연을 맺기를 싫어하지 않으며, 성문은 마을에 들어가기를 싫어하는데 보살은 국읍ㆍ마을ㆍ왕궁에 들어가기를 싫어하지 않으며, 성문은 자기의 번뇌도 싫어하는데 보살은 능히 중생을 섭수하여 번뇌를 싫어하지 아니하니, 성문이 혐의하고 싫어하고 여의려는 모든 행을, 보살은 모두 능히 섭수하여 싫어하는 것이 없습니다."
"이런 수행 보살들은 무슨 위력, 무슨 기세로 싫어하는 마음이 없는가?"
"수행하는 보살은 여덟 가지 위력이 상응하여 싫어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그 여덟 가지란? 모든 중생을 사랑하는 힘으로 번뇌가 없고, 슬퍼하는 힘으로 중생을 성숙시키고, 행ㆍ원ㆍ무작을 잘 닦는 것이요, 지혜의 힘으로 번뇌를 제하는 것이요, 선교한 방편의 힘으로 게으름이 없는 것이요, 공덕의 힘으로 물러가지 않는 것이요, 지혜의 힘으로 우치가 없어진 것이요, 정진의 힘으로 구족하게 들어가서 묵은 원력을 버리지 않는 것이니, 수행하는 보살은 이러한 행과 힘이 상응하므로 모두 싫어하는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