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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유자적 등산여행클럽 원문보기 글쓴이: 무념무상
유난히 더 붉은 지심도의 동백꽃. |
하늘 열리는 동백터널 끝이 일제강점기 전등소장일본원시
샛끝은 샛바람 길목이다. 습기 먹은 샛바람은 탁 트인 바다를 달리다 거침없이 파도를 일으킨다. 샛바람이 강하면 먼바다에 폭풍이 인다 했다. 샛바람이 오랜 세월 동안 깎아낸 해식 절벽은 장관이었다. 샛끝보다 더 마음이 붙들린 자리가 있다. 벌집구멍 닮은 바위 샛끝벌여다. 바다 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해국 군락지를 지나자마자 귀청이 아프다. 힘찬 파도가 절벽을 사정없이 때린다. 하얀 포말은 객을 덮쳐 온다. 세상 잡념이 놀라서 파도에 씻기겠다. 샛끝벌여 주변엔 키 작은 곰솔이 몇 그루 있다. 그 그늘 밑에선 시간도 쉬어갈 법하다.
비밀 화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같은 동백터널. |
■일제강점기 흔적들
샛끝엔 '그대 발길 돌리는 곳' 푯말이 서 있다. 탐방로 만들 때 더 갈 길이 없다 해서 붙였다. 그 자리에서 발길을 돌리면 일제강점기 서치라이트 보관소
동박새는 예민하다. 5m 전방에 사람이 나타나면 운다. 해서 일본군은 야간 순찰을 할 때 조롱에 동박새를 넣고 다녔다. 동백섬 귀조의 울음이 위험신호라, 어쩐지 애처롭다. 이처럼 예민한 동박새가 내달부터 본격적인 짝짓기에 돌입한다. 숲을 지날 때 들고 간 음악을 꺼두시길.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의 샛끝 전망대. |
활주로 쪽 동백터널로 들어가기 전 수령 300년의 곰솔에 이끌렸다. 서치라이트 보관
동백터널 끝이 활주로다. 도시락 까먹기 딱 좋은 곳이다. 일본군 경비행기가 이착륙했던 자리다. 이제는 해돋이
국방과학연구소 해양시험소 갈림길에서 포진지로 갔다. 캐넌포와 기관포를 장착했던 포 자리 4곳이 눈에 띈다. 옆 창고는 탄약고다. 탄약고 문틀을 꼼꼼히 보면 3중으로 처리됐다. 철틀과 철틀 사이에 납을 끼웠다. 외부 포격소리에도 큰 진동 없이 포탄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완충장치인 셈이다. 그 주변으로 아는 사람만 아는 사진 찍는 자리가 있다. 굵은 곰솔 두 그루 사이로 동백나무가 비집고 앉았다. 마치 훼방꾼 곰솔이 양쪽에서 말려도 동백이 끝끝내 꽃을 피우겠다는 모양새다. 사랑
■마끝, 그리고 생태섬
마끝 가기 전 일본식 건물간판
마끝은 남쪽 따뜻한 바람인 마파람이 닿는 자리다. 벼랑 위 수십 그루 곰솔이 한폭의 그림
마끝에 서면 바다 건너 저 멀리 촛대
마끝 앞바다엔 고래가 산다. 상괭이다. 몸집이 기껏(?) 1.5m 안팎이라 통칭 '꼬마 고래'다. 이날도 상괭이 여러 마리가 수면
장승포항으로 되돌아가는 배에서 멀어지는 지심도를 본다. 저 섬은 동백섬일까. 그랬다. 하지만 동백섬만으론 부족하다. 지심도는 하루쯤 묵어야 속살 드러내는 생태섬이다.
글·사진=임태섭 기자 tslim@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