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하고 싶습니다.41
良禽澤木 양금택목.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 둥지를 튼다.
무척이나 무더운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뙤약볕에서도 연실 땀을 흘리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시는 아낙네들의 호미질에 푸성귀 하나도 소홀히 대할 수 없는 마음입니다. 그분들을 응원하고 감사드립니다.
저도 어찌하다 보니까 농사지어야 할 땅들이 있습니다. 부지런하지 못해서 인지 자고나면 풀이 한 뼘씩 자라나 있습니다. 혹여나 마을 어르신들에게 게으르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새벽예배를 마치고는 밭으로, 두럭으로 달려갑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자라난 잡초들은 저의 기세를 꺾을 양 대단한 위세를 보입니다. 그렇다고 기죽을 제가 아닙니다. 예초기를 둘러메고 한바탕 씨름을 합니다. 제 몸 어딘가에 수도꼭지가 달려 있는 지 웬 땀을 그렇게 흘리는지 모릅니다. 한참을 일하고 있는데 예초기가 돌을 쳤는지 온몸에 파편이 튑니다. 얼마나 아픈지요. 금방 멍이 듭니다. 그래도 좋게 생각합니다. 요즘 무리를 해서인지 오십 견도 오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도 바쁘다는 핑계로 병원에 가지 못했는데 작은 돌멩이들이 어쩌면 나의 아픈 곳을 알고는 그곳을 맛사지해 주는지 고맙다고 말하는 나에게 아내가 눈을 흘기며 조심하라고 주의를 줍니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날씨는 점점 뜨거워집니다. 아침 햇살이 너무 강렬하게 저에게 비칩니다. 숨이 턱까지 이를 때 쯤 에 공연히 꾀가 납니다. 오늘은 그만할까? 아내를 쳐다보지만 아내의 온몸에서도 비 오 듯이 쏟아지는 땀을 보고서는 계속 예초기를 돌려 댑니다. 그러다가 그만 예초기가 시동이 꺼져 버립니다. 이리저리 살펴봐도 저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두럭을 내려와 잔디밭으로 갑니다. 잔디 깎는 기계를 가지고 이리저리 쫒아 다닙니다. 온몸은 땀으로 젖어 들었습니다. 이제 그만하고 싶지만 아내의 불호령이 무섭습니다. 무슨 농부가 그래요. 저기 할머니들 일하시는 것 안 보이세요. 이러는 통에 꾀를 낼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잔디를 깎다가 이번에는 나무뿌리에 기계가 걸렸는지 시동이 꺼지며 멈춰 섭니다. 어 이게 왜 이러지 하며 재시동을 걸어 보지만 꿈적도 하지 않습니다. 여보. 시동이 걸리지 않네 하며 눈치를 봅니다. 무슨 기계들마다 시동이 걸리지 않아요 하며 다가온 아내는 저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주며 집에 가자고 합니다.
할렐루야! 입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저의 마음을 아시기에 멀쩡하던 예초기와 잔디기계가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셨나 봅니다. 아니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ㅎ ㅎ ㅎ
기계들을 차에 싣고 공구상에 갔더니 오래된 기계들이라 부품을 구해 와야 하기에 며칠 걸린다는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천천히 고치셔도 됩니다 하며 말하는 내가 철이 없습니다. 아직 피서도 가지 못하고 여름 행사를 치르느라 고생했는데 며칠 말미를 얻은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오 마이 갓!
그게 끝이 아닙니다.
지나가시던 마을분이 아로니아 나무들을 보시고는 목사님 빨리 아로니아를 수확해야지 새들이 다 쪼아 먹으면 큰일 난다며 본인이 따주시기 시작합니다. 며칠 동안 아로니아를 수확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양에 놀랐습니다. 올해 예상하기는 200여kg 정도 될 줄 알고 있었는데 거의 600kg 넘게 수확한 겁니다. 그럼 좋은 일 아니냐고요.
물론 좋은 일입니다만 저의 집에는 저온 저장고가 없어서 오래 보관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많은 걸 다 먹을 수도 없고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립니다.
친구들아 도와줘!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슨 아로니아야.
도대체 들어 보기나 했을까 싶었던 저의 마음이었습니다.
5kg, 10kg 그렇게 조금씩 주문이 들어오더니 그 많은 아로니아를 1주일 만에 완판했습니다.
여기에는 백석 친구들, 백석으로 가신 친구들, 그리고 대신을 지키며 함께하는 친구들 모두가 힘을 모아 주셨습니다. 이 글을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친구들이여!
오랜만에 목돈을 챙겨 아내에게 넘겨줍니다.
남편 노릇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잠시 짬을 내어 총회의 소식을 듣기 위해서 안테나를 가동했습니다.
그런데 백석으로 간 친구들의 소식이 마음 아프게 합니다.
9월 총회 준비를 하면서 기존 백석 분들과 마음이 상한 듯 보입니다.
당초 통합 조건이 90%가 오면 명칭을 대신으로 쓰기로 하고 총대수도 5:5 동수로 하기로 했지만 50%가 채 가지 않았단 사실을 백석 측 분들이 모를 리 없기에 이번 총회는 헌법대로 8교회당 총대를 1명씩 하자는 백석측 의견과 지금 대신과의 소송도 있고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합류하기는 했으나 다시 대신으로 돌아가려는 분들이 계시기에 이번만큼은 5:5 동수로 하자는 이탈자들의 의견이 충돌을 벌였다고 합니다.
큰집을 찾아 나섰던 친구들이 안쓰럽습니다.
친구들아 당신들이 있어야 할 곳은 우리 대신이야.
청파동과 안양의 추억과 땀이 있는 우리 집. 대신.
나는 여기서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하 하 하
우리 대신총회는 9월 총회 준비가 은혜가운데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말입니다. 무더운 날씨가 막바지 기승을 부려도 오는 계절을 막지는 못하리라 믿습니다.
선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56년의 우리 총회위에 넘쳐 나시기를 간구하면서 평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홍천에서 농부 김영규가 씁니다.
첫댓글 하나님은 일한자에게는 상급이 없고 수고한 자에게 상급이 있습니다. 행함도 주권자로 행한 것은 상급이 없고 종이나 아들로 순종의 행위로 수고한자에게만 상급이 있습니다. 당신의 수고는 일함도 행함도 아닌 수고의 행함으로 인정 합니다.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수고를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