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 일상생활(취미) 23-17 증평 제1회 마라톤 대회
밤 12시 * 도 씨가 전화 왔다.
"나 일어났어 짝꿍"
"아 지금은 아니에요. 좀 더 자고 아침 7시에 갈게요"
"응 짝꿍"
새삼 처음 가는 마라톤 대회도 아닌데 * 도 씨는 설레는지 밤 12시에 전화를 했다.
다시 새벽 5시
"언제 와 짝꿍?"
" * 도 씨 아직 아니에요. 좀 더 자다가 6시 반에 일어나서 씻으면 돼요 7시까지 갈게요"
다온빌에 가는 동안 * 도 씨는 몇 차례의 전화를 더 했다.
마라톤 대회가 * 도 씨에게는 어린 시절의 소풍 같은가?
* 도 씨와 증평 마라톤대회 장소로 갔다.
벌써부터 나온 회원님들은 간식이며 대회 준비를 하며 바삐 움직인다.
이번 증평 제1회 마라톤 달리기는 증마회원이자 충북마라톤동호인연합회 회장이신 김기철 회원님이 주관하는 대회다. 그래서 증마 동호회 회원들이 심판과 여러 분야의 자원봉사를 자청했다.
대회의 구호는 "당신은 위대한 마라토너입니다" 속으로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자원봉사를 하는 회원들은 * 도 씨와 직원에게 간식거리를 권했다. * 도 씨는 달리기 전에 먹는 것이 싫다고 거절해서 직원도 먹지 않았다.
“ * 도 씨 왔어요. 복지사님도 왔네요”
“ * 도 왔나? 오늘 복지사님 잘 챙기래이”
“복지사님은 오늘 완주하겠나?”
“ * 도 씨 우리 중에 오늘 10km 뛰는 사람 별로 없어요. 실력을 보여줘요. 복지사님 잘 챙기고. 못 쫓아오면 버리고 혼자 달려봐요. 실력 한번 제대로 보여줘요”
잠시 생각했다. 7월 어느 날 *도 씨 따라서 증평마라톤 동호회 회식에 갔던 날. 어색함이 말할 수 없이 밀려온 날. 겉도는 것 같은 *도 씨와 함께 식사를 하며 ‘이렇게 지낼 수 없다’ 고 생각 한 날. 그날 이후 함께 달리기를 결심했는데 어느 순간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나를 본다.
‘이렇게 어색한 동호회원으로 지내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도 씨를 일마(일요일마라톤)로 이끌었고 이제 그런 어색함이 많이 없어진 *도 씨를 본다.
드디어 출발선에 섰다.
총성이 울리고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앞사람들은 멀어지고 뒷사람들은 따라오니 마음이 급했던 걸까? *도 씨와 직원은 평소 페이스보다 빨리 뛰기 시작했다. 아차 싶은 순간 다리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조금만 천천히 달려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면 좀 나아지겠지. 처음에는 호흡도 딸리고 다리도 살짝 아프겠지 했다. 1km를 지나는 표지판에서 다리가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 *도 씨는 신경이 쓰이는지 계속 직원을 쳐다본다. 좀 더 천천히 천천히 달렸다. 2km를 지나는 표지판에서 안 되겠다 싶었다.
“ *도 씨 저기 달리는 분 보이죠? 뒤판에 숫자 없이 글자만 쓰인 분. 그분 계속 따라 가요. *도 씨 길 알죠? 우리 여기서 계속 연습했잖아요. *도 씨 달려요. 나 걱정하지 말고”
“응. 짝꿍”
*도 씨가 사람들 사이에서 멀어졌다. 지금 달리는 트랙은 늘 증마 회원들이 달린 곳이기도 하고 코스마다 심판들이 배치되어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안심했다.
직원은 1시간 23분 걸려 10km를 달리거나 걷거나 해서 완주했다.
골인지점에 도착해서 *도 씨를 찾았다. 회원들이 *도 씨는 벌써 도착해서 간식부스에서 식사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간식부스에 가니 *도 씨는 증마 박종건 고문님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이고 복지사님 왔다”
“완주했어요?”
“얼마나 걸린 거야?”
“뭐 좀 먹어요. 배고플 텐데”
“다리는 괜찮아요?”
다들 *도 씨 페이스메이커로 참가한 복지사가 당사자보다 늦게 들어온 것을 알고 있다. 걱정한 대로 *도 씨보다 한참 늦었다.
“ *도는 한참 전에 들어왔어. 얼마나 빨리 달리는데”
“춘마(춘천마라톤)가 걱정이네요. 복지사님이 뛸 수 있으려나”
“ *도 씨 혼자 뛰어요”
직원이 함께 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도 씨는 증마 회원들과 있었다. 어쩌면 그것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의미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마라톤은 그저 구실일 뿐일 수 있다.
시상식이 있었다. *도 씨는 장애인부 2등을 기록해서 멋진 트로피를 받았다. 대회 준비 전 김기철 회원님이 전화를 주셔서 *도 씨가 장애인부로 참가하면 좋겠다고 했다. 전담 직원으로 고민스러웠다. 장애인부를 만들어 *도 씨를 시상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알고 있고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음에는 걸렸다. 다만 전화상이나 직접 찾아가 사회사업을 설명하고 정중히 거절하는 것보다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설명할 날이 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도 씨에게 설명했던 기억이 있다.
돌아오는 길
참가자에게 주는 이런저런 물품 속에 정성이 담긴 트로피를 보며 *도 씨는 와! 아! 뛸 땐 힘들었는데 하며 즐거워했다.
2023년 10월 15일 일요일 남궁인호
김기철 회원님이 어떤 뜻으로 하는지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도 씨에게 성적도 중요하지만 평범하게 어울려 사는 삶이 더 중요하지요 -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