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매체 "러시아·우크라 모두 거부해 무산"
백악관·크렘린궁, 뿔 났다..."틀린 보도" 일축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 허드슨 터널 프로젝트 현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는 모습. 뉴욕=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러시아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종전을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미국과 러시아 양측 모두 “완전히 틀린 내용”이라며 즉각 부인했다.
스위스 매체 노이에취리허차이퉁(NZZ)은 2일(현지시간)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1월 러시아를 비밀리에 방문해 종전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번스 국장이 우크라이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실은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알려졌다. NZZ는 독일 정계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번스 국장이 이때 우크라이나 방문을 전후로 러시아까지 찾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기사엔 “미국이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제안한 종전안엔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약 20%를 러시아에 내주는 조건도 포함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이 제안한 ‘영토의 20%’는 푸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눈독을 들였던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과 비슷한 면적이다. 전쟁이 더 길어지는 걸 막고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러한 조건을 내건 것으로 보인다고 NZZ는 전했다.
다만 매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나눌 수 없다는 이유에서, 러시아는 전쟁이 장기전이 될수록 유리하다는 판단에 응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NZZ는 “종전 협상이 불발되자 바이든 행정부가 에이브럼스 전차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백악관과 CIA는 NZZ의 보도 내용을 극구 부인했다. 숀 데이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대변인은 미국 매체 뉴스위크에 "전혀 정확하지 않다"며 CIA의 입장도 이와 같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황당하다는 반응은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해당 보도의 모든 내용이 장난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주 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도 외신에 “흥미롭지만 추측성 보도”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해당 보도는 이날 홈페이지에서 내려가 현재는 조회가 불가능하다. NZZ는 1780년 창간돼 취리히에 자리를 잡은 독일어 일간지로 스위스의 대표 신문사 중 하나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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