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어획량은 1950~2010년까지 60년 사이 일곱 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어획량 증가는 양식업의 급성장 덕분에 가능했다. 해상 조업을 통한 어획량은 1996년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세계적인 해양생물학자인 다니엘 폴리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는 8600만t으로 발표된 FAO의 1996년 어획량 수치가 실제보다 4000만t 이상 적게 발표된 것으로 추정한다. 북극권과 열대지방의 생계형 어업, 레저와 스포츠 활동으로 즐기는 고기잡이, 불법 어업 등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같은 사실에 근거해 1996년 이후 남획으로 인한 어획량 감소 폭이 FAO의 발표 수치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출신인 폴리 교수는 인간이 수자원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로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10월에는 350여명의 과학자들과 10년간의 수산업 관련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물을 모은 ‘해양어업의 세계지도(Global Atlas of Marine Fisheries)’를 출간하기도 했다. 폴리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전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수산업 소비 증가 속도도 빨라졌다. 이런 흐름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세계 각국이 어선 수를 늘리면서 수산물 확보 경쟁에 불이 붙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1990년대 이후 어획량 증가 속도가 둔화했고 1996년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하고 있다. 늘어나는 건 양식 생산뿐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어획량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조업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조업을 덜 해서 물고기들이 번식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으면 어획량은 앞으로도 절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어선 수를 늘린다고 조업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몇 나라뿐이다. 조업 횟수 조절은 환경 보호와 함께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양대 과제다.”
―중국 어선들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
“중국 수산업이 적절한 규제 없이 성장하면서 황해(우리나라 서해)와 동중국해, 남중국해가 남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근 바다의 수산 자원이 급격히 줄면서 중국 어선들은 이제 먼 바다로 나가 조업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중국 어선은 무려 93개국 해역에서 조업했다. 수산 자원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여서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국가 간 갈등도 증폭될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수산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이미 수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수온이 오르면서 물고기들은 시원한 물을 찾아 극지(북반구는 북극, 남반구는 남극)로 이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어종도 계속 바뀌고 있다. 앞으로 수십년 후면 기온 상승과 이로 인한 용존산소량 감소로 전체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한반도 근해에서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후반에 걸쳐 일어난 기후변화로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 멸치,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늘었다. 1960년대 1만t도 잡히지 않았던 고등어의 어획량은 지난해 13만1735t에 달한다. 반면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1981년 16만5837t이 잡혀 정점을 찍었지만 데워진 바다를 피해 북상하면서 지난해 어획량은 겨우 3t에 그쳤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이미 수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수온이 오르면서 물고기들은 시원한 물을 찾아 극지로 이동하고 있다.
다니엘 폴리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
―양식업의 급성장은 희망적인 뉴스 아닌가.
“양식업, 그중에서도 특히 바다 양식이 식량 안보에 도움이 되려면 김이나 미역 같은 해조류나 굴, 대합, 홍합 등 먹이 사슬에서 낮은 단계의 수산물을 집중 양식해야 한다. 연어나 다른 육식어류를 양식으로 키우면 오히려 식량 안보에 해가 될 수 있다. 보통 이런 어류들에는 정어리나 고등어처럼 상대적으로 가치가 덜 나가는 생선을 먹이로 주는데 모두 인간에게 훌륭한 식재료들이다. 물고기에게 밥으로 줄 것이 아니라 식탁에 올려야 한다는 말이다.”
비용 측면에서 양식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료다. 국내 양식어류 대부분은 작은 물고기나 냉동 어류를 갈아서 만든 ‘생사료’를 먹고 자란다. 하지만 어류나 생사료 사용은 어장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세계 양식산업 선진국들은 점차 어분(물고기 가루)과 밀가루, 식물성 단백질 등을 섞어 만든 배합사료 사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은 어떤 것들이 있나.
“수산 자원의 개체 수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해양 보호구역을 지정해 일정 기간 조업을 완전히 금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해양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트롤 어업은 금지해야 한다.”
트롤 어업은 전개판이 딸린 자루 모양의 그물을 배로 끌고 가면서 물속이나 바다 밑바닥의 고기를 쓸어담는 어업 방식이다. 상품가치가 있는 어종을 잡기 위해 그보다 훨씬 많은 해양생물을 죽이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일례로 새우를 잡기 위해 던진 그물에 80% 이상은 다른 생선이 잡히는데 그것들은 그냥 버려진다. 시장성이 없거나 보관할 창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어업에 중요한 기술은 무엇인가.
“많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다. GPS를 통해 어선의 위치와 조업 형태를 파악할 수 있어서 불법 조업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