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찬가(讚歌)
민 병 뢰
2016. 3. 5
90 찬가 (讚歌)
1 60대(1986-1995) 소생(蘇生)
이제 꿈의 90대에 입성하면서 멀리 유 청소년 그리고 장년기는 뛰어 넘더라도 30년 전(1986년)인 60세부터 10년 단위로 되돌아보기로 하였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정들인 서울 응암동 2층집을 떠나서 당시 유행에 뒤지지 않고 변두리인 남한산성에 가까운 가락동의 삼환 아파트에 옮기는 용기를 발휘하였다. 새 아파트 5층으로 앞산에서는 뻐꾸기의 노래 소리가 들리고 아카시아 향기가 향긋한 곳이었다. 그런 다음 해에 가족의 축하를 받으면서 환갑 이라는 잔치 상을 받았었다. 당시 누구나 부러워하던 나이였었다.
*1986.5.16 삼환아파트 이사 **1987.2.24 환갑 모임
일정 말기에 전국 각지에서 모여 같이 배움의 인연으로 인연을 맺은 경성사범학교의 동기들이 모여 동우회라는 이름으로 매주 마다 관악산 자락에서 모여 삼막사 행의 등산을 하였다. 부부 동반의 모범적인 모임으로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눈이 내리면 아이젠을 하고 산을 오르내렸다. 그런 시기에 나는 원고지에 글을 쓰는 모습을 보고 자식들이 컴퓨터를 마련해 주어 주야로 몰두하였다. 언제나 유행의 뒤만 따르던 내가 막차를 놓치지 않고 컴퓨터의 키를 두드리는 기적을 보였다. 그러면서 70대에 입문하였다.
*1988.1.6 동우회 관악산행 시작 **1993.12.29 컴퓨터 시작
2 70대(1996-2005) 변화(變化)
앞서 교회에 다니던 아내가 그토록 권유하여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내가 달력을 보고 70세 되던 해의 7월 7일에 은평구의 성결교회에 등록하여 그로부터 성경 책가방을 메고 아내와 같이 먼 길을 주일마다 빠지지 않고 나가는 교인으로 출발하였다. 그해에는 살기 어렵다는 70나이가 되어 7순 잔칫상을 받았다. 자식들도 자라서 사회적 지위도 뚜렷해지고 귀여운 손자 손녀들도 줄줄이 출생하고 우리는 해마다 가깝고 먼 세계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세월을 콧노래 부르면서 늘어진 팔자의 노인으로 지내게 되었다.
*1996.7.7 교회 등록 **1996.3.10 7순 모임
예상치 못한 수명에 정신이 번쩍 들어 무엇인가를 쓰고 싶다는 자각심으로 아내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인 황혼의 노래를 쓰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원고지가 아닌 컴퓨터로 적어 가는 즐거운 노래가 되었다. 수명은 예상도 못하고 집을 떠나 세계 여행하는 기분으로 여유 만만한 출발이 되었고 동시에 나에게는 컴퓨터가 가장 친근한 벗이 되었다, 국내외 여행이 취미이던 시기에 동남아를 시작으로 일본 유럽 중국 호주 미국으로 어렵게는 금강산과 이스라엘 성지순례의 길도 밟았다. 그리고는 모두 기행문을 남겼다.
*2003.1.1 황혼의 노래 시작 **2000.4.6 성지순례
3 80대(2006-2015) 평생(平生)
그러더니 평화롭게 어려움 없이 미수의 80 고지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운명적으로 벼슬을 모르고 오직 평생을 보통 사람으로 편안하게 살고 싶었었다. 가장 나에게 어울리는 존칭이 선생이었고 최고라면 거기에 님 자가 하나 붙었었다. 평화로운 삶에는 변화도 없었지만 나이가 예상치 못한 노령으로 접어들면서 드디어 고혈압 약 부터 먹게 되더니 나아가서는 놀랍게도 전립선 암으로 처음으로 입원을 하고 수술까지도 받더니 중증환자로 지정까지 받는 암환자가 되었다. 지금 갖고 있는 가장 신경이 쓰이는 병이다.
*2006.3.29 혈압약 복용시작 **2013.9.30 전립선암으로 입원수술
그 무렵에는 자식들도 초로의 나이지만 건강하고 손자 여덟까지 뒤따라오니 우리는 자의로 타의로 죽음에 대한 준비에 들어가기에 이르렀다. 구시대의 관습에 따라 하나는 영정사진이고 남은 하나는 수의였다. 어색하지만 자손들에게 조금이라도 수고를 덜어주자는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장수의 기쁨은 이어지고 있었으니 20 초기에 일면식도 없던 촌색시인 아내와 결혼하여 고락을 같이하여 60년을 맞이하는 회혼이라는 경사로 기쁨을 나누게 되었으니 그때의 4대에 걸친 가족사진은 나의 가보로 보는 물건이 되었다
*2006.9.21 수의 준비**2009.12.12 회혼 모임
4 90대(2016 ~ 현재) 찬가(讚歌)
그래서 그로부터의 세월은 황혼의 노래를 즐기면서 놀랍게도 또다시 10년이라는 세월이 조용히 흘렀다. 아무리 그렇다 하여도 90이란 나이는 하나의 공중에 떠 있는 내손에 잡아보기는 힘겨운 숫자일 뿐이라는 생각이었는데 드디어 그 고지에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분명히 꿈이 아닌 현실로 실현을 보았다. 그래서 무심결에 두 손을 번쩍 들어 만세를 힘차게 불러 보았다. 어렵게 도착한 정상인데 힘겹게 도착한 결승선인데 그렇다고 찬가를 불러도 되는 것인지? 그래도 분명 90 고지에 도달한 자신을 확인하게 되었다.
*2016.1.1 90세 등정 **2016.3.5 90 생일 모임
*** 소원은 건강제일
오래 사는 장수가 인간의 꿈이던 시절이 한동안 이어져 왔었다. 오래 사는 장수를 가장 바라는 목적으로 부러움을 주었었다. 집안에는 수복이라는 글귀의 귀중한 물건들이 있었다. 장롱에도 밥그릇에도 수저에도 있었다. 복 중에서도 오래 사는 수가 가장 으뜸이었다. 내가 여기까지 왔으니 자손들에게 간절히 당부의 말이 있다. 지금 나는 나름대로의 해석으로 출가한 가족까지도 한사람의 낙오도 없이 4대에 걸친 26명이라는 가족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내가 자랑하고 있는 건강 제일에 모두 따라와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가족 이야기
( 60세 이후 )
1986년(60세) : 가락동 삼환아파트 입주, 덕기 공학박사(연세대)
1987년(61세) : 강민 출생
1988년(62세) : 동우회 산행 시작, 경문 출생, 효 안산 이사
1989년(63세) : 처 환갑
1990년(64세) : 관기네와 제주여행
1991년(65세) : 안재경 이대대학원 졸업
1992년(66세) : 수필집 기쁜소리 전화소리 출간, 경희/경원/경현 출생, 덕기 울산대 정교수
1993년(67세) : 컴퓨터 시작
1994년(68세) : 유럽 여행
1995년(69세) : 효 태양잉크 이사 선임
1996년(70세) : 은평성결교회 등록
1997년(71세) : 처 은평성결교회 권사 취임, 경현 미술 대상(빙그레)
1998년(72세) : 첫째 누이 별세(89세)
1999년(73세) : 금강산 관광, 효 미조캠 개업, 덕기 울산대 평생교수
2000년(74세) : 성지순례, 다음 가족카페 (경미 경화네 집) 시작
2001년(75세) : 처 컴퓨터 시작
2002년(76세) : 경기 한진 부장 승진
2003년(77세) : 황혼의 노래 기고
2004년(78세) : 신림푸르지오아파트 입주
2005년(79세) : 처의 신병으로 온기내외 반찬 공급 시작, 경미 연대대학원 입학
2006년(80세) : 수의 준비, 핸드폰 구입
2007년(81세) : 경기 백혈병, 온기 SM산업 취업, 경희 대일외고 입학
2008년(82세) : 경미/양성록 결혼, 경원 부산외고, 경현 서울외고 입학,
2009년(83세) : 회혼례, 경화 롯데카드 취업, 경문 입대, 주원 출생
2010년(84세) : 강민 삼성 취업, 경원 토익 985점 취득, 지원 출생,
2011년(85세) : 은혜/이준호 결혼, 경희 연대, 경원 중대, 경현 버클리대 입학
2012년(86세) : 덕기 후즈후 인명사전 등재, 미옥 석사, 중형 별세(90세), 제주여행
2013년(87세) : 첫 입원 및 수술, 관기 동부 미주법인장 부임, 경현 입대
2014년(88세) : 처 대상포진, 가족가톡(허허)시작, 경희 이대약대, 슬찬 출생
2015년(89세) : 경기네 이사, 경문 현대 취업, 슬아 출생
2016년(90세) : 구순 모임
구순정리.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