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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114
S#1. 김안로집 근처 길 (밤)
난정, 백치수를 놀란 표정으로 보고 섰다.
백치수 : 네 년이 어찌 변복을 하고 희락당대감 집에서 나오는 것이냐?!
난정E : (표정을 수습하며) 이놈이 내 꼬리를 밟은 겐가?
백치수 : 어찌 말을 못하는 것이냐?! 네 대체 무슨 요망한 짓거리를 꾸미는 것이더냐?!
난정 : (쏘아보며) 왜요? 그걸 알면 금부에 발고라도 하실 작정이오?
백치수 : 금부가 아니라 장대인에게 끌고 가는 편이 내게는 더 큰 이득이 될터이지.
난정 : (움찔) ...!
백치수 : 네 년이 찔리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로구나!
난정 : (노려보는데) ...!
백치수 : 허허! 안심하거라, 내 너를 장대인에게 끌고 가지는 않을게야.
난정 : (웃음을 흘리며) 잘 생각 하시었소. 만일 내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대려했다면
길상이의 칼이 백도주의 명줄을 끊었을 것이오.
백치수 : 뭐라?! (살기를 느끼고 뒤를 휙- 돌아보면)
길상 : (살기 띈 눈으로 백치수의 뒷통수에 칼을 겨누고 있다) ...
백치수 : 이거 장군멍군이로구먼!
난정 : 백도주가 오늘밤 나를 본 일을 잊어버린다면 장차 백도주한테 큰 이득이 돌아갈 것이요.
어떻소, 나와 거래를 하지 않겠소?
백치수 : 큰 이득이 되는 거래라? 좋다, 내 그리하지!
난정 : 허면 나중에 보십시다. (몸을 돌려 가는데)
백치수 : 난정아, 네 경빈과 장대인을 도모할 요량이더냐?
난정 : (돌아보며) 입에 자물통을 꽉 채우고 지켜만 보시오! (가버린다)
백치수, 뒤편을 돌아보면 길상, 이미 사라졌다.
백치수 : 암, 내 밑질게 하나도 없지! 하하.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길상 : (어둠속 일각에서 몸을 드러내며 백치수의 뒷모습을 노려보는) ...!
S#2. 김안로 사랑채 방 안 (밤)
김희와 효혜공주, 앞에 놓인 패물함(*난정이 놓고 간)을 보고 있다.
효혜공주 : 이 속에 대체 무엇이 들었을까요?
김희 : 부인, 난정이 말대로 따르는게 좋을 듯 싶소.
효혜공주 : 소첩은 불길한 생각이 드옵니다. 난정이한테 믿음이 가지 않사옵니다.
김희 :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요. 허나 부인, 아버님을 믿으십시다!
S#3. 갖바치 외경 (밤)
불 꺼진 방들이 정적에 싸여있다.
S#4. 동 갖바치 아랫방 안 (밤)
방백인과 당골네, 한이불을 덮고 누워 있다.
방백인,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고 당골네, 얕은 코까지 골며 깊이 잠들어 있다.
방백인E : 천기를 누설하였으니 이를 어찌 한다? 어찌?
당골네 : (벌떡 일어나 앉으며 버럭) 저기 쥐 봐라! 쥐!
방백인 : (화들짝 놀라 덩달아 몸을 일으키는데) 아, 아니 이 여편네가?!
당골네 : (잠꼬대를 한 듯 입맛을 다시며 다시 누워 잠드는) ...
방백인 : (당골네를 노려보며) 망할 놈의 여편네, 하마터면 간 떨어질 뻔했네!
방백인, 당골네가 척 올려놓은 다리를 휙- 밀치고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간다.
S#5. 동 갖바치 마당 (밤)
방백인, 방문을 열고 나와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데.
갖바치 : (평상 쪽에서 다가오며) 아우님,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신가?
방백인 : (흠짓하여) 그, 근심은 무슨요? 여편네 코고는 소리에 깬 게지요! 헌데 형님은 어찌 아직 안 주무시는 게요?
갖바치 : 역천을 꾀하려는 자들 때문에 하늘이 우신다네!
내 그 울음 소리가 너무 구슬퍼 잠을 이룰 수가 없구먼! 잠을 이룰 수가 없어.
방백인 : 예에, 하늘이 울다니요?
갖바치 : 아우님도 잘 들어보시게. (방안으로 들어간다)
방백인 : (갸웃하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데)
S#6. 밤하늘을 쪼개는 마른 번개 (INSERT)
E 찢어질 듯한 천둥소리가 이어지는.
S#7. 동 갖바치 마당 (밤)
방백인, 천둥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로 엉덩방아 찧는다.
방배인 : (겁먹은 표정) ...!
S#8. 난정모 방 안 (밤)
방 밖에서 번개 불빛이 번쩍대며 천둥 소리가 들려온다.
난정, 나무조각에 "乙亥 二月 二十五日, 名 山告, 字 天胤" 이라고 쓴다.
난정, 나무조각에 쓰인 글귀 들여다 보며 싸늘하게 웃는 귀기서린 얼굴에서.
S#9. 중궁전 마당 (낮)
윤원형과 김씨, 합문 안으로 들어와 중궁전 계단을 오르는 모습 위로. (*김씨의 손에 비단필이 들려있다)
엄상궁E : 중전마마, 윤승후관 내외분 들었사옵니다.
S#10. 동 중궁전 방 안
윤원형과 김씨, 윤비 앞에 큰 절을 올리고 앉는다. (*김씨 앞에 비단필이 없다)
윤원형,김씨 : 중전마마, 존체 강녕하시었사옵니까?
윤비 : (엄한) 오라버니 내외께서 어찌 입궐하신 겝니까?
윤원형 : (흠짓보는) 예에?
윤비 : 전하께오서 큰 오라버니를 귀양 보내고 작은 오라버니에게 형장을 치시고 과거에 응시할 자격을 박탈하도록 명하신 뜻이
무엇인지 모르신단 말씀이십니까?!
윤원형 : 하오나 시생은 시관을 매수한 바도 없거니와...
윤비 : 오라버니, 발명을 생각일랑은 마세요! 어찌되었든 전하께오서 오라버니께 죄를 물으시었다면
그것은 오라버니께서 외척으로서 처신을 잘못하신 까닭임을 어찌 깨닫지 못하시는 겝니까?!
윤원형 : (조아리며) 모두가 시생의 불찰이 옵니다.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김씨E : (보며)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이리 심기가 불편하신게지? 얼굴도 수척해지신 듯 하고?!
윤비 : 아시었으면 돌아가 은인자중 하시면서 자숙하고 계세요!
윤원형 : 예, 시생, 동궁전에 들어 세자저하의 탄일을 경하드리고 퇴궐하겠사옵니다.
윤비 : 뭐라? 세자의 탄일을 경하드린다 하시었습니까?
윤원형 : 예.. 내일이 세자저하의 탄일이 아니옵니까?
내일은 대궐이 번잡할 듯 싶어 오늘 동궁전에 들어 경하를 드리고자 하옵니다.
윤비 : 그리하도록 하세요!
윤원형 : 하오면 시생내외는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일어서는데)
윤비 : 오라버니, 난정이한테는 기별이 있습니까?
윤원형 : 불공을 떠나면 무소식이 희소식인 사람 아니옵니까?
지금 묘향산에서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을 일구월심으로 발원 드리고 있을 겝니다.
윤비 : (생각에 잠기는 표정) ...
윤원형과 김씨, 윤비를 보다가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S#11. 동 중궁전 복도
윤원형과 김씨, 방 밖으로 나온다.
윤원형 : (엄상궁에게) 마마님, 중전마마의 심기가 어찌 이리 불편하신 겝니까?
엄상궁 : 지난번 승후관 작은 안으서가 중궁전에 들어 묘향산 불공을 떠나는 하직 인사를 드린 연후부터
저리 역증을 자주 내시옵니다.
윤원형 : 그래요?
김씨 : 부디, 마마님들께서 중전마마를 잘 보필해 주시옵소서.
엄상궁,오상궁 : (조아리며) 그리하겠사옵니다..
윤원형 : 부인, 가십시다. (복도 쪽으로 가면)
오상궁 : (비단필을 내밀며) 맡겨두신 비단이옵니다.
김씨 : (비단필을 받고 윤원형 뒤를 따른다)
S#12.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뭔가 걱정되는 표정 위로.
윤비E : ..난정이가 참으로 도성으로 돌아와 있는 것인가?! 내 가슴이 어찌 이리 답답한 게지? 어찌?
S#13. 난정모 방 안
난정, 경대를 보며 화장을 하고 있다.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화장)
난정, 숯을 들고 뺨 위에 검은 점을 그려 넣는다.
난정,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며 쌩끗 웃는데.
길상E : (방 밖에서) 난정아, 나다.
난정 : (경대를 접으며) 들어와. 길상아.
길상 :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와 앉는) ...
난정 : 백도주는 어찌 되었니? 그 자가 장대인을 찾아가진 않은 게냐?
길상 : 어젯밤, 집으로 돌아간 연후엔 밤새껏 대문 밖 출입을 하지 않았다.
난정 : (끄덕이며) 그래..?
길상 : 백도주가 안성에 유기맞춤을 하러 도성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온게다.
난정 : 길상아, 이번 일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내가 도성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장대인이 알아서는 결코 아니돼!
만에 하나 백도주가 장대인에게 내 일을 발설하려 든다면...?
길상 : (가라앉은) ..내 손으로 백도주의 명줄을 따야겠지!
난정 : (길상의 손을 맞쥐며) 길상아, 지금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너 뿐이야! 내 너만 믿는다!
길상 : ...!
S#14. 동궁전 복도
윤원형과 김씨, 박상궁과 동궁전 내관이 서있는 방문 쪽으로 다가온다. (*김씨의 손에 비단필이 들려있다)
윤원형 : 마마님, 그간 무고하시었소?
박상궁 : (조아리며) 예, 승후관께오서도 무고하시었사옵니까?
윤원형 : 덕분에요. (김씨를 소개하며) 내 안사람이올시다.
박상궁 : (김씨에게 조아리며) 처음 뵙겠사옵니다, 박상궁이옵니다.
김씨 : (목례하는) ..
윤원형 : 세자저하께 고하여 주시지요.
박상궁 : 예. (방문 쪽에다) 세자저하, 윤승후관 내외분 드시었사옵니다.
세자E : (방안에서) 오, 어서 뫼시게.
S#15. 동 동궁전 방 안
세자와 세자빈, 앉아있는데 윤원형과 김씨, 방안으로 들어온다.
세자 : (반갑게) 어서오세요. 승후관.
윤원형,김씨 : (큰절을 올리고 서며) 세자저하, 탄일을 경하드리옵니다.
세자 : 고맙습니다. 자 이리 내려와 앉으세요.
윤원형 : 예. (김씨와 함께 세자 앞에 다가와 앉는다)
김씨 : (비단필을 바치며) 저하의 탄일을 경하드리는 하례물이옵니다.
세자 : (받으며) 고맙습니다. 승후관 안으서께서 희락당대감의 질녀라 들었습니다.
김씨 : 예, 저하. 소첩의 숙부가 되시옵니다.
세자 : (미소로 끄덕이며) 그래요, 잘 오시었습니다. (방문을 돌아보며) 박상궁, 다를 들이게!
박상궁E : 예.
(시간 경과)
세자와 세자빈, 윤원형과 김씨가 각기 찻 소반을 앞에 놓고 앉아있다.
세자 : 지난번 윤승후관께서 억울한 형장까지 맞으시었다는 말씀은 들었습니다.
윤원형 : 억울하다니요?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이 나라는 전하의 나라이오니
어명이 죄를 판가름하는 잣대라고 생각하옵니다! 전하께오서 시생에게 죄를 물으시었다면
시생 죄를 인정하고 뉘우칠 뿐 결코 억울하다고 생각지 않사옵니다!
세자 : 허나 임금에게도 허물이 있고 잘못된 판단이 있을 수 있는 게지요. 그러기에 경국대전 같은 법전도 있어야 하고
조정에 식견 높은 선비들이 출사를 해야하는 것이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윤원형 : (흠짓 보는) ...예에?!.. 아, 예에.. 그건 그렇습지요.
김씨E : (세자를 보는) 참으로 의젓하신 분이시로구나..
세자 : (세자빈을 보며) 빈궁, 내어 주시겠소?
세자빈 : 예, 저하.
세자빈, 한편으로 가서 비단보에 싸인 것(*벼루)를 가져와 연상 위에 올려 놓고 앉는다.
세자 : (세자빈에게) 고맙소. (윤원형을 보며) 내 승후관께서 동궁전에 드시면 드리려던 것입니다. (건네며) 받으세요.
윤원형 : (두손으로 받으며) 예에? 저하,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세자 : 벼루입니다.
윤원형 : 벼, 벼루요?
세자 : 아바마마께오서 승후관께 과거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명하시었다고 의기소침 하시어 공부에 게을리하시지 마세요.
언젠가는 아바마마께오서도 승후관을 용서하실 겝니다.
윤원형 : (감격한 듯 조아리며) 저하의 말씀 가슴 깊이 깊이 새기겠사옵니다.
세자 : (김씨를 보며) 내 승후관 안으서를 뵈오니 참으로 반듯하고 기품이 넘치시는 분이라는 걸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입궐 하시어 빈궁의 말동무라도 해주세요.
김씨 : 황감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세자빈 : 그리 해주세요. 중전마마의 올케가 되시니 이 사람에게도 시외숙모가 되시지 않습니까?
김씨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세자 : 내 희락당대감께는 마음의 빚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희락당대감께서도 조정으로 돌아오실 것이니 너무 심려마세요.
김씨 : 예.
윤원형E : 희락당대감이 조정으로 돌아온다?
세자 : 차가 식겠습니다. 드시지요.
윤원형 : 예!
윤원형E : (찻잔을 드는 얼굴 위로) 역시 세자께오서는 희락당대감을 철석같이 믿고 계시는구먼!
S#16. 김안로 유배지 초가 방 안
김안로, 앞에 김제학과 허항, 채무택이 앉아있다.
김안로 : 내일 세자저하의 탄일이 고비가 될 것이오이다!
김제학 : 고비라니요? 무슨?
김안로 : 세자저하의 탄일이 지나면 경빈을 따르는 조정의 무리들이
판부사대감과 이사람의 역모를 조작하여 손을 쓸 것이라 이 말씀이오이다!
채무택 : 예에? 그리 촉박하게요?!
허항 : 허어, 그리되면 꼼짝없이 앉아서 당할 수 밖에 없지 않사옵니까?!
김안로 : 당분간, 몸을 숨기고 은인자중 하면서 조정 돌아가는 추이를 지켜보도록 하세요.
김제학 : 그런다고 별 뾰족한 수가 생기겠사옵니까?
김안로 : 예, 어쩌면 경천동지 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요!
일동 : ...?!
S#17. 복성군 사가 외경
홍서방, 서있는 얼굴 위로.
복성군E : 공사다망하신 대감들께오서 내 집엔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S#18. 동 복성군 사가 안채 방 안
복성군을 중심으로 심정, 이유청(*), 장순손, 김극핍, 이항과 판서급 이상 대신들이 모여 앉아 있다.
심정 : 신들은 세자저하의 탄일 경하를 드리기에 앞서 복성군마마께 충성맹세를 드리고자 들었사옵니다.
복성군 : 충성맹세요?!
심정 : 나흘 뒤인 스무 여드렛날 신들은 세자를 임금으로 추대하려는 희락당과 판부사의 역모를 고변할 것이옵니다!
온조정이 똘똘 뭉쳐 주청 드린다면 세자는 폐위될 것이며 복성군께오서는 왕세자로 책봉되실 것이옵니다!
복성군 : 세자를 폐위하고 이사람을 왕세자로 옹립한다?
장순손 : 예, 신들은 복성군께오서 새로운 왕세자가 되시어 이 나라 대통을 이으실 때까지 신명을 다 바칠 것이옵니다!
복성군 : (짐짓 버럭) 허어, 어찌 대감들은 대역무도한 역심을 추호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단 말이오?!
일동 : (놀라) 예에?
심정 : (혼자만 담담하게 보는) ...
복성군 : 대감들께선 이사람을 반역도당의 수괴로 몰아 구렁텅이로 쳐넣으시려 하는 게요?!
김극핍 : 역심이라니요?! 당치도 않사옵니다! 신들은 이 나라 억조창생과 종사를 위해서는
강건한 군주께오서 대통을 이으시어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이항 : 지금의 세자저하께오서는 유약하시옵니다. 만약 유약하오신 세자저하께오서 대통을 이으신다면
이 나라 어진 백성들은 도탄에 빠지고 조선의 장래는 어두워질 것이 자명하옵니다.
장순손 : 지당한 말씀이옵니다! 또한 복성군께오서는 전하의 장자이시옵니다!
장자께오서 대통을 잇는 것이 어찌 반역이고 역심일 수 있겠사옵니까?! 신들은 복성군께 충성을 다 바칠 것이옵니다!
복성군 : (흡족한 미소) 내 대감들의 말씀을 믿어도 좋겠소?
일동 : 믿으시옵소서!
심정 : 온 조정이 복성군께오서 대통을 이으시기를 한 뜻으로 원하고 있사옵니다!
복성군 : 고맙소이다. 내 대통을 잇는다면 경들의 이름을 공신록에 올릴 것이오! 이 땅에 이씨의 나라가 이어지는 한
경들의 이름은 만고에 빛날것이며 또한 경들의 후손들은 부귀공명을 누리게 될 것이오!
일동 : (조아리며) 망극하옵니다!
복성군 : (임금의 위엄) 내 경들을 믿으리다!
S#19.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희빈과 이숙의, 홍숙의, 이숙원, 김숙원이 각기 찻소반을 놓고 앉아있다. (*창빈은 없다)
경빈 : (둘러보며) 이사람과 여러분들이 입궐하였던 것이 전하의 보령이 약관이시었을 때였을 게요.
지금 전하께오서 불혹을 훌쩍 넘기시었으니 그동안 참으로 장구한 세월을 함께 하였구려.
희빈E : (경빈을 보며) 이 여우가 또 무슨 말을 지껄이려는 게지?
경빈 : 우리가 앞으로 몇 년을 더 후궁을 지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차 세자저하께오서 보위를 이으신다면
우리는 출궁하여 정업원으로 들어가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되거나 눈을 감겨주는 사람도 없이 임종을 맞이하게 될 게요.
일동 : ...?!
희빈 : 그럴 리가요?! 우리가 생산한 왕자와 옹주들이 후사를 돌보아줄 테지요!
경빈 : 희빈, 모르는 소리를 하시려거든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으시오!
희빈 : 뭐요?!
희빈E : 이것이 아래 후궁들 앞에서 나를 망신을 주다니?!
경빈 : 세자저하께오서 보위를 이으신다면 희락당대감과 판부사대감이 조정으로 돌아올 것이 자명하지가 않겠소이까?!
희빈 : 그, 그렇겠지요..
경빈 : 희락당대감과 판부사대감을 내친 사람이 누구요?! 바로 여러분 아비들과 오라비들이 아니오?!
희빈 : 그것이 어찌 우리 아비와 오라비들 탓이란 말이오?! 희락당과 판부사가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게지요!
경빈 : 허나 지난 몇 년동안 전하께오서 희락당과 판부사를 불러들이는 것을 극구 반대한 신료들이 누구요?!
바로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가문 사람들이 아니오이까?!
일동 : (굳는) ...?!
경빈 : 희락당과 판부사가 세자저하를 등에 업고 권세를 쥔다면 우리들의 아비와 오라비들은 물론이고
필시 우리가 생산한 왕자와 옹주들까지 무사치는 못할 것이외다!
희빈 : (걱정되는) ..허면 어찌하면 좋겠소?
경빈 : 희락당과 판부사는 결코 조정으로 돌아와서는 아니될 것이오!
희빈 : 세자저하께오서 보위를 잇게 된다면 우리가 무슨 방도로 희락당과 판부사의 복귀를 막을 수가 있겠소?
경빈 : 이 사람이 듣기로 희락당과 판부사가 역모를 꾸민다고 들었소이다.
일동 : (웅성거리는) ..?!
희빈 : 역모요?! 역모라니요?!
경빈 : 우리 스스로는 물론이고 여러분의 가문과 여러분이 생산한 왕자와 옹주들을 위해서라도
이번엔 기필코 희락당과 판부사의 목을 쳐내는데 온 힘을 모아야 할 것이외다! 희빈, 그리해 주시겠소?!
희빈 : 암요, 내 한 발 앞장 서리다! (후궁들을 돌아보며) 여러분들도 나를 따라 주시겠소이까?!
일동 : (결연하게 조아리며) 예! 따르겠사옵니다!
경빈 : (흡족한 미소) ...!
S#20.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와 창빈이 찻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창빈 : 대비마마, 경빈이 후궁들과의 회합이 잦은 게 무슨 모의를 꾸미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이옵니다.
자순대비 : (벼르듯) 이 늙은이 눈에도 경빈이 무슨 짓거리를 획책하는지 훤하게 보입니다!
허나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는 한 그리는 아니될 게요! 아니되고 말구요!
창빈 : 마마께오서 경빈을 불러다 엄히 다스리시는 게 가할 듯 싶사옵니다!
자순대비 : (저으며) 지금은 경빈이 주상의 총애와 조정의 뒷배를 믿고 기고만장하고 있으니
누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게요!
창빈 : 하오면 경빈의 무도한 짓거리를 이대로 두고만 보실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 중전이 앞에 나설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요!
창빈 : 중전마마요?
자순대비 : 이 늙은이가 지켜본 바로는 지금의 경빈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중전 밖에는 없소!
창빈 :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서는..
자순대비 : 그래요, 비록 지금 중전께서 공주만 생산하신 까닭에 의기소침하여 은인자중하고 계신 듯 하나
분명 가슴 속에 비수를 벼리고 있으실게요!
창빈 : (섬뜩한) ...!
S#21.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 앞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 위로.
윤비E : 만에 하나 이번에 난정이가 경빈을 도모하지 못한다면 내 교태전 자리를 내놓고 죽기를 각오로
경빈을 쳐낼 수 밖에 없음이야..허나 내게 승산이 있을지..
아니야, 아니야.. 이리 약한 맘을 먹어서는 아니 돼! 내 난정이를 믿어야 함이야!
S#22.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지임E : 그래, 중전마마께오서는 강녕하시더냐?
S#23.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앞에 윤원형과 김씨가 앉아있다. 앞에 세자가 하사한 비단보에 싸인 벼루가 놓여있다.
윤원형 : 예, 아버님. 중전마마께오선 강녕하시오니 심려 마시옵소서.
윤지임 : 원형아, 헌데 네 앞에 놓인 게 무어냐?
윤원형 : 세자저하께오서 글공부를 게을리 말라고 내려주신 호계 벼루이옵니다.
윤지임 : 호계 벼루라? 세자저하께오서 참으로 고맙고도 고마우신 은혜를 베푸시었구나..
네 세자저하의 마음을 잊어서는 아니 되느니라.
윤원형 : 예, 아버님. 그리 하겠사옵니다!
윤지임 : 헌데 원형아, 네 강령에 한번 발걸음을 하거라.
윤원형 : 강령이라니요?! 형님 유배지에 말씀이시옵니까?
윤지임 : 그래...
윤원형 : 아버님, 형님께오서 이번에 정신을 차리시지 못하면 평생 가문에 혹이될 뿐이옵니다.
게다가 형님은 얼음구덩이 속에서도 너끈히 살아남을 사람이니 염려 마시옵소서.
윤지임 : 원형아, 핏줄을 나눈 형제간에 우애를 상해서는 아니 되는 법이다. 허니 이 애비 말대로 따르거라.
윤원형 : 아버님 어찌 소자가 죄를 받은 형님 유배지에 간 것이 알려지면 차후에 중전마마께 큰 누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어찌 그걸 모르시옵니까?
윤지임 : 원형아, 그래도..
윤원형 : 하오면 소자 이만 물러가옵니다. (벼루를 들고 벌떡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간다)
윤지임 : (허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쉰다) 에휴.. 어릴 적엔 그리도 우애가 좋았던 애들이 어찌 이리 됐누?
김씨 : (보는) ...
S#24.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비단보에 싸인 벼루를 연상 위에 놓으며 보료 위에 앉는다.
김씨, 따라 들어와 그 앞에 따라 앉는다.
윤원형 : 아버님께오선 어찌 사단만 일으키시는 형님 생각을 그리도 끔찍하게 여기시는지 모르겠소이다.
김씨 : 서방님, 아버님께오서 많이 섭섭하신 모양이옵니다.
윤원형 : 이번 일은 가문의 생사가 달린 일이니 섭섭하시어도 어찌할 수가 없소!
형님 때문에 가문이 문을 닫을 수는 없는 일이오!
김씨 : ...!
윤원형 : 부인, 앞으로는 자주 입궐하여 빈궁마마께 문후를 드리도록 하시구려.
김씨 : 예에?
윤원형 : 부인께서 빈궁마마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두시는 게 중전마마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게요!
김씨 : ..예, 그리 하겠사옵니다.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문 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비단보를 풀고 벼루를 꺼내 본다.
윤원형E : (벼루를 만지며) ..세자저하께오서 대통을 이으시면 이나라가 태평성대를 맞이할 수도 있을 듯 싶구먼!
(혼자 생각에 흠짓 놀라) 아,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게지?! 이깟 벼루 하나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다니?!
윤원형, 벼루를 집어들고 방바닥에 내쳐버린다. 묵직한 벼루가 쾅-쪼개진다.
윤원형E : (쪼개진 벼루를 비장하게 내려다보는) 내 결코 중전마마께 대한 충성이 흔들리어서는 아니 될 것이야!!
S#25. 윤원로 유배지 방 안
윤원로, 방 안에 술동이를 놓고 사발로 탁배기를 퍼서 벌컥벌컥 들이켠다.
윤원로 : 허어,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이리도 무심하신가?! 큰오라비가 황해도 척박한 강령 땅에 쳐박혀 술로 울분을 달래는데
중전마마께오선 어찌 모르는 척 하신단 말인가?! 어찌?! 시생은 중전마마가 참으로 원망스럽사옵니다!
윤원로, 술동이 채 들고 벌컥벌컥 들이켠다.
S#26. 복성군 사가 안채 마당
복성군, 방문을 열고 나오면 그 앞에 홍서방이 조아린다.
윤씨, 복성군쪽으로 다가온다.
윤씨 : 서방님, 입궐하실 채비는 아니하시고 어딜 출타하시옵니까?
복성군 : 내 긴한 볼 일이 있어 잠시 나갔다 돌아온 연후에 입궐할 것이오.
윤씨 : 긴한 볼 일이라니요?
복성군 : (책하듯) 허어, 어찌 근자에 부인께서 바깥 일에 관심이 많아지신게요?
윤씨 : (조아리며) 송구하옵니다..
복성군 : 가세, 홍서방. (앞장서 가면)
홍서방 : 예, 나으리.. (복성군의 뒤를 따른다)
윤씨 : (보며) ...
S#27. 옥매향 후원 마당
옥매향, 그리움의 눈길로 가야금을 타고 있는 얼굴 위로 떠오르는.
(INTER CUT) 임백령의 환하게 웃는 얼굴.
옥매향, 가야금을 연주하던 손을 놓는다.
옥매향E : (눈물이 글썽하여) 서방님, 니년 서방님을 무슨 딧거릴 해서라도 서방님을 댱원급뎨 시켜드릴 것이옵네다.
하오니 힘들고 어려우시더라도 댬시만 턈으시라요..!
복성군, 심퉁의 인도를 받으며 후원쪽으로 들어선다.
심퉁 : 아씨, 복성군께오서 오시었시유.
옥매향 : 뭐이? 누가 오시었어? (돌아보는데)
복성군 : (정자쪽으로 다가오며) 설중매라! 과연 매화는 눈 속에서 그 참 모습을 볼 수 있다더니
기방에서 보니 네 미색이 더욱 빛나는구나.
옥매향 : (눈물을 닦으며 일어서서 복성군에게 조아리며) 과찬이시옵네다.. 어서 오르시디요.
복성군 : 오냐. (정자 위로 오른다)
옥매향 : (심퉁에게) 심퉁아, 탸를 내오라우.
심퉁 : 야, 아씨. (급히 중문 밖으로 나간다)
복성군 : (옥매향을 보며) 헌데 네 어찌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게냐?
옥매향 : (고개를 돌리는) ...
복성군 : (미소) 네 정인을 생각하고 있었더냐?
옥매향 : ...존귀한 분께오서 어띠 누튜한 기방까디 발걸음을 하시었습네까?
복성군 : 네가 내 수청을 들 일시를 알려주러 왔다.
옥매향 : 예에? 수텽이요?
복성군 : 네 입으로 약조하지 않았더냐?! 내 사흘 뒤 유시에 너를 찾을 것이다.
허니 그날은 기방문을 닫고 나를 기다리거라. 알겠느냐?
옥매향 : ...
복성군 : 왜 이제 와서 마음이 바뀐 것이냐?
옥매향 : (결심한 듯) 아니옵네다, 니년 나으리를 기다리겠사옵네다!
복성군 : (미소) 허면 사흘 뒤에 보자구나. (일어나서 정자 아래로 내려간다)
옥매향, 복성군이 중문 밖으로 나가면 흑- 흐느낌을 터뜨린다.
S#28. 옥매향 기방 대문 앞
홍서방, 사인교 옆에 서있는데 복성군, 대문 안에서 나온다.
심퉁, 복성군을 쫓아 나온다.
복성군 : (사인교에 오르며) 가세, 홍서방!
홍서방 : 떠나랍신다.
교꾼들 : 예!
복성군을 태운 사인교가 어디론가 간다.
심퉁, 그 뒤로 깊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심퉁, 대문 안으로 들어가려다 길 반대편 쪽을 본다. 아무도 없다.
심퉁, 갸웃하며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임백령, 반대편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복성군의 가는 뒷모습을 본다.
임백령 : (질투의 눈빛으로 쏘아보는)...!
S#29. 어느 길
복성군, 사인교를 타고 가는 얼굴 위로.
복성군E : (흡족한 얼굴 위로) 옥매향이라..? 보면 볼수록 절색이로다! 후궁 첩지를 내릴만한 불세출의 미색이야.
맞은편에서 관복을 입은 김희를 태운 사인교와 효혜공주의 가마가 온다.
(*황서방이 김희의 사인교를 배행하고 효혜공주 가마 뒤편으로 댕기와 점을 찍고 변복한 난정이 따른다)
두 대의 가마가 길 한복판에서 마주 선다.
황서방 : 물럿거라! 연성위 행차이시다!
복성군 : (찌푸리고 보며) 연성위? (김희를 보며) 오랜만이구만, 처남!
김희 : (복성군을 보고 놀라) 아니, 매형 아니시옵니까? 그간 기체대안 하시었사옵니까?
복성군 : 그래, 자네도 잘 지내시었는가?
김희 : 예.
난정 : (난감한 듯 고개를 숙인다) ...!
복성군 : 세자저하의 탄일을 경하드리러 입궐하시는 길인가?
김희 : 예. (가마쪽 돌아보며) 부인, 매형이시오.
효혜공주 : (가마창을 열고 내다보며 반갑게) 복성군 오라버니.
복성군 : 공주마마께오서도 잘 지내시었는지요?
효혜공주 : 예.. 하온데 오라버니께오선 어찌 아직 입궐채비를 아니 하신 겝니까?
복성군 : 내 입궐채비를 하러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오.
효혜공주 : 오라버니. 허면 나중에 궐에서 보십시다.
복성군 : 그러지요. (홍서방에게) 가세 홍서방.
홍서방 : 예. 나으리. (교꾼들에게) 가자신다.
교꾼들 : 예!
복성군을 태운 사인교가 김희와 효혜공주의 가마를 비켜 서서 지나친다.
복성군 : (효혜공주 가마 옆에 서있는 난정을 보며) ...?!
난정 :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이는)..
김희 : (황서방에게) 서둘게!
황서방 : 예, 서둘랍신다.
김희와 효혜공주의 사인교와 가마가 간다.
난정, 급히 가마 뒤를 따른다.
복성군, 난정을 돌아보면 움츠린 채 총총히 가는 난정의 뒷모습.
복성군E : 어찌 저 계집이 낯이 익은 게지? (갸웃하다가 대수롭지 않게 간다)
난정 : (복성군을 돌아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간다) ...
S#30. 대궐 일각
김희와 효혜공주, 앞서 걷고 그 뒤를 난정이 따른다.
김희 : (난정에게 시선 주지 않고) 이제 어찌하면 되겠는가?
난정 : (낮게) 연성위께오서는 웃전들께 인사를 올리신 연후에 퇴궐하시옵고,
공주마마께오서는 오늘밤 동궁전에서 주무시옵소서.
김희 : 그리 함세.
난정 : 공주마마, 소첩을 데리고 주무시어야 하옵니다.
효혜공주 : 알았네.
김희와 효혜공주, 난정을 거느리고 어디론가간다.
S#31. 대비전 방 안
김희와 효혜공주, 자순대비 앞에 큰 절을 올리고 선다.
자순대비 : 옥하야, 이리 오너라.
효혜공주 : 예, 할마마마. (자순대비 앞에 다가 앉으면)
자순대비 : (효혜공주의 얼굴을 보듬으며 안쓰럽게 보며) 옥하야, 네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
그래, 시아버지가 귀양살이를 하는데 네 심정이 오죽하겠누?
김희,효혜공주 : ...
자순대비 : 아무 힘도 되어주지 못하는 이 할미가 얼마나 야속하겠느냐?
효혜공주 : ..할마마마.. 그런 말씀 마시옵소서.. 할마마마의 마음을 다 아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 그래.. 조금만 더 기다려 보거라. 이 할미가 너희 내외 뿐아니라 세자를 위해서라도
주상께서 희락당대감을 조정으로 불러들이시도록 힘을 쓸 것이야.
김희 : 고맙사옵니다..
효혜공주 : 고맙사옵니다, 할마마마..
S#32. 심정 사랑채 방 안
심정 앞에 이유청(*), 장순손, 김극핍, 이항과 윗목에 박희량이 앉아있다.
심정 : 내일 조정신료들이 세자저하의 탄일 하례를 드린 연후에 거행토록 해야 하오이다!
모두들 맡은바 소임은 잘 아시겠지요? 병판대감!
장순손 : 이사람은 군사를 동원하여 경원부사 윤임을 잡아들일 것이옵니다.
김극핍 : 이사람은 오위도총부 군사를 동원하여 도성 안팎에 김안로와 윤임이의 잔당을 체포할 것이외다.
이항 : 이사람은 도승지와 윤판서를 비롯하여 사헌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차후 조정 내의 위해가 될만한 자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들여 구금할 것이옵니다.
심정 : 박제학, 삼사의 젊은 언관들은 어찌 되었는가?
박희량 : 심려 거두시옵소서. 김안로와 윤임의 역모가 드러나면 삼사뿐 아니오라 성균관은 물론이고
각지의 유생들이 유약한 세자를 폐하라는 상소를 올릴 것이옵니다.
심정 : (끄덕이며) 여러분들께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주신다면 이사람이 좌의정과 함께 조정신료들의 이름으로 전하께
김안로와 윤임이의 역모를 고변 드리겠소이다.
일동 : ...!
심정 : 이나라 대통을 바꾸는 일이니 추호도 차질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외다!
장순손 : 지당하신 말씀이오이다! 이사람들을 믿으시옵소서!
일동 : (결연한) 믿으시옵소서!
S#33. 빈청 안
강찬과 윤은보, 박승지와 이언적이 앉아있다. (*이언적은 30-50대까지의 나이로 총 10여회 출연 예상)
강찬 : 근자에 들어 화천군을 필두로 하여 장순손, 김극핍과 대사헌 등이 빈청 밖에서 회합이 잦다고 들었소이다.
박승지 : 설마요, 요즘처럼 조정이 조용한 적이 없었던 듯 싶사온데..
윤은보 : 정중동(靜中動)이지요! 소인배들이 쥐 굴 속에 들어앉아
세자저하를 음해하기 위해 사특한 짓거리를 꾸미고 있을 것이외다.
강찬 : 이 늙은이는 세자저하가 염려 되오이다. 저들이 군사는 물론이고 삼사의 언로까지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으니...
박승지 : 차라리, 전하께 희락당대감과 판부사를 불러들이라 주청을 드리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이언적 : 아니 될 말이오이다! 눈 앞에 닥친 불을 끄자고 희락당같은 소인을 불러들이는 미봉책을 쓴다면
이나라 조정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버릴 것이외다.
윤은보 : 회재 말씀이 옳소이다.
강찬 : (끄덕끄덕) ...
박승지 : 허면 어찌하잔 말씀이옵니까?
이언적 : 선비된 자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이 나라 조정을 지켜내야지요! 그렇지 못하면 이나라의 앞날은
척신들에 의해 국정이 탁란되고 정사가 농단되어 아무런 기대도 할 수 없게 될 것이옵니다! (결연한 얼굴 위로)
해설NA : 회재 이언적. 조선시대 가장 중요한 성리학자중 한 사람으로 그의 주리학설은 퇴계이황의 사상에 큰 영향을 줄만큼
대학자였다. 퇴계 이황에 의해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와 함께 동방사현으로 추모된 이언적조차도
당시 위급한 정치 상황에 초연할 수는 없었다.
S#34. 경빈 처소 마당
금이, 앞에선 나인들에게 뭔가를 명령하고 있다.
금이 : 옹주마마들께오서 입맛이 까다로우시오니 음식차림에 만전을 기하도록하고, 주무실 방도 말끔히 치워놓도록 해라.
나인들(*) : (조아리며) 예.
복성군과 박씨, 일각문 안으로 들어온다.
금이 : (보고 반갑게 조아리며) 복성군마마 내외분 오시옵니까?
복성군 : 금아! 잘 있었느냐?
금이 : 금이라닙쇼? 아랫것들 듣는데 민망하옵니다.
복성군 : 오냐, 알았느니. 장상궁, 어마마마께 고하여주시게.
금이 : 예! (방쪽으로 들어가며) 경빈마마, 복성군마마 내외분 드시었사옵니다.
경빈E : (방안에서) 오, 그래?
경빈 : (반가운 얼굴로 처소쪽에서 급히 나오며) 복성군, 이제 오시는게요?!
복성군 : 어마마마, 소자내외가 늦었사옵니다.
윤씨 : (조아리는)...
경빈 : 늦긴요? 철환이와 석환이 내외도 들어있으니 어서드십시다. (윤씨를 보며) 아가 어서 들거라.
윤씨 : 예, 어머니.
복성군과 윤씨, 경빈의 뒤를 따라 처소안으로 들어간다.
S#35. 동 경빈 처소 방 안
복성군과 윤씨, 경빈 앞에 큰 절을 올리고 앉는다.
혜순옹주와 광천위 김인경(*), 혜정옹주와 당성위 홍여(*)내외가 앉아있다.
복성군 : (김인경과 홍여를 보며) 매제들은 못본 사이에 더욱 늠름해졌구만!
김인경(*),홍여(*) : (조아리는) 과찬이시옵니다.
복성군 : 처남, 매제들 간에 격조할게 없으니 앞으로는 내 집에 자주들르게. 내 자네들과 논의할 일이 많네.
김인경(*),홍여(*) : 그리하겠사옵니다.
혜순옹주 : 예, 허울좋은 부마들께오서 복성군오라버니 덕 좀 볼수있게 해주시구려.
혜정옹주 : 언니도 참, 하늘같으신 지아비를 면전에서 면박을 주면 어찌해요?
혜순옹주 : (홍여를 보며) 당성위께선 참으로 좋으시겠소? 석환이가 하늘처럼 떠받들어주니 말이오?
홍여(*) : (머슥하게 웃는)..
경빈 : 철환아, 넌 광천위를 하늘처럼 떠받들지 않는단 말이냐?
혜순옹주 : 우리 광천위께오서는 엄처시하이시지요. 아니그렇사옵니까, 서방님?
김인경(*) : (쑥스러운)..부인, 어른들 앞에서 민망하지 않소?
복성군 : 하하, 너희는 시집을 갔어도 찧고 까부는 것은 여전하구나.
경빈 : 세자의 탄일 덕분에 한자리에 모여 이리 화기애애하니 세자께 큰 절이라도 올려야겠구나! 호호.
복성군 : 어마마마, 소자 중전마마께 문후를 여쭙고 싶사옵니다.
경빈 : 중궁전 문후라면 내일 다른 왕자들이 입궐하면 함께 중궁전에 드시구려.
복성군 : 지금 당장 말이옵니다.
경빈 : (흠짓) 지금 당장이요? 복성군, 중전마마라면 의례적인 문후조차 피하시더니 무슨 마음을 잡수신게요?
복성군 : 소자가 중전마마를 찾아 뵙고 빚을 갚을 때가 된 듯 싶사옵니다.
경빈E : 빚을 갚는다?
S#36. 중궁전 마당
경빈과 복성군,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합문안으로 들어와 계단쪽으로 걸어와선다.
경빈 : 복성군, 참으로 괜찮으시겠소?
복성군 : 예. 어마마마. 심려거두시옵소서.
경빈 : 그래요, 허면 드십시다.
경빈과 복성군, 계단을 올라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37. 동 중궁전 복도
경빈과 복성군, 엄상궁과 오상궁이 서 있는 방문쪽으로 온다.
엄상궁과 오상궁, 흠짓 놀라보는데.
복성군 : 엄상궁, 늙은 몸으로 아직도 중궁전 방문을 지키고 섰다니 참으로 충복이로세.
엄상궁 : 복성군께오서는 장성하신 연후에도 쇠인을 보시는 눈이 곱지가 않으시오니 참으로 절개가 굳으시옵니다.
경빈 : 뭬야?! 엄상궁 네년이 감히 뉘를 우롱하는 주둥이질을 하는게냐?!
엄상궁 : 말씀이 지나치시옵니다.
경빈 : (한대 칠 듯) 뭬야?! 네 정녕..?!
윤비E : (방안에서) 엄상궁, 밖이 어찌이리 소란스러운게냐?!
엄상궁 : (방문쪽에다) 황공하옵니다!
복성군 : 내 혼자 들터이니 고하여주게.
엄상궁 : 중전마마, 복성군 드시었사옵니다.
S#38.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찌푸리며 방문쪽을 바라보다가 흠짓 놀라며.
윤비 : ..뭐라? 복성군이?!
S#39. 동 중궁전 복도
엄상궁 : 중전마마, 심기가 불편하시오면 물러가라 이를깝쇼?
윤비E : ...
경빈 : 엄상궁, 다시 고하거라! 어서 다시 고하래두!
엄상궁 : (고집스럽게 입을 다무는)...
복성군 : 어마마마, 엄상궁을 재촉하지 마시옵소서. 중전마마께오서 소자를 퇴하실리가 없사옵니다.
윤비E : (방안에서) 엄상궁, 복성군을 들라해라.
엄상궁 : 예.. 드시지요.
복성군 : (방문쪽으로 한걸음 다가선다)
S#40. 동 중궁전 방 안
복성군,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선다.
윤비와 복성군, 침묵속에서 굳은 표정으로 서로를 긴장된 눈빛으로 본다.
복성군, 윤비에게 큰 절을 올리고 선다.
복성군 : 중전마마, 그동안 존체 강녕하시었사옵니까?
윤비 : 그래, 복성군 네 그동안 무탈하였느냐?
복성군 : 예, 중전마마께오서 염려해주시고 보살펴주신 덕분에 무사무탈하옵니다.
윤비 : 이리 내려와 앉거라.
복성군 : (윤비 앞쪽으로 다가와 앉는)
윤비 : 엄상궁, 다과상을 들이게.
엄상궁E : (방밖에서) 예.
윤비 : 네 몸도 가누지 못할만큼 대취하여 궐을 떠나기 싫다고 떼를 쓰던게 엊그제 같은데 참으로 의젓하게 장성하였구나?
복성군 : (미소) 그랬던가요? 소자는 궐안에서 지냈던 일을 모두 잊었사옵니다.
윤비 : 모두 잊었다?
복성군 : 소자, 근자에 천하를 경륜할 식견과 자품을 도야하는데 정진하느라 옛일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사옵니다.
윤비 : (놀라) 뭐라? 천하를 경륜하다니?! 네 허면?!
복성군 : 예, 소자, 장차 아바마마의 대통을 이어 보위에 오를것이오니 군주로서의 자질을 탁마하고 있사옵니다!
윤비 : 복성군! 네 어찌 감히 내 앞에서 역심을 토로하는것이냐?! 네 정녕 참수를 당하고 싶은 것이냐?!
복성군 : 중전마마! 소자에게 보위에 오를 야심을 심어주신 분은 중전마마이시온데 어찌 호통을 치시는것이옵니까?!
윤비 : 뭐,뭐라? 복성군 네 놈이 참으로 실성을 한게냐?!
복성군 : 소자의 정신은 말짱하옵니다. 또한 소자, 중전마마의 호통에 눈물 흘리던 예전의 어린아이가 아니옵니다!
이제는 중전마마가 두렵지 않사옵니다!
윤비 : ...!
복성군 : 소자, 대궐을 떠나 사가로 나간 연후에 이름 없는 종친으로 살아가자고 수백, 수천번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였사옵지요.
허나 그때마다 소자의 눈앞에 중전마마께오서 소자의 어미에게 자행하시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올랐사옵니다.
윤비 : ...!
복성군 : (눈물 글썽이며) 어느 자식이 그런 수모와 모욕을 당한 어미의 원한을 잊을수가 있겠사옵니까?!
소자 그때마다 절치부심하며 다짐하고 다짐하였사옵니다! (울부짖듯) 내 임금의 자리에 올라
내 어머니의 원한을 갚을 것이다! 내 어머니가 당하신 고통을 수천 수만배로 되갚아줄 것이다!
윤비 : ...!
S#41.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엄상궁과 오상궁, 경악한 눈으로 방문쪽을 보는데.
경빈E :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복성군, 장하십니다. 참으로 장하십니다! 이 어미는 복성군이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S#42.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침묵으로 복성군을 노려보다가 말한다.
윤비 : 복성군, 참으로 용렬하구나! 허니 너따위가 임금의 자리에 오른다해도
폐주 연산의 전철을 밟는 폭군이 될 수 밖에 없음이야.
복성군 : 소자는 폐주 연산이 아니라 태종대왕의 본을 받아 강건한 군주가 될것이옵니다!
왕실의 위엄과 권위를 드높이고 조정의 부정과 비리를 척결할 것이오며
어진 백성들을 배불리 먹이고 오랑캐와 외적들이 감히 넘보지 못하는 부국강병의 초석을 닦을 것이옵니다!
윤비 : 복성군, 그따위 미사여구로 네놈의 역심이 가려질수 있을 듯 싶으냐?
복성군 : 중전마마, 어찌 조정의 대세를 거스르려 하시옵니까?!
윤비 : 조정의 대세라니?! 소인배들의 역모가 조정의 대세란 말이냐?!
복성군 : 중전마마, 선택을 하시옵소서. 세자인지, 소자인지?!
윤비 : 네놈이 날 위협하는것이더냐?!
복성군 : 중전마마, 소자의 말은 위협만으로 끝나지는 않을것이옵니다!
윤비 : 뭐라?!
복성군 : 중전마마께오서 소자의 말을 깊이 새겨주실것으로 믿고 이만 물러가 옵니다.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문 쪽으로 가는데)
윤비 : 복성군! 복성군! 네 이놈!
복성군 : (무시하고 나가버린다) ...
윤비 : (가슴이 답답한지 움켜쥐며 고통스럽게 숙이는) ...!
S#43. 동 중궁전 복도
경빈, 복성군이 나오면 감싸안 듯이 맞이한다.
경빈 : 복성군, 아주 잘하시었습니다. 이 어미의 십년묵은 체증이 뚫리는 듯 싶습니다. 가십시다.
복성군 : 예, 어마마마. (가는)
엄상궁,오상궁 : (경빈과 복성군의 가는 뒷모습을 노려보는데) ...
윤비E : (방안에서 고통스러운) 엄상궁..엄상궁..
엄상궁과 오상궁, 놀라 급하게 방안으로 들어간다.
S#44. 동 중궁전 방 안
엄상궁과 오상궁, 방안으로 급히 들어와 윤비를 부축한다.
엄상궁 : 중전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윤비 : (고통스럽게 가슴을 움켜쥐며) ..가슴이 어찌 이리 답답한게냐?!. 어찌..!
엄상궁 : 오상궁, 어서 백비탕을 올리게!
오상궁 : 예. (급히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으윽..
엄상궁 : (다급하게) 중전마마, 정신차리시옵소서!
윤비, 고통스러운 표정위로 경빈의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경빈E : 호호호호-
S#45. 중궁전 마당
경빈, 깔깔깔 웃으며 복성군과 함께 중궁전 계단을 내려온다.
경빈E : (웃음을 그치고 중궁전을 휙-돌아보며) 중전, 이사람 가슴속에 맺힌 원한을 풀려면 아직 멀었소이다!
내 중전을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게요! 단단히 각오를 하시어야 할 것이오!
복성군 : 어마마마, 가시지요.
경빈 : 예, 복성군.. 가십시다. 호호호.
경빈과 복성군,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합문쪽으로 나간다.
난정, 일각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경빈과 복성군의 뒷모습을 노려본다.
난정E : (노려보는) 경빈, 오늘밤이 지나면 네년 모자의 목이 떨어져나갈 것이다!
윤비E : (고통에 찬 비명소리) 아악-
난정, 움찔 놀라 중궁전 쪽을 돌아보는데.
S#46.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땀투성이가 된 얼굴로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른다.
윤비 : 아악-
S#47. 동 중궁전 일각
난정, 중궁전을 바라보는 불안한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