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논단]아기 울음소리가 그립다
( 강원일보 오피니언 2007-1-29 기사 )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1.08명이라는 통계청의 발표가 있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최하위 수준이며 `UN미래사회보고서’에 의하면 이러한 추세로 나가다가는 앞으로 800년 뒤에는 지구상에 한국인은 한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저 출산 실태가 심각함을 넘어 `국가붕괴’를 느끼게 하는 참으로 우울한 전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임산부 보기가 힘들어졌고 아기의 울음소리도 듣기 어려운 나라가 되었다. 옛날에 잘 나가던 산부인과병원이 손님이 없어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매년 초등학교의 입학생이줄어드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면 종족 보존과 단일민족을 중요시하던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여성이 직장생활과 자녀 양육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첫째이유도 있고 아이 키우는데 들어가는 교육비용이 너무 힘에 버겁다는둘째 이유도 있고 청년 실업률의 심화와 여성의 사회진출이 결혼을 막고 있으며 젊은 세대들 사이에 자식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가치관 확산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중에 어느 것 하나 이유에 들지 않는 것들이 있겠는가?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가가 형성되고 존립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선진국으로 돌입하기 위해서는 첫째 국민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저 출산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그동안 여러 가지 정책들을 내놓고 많은 투자를 했다고는 하는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출산율은 더 떨어지고 말았다. 물론 이유가 다양하고 복합적이어서 대책 마련이 쉽지는 않으리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정부에서는 `왜 여성들이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그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서 여성들로 하여금 아이를 낳아도 사회생활을 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지원하고 여성들로 하여금 아이를 낳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세계의 여성 중에 아이 낳기를 가장 싫어했다는 프랑스가 2006년도의 출산율을 2.0명으로 올리면서 이제는 아이 낳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나라가 되었다. 프랑스가 이처럼 출산율을 올리는 데는 출산 및 보육지원이 튼튼하고 여성들이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출산휴가도 첫 아이 때는 20주, 셋째 아이부터는 40주까지 쓸 수 있게 하고 다달이 육아 비를 지급하며 가족정책에 국내 총생산(GDP)의 3%를 쓴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한 연구기관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경제 하나만 살려도 출산율을 1.4명으로 올릴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므로 국가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먼저 경제를 살려서 젊은이들이 경제력이 없어서 결혼을 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직업창출에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미래세대 육성을 위한 투자를 과감히 확대해서 출산 장려를 위한 예산 책정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어떤 지자체에서는 출산 장려를 위해 아이 한 명을 낳으면 돈 얼마를 주고 두 명을 낳으면 얼마를 지급한다고 한다. 여성들이 돈 얼마를 받는다고 아이를 낳으려고 할까? 그것보다도 시급한 문제는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60% 이상의 20·30대 여성들이 `아이냐 직장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보육비 문제에 대책이 집중되고 출산비 보조나 탁아시설 마련 등을 우선 지원해서 아이 때문에 걱정 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오히려 성공한 사회인이 될 수 있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혁신도 있어야 한다. 아직도 우리나라 여성 근로자의 41.8%가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 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임신과 출산이 직장생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출산율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필자는 여성들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아기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것을!
올해가 정해(丁亥)년 황금돼지의 해라고 한다. 정확한 역사는 찾을 수 없다지만 황금돼지의 해를 중시하는 풍습은 이미 15세기 초에 조선이 설립되는 과정에서 다산과 풍년을 기리던 백성들의 염원이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옛날부터 국가의 번성을 위하여 다산이 필요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해에는 복을 많이 받는 쌍 춘절이라고 해서 유난히 결혼식이 많았던 것처럼 올해는 황금돼지를 생각하면서 출산율을 그 어느 해 보다도 최고로 높이는 해가되어 어느 집에서나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오늘도 아기의 울음소리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박경숙·양구교육청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