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자료 사진.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은 어렸을 때부터 딱정벌레를 좋아했습니다. 의사인 그의 아빠는 다윈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고, 딱정벌레를 좋아한다고 나무라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다윈은 딱정벌레를 채집하고 관찰하면서 생물의 세계에 대한 영감을 얻었고, <종의 기원>이라는 위대한 책을 쓸 수 있었습니다.
부모와 자녀간의 문제는 부모가 아이의 과제에 제멋대로 개입해서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부모는 아이가 공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므로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공부는 아이의 과제이므로 부모가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쳐서는 안됩니다. 아이가 스스로 판단해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할 때까지 부모는 조용히 지켜보아야 합니다. 아이 자신의 과제이며 자기 힘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까지 부모가 도와주면 아이의 어리광만 부추기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가 정말로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어서 도와달라고 요청했을 때만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아이의 과제는 반드시 아이 스스로 하게한다는 발상은 부모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지원을 받고 자신도 다른 사람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원을 받고 지원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아이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 부모와 아이의 목표가 일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장래에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부모와 아이의 목표가 일치하지 않는다 해도 아이의 인생이므로 아이의 목표에 맞춰서 일치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부모의 생각을 의견으로 전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아이가 결정할 일입니다.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부모가 아이의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더라도 부모가 아이의 인생을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와 동일한 존재는 아닙니다. 따라서 부모가 원하는 모습을 그려놓고 아이에게 이처럼 되어야 한다고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이를 긍정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존재하는 것, 살아 있는 것에 주목해 설령 아이가 칭찬받을 행동을 하지 않아도 살아 있는 것 자체를 긍정해주어야 합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네가 좋다.’ ‘지금 네 모습으로도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말, 눈빛, 표정, 행동으로 항상 전해야 합니다.
느리고 이상한 아이들
부모는 아이가 착하기를 바랍니다. 착하다는 말은 좋은 말입니다.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어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어질고 배려를 잘해서 착한 것과 원하지 않는 데도 양보할 수밖에 없고, 하고 싶지 않아도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아이는 남을 배려하느라 양보만 하거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원하지 않아도 거절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조용하고 소극적인 아이들이 전체 아이의 약 20% 정도 된다고 합니다. 소극적인 아이들은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내면적 성장의 나아감은 훨씬 더 앞서갈 수 있습니다. 상황을 개선하려는 용기는 부족하지만 다른 사람을 조용히 도와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비활동적이라는 것은 혼자 하는 일처리를 더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소극적인 아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나서지 않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기도 잘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잘 조절하여 필요할 때 집중해서 일을 잘해 내기도 합니다.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부모가 어릴 때부터 의사를 찾아가 진료를 받았을 정도로 언어 발달이 늦었습니다. 말을 할 수 있게 되고서도 말이 느려서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습니다. 단어철자나 역사 등에는 서툴러서 학교 시험에선 낙제를 받기 일쑤였으며, 결국 대학교 입학시험에서도 떨어지기도 한 느린 아이였습니다. 발명왕 에디슨도 직접 달걀을 품어 부화를 시도했을 정도로 호기심이 많고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였으며 이상한 질문을 많이 하여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3개월 만에 퇴학을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리고 이상한 아인슈타인과 에디슨은 인류의 발전에 기여한 대기만성형 인간(late broomer)이 되었습니다. 부모의 정서적 지지와 신뢰가 아이의 자기주도성을 키워 대기만성형의 뇌를 꽃피우게 하였던 것입니다.
자기주도성의 발달
24-48개월 아이는 자율성과 수치심의 단계에 있습니다. 부모가 합리적으로 지지하고 격려해주면 자율성을 키우게 되지만, 과잉보호나 부적절한 도움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게 되어 수치감을 갖게 됩니다. 뭐든지 직접 해 보면서 세상을 배워 나가고 자기 스스로 조작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는 것입니다. 아이는 밥을 먹이려 할 때도 스스로 숟가락을 들고 먹으려 하여, 제대로 먹지 못하여 반 이상을 바닥에 흘리기도 합니다. 부모는 조금이라도 먹기에 성공한 아이의 행동을 지지하고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아이가 자유롭게 탐색하고 경험할 허용의 울타리를 넓게 설정하되 그 울타리는 안전하고 강해야 합니다. 아이를 그냥 방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도전 영역을 경험하게 하되, 강한 안전 영역을 아이가 느끼고 확인할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36개월 이후의 아이들은 자율성을 위한 기본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는 이 시기에 외출에서 다녀오면 손 씻기, 양치하기, 식습관, 인사 습관 등을 잡아주고 규칙을 지키도록 가르칩니다. 공부는 나중에 시작해도 괜찮지만, 이러한 습관들은 지금 당장 아이에게 필요하고 요구되는 것입니다.
48개월 이후의 아이는 이전까지 말로만 주장하다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찾고 배웁니다. 그 과정에서 안다는 것과 할 수 있다는 것에는 자부심을 느끼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위축되거나 수치심을 느끼게 됩니다. 남자아이들은 별것 아닌 일에도 승부욕을 불태우고 경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경쟁에서 이긴 아이는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게 되고, 진 아이도 다른 것을 시도해서 자신의 분야에서 강점을 찾아 자부심과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만4세-5세 아이는 자기주도성이 형성됩니다. 부모가 주변 세계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와 자유를 주면 자기주도성이 발달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 자기주도성이란 아이가 자신과 자기 주변의 세상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주인이 되어 이끌어 가려는 태도를 말합니다. 새로운 것을 해 보려는 호기심이 무척 많으며 내 것에 대한 애착도 무척 강해지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떼를 잘 쓰며, 어른들에게 말대꾸를 많이 하게 됩니다. 이 시기의 아이에게는 작은 일이라도 끝까지 스스로 해내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 6세 이상 초등학교 아이들은 근면성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익혀서 지식을 습득할 뿐 아니라 배우고 익힌 것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배우고, 좋아하는 과목을 배우고, 지식을 쌓아 가며 또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지지를 받게 됩니다.
[자기주도성을 위한 기본 습관]
첫째, 분명한 목표를 가지세요.
‘매일 밤 잠들기 전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 받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TV카메라 앞에서 인터뷰 소감을 답하는 말을 생각하면서 잠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상이 지금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수영왕 펠브스가 가졌던 이미지 트레이닝 습관은 줄넘기 최고, 야구팀 4번 타자, 축구팀 공격 선수, 동요대회 입상, 미술대회 특선 등과 같은 가까운 미래의 목표는 물론이고 피아니스트, 아나운서 , 우주비행사, 요리사 등 장래 희망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금메달을 꿈꾼다고 모든 사람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적극적으로 매진할 수 있기 때문에 의욕을 가질 수 있습니다.
둘째, 즐겁고 행복한 일을 떠올리세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지금까지 살면서 잘했던 일, 즐거웠던 일, 기뻤던 일, 행복했던 일 등을 떠올리는 습관을 가지세요. 누구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듯이, 잠들기 전 행복한 일을 떠올리면 잠자는 내내 행복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매일 밤 이렇게 하면 밝고 행복한 마음가짐 자체가 습관이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행복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침에는 거울로 자신의 행복한 얼굴이나 모습을 보세요. 아이는 다른 사람들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춰지는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셋째, 기본습관을 익히세요.
아이에게 위생관념을 심어 주세요. 아이에게 외출 후에 왜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해야 하는지, 이유와 필요성을 이해시키세요. 샤워를 하고 온 아이에게 “깨끗이 씻고 나니 더 이쁘네.”라거나 양치를 하고 온 아이에게 “치아가 하얀 거 보니 세균이 사라졌나봐.”라고 말하세요. 다만 위생적 습관같이 꼭 해야 하는 일들은 외적 보상을 남발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외적 보상의 남발은 습관을 들여 아이가 발전하도록 이끄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 보상이 중심이 되기가 쉽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동기부여가 약해질 수 있으므로, 좋은 습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실천표를 작성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넷째, 부모에 대한 아이의 신뢰를 키우세요.
좋은 습관으로 우리 아이를 변화시키는 데 디딤돌이 되는 것이 바로 부모에 대한 아이의 신뢰입니다. ‘엄마는 내 편이다. 아빠는 나를 잘 알아.’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어야 좋은 습관을 위한 부모의 제안과 노력이 작동할 수 있습니다. 야단을 많이 맞는 아이는 긍정적인 자기상을 형성할 수 없습니다. ‘나는 잘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 나는 쓸모없는 아이야’와 같은 부정적인 자기상을 가진 아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그런 아이가 되어 갑니다.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일들이 바로 아이가 의욕을 느끼는 일입니다. 아이가 부모의 애정을 실감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칭찬하고 격려해주세요.
다섯째, 만족지연능력을 키우세요.
“그래, 우리 진우가 장난감이 갖고 싶구나? 그럼 아빠 들어오시면 말씀 드려보자.” 간단한 대화로도 아이에게 기다림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만약 아빠가 “안 돼”라고 한다면 그 이유를 알고 불편함을 겪는 것도 아이에게는 좋은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장난감을 사준다고 하더라도 다음날이나 다음 주까지 사주기로 약속한다면 기다림을 알아 만족지연능력은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부모와의 약속을 어겼을 때 불이익을 얻게 되는 경험도 만족지연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약속을 잘 지켰을 때 순간을 놓치지 않고 격려하고, 불이익을 경험할 때는 묵묵히 지켜봐주어야 만족지연능력이 키워집니다.
여섯째, 구체적 경험을 풍부하게 하세요.
요즘은 어렸을 때부터 어떤 한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들이 꽤 많아졌습니다. 시인으로 등단한 초등학교 아이,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그림을 그리는 어린 화가, 국제무대에서 기량을 발휘한 음악인 등, 일찍부터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구체적인 경험을 풍부하게 해왔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체험과 경험 속에서 자기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깨달으면서 성장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