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국왕ㆍ대신을 상대한 법문
제1절 스스로 사랑하지 않으면 몸이 위태하다
어느 때에 사위성의 왕은 부처님께 나아가 꿇어앉아 사뢰었다.
"내일은 네거리로 부처님과 대중을 청하여 작은 공양을 베풀고자 하나이다. 그래서 어리석은 백성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극히 높으심을 알게 하고, 공양 올리는 의식을 보여 법식이 되게 하며, 또는 모두 요귀를 멀리하고, 부처님의 오계를 받아 나라에 근심이 없게 하겠나이다."
"장하다 대왕이여, 대저 국왕이 되어서는 마땅히 백성을 도덕으로 인도하여, 오는 세상의 복을 구하게 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나도 예전에 왕이 되었을 때에, 모든 부처님과 사문ㆍ바라문을 받들고, 사무량심과 육바라밀을 행했습니다."
"참으로 부처님 말씀과 같습니다. 대저 씨를 심지 않고는 열매를 거둘 수 없습니다. 나는 부처님의 은혜를 받아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났고, 사람이면서도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로 태어났고, 남자이면서 육근이 구족하고, 또 더욱 큰 복으로 부처님이 계시는 때를 만났을 뿐 아니라, 법화를 내 나라에 펴게 되었사오니, 쌓아 온 선은 한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왕은 말을 마치고, 곧 돌아갔다. 부처님을 맞이하기 위해 큰 길을 닦되 높낮이가 없게 하고, 장막을 널리 치며, 당번을 높이 세우고, 네거리에서 정사의 문에 이르도록 길 옆으로 난간을 매고 등을 별처럼 달고, 걸음걸음이 향로를 놓고 풍악을 치며, 부처님의 지극히 높은 복과 사문들의 청정한 덕을 노래하며, 꽃과 보배를 뿌리어 비오듯 분분히 내리게 하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비단을 깔며, 왕은 손수 밤새도록 음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스스로 부처님께 나아가 꿇어앉아 사뢰었다."
"원컨대 부처님이시여, 대자를 드리우사 그림자를 나투소서. 중생을 제도하소서."
부처님은 법복을 입으시고 여러 사문들과 함께 네거리로 가시니, 대왕과 군신들은 좌우에 따랐다. 부처님이 자리에 앉으시자, 부인과 태자는 모두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옷을 걷고 발을 씻어 드린 뒤 손수 음식을 날랐다. 부처님이 식사를 마치시자 머리를 조아 사뢰었다.
"지금 베풀어 드린 적은 음식으로, 원컨대 하늘ㆍ사람ㆍ용ㆍ귀신 ㆍ짐승ㆍ곤충에 이르기까지, 모두 세세생생에 부처님을 만나고, 법을 만나고, 승가를 만나서 세상의 더러운 것은 버리고 부처님의 진정한 도를 알아지이다."
"장하다! 왕은 백성의 부모가 되었으니, 마땅히 사랑으로써 윤택하게 하고, 밝음으로써 인도하면, 반드시 소원을 성취하리이다."
"부처님이시여, 온 천하 사람들이 서로 작별할 때에는, 반드시 '스스로 사랑하시오, 스스로 사랑하시오'라고 합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요긴한 뜻은 무엇입니까?"
"대왕이시여, 사람은 세상에서, 마음에 독한 생각을 품고, 입으로 독한 말을 하며, 몸으로 독한 업을 짓습니다. 이 세 가지가 마음과 몸과 말에서 나와, 악을 이루어 중생에게 해독을 입히면, 중생들은 마음에 원한이 맺히어 맹세하고 갚으려 하는 것입니다. 혹은 현세에서 갚고 혹은 죽은 후에 혼령이 천상에 올라갔더라도 내려올 때에는 갚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으로나 혹은 축생ㆍ귀신ㆍ태산 지옥에서도, 서로서로 죽이고 해롭게 하는 것은 모두 숙명으로 말미암는 것이요, 공연히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몸에 세 가지, 말에 네 가지, 뜻에 세 가지의 악이 없어야 합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함부로 방자하여, 어버이에게는 불효하면서, 요괴한 귀신은 공경히 받들고, 색에 음란하며 술에 패악하여, 하천하고 더러운 짓만 행하다가, 몸이 위태하고 집안이 망하는 화를 당할 뿐 아니라, 죽어서는 태산 지옥의 물어 삶고 불에 굽는 혹독한 죄를 받아, 오래도록 사람의 몸을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부처를 멀리하고 정법을 알지 못하며, 사문들의 청정한 계행을 즐기지 않고 항상 어리석은 사람과 사귄 까닭이니, 이른바 위태하고 망하는 화패를 즐긴 것이요 스스로 사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처님 말씀이 옳습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도리를 듣고자 하니, 그 법을 들려주소서."
"스스로 사랑하는 법은, 먼저 삼귀의를 행하십시오. 그리고 법으로써 부모를 봉양하고, 자심으로 사람과 물건을 사랑하며, 비심으로 어리석고 미혹한 이를 불쌍히 여기고, 바른 것을 기르고, 평등하게 널리 두호하여 중생을 건지어 편안하게 하며, 네 가지 은혜를 베풀어 궁하고 없는 이에게 보시하시오. 중생들은 원망이 없고, 하늘은 도와서 여러 가지 횡액이 오지 않으며, 모든 독해는 녹아 부모가 편안하고 집안이 흥성하여, 살아서는 아무 재난이 없고 죽어서는 천상으로 올라가리다. 이것이 이른바 스스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옳습니다. 오직 부처님의 교훈만이 성실합니다."
"높은 행을 닦는 현자들이 청정하게 참된 것을 지키고, 더러운 이익과 삿된 즐거움에 마음이 물들지 않으며, 입으로는 네 가지 악을 말하지 않고 몸에는 세 가지 흉한 것을 멀리하며, 목숨이 위태하더라도 행실을 온전히 하면, 모든 부처님은 그를 보배로 여겨서, 부모는 편안하고 집안은 흥성하며, 죽어서는 천상에 올라가 항상 복을 받을 것입니다. 이것이 이른바 스스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옳습니다. 오직 부처님의 교훈이 진실합니다."
"모든 해독이 횡으로 오더라도 참고 말하지 말고, 자비한 마음으로 도리어 그를 측은하고 민망히 여겨, 끝끝내 건져 주며, 정진하여 게으르지 말고, 삼보께 마음을 두어 안과 밖이 모두 고요하며, 도에 마음을 심어서 성인의 본뜻을 깊이 관하고, 어버이에게 효도하며, 자기 몸을 건지고 대중도 인도하면 항상 복을 받을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스스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옳습니다. 오직 부처님의 교훈만이 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