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과 은총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부들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이에 시몬은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하고 대답하지요.
그러자 그물이 찢어질 만큼 가득 차고,
두 배가 가라앉을 만큼 많은 고기가 잡힙니다.
이내 시몬은 무릎을 꿇고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하고 고백합니다.
그러고선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지요.
이 장면을 사도 바오로의 영성 안에서 다시 바라보면,
세 가지 큰 은총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째는, 말씀에 대한 순종,
둘째는, 죄인인 자기 자신에 대한 깨달음,
셋째는, 은총으로 이루어지는 사명입니다.
바오로 역시 자신의 삶을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사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로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1코린 15,9-10)
베드로와 바오로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둘 다 자기 능력으로 주님의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빈손과 부족함 속에 들어오신
주님의 은총으로 변화된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인은,
자기 약함을 부끄러워하여 숨기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약함 가운데 하느님의 능력이 머물 자리를
내어드리는 사람입니다.
이창항 세바스티아노 신부(성바오로수도회)/
생활성서 2026년 9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