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
李下不整冠 (이하부정관) <열녀전>
남에게 의심을 사는 행동은 하지마라.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은 주의
깊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옛 속담에 "오이 밭에서는 신발을 만지지 말고, 배나무 아래
에서는 갓끈을 고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에게 의심
을 살 만한 짓은 하지말라는 뜻이다.
이 말의 유래는 <열녀전>에 나오는 우희(虞姬)의 고사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말한 제나라 위왕의 후궁에 있었던 우희는 제법 현명해
서 국정을 맡고 있는 주파호(周破胡)가 충신인 척 행동하지만
실은 간사한 신하임을 간파하고 있었다.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을 꺼리던 주파호는 유능한 즉묵(卽墨)
땅의 대부는 비방하고, 대신 재주는 모자라지만 자신에게 아
부하는 아(阿)땅의 대부에게는 포상을 내리는 한편,위왕도 그
렇게 판단하게끔 유도했다.
위왕의 눈을 똑바로 뜨기를 바랐던 우희는 주파호에게 속고
있는 왕에게 아뢰었디.
"주파호는 속이 검은 사람입니다. 등용하시면 안 됩니다. 그
보다는 현명하고 덕행으로 이름이 높은 북곽선생을 등용하
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 일을 눈치 챈 주파호가 거꾸로 우희가 북과선생과
내통하고 있다고 왕에게 아뢰었다. 화가 난 위왕은 우희를
감옥에 가두고 조사하게 했다.
그러나 이미 주파호가 옥지기를 매수한 탓에 조사는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그런 조사를 납득하지 못하던 위왕은 직접
진상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때 우희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십여 년 동안 왕을 위해서 성심성의를 다해왔습니다.
저는 결백합니다만, 다만 한 가지 죄가 있다면 의심을 피하지
못한 점입니다. 옛 속담에 '오이 밭에서 신발을 만지지 말고,
배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 떼문에 죽을 죄를 지었다 해도
어쩔 수 없읍니다. 하지만 왕께서는 부디 훌륭한 사람들을 가려
뽑으시어 나라의 정치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간언을 하는 우희의 말을 듣고서 위왕은 정신이 번쩍 났다.
그리고서 우희를 표창하는 한편, 즉묵의 대부는 박탈하고 간사한
아 땅의 대부와 주파호를 죽임으로써 일순간 제나라의 정치를
다잡자 주변 나라들은 제나라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의심받는 짓을 치욕으로 여기는 깨끗한 마음을
최근에는 돈벌이만 된다면 의심을 받든 말든 법률을 피해서 죄만 면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것 같다. 돈을 버는데도 피해야 할
일이 있는 법이다. 또 비록 자신은 나쁜 뜻을 품지 않았더라도 많은 사람
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어떤 일이 있더
라도 남에게 의심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것은 치욕이라는 생각을 가
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 剛軒 選集 <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