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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 월요일 맑음
6시에 기상이다. 숙소에서 어제 먹다 남아 싸가지고 온 중국음식을 젓가락으로 먹으려니 좀........ 숙소에서 아침을 제공해 주는데, 그래도 음식이니 버릴 수 없었다. 식당으로 갔다. 아주 큰 식당이다. 빵과 잡곡 시리얼, 사과, 잼, 치즈, 햄, 쥬스, 우유, 홍차 등 먹고 마실 수 있는 것은 모두 먹어보았다. 가지고 나가면 안 된다는 주의 표시에 불만을 품고....... 오늘의 미션은 포스토이냐 동굴과 블레드 호수를 방문하는 것이다. 역 앞으로 걸어갔다.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기차는 8시 8분에 출발하는 것을 탔다. 기차 요금은 5.17유로다. 좀 비싼 것 같다. 전철 같은데, 타는 사람이 별로 없다. 유명한 관광지라고 하는데, 이렇게 사람이 없다니, 좀 이상해서 몇 번 물어 기차에 탑승한 것이다. 깨끗하고 쾌적한 2량 기차다. 최신형이라 조용하게 달린다. Logatac 역을 비롯해 몇 개의 역을 지나는데, 생각보다 조용하고 쓸쓸한 역들이다. 주변의 큰 공장들은 폐쇄되어 있고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정확해서 9시 15분에 Postojna에 도착했다. 내린 사람은 총각 1명과 부녀지간으로 보이는 여자2명이 전부다. 동굴까지 좀 걸어야한다. 역은 약간 언덕 위에 있어 지그재그로 걸어 내려간다. 날이 벌써 뜨거워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커다란 쓰레기차가 골목길을 막고 작업한다. 깨끗이 쓰레기통을 옮기는데, 지저분하다는 생각보다는,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에 반가웠다. 시내 광장에 들어섰다. 깨끗하고 예쁘다. 안내판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걸어가다가 길을 놓치고 말았다. 느낌이 좀 이상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길을 알려준다. 광장으로 다시 오니 보이지 않던 ⓘ 이 보인다. 들어가서 동네 지도를 하나 얻고 동굴로 향했다. 유명한 관광지 치고는 사람들이 너무 없다. 우리 앞에는 기차에서 같이 내린 모년가 걸어간다. 뜨거운 태양이 싫다. 고목나무가 가로수로 줄지어 그늘을 만들어 주니 반갑다. 거의 2km정도를 걸어서야 동굴입구에 도착했다. 10시가 조금 넘었다. 입장권을 샀다. 11시에 입장이다. 조금만 일찍 왔으면 10시에 입장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동굴 입구에서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호텔 앞에는 세계 국기들이 20여개 펄럭이는데, 우리나라 태극기도 있어 반가웠다. 예쁜 기념품 가게들도 들어가 구경한다. 서서히 사람들이 몰려온다. 우리같이 걸어오는 사람은 극히 적고 모두 차를 몰고 오거나, 단체로 관광버스를 타고 온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데, 유색인종은 보이지 않았다. 주로 가족단위라 보기 좋다. 입구벤치에 앉아 입장을 기다린다. 동굴에서의 주의 사항이 만화로 그려져 있다. 특이하게 두껍고 긴 외투를 빌려주는 곳이 있다. 온도는 동굴 안에는 항상 영상 8도를 유지한단다. 제주도 만장굴과 비슷한 것 같다. 외투를 빌려야 할 만큼 추울까? 몇몇 관광객 특히 여자들이 3유로를 주고 외투를 빌려 입는다. 11시가 되어 드디어 입장한다. 거의 300여명이 넘어 보인다. 정보를 알았는지, 반팔을 입은 사람은 몇 명 없고 모두 긴 잠바를 입었다.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긴 카르스트 동굴로 알려진 이 동굴은 현재까지 약 20km의 통로가 발견되었다. 건조지대와 물이 흐르는 지대, 영구적으로 물이 넘쳐흐르는 지대로 나뉜다. Postojna 와 Trieste의 중간 지역에 위치한 이 동굴은 카르스트 지형의 보배이며 카렌스, 돌리네, 동굴, 협곡, 좁아지는 개울, 간헐성 호수와 같은 독특한 자연현상을 볼 수 있다. 녹기 쉬운 석회암 위에서 발생하는 물의 작용에 의해 형성된 이러한 현상은 이곳에서 최초로 확인되어 설명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슬로베니아가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형을 갖고 있는 국가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이유란다. 시간이 되어 우리는 동굴열차에 올라탔다. 노란색 간편하고 작은 열차에 사람들이 순식간에 올라탄다. 열차는 동굴 속을 달리기 시작하는데, 춥다. 달리니 더욱 춥다. 기차는 먼저 올드 Cave를 지난다. 이 구간은 1818년 루카 체치 라는 이 지역 주민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후 지역 동굴학자와 전문 탐험가들의 노력으로 더 많은 구간이 발견되었다. 최초로 발견한 루카 체치는 또한 이 동굴의 최초 동굴관광 안내자가 되었단다. 동굴 입구 벽에 써 있는 방문객들의 낙서를 보면 13세기부터 방문해 왔다. 최초의 동굴열차는 1872년에 부설되었고, 횃불, 촛불, 기름램프와 아세틸렌 램프로 구성된 낡은 조명 시스템은 1884년에 전기조명으로 교체되었다. 1967년에 두 개의 트랙을 갖춘 동굴순환열차가 부설되었고, 이를 통하여 오늘날 하루 14000 여명의 관광객이 동굴을 구경한다. 1980년대에는 전 세계에서 연간 90만 명의 관람객이 이 동굴을 방문하였고, 최근에는 연간 50~60만 명의 사람들이 이 동굴을 찾아온단다. 갑자기 후레쉬가 터진다. 기념용 사진을 찍는 것이다. 나중에 돈 주고 사는 것이다. 속도가 제법이고머리를 들면 벽에 부딪힐 것 같다. 몇 번이고 괴성을 지르며 고개를 숙인다. 김윤자 시인의 글이 실감난다.
제목 : 포스토이냐 동굴
누군가 나에게 슬로베니아가 어떤 나라더냐고 묻는다면 거기 포스토이냐 동굴이 있더라고 대답하리라 이제 겨우 눈 뜬 아기나라 지도에도 잘 표시되지 않는 가냘픈 땅에 추위와 어둠을 뚫고 일어선 지하의 완벽한 세계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묻는다면 인간의 장엄한 겸손을 보았노라고 말하리라 이십일 킬로, 세계에서 두 번째 긴 굴속을 기차가 달려 동굴 석벽 사이를 지날 때 석순은 고요히 머리카락 하나 건드리지 않는데, 알아서 스스로 목을 낮추는 사람들 굴 가운데 한 시간을 걸으며 거대한 심볼 석주를 본 것 이다. 생명을 부여받아 알을 낳는 물속의 돌덩이가 눈이 어두워 자신의 알을 먹고 산다는 휴먼 피쉬를 만난 것 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은, 레일위에서 세계인이 하나로 낮아지는 뜨거운 순수더라고 전하리라 (문학서초 2005년 제 9호) 동굴은 총 5.2km 구간이 관람을 위해 개방되었고, 관람에는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동굴열차를 타고 2km를 달리다 내리니 좀 추운 것이 덜하다. 재미는 있지만 추운 게 탈이다. 이제는 언어별로 모인다. 자국어, 독일어, 영어 이렇게 크게 3부류로 모인다. 우리는 영어 팀으로 갔다. 한팀이 약 100여명은 되는것 같다. Calvary(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 로도 유명한 Great Mountain 과 Beautiful Cave, Concert Hall 이 있는, 동굴에서 가장 아름다운 1km 구간을 걸어서 관람한다. 가이드를 따라서 부지런히 걸어간다. 잘못하면 길을 잃어버리겠다. 동굴 속의 온도는 연중 8도로 일정하고공기의 순환이 잘 이루어져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동굴로부터 불어 들어오고, 겨울에는 찬 바깥 공기가 동굴 천장의 틈에 있는 따뜻한 공기를 동굴 안으로 몰고 온다. 추운 날에는 무수히 많은 공기구멍에서 생기는 안개기둥을 동굴 위 표면에서 볼 수 있단다. 매우 추운 날씨에는 동굴입구에 고드름이 만들어 지기도 한다. 주의사항에 후레쉬를 터뜨려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는데, 모두 사진을 찍는다. 워낙 동굴의 규모가 커서 별 문제가 없나보다. Great Mountain 일명 Calvary에 멈추었다. 짧게 안내를 하는데, 영어가 짧아서......... Great Mountain은 동굴 속 통로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동굴 입구보다 40m 나 높다. 이 산은 지하통로의 교차로에 있던 방의 천장에서 떨어져 나온 덩어리들로 형성되었으며 천장은 덕분에 매우 견고하단다. 부서진 천장을 통해 떨어지는 물방울이 만들어낸 거대한 석순과 풍부한 방해석 장식을 산위에서 볼 수 있다. 가이드는 또 부지런히 걸어간다. 동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Beautiful Cave에 도착했다. 50m에 불과한 이 통로는 1891년에 발견되었으나 1926년 까지는 관광객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가장 큰 보물이란다. 흰 석순으로 장식된 White chamber, 붉은 석순으로 장식된 Red chamber. 그리고 관 또는 스파게티로 알려진 매우 작은 종유석으로 장식된 Pipe chamber 와 같은 아름다운 방들이 계속 나타난다. 특히 Pipe chamber 는 너무 환상적이다. 우리는 제1차 세계 대전 중 러시아인 포로들이 세운 Russian Bridge를 지나 Beautiful Cave를 들어 왔고, 이 다리 밑의 통로로 나오게 되며 이제 천장에 붙어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스파게티처럼 생긴 관 종유석에서 그 이름이 붙여진 Pipe chamber에 서 있는 것이다. 정말 환상적이다. 100m짜리 인공터널인 Russian Passage를 오게 되며, 여기에서 두 번째 터널인 Black Cave 와 Pivka Cave를 만났다. 이 지점이 동굴 입구보다는 20m, 지표면 보다는 100m 낮은 곳 이란다. 그다음 방문한 곳은 동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순과 포스토니아 동굴의 상징인 Brilliant를 지나서 이 동굴의 유명한 휴먼 피쉬를 보기위해 커다란 수조에 멈추었다. 죽은 듯 느리게 움직이는 휴먼 피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 25~30cm 길이, 긴 꼬리가 있다. 4개의 다리중 앞다리에 3개의 조그만 손가락과, 뒷다리 2개의 발가락을 가지고 있다.
포스토이나 동굴의 카르스트 지하는 딱정벌레, 귀뚜라미, 거미, 새우, 지네 등의 특이 종에 해당되는 수많은 동물의 서식지다. 동굴에 서식하는 생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인어다. 인어는 앞을 보지 못하고 외부 아가미를 통해 호흡한다. 약 100세까지 살 수 있고, 완벽한 카르스트 지형인 Dinaric 카르스트 속에서만 발견되는데, 그곳에서 미세 생명체를 잡아먹는다. 이는 양서류의 일종으로 올름이라고도 한다. 5천 만 년 전 이들의 선조 도룡뇽이 동굴에 격리되었고, 그 후 수 천 만 년 세월동안 동굴이나 심해의 칠흑 같은 어둠에 적응해 온 결과 이러한 생물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한 극한의 상황을 버텨낸 결과로 이들은 10년을 안 먹고도 생존할 수 있단다. 이런 일화도 있다. (경이로운 생명)의 저자인 생물학자 ‘팀 플래너리’ 가 작은 유리병에 담긴 채 섭씨 6도로 유지되는 냉장고에 12년 동안 방치되었던 인어가 있는 걸 발견하고 꺼내보니 그것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해부를 해 본 결과 소화계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한 과학자는 이;sdj에 대해 ‘극한 상황에서 멸종 대신 영원한 망각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어떤 실험조건에서 인어가 알을 낳는지 연구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자연상태에서 그 번식 과정을 관찰한 사람이 없다. 인어는 물이 넘쳐흘러 접근할 수 없는 틈새를 통하여 지하의 강으로 이동하며, 이곳에서는 오직 실험목적으로만 인어를 잡을 수 있다. 이곳에서 잡힌 인어 표본은 관찰용이며 두 달 후 자연환경으로 돌아가 다른 표본으로 교체된다. 정말 신기한 동물이다. 포스토이나 동굴은 다양한 색과 형태를 지닌 희귀한 생성물(종유석, 석순, 유석 등)이 많다. 그 크기도 다양하다. 가장 작은 것은 천장에 매달려있는 관과 종유석이고, 가장 큰 것은 바닥에서 자라나는 석순과 방해석이며 통로 벽에는 방해석의 표면을 볼 수 있다. 종유석과 석순이 함께 자라서 연결되면 석주가 된다. 동굴생성물은 물리적, 화학적 반응을 통해 형성 된다. 지표면으로부터 지하로 떨어지는 빗물은 석회석을 용해시킨다. 그 물방울이 천장에 닿을 때 비어있는 종유석 속에 탄산칼슘이 침적된다. 탄산칼슘이 남아있는 동굴바닥에 떨어진 많은 물방울들은 다양한 형태의 석순 속에 쌓인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10년에 0.1mm 씩 자라지만 일부는 1mm 씩 자라기도 한단다. 이 생성물은 한번 손상을 입거나 망가지면 다시 자라지 않는단다. 공부하면 할수록 너무 신비로운 세상이다. 세상이 정체되어 있는 것 같지만 생성되고 소멸되며 끝없이 움직이는, 살아있는 자연을 본다. 드디어 우리는 이 동굴에서 가장 큰 방인 Concert Hall에 이르게 되었다. 이곳 높이는 약 40m이고 만 명의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으며 울림현상이 강하여 메아리가 거의 6초 동안 지속된단다. 총면적이 3천 평방미터나 되므로 중요한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유명한 지휘자 ‘토스카니’도 이곳에서 지휘를 했다. 도한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 홀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준다. 가이드의 안내도 끝이다. 여기서 놀다가 타고 온 열차를 타고 나가면 된다.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논다.
우리는 다시 지상으로 안내 할 열차에 탔다. 안전장치도 따로 없고, 빠르기도 겁나게 빠르다. 가끔씩 종유석이 길게 늘어진 곳이 있는데, 앉은키가 큰 서양 사람들은 괴성을 지르며 고개를 숙인다. 춥다. 참기 어려울 정도로 추위와 싸우다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대문호 헨리 무어가 가장 경이적인 자연 미술관이라고 격찬했던 동굴관람을 끝냈다. 동굴에서 나오니 이 동굴의 유슈 작용에 의해 생성된 피브카 강이 대견스러워 보인다. 별로 커 보이지 않는 바위산 속에 이렇게 거대한 세계가 숨겨져 있다니 정말 놀랍다. 일단 나오니 몸이 따듯해져 좋다.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콧물이 나온다. 무엇에 홀려서 딴 세상에 들어갔다가 겨우 빠져나온 듯 신비한 느낌이 든다. 대단한 동굴이다. 알면 알 수 록 동굴의 세계는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 같다. 아쉬워 다시 돌아보니 동굴 벽에 1819년이라 새겨진 글씨가 보인다. 동굴을 뒤로하고 시내로 걸어가니 다시 뜨겁다. 버스터미널은 몇 번 물어 겨우 찾았다. 터미널은 공터가 있는데, 버스는 한 대도 없고 기다리는 승객도 한명도 없다. 매표소에 아가씨 한명이 있다. 표도 버스에서 사란다. 기다리다 아주머니 한분을 만났다. 류블라냐에 간단다. 버스가 한 대 들어오는데, 다행히 류블라냐 행이다. 버스도 자주 없단다. 12시 56분이다. 30여분을 달려서 류블라냐 역 앞에서 내렸다.
우리는 블레드 호수로 가는 버스를 바로 탈 수 있었다. 30분정도를 달려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의 모양을 보고 싶어 서둘러 걸었다. 버스에서 2분정도를 걸어가니 바로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이번 여행에서 꼭 보고 싶었던 호수다. 달력에 사진이 있어서 가위로 오려 책상 앞에 붙여놓은 풍경을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 똑같다는 것에 너무 기뻤다. 오른쪽 우뚝 솟은 바위산의 성채와 호수 중앙 끝에 있는 섬이 낯익은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져 있다. 정말 감동이다. 멋있기도 하지만 보고 싶은 곳에 내 발로 섰다는 성취감에 더욱 가슴 뿌듯했다. 달라진 것은 달력에는 붉은 색 삼각뿔을 갖고 있는 블레드 성과 그 아래 붉은색 첨탑 교회인데, 와보니 첨탑 색깔이 회색으로 바뀐 것이다. 에메랄드빛 호수는 그대로다. 서서 눈으로 보기에는 멋진 곳인데, 막상 움직여 뭔가를 하려니 할 일이 없다. 환희 뒤에 허탈감이 몰려온다. 재미를 찾아보려고 사진도 찍고 물장난도 치고 호수주변을 산책했다. 이 호수는 옛날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대통령 별장이 있었단다. 빌리 브란트, 김일성, 후세인 요르단 국왕, 아키히토 일본 왕, 차우세스쿠, 찰스왕자 등이 다녀간 곳이란다. 호수가에 있는 절벽위의 블레드 성은 독일 황제 헨릭이 카톨릭 주교에게 이 지방을 하사하자, 성벽과 로마네스크 양식의 탑 외에 아름답고 견고한 성채를 쌓았다고 한다. 트리글라스 국립공원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아름다운 이 호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역사적인 흥미를 모두 갖춘 매력적인 도시다. 블레드의 이미지는 ‘거대한 성, 거대한 호수, 호수가운데 작은 섬’으로 알려져 있으며, 블레드 성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전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블레드 호수 가운데에는 성당이 있는 섬이 있다. 이 섬은 주교좌 성당으로 추기경 임명식을 하는 성스러운 장소이며 호수 끝과 블레드 섬을 오가는 배는 지정된 가문에서만 운영하고 있으며 대를 이어가며 이 일을 하고 있단다. 성당에는 Wish Bell 이라는 소원을 들어주는 종도 있다.
호수주변을 걷다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호수 주변을 걷고, 달리고, 바라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배를 타고 유람하는 사람도 있고, 멀리에는 카누를 타는 사람도 있다. 호수 주변은 대부분 수영금지이지만 오른쪽 공원의 허용된 공간에서는 수영하는 사람이 많다. 뜨거운 태양아래 작은 선착장 끝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연인의 뒷모습이 호수와 너무 어울린다. 물은 정말 맑아 속이 다 보인다. 물고기들도 벌거벗은 것처럼 훤히 보인다. 오리들도 헤엄을 치는데, 발로 물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여 웃음이 나온다. 호수 끝에 겹쳐진 산들, 병풍처럼 서있는 산들이 호수와 너무 어울린다.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다. 한가롭게 물속에 주둥이를 쳐 박고 놀고 있는 백조와 장난을 거는 꼬마들을 벤치에 앉아서 쳐다본다. 입이 심심해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러 가게에 섰는데, 아내의 지갑이 사라졌단다. 기억을 더듬어, 서둘러 왔던 길을 되돌아가, 처음 오리를 보던 호숫가에 갔다. 지갑이 없다. 큰돈은 내가 갖고 있어 적은 돈 이지만 잃어버렸다는게 기분을 상하게 했다. 안 좋은 감정을 돌려보려고 호수 오른쪽으로 걷기로 했다. 손님을 기다리는 예쁜 배가 가지런히 줄서있다. 호수가의 예쁜 꽃들은 여름을 맘껏 즐기고 있다. 노랑, 빨강, 흰색, 보라색, 초록색 등 색깔이 너무 선명하다. 현대식 건물인 호텔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수영장이 나왔다. 제법 넓은 수영장 구역에 사람들이 적어 보인다. 흰색 작은 열차가 호수 주변을 돈다. 개보다는 크고 말보다는 작은 특이한 말이 소녀를 태우고 공원을 돈다.
걷는 것도 피곤하다. 실제로 앉아서 쉬는 것과 걷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다. 태양열이 뜨겁고, 몸도 피곤하고 콧물도 나오고, 기분도 다운이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블레드 버스 정류장에 와서 차를 기다렸다. 예쁜 마을이다. 버스를 타고 류블라냐로 왔다. 기차역에서 내일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행 기차표를 예매했다. 숙소로 돌아오며 슈퍼에 들러 물과 쥬스 등을 사서 짊어졌다. 저녁이다. 어제 먹었던 중국집을 다시 찾아갔다. 해물 스프(아내는 버섯 스프)와 돼지 요리를 밥과 함께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다. 숙소에 들어오니 기분이 좋다. 그러나 몸은 피곤하다. 여행은 노동이다. 쉬고 편하고 기쁨이 있을 것을 기대하고 집을 나섰지만, 몸은 고달프고 체력이 소진된다. 집 떠나면 고생인데, 왜 자꾸 떠나는 것일까? 쥬스를 마시며 아내와 얘기를 나눈다. 오늘의 기억나는 일들을 순서 없이 돌아보며 내일의 일정을 생각한다. 발바닥이 아프다. 샤워를 하고 일기를 쓴 후 하루를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