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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115
S#1. 대궐 전경 (밤)
S#2. 대궐 일각 (밤)
누군가의 발이 살금 살금 중문 밖으로 빠져나온다.
나인의 복색과 머리를 한 난정이다. *손에 뭔가가 들렸다*
난정,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다가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S#3. 대궐 다른 일각 (밤)
난정, 주변을 살피며 어디론가 가는데 맞은편에서 조족등을 든 금이와 향이 재잘거리며 다가온다.
난정, 긴장된 표정으로 그 자리에 멈춰선다.
금이 : (걸어오며)..박내관 말이야. 상궁들 쳐다보는 눈길이 어찌나 야릇한지? 난 온 몸에 소름이 다 돋더라니까?
향이 : (놀리듯) 혹시 박내관이 장상궁한테 마음이 있는게 아닐까?
금이 : 흥! 사내구실도 못하는 주제에 넘볼 사람을 넘봐야지?
향이 : 사내구실을 할지 못할지 어찌 아누? 장상궁이 긴베개라도 베어봤나?
금이 : (향이를 흘기며) 예끼! 말을 해도 꼭?!
향이 : 호호- 가세.
금이와 향이, 난정 앞을 지나가면 난정, 머리를 깊숙하게 조아린다.
금이와 향이, 난정을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다.
난정, 재빨리 반대쪽으로 황급히 걸어가는데.
금이 : (가다가 문득 멈춰서서 난정을 휙- 돌아보는) ..게 잠시 섯거라!
난정 : (낭패한 표정으로 멈춰서는)...!
금이 : 네 처음보는 나인같은데 어느 전을 뫼시느냐?
난정 : (돌아서서 깊이 조아리며 음성변조).. 이번에 동궁전에 배속된 나인이온데 소줏간 심부름을 가옵니다.
금이 : 소줏간이라면 저쪽이거늘 네 어찌 후원쪽으로 가는것이더냐?
난정 : (당황하여).. 이, 이년, 신출내기라, 밤 눈이 어두워 몰랐사옵니다.
금이 : (수상한 듯) 밤눈이 어두워 몰랐다?
난정 : 예, 마마님.
향이 : 장상궁, 괜한 트집잡지 마시게!.. (난정에게) 소줏간 가는길은 좌측이니 어서 가보거라.
난정 : 고맙사옵니다. (조아리고 몸을 돌려 옆길로 간다)
향이 : 장상궁이 아랫것들을 너무 심하게 닦달하니 호랑이 마마님 소릴 듣는게야!
금이 : (갸웃 난정의 뒷모습을 보며) 저 아이, 아무래도 목소리가 익은데?
향이 : 장상궁, 서둘게. 웃전께오서 찾으시오면 괜히 불벼락 떨어지실라! (앞장서서 가면)
금이 : ('설마 아니겠지!' 하는 표정으로 몸을 돌려 향이를 따라간다)
난정 : (멈춰서 돌아보며).. 하마터면 금이 때문에 십년불공 도로아미타불 될뻔 했구먼!
난정, 싸늘한 웃음을 흘리고는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S#4.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가채와 당의를 벗은채 요위에 앉아 탕약을 마시고 있다.
윤비, 앞에 앉은 엄상궁에게 탕약사발을 건네준다.
자순대비, 안스러운 표정으로 윤비를 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 중전께서 이번에 공주를 생산하신 부담으로 몸과 마음이 기진하신겝니다. 모쪼록 몸조리 잘하시도록 하세요.
엄상궁 : 그런게 아니오라, 복성군께오서 중궁전에 드시어..
윤비 : (엄한) 엄상궁! 네 어찌 웃전들 말씀에 끼어드는것이냐?
엄상궁 : (움찔) 화, 황공하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 혹여 복성군이 중궁전에 들어 중전께 불경한 짓거리라도 한것이오?
윤비 : 아니옵니다. 복성군이 세자의 탄일을 경하하러 입궐한 차에 문후를 들어 담소를 나누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 근자에 들어 경빈이 기고만장하여 궐내를 휘젓고 다니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오!
행여라도 복성군이 어미의 위세를 믿고 중전께 몹쓸 짓거리를 했다면 이는 엄히 다스려야 할 것이오!
윤비 : 대비마마! 그런 일은 없었사옵니다. 심려거두시옵소서.
자순대비(E) : 아니야, 아니야, 중전께서 분명 복성군과 무슨 일이 있었던게야!
자순대비 : ..중전, 약해지시면 아니되십니다. 내명부의 흐뜨러진 기강을 바로잡으실 분은 중전뿐이시오.
이 늙은이는 중전께서 서슬 퍼렇게 후궁들을 호통치시던 모습이 자꾸 생각납니다.
내 중전의 그런 예전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싶구려..
윤비 : 대비마마, 공주만 내리 셋을 생산한 불초한 신첩이
무슨 낯으로 왕자들을 생산한 총관후궁들에게 호통을 칠 수 있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아니오, 아니오, 중전께서 후궁들 위에 우뚝 서 계시어야 이나라 왕실과 조정이 평안해질 것이오!
중전, 이 늙은이 말을 가슴 깊이 새겨주세요!
윤비 : ...
S#5.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앞에 복성군과 윤씨가 찻상을 마주 놓고 앉아있다.
경빈 : 복성군 참으로 장하십니다. 이 어미는 복성군께서 중전마마를 호통치시는 소리에 감동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울컥 쏟아집디다! 이 어미의 가슴이 아주 후련합니다. 호호...
복성군 : 아직 멀었사옵니다. 이제 시작인 것을요?! 소자, 중전에게 진 빚을 아직 백분지 일도 되갚지 못하였사옵니다.
경빈 : 암요, 장차 복성군이 왕세자에 책봉되시고 대통을 이으시어야 이 어미의 가슴속에 맺힌 원한을 다 갚을 수 있을겝니다!
복성군 : 예, 어마마마! 소자가 흘린 피눈물만큼 중전의 눈에서도 피눈물을 흘리게 한 다음
반드시 중전마마를 교태전에서 밀쳐내고 궐밖으로 쫓아 내보낼 것이옵니다!
윤씨 : (겁나고 불안한 표정으로 복성군을 보다가 경빈을 보는)...?!
경빈 : (윤씨를 보며) 며늘아, 네 곧 궁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니 궁궐예법을 익히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될 것이니라. 알겠느냐?
윤씨 : ..예, 어마마마. 게을리 하지 않겠사옵니다.
경빈 : 암,암, 그래야지!
S#6. 동궁전 후원 뒷담 일각 (밤)
(E) (부엉이 우는 소리)
난정,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걸어온다.
난정(E) : (주변을 둘러보는).. 해방(亥方)이라.. 해방이 어디쯤인지 알 수가 있나?.. (망설이다가 문득) 옳지!
난정,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S#7.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
(INSERT) 수많은 별들 중에서 북극성이 반짝 빛난다.
S#8. 동 동궁전 후원 뒷담 일각 (밤)
난정(E) : (하늘을 보며) 북신(北辰, *북극성)이 저기 계시니.. (한곳을 보며) 해방이면 저쯤되겠구먼!
난정, 해방쪽이라고 바라보던 쪽으로 걸어가 나무 앞에 선다.
난정, 나무를 살펴보다가 손에 든 천으로 싼 뭉치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난정, 천을 풀면 사지와 주둥이가 잘려져나가고 눈과 귀를 불로 지진 쥐 세마리가 나온다.
난정, 끔직한 표정으로 보다가 결심했다는 듯 쥐꼬리를 잡고 쥐 한마리를 집어든다.
난정 : (비장한 얼굴로 쥐를 바라보는)...!
S#9.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황촛불 앞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앉아있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S#10. 후레쉬 백 (114회 S#40과 S#42의)
복성군 : (114회 S#40의) 어느 자식이 그런 수모와 모욕을 당한 어미의 원한을 잊을 수 있겠사옵니까?!
소자 그때마다 절치부심하며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사옵니다! 내 임금의 자리에 올라 내 어머니의 원한을 갚을 것이다!
내 어머니가 당하신 고통을 수천, 수만배로 되갚아 줄것이다!
복성군 : (114화 S#42의) 중전마마, 선택을 하시옵소서! 세자인지, 소자인지!
S#11.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고개를 저으며 입속으로 되뇌인다.
윤비 : ..아니다, 그리는 아니될게야! 복성군, 네 아무리 네 어미와 조정의 뒷배를 업고 일을 도모할 지라도
네 무도한 야심은 결코 이루어지지 못할게다!
S#12. 동 중궁전 복도 (밤)
난정, 고개를 숙인채 방문쪽으로 걸어온다.
엄상궁 : (경계하듯 보며) 야심한 밤에 네 무슨 일로 중궁전에 들었느냐?
난정 : (고개를 들고 쌩끗 웃는) 마마님, 소첩이옵니다.
엄상궁 : (놀라보는) 아, 아니 자넨?!
오상궁 : (충격으로 보는)...?!
난정 : 소첩, 중전마마의 안위가 걱정되어 들었사옵니다.
엄상궁 : 기, 기다리시게. (방문쪽에다) 중전마마, 엄상궁이옵니다.
윤비(E) : (방안에서) 들게.
S#13. 동 중궁전 방 안 (밤)
방문이 열리고 엄상궁이 급하게 들어선다.
윤비 : 무슨 일인가?
엄상궁 : (낮게) 마마, 윤승후관 작은안으서가 들었사옵니다.
윤비 : (놀라고 반가운) 뭐라? 난정이가?! 어서 들라하게.
엄상궁 : 오상궁 들이게.
오상궁(E) : (방밖에서) 예.
난정,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오고 엄상궁,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 (방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중전마마, 존체는 어떠하시옵니까?!
윤비 : 난 괜찮다. 이리 다가오너라.
난정 : (윤비 앞으로 다가온다)
윤비 : 헌데 난정아, 네 복색이 어찌 된것이냐?
난정 : 사람들 눈을 피하기 위하여 어찌 할 수가 없었사옵니다.
윤비 : 오냐, 그랬을테지. 경빈이 조정신료들과 심상치 않은 모의를 꾸미고 있는게 자명한 판에
네가 묘향산에 불공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내심 걱정이 많았는데 괜한 염려를 한 듯 싶구나.
난정 : 마마, 그간 기별을 전하지 못하여 황공하옵니다.
윤비 : (난정의 손을 맞쥐며) 아니다, 아니야. 내 이렇듯 너를 보니 삼년 가뭄에 단비를 만난 농군의 심정을 알겠구나.
난정아, 참으로 잘 왔다!
난정 : 소첩, 경빈과 복성군이 중전마마께 불경한 짓거리를 하여
마마께오서 마음을 크게 다치시었을까 걱정이 되어 들었사옵니다.
윤비 : 네 그 일까지 알고 있었더냐?
난정 : 신첩, 경빈과 복성군의 간을 내어 씹어도 분하고 원통한 마음이 풀리지가 않을 것이옵니다!
하오나 중전마마, 분통하시더라고 잠시만 참으시옵소서!
내일이 지나면 경빈과 복성군이 거꾸러지는 꼬락서니를 보시게 될 것이옵니다.
윤비 : (낮게) 난정아, 네 오늘밤 일을 도모한 것이냐?
난정 : 예, 마마! 소첩이 불길을 당겼사오니 중전마마께오서 그 불길로 경빈을 훨훨 태워버리시옵소서!
윤비 : (결연한) 오냐, 내 그리 할 것이다! 내 결코 네 공을 헛되이 만들지는 않을 것이야! 암!
S#14. 대궐 전각들 위로 날이 밝아온다
S#15. 편전 마당
세자와 세자빈, 박상궁과 최상궁을 거느리고 합문 안으로 들어선다.
편전마당에 정광필, 심정, 이유청(*), 장순손, 김극핌, 윤은보, 이언적, 이항, 강찬과
박승지, 박희량, 판서급 대신들과 신료들이 시립하여 섰다.
세자와 세자빈이 신료들 사이를 지나가면 신료들, 일제히 머리를 조아린다.
신료일동 : 세자저하, 탄일을 경하드리옵니다.
세자 : (둘러보며 인자한 미소) 고맙소.
심정,장순손,김극핍,이항 등이 은밀한 눈짓을 주고 받는다.
세자와 세자빈, 계단을 올라 편전안으로 들어간다.
S#16. 동 편전 방 안
세자와 세자빈, 중종과 윤비에게 큰 절을 올리고 선다.
세자 : 아바마마, 어마마마, 소자 내외 문후드리옵니다.
중종 : 오냐, 내려 앉거라.
세자,세자비 : (내려 앉는다)
중종 : 세자, 이 아비가 세자의 생일을 감축하는 뜻으로 비단과 음식을 내릴것이니 오늘은 즐겁게 보내도록 하라.
세자 : 황감하옵니다, 아바마마.
윤비 : 세자, 다음번 탄일에는 이 어미가 세손을 안아 볼 수 있게 해주시구려. 그리해 주시겠지요?
세자 : ..예, 어마마마.
중종 : 암, 그래야지! 허허허.
세자,세자빈 : ...
S#17. 동궁전 다른 방 안
효혜공주, 난정이가 전해준 비단보에 싸인 패물함을 내려다 보는 얼굴위로.
난정 : (113회 S#60의) 이 패물함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려고 하시어도 아니될 것이며
또한 공주마마께오서 이 물건을 세자저하의 침소에 두시었다는 흔적을 남기시어도 아니되시옵니다.
효혜공주(E) : 대체 이 속에 무엇이 들었길래..시아버님께오서 조정으로 돌아오실수 있다는 것일까?
(패물함의 비단보를 열어보려는데)
난정(E) : (방밖에서) 공주마마, 난정이옵니다.
효혜공주 : (흠짓하여 손을 떼고) 들게.
난정 : (방문을 열고 들어와 조아리는) 마마, 어젯밤은 편히 침수드시었사옵니까?
효혜공주 : 이보게, 자넨 어젯밤 헤어진뒤 지금껏 어디 있었는가? 내 자네가 돌아오지 않아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아는가?
난정 : 심려를 끼쳐드려 황공하옵니다. 아무일도 없었사옵니다.
효혜공주 : 아무일도 없었다니 다행일세만..
난정 : 공주마마, 소첩이 말씀드린 일을 잊지는 않으시었겠지요?
효혜공주 : 알고 있네. 내 자네가 준 이 패물함을 아무도 모르게 세자저하의 방에 놓을 것이야!
난정 : 마마, 추호도 차질없이 하시어야 희락당대감께오서 돌아오시옵니다.
효혜공주 : 걱정말게. 헌데 자네는 어찌 할셈인가?
난정 : 소첩은 지금 궐내가 번잡한 틈을 타서 궐을 빠져 나갈것이옵니다.
효혜공주 : 그리하는게 좋겠네. 허면 어서 가보게.
난정 : 예, 소첩 공주마마를 믿고 먼저 물러가겠사옵니다.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효혜공주 : (패물함을 보며)...!
S#18. 대비전 마당
세자와 세자빈, 박상궁과 최상궁을 거느리고 대비전쪽으로 걸어온다.
마당에 서있던 금이와 향이를 비롯한 각 후궁처소의 상궁나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조아린다.
세자와 세자빈 대비전 안으로 들어간다.
봉상궁(E) : 대비마마, 세자저하 내외분, 문후드시었사옵니다.
자순대비(E) : 뫼시어라.
S#19. 동 대비전 방 안
세자와 세자빈, 방안으로 들어오는데
자순대비가 앉아있고, 경빈과 희빈, 창빈을 비롯한 이숙의, 홍숙의, 이숙원, 김숙원이 일제히 일어서서 세자내외를 맞이한다.
자순대비 : 어서 오세요, 세자, 빈궁.
세자,세자빈 : (큰절하고 서며) 할마마마, 문후드리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요, 편히 앉으세요.
세자 : (세자빈과 자리에 앉는)
자순대비 : 여러 후궁들께서 세자의 생신을 경하드리기 위해 세자가 문후들기를 기다리고들 있으시었소이다.
경빈 : (깊숙하게 조아리며) 세자저하, 탄일을 경하드리옵니다.
후궁일동 : 탄일을 경하드리옵니다.
세자 : 고맙사옵니다.. 다들 앉으세요.
후궁일동 : (자리에 앉는다)
경빈 : (패물함을 들고 세자에게 바치며) 세자저하, 소첩들이 세자저하의 탄일을 경하드리는 하례물이옵니다.
세자 : (받으며)..고맙사옵니다.
자순대비 : (가시 돋힌) 경빈, 이 늙은이는 경빈과 후궁분들께서 눈에 보이는 하례물보다는
지극정성된 마음으로 세자를 받들어주었으면 하오.
경빈 : 대비마마, 신첩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충심을 어찌 믿지 못하시옵니까? 신첩들은 물론이옵고
신첩들 소생의 왕자와 옹주들은 세자저하께오서 이나라의 대통을 이으시는 그날까지 충성을 다 바칠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헌데 이 늙은이 귀에는 어찌 경빈의 말이 입에 발린 말처럼 들릴꼬?
경빈(E) : 이 늙은이가 단단히 토라진게로구먼!
세자 : 할마마마, 여기 계신 후궁마마들께오선 소손의 어머니와 다름이 없사옵니다.
어찌 자식을 진심으로 위해주지 않는 어미가 있겠사옵니까?
경빈 : 세자저하께오서 소첩들의 마음을 알아주시오니 참으로 황감하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요, 이리도 어지신 마음씨를 지니신 세자에게 못된 짓거리를 하려는 자가 있다면
하늘이 용서치 않으실겝니다!!
경빈(E) : 대비마마, 아직도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고 계시옵니까?
하늘의 뜻은 이 사람과 복성군에게 기울었습니다. 호호.
자순대비 : 세자, 이 할미가 기력이 쇠하여 내년에 돌아오는 세자의 탄일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소이다.
세자 : 할마마마, 어찌 그리 망극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자순대비 : 살만큼 살았으면 떠나는 것이 도리이지요.. 허나 이 할미가 눈을 감기 전에
빈궁이 세손을 생산하는 것을 보고 싶구려. 그리 해주실 수 있겠지요?
세자,세자빈 : ...?!
자순대비 : 세자, 어찌 말씀을 못하시는것이오?
경빈(E) : (희빈을 재촉하듯 보며) 희빈, 어서 말씀드리시구려! 어서요!
희빈 : 대비마마, 신첩이 듣기로 세자저하께오선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기 전까지는
후사를 아니 보시겠다고 천명하신 것으로 아옵니다!
자순대비 : 뭐,뭐요?! 그게 무슨 말이오, 희빈?!
희빈 : 신첩은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세자저하 소첩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옵니까?
세자 : (난감한)...?!
자순대비 : 세자, 희빈의 말이 참이오? 어서 말씀을 해보시오.
세자 : ...
세자빈 : 할마마마, 세자저하는 중전마마께오서 공주를 생산하시어 크게 상심하고 계신 일로
중전마마를 위로해 드리고자 그런 뜻을 밝히신 적은 있었사옵니다.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서 그 말씀을 들으시고 세자저하를 크게 꾸중을 하시어 뜻을 거두시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세자, 효도에도 바른 길이 있는겝니다.
중전께서 세자의 말씀에 위로는커녕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실지 생각해보았소?
세자 : 할마마마.. 소자의 생각이 짧았사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요, 두 번 다시 그런 생각은 마세요.
(희빈을 보며) 희빈, 어찌 경망스럽게 그런 유언비어를 함부로 내뱉는 것이요?
희빈 : 신첩은 세자저하가 걱정이 되어...
자순대비 : 잘못들으면 중전과 세자를 이간질 시키려는 말씀처럼 들릴수도 있으니 다음부터는 말조심하시오!
희빈 : ..명심하겠사옵니다.
희빈(E) : (경빈쪽을 힐끔 노려보며) 경빈, 어쩌자고 그런 일을 시켜 이사람 망신당하게 만든게요!
경빈(E) : (희빈의 시선을 모른척 세자빈을 가늘게 보며) 빈궁이 제법 총명하구먼..?!
창빈(E) : (세자빈을 보며) 장차 왕후가 되실분이라 품위와 침착을 잃지 않으시는 것이 다르긴 다르구나!
세자빈 : ...
S#20. 동궁전 복도
효혜공주, 비단보로 싼 패물함을 들고 조심스럽게 방쪽으로 다가온다.
방문을 지키던 나인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듯 아무도 없다.
효혜공주,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21. 동 동궁전 방 안
효혜공주,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효혜공주, 방밖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패물함을 연상밑에 숨기듯 내려놓고는 큰 숨을 몰아쉬고 다시 방밖으로 나간다.
비단보에 싸인 패물함에서.
S#22. 어느 길
난정, 장옷으로 얼굴을 바짝 가린채 어디론가 가고 있다.
딱부리, 골목에서 수하 몇몇과 걸어 나오다가 지나가는 난정을 본다. (*난정은 딱부리를 못봤다)
딱부리, 대수롭기 않게 가다가 불쑥 눈이 커지며 난정을 돌아본다.
딱부리 : (깜짝 놀라) 아, 아니?! 저, 저년은 분명?!
S#23. 다른 골목길
난정, 총총걸음으로 오고 있는데 딱부리와 수하들이 불쑥 난정의 앞길과 뒤를 막아선다.
난정 : (당황하여) 누, 누구요?!
딱부리 : (난정쪽으로 다가서며) 아니, 내가 귀신을 본겐가? 분명 묘향산에 있어야 할 계집이 어찌 도성안을 활보하는게지?
난정 : (얼굴을 바짝 가리며) 사람을 잘못 보았소.
딱부리 : (난정의 장옷을 휙 벗기고 보며) 흐흐, 잘못 볼리가 있나?!
난정 : (낭패한 표정)...!
딱부리 : (수하들에게) 장대인께 끌고 가라.
수하들 : 예! (난정에세 다가서는데)
난정 : (엄한 호통) 이놈들, 내 누군줄 알고?! 당장 물러서거라!
딱부리 : 누구긴? 승후관 첩년이지! 어서 끌고들 가!
수하들, 난정을 거칠게 끌고 가려는데.
길상, 휘릭- 공중제비를 돌며 수하 둘을 발길질로 차버린다. 나동그라지는 수하 둘.
길상 : (노려보며) 딱부리, 내 일전에 말했지! 두 번 다시 난정이에게 손을 대면 네 놈 목숨이 달아날 것이라고!
딱부리 : 형님, 이놈두 살려면 이 계집을 끌고 가야겠소이다.
길상 : 네 정녕 목숨이 아깝지 않은게로구나.
딱부리, 휘파람을 휙- 불면 초가위에서 수하 몇놈이 길상에게 그물을 던지며 내려온다.
길상, 몸을 날려 그물을 피한다.
골목 앞뒤로 무기를 든 수하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길상에게 덤벼든다.
길상 환도를 뽑아들고 수하들을 치고 받으며 격투를 벌인다.
그틈에 딱부리가 난정을 끌고 어디론가 간다.
난정 : (발버둥치며) 길상아!
길상 : (난정쪽을 보며)...?!
길상, 난정과 딱부리를 쫓아가려고 몸을 돌리는데 뒷편에서 누군가의 칼이 길상의 옆구리에 푹- 박힌다.
길상, 칼을 꽂은 놈을 베어버리고 옆구리를 움켜쥔 채 딱부리를 쫓는다.
딱부리 : (겁에 질려 단검을 난정의 목에 겨누며) 환도를 버려! 안그러면 이년의 명줄을 따버릴거야!
길상 : (노려보는)...
난정 : ...
딱부리 : 어서!
길상 : (환도를 땅바닥에 내버리는)...
난정 : ..길상아...
딱부리 : 사사건건 훼방만 놓던 형님두 이제 죽어줘야겠수! (수하들에게 눈짓하면)
수하들 : (길상이 쪽으로 다가서는데)
난정 : (딱부리의 단검 든 손목을 힘껏 물어뜯는다)
딱부리 : (난정의 놓으며 비명) 아!..이년이!
딱부리, 난정을 찌를 듯 단검을 치켜드는데
길상, 어느새 환도를 주워들고 딱부리를 베어버린다.
딱부리, 피를 뿜으며 무릎을 꿇고 앞으로 고꾸라진다.
수하들, 움찔 제자리에 멈춰선다.
길상 : (수하들을 휙- 노려보며) 누구든 내 뒤를 쫓는 놈은 딱부리와 황천길동무가 될 것이다! (난정을 보며) 가자, 난정아...!
길상과 난정, 몸을 돌려 골목 밖으로 빠져나간다.
수하들, 딱부리쪽으로 다가가 부축하여 보면 이미 죽었다.
S#24. 다른 길
길상과 난정, 급하게 걸어온다.
길상, 진땀투성이로 옆구리를 움켜쥔채 숨을 몰아쉬다가 한쪽 무릎을 푹 꺽는다.
난정 : 길상아, 어찌 그런게냐? (길상을 부축하려다가 손에 묻는 피를 보며 놀라) 아니, 너?!
길상 : (고통을 참으며) 괜찮아, 조금 베였을뿐이야.
난정, 그제서야 길상의 옆구리를 보면 피로 흥건하게 젖었다.
난정 : 아니되겠다. 길상아, 내게 기대.
길상 : ..괜찮다니까..
난정 : 괜찮긴, 이렇게 피를 많이 흘렸는데.. 어서.
길상 : (힘들게 난정에게 의지하면)..
난정 : (길상을 부축하고 어디론가 간다)
S#25. 장대인 사랑채 마당
장대인, 거적에 덮힌 딱부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수하들 고개를 숙인채 장대인 앞에 서있다.
장대인 : ..잘 묻어주거라.
수하들 : 예. (딱부리를 끌고 대문밖으로 나간다)
장대인 : (뭔가 생각하는)..난정이가 도성에 들어와 있다? 난정이가?! (어딘가를 휙- 돌아보는)...!
S#26.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희, 앉아있는데 효혜공주, 무거운 표정으로 방안으로 들어온다.
김희 : (반갑에) 오, 부인! 난정이가 당부한 일은 잘 갈무리하시었소?
효혜공주 : ..예.
김희 : (손을 맞쥐며) 애쓰시었소..
효혜공주 : (눈물 글썽)..서방님.. 소첩, 잘한 일인지 모르겠사옵니다..
김희 : 부인, 모두가 내 아버님을 구명하는 일이오. 부인은 참으로 효부십니다.
효혜공주 : ...
S#27. 대궐 동궁전 후원 일각
나인1,2(*) 재잘거리며 걸어온다.
나인1(*), 하나가 갑자기 멈춰서서 두리번거리고는 숲쪽으로 급하게 뛰어간다.
나인2(*) : 어딜 가는게니?
나인1(*) : (돌아보며) 소피가 급해서! (숲 쪽으로 뛰어간다)
나인2(*) : (삐죽대고 웃는)..
S#28. 동 동궁전 후원 뒷담 일각
나인1(*), 급하게 뛰어와 나무아래서 치마를 올리고 주저앉는다.
나인1(*), 한숨을 내쉬며 눈이 스르르 풀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나뭇가지를 올려다 보는데..
나뭇가지에 사지와 주둥이를 잘리고 불태워진 흉측한 쥐가 삼줄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쥐 옆에는 "乙亥 二月 二十五日, 名 山告, 字 天胤"라고 적힌 나뭇조각이 함께 매달려있다.)
나인1(*), 소스라치게 놀라 소피보던 자리에 주저앉으며 아악- 비명을 질러댄다.
S#29. 동궁전 방 안
세자와 세자빈, 앉아있고 박상궁과 최상궁, 찻잔에 차를 따르는데.
나인1(*), 급하게 방문을 열고 뛰어들어온다.
박상궁 : (엄하게) 어허, 네 예가 어디라고 뛰어드는게냐?!
나인1(*) : (울상되어)..그게..저..마마님께 급히 고할일이 있사와..
세자 : 박상궁, 너무 나무라지 말게. 내 어릴적에 궐안을 뛰어다닌다고
복성군형님한테 불호령을 맞던 일이 생각나는구먼..하하..
박상군 : (나인1을 보고) 급히 고할 일이란게 무엇이냐?
나인1(*) : (박상궁 귀에 뭐라고 말한다)
박상궁 : (놀라) 뭐라?! 그게 참말이냐?!
나인1(*) : 예, 마마님!
박상궁 : (불길한 표정으로 뭔가 생각하다가) 쇠인, 잠시 나갔다 오겠사옵니다.
세자 : 그리하시게.
박상궁 : (나인1에게) 앞장서거라.
박상궁, 나인1을 거느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S#30. 동 동궁전 후원 뒷담 일각
박상궁, 나인1,2(*)를 거느리고 쥐가 매달린 나무쪽으로 다가온다.
나인1(*) : (쳐다보지는 못하고 고개를 돌린채 손가락으로만 가르키는) 저것이옵니다!
박상궁, 나뭇가지를 보면 흉측한 쥐가 매달려 있다.
박상궁 : (충격) 아,아니 이럴수가?!
S#31. 동 동궁전 방 안
세자와 세자빈이 앉아있다.
세자 : (방문쪽을 보며) 어찌 박상궁은 기별이 없는겐가?
세자빈 : 글쎄요..무슨 다급한 일이 있는 듯 하였사온데..
세자 : 빈궁, 아까 대비전에서는 내 할마마마의 하문에 답하기 곤란하였는데
빈궁께서 잘 모면해 주시었소이다. 고맙습니다..(하품을 하는)
세자빈 : ...저하, 하례를 받으시느라 곤하신 듯 싶사옵니다. 누우시지요.
세자 : 그럴까요?
세자빈 : (일어나 연상을 옆으로 치우는데)
세자 : (누우려다 연상에 가려져있던 패물함을 보며) 빈궁, 이것이 무엇인고?
세자빈 : 소첩도 모르겠사옵니다. 모양새가 하례물 같사옵니다.
세자 : 하례물이라?.. 어디 보십시다. (비단보를 풀면 패물함이 나타난다) 아니 패물함 아니오?
세자빈 : 열어보시지요. 함 속에 두고간 사람의 이름이라도 적혀있겠지요.
세자 : 그럴까요? (패물함을 열어보면)
함속에 주둥이와 사지가 잘리고 불태워진 흉흑한 쥐가 놓여있다.
(*위 옆에는 "乙亥 二月 二十五日 名 山告, 字 天胤"라고 적힌 나뭇조각이 함께 놓여있다)
세자 : (경악하는) 아, 아니?! 이럴수가?! 누가 이런 짓거리를?!
세자빈 : (충격으로 하얗게 질리다가 스르르 쓰러진다)
세자 : (다급하게) 빈궁, 빈궁, 정신차리시오! 게 아무도 없느냐?!
박상궁 : (방안으로 급히 뛰어들어와 세자빈을 부착하며) 빈궁마마, 빈궁마마! 정신차리시옵소서!
세자빈 : (혼절한 얼굴에서)..
S#32. 대비전 외경
자순대비(E) : (진노한) 세자의 탄일날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냐?! 어찌?!
S#33.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와 윤비 앞에 쥐가 담긴 패물함과 다른 쥐 세마리와 글귀가 적힌 나뭇조각이 놓여있다.
건너편에는 박상궁, 난감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자순대비 : 박상궁, 세자의 침소에 이런 흉측한 물건을 놓고간 범인을 찾지 못한다면 너 역시 무사치는 못할 것이다!
박상궁 : ..모두가 쇠인의 물찰이옵니다. 쇠인을 죽여주시옵소서..흐흑..
윤비 : 박상궁, 동궁전 침소 방을 지키는 나인들이 있었을터, 범인이 어찌 출입을 하였느냐?
박상궁 : ..수직나인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출입을 한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자순대비 : 이런 고이얀것들! 수직나인이 자리를 비우다니?!
박상궁 : (자책감)...?!
윤비 : 박상궁, 자넨 이만 나가보게.
박상궁 : 예, 마마..(일어서는데)
윤비 : 박상궁, 이번일에 대해서는 나인들의 입단속을 철저히 시켜야 할 것이다. 철저히! 알겠느냐?
박상궁 : 예, 그리 하겠사옵니다.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자순대비 : 허어, 어찌 이런 일이?! 그리도 어지신 세자께서 누구한테 원한을 사시었길래 이런 흉측한 짓거리를 했단 말인가?
윤비 : 대비마마, 이번 일은 세자에 대한 사사로운 원한이 아니오라
세자를 모해하려는 대역부도(大逆不道)한 자들의 소행이라 짐작되옵니다.
자순대비 : 대역부도한 자들의 소행이라니요?!
윤비 : 이 쥐들을 살펴보면 사지와 주둥이를 자르고 온몸에 단근질을 하였사옵니다.
이는 분명 까닭이 있어 저지른 일이라 생각되옵니다. 또한 세자의 탄일에 맞추어 쥐들을 매달고
세자의 침소에 놓아둔 짓거리를 보아 이는 분명 세자를 저주하는 방자이옵니다!
자순대비 : 방자요?! 중전, 지금 방자라 하시었소?
윤비 : 예, 마마! 신첩의 생각으로는 세자를 방자하여 세자의 심기를 쇠하게 한 연후에 세자를 몰아내려는
사특한 음모가 있는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 (버럭) 음모라니요?! 감히 누가 그따위 음모를 꾸민단 말이오?!
윤비 : 이번일은 잡인들의 출입이 엄하게 제한된 동궁전 침소근처에서 벌어졌사옵니다. 미루어 짐작컨대 이번 일은 분명
대궐안팎에서 호응이 있었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하오니 우선 쥐를 매단 궐내의 범인을 찾아낸 연후에
그자를 문초하시오면 세자를 음해하려는 대역부도한 자들의 사특한 음모를 밝혀낼 수 있을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궐내의 범인이라?!.. 대체 누가 이런 천인공노할 짓거리를 저질렀단 말인가?!...
중전께서는 짐작되는 자라도 계시오?
윤비 : ...대비마마, 속단하기는 이르오나 이런 일을 자행할 만한 자는 한 사람 뿐일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 한 사람이라? .. 허먼?! (어딘가를 휙- 돌아보는)...?!
S#3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놀란 얼굴로 금이를 보며 말한다.
경빈 : 뭬야, 바, 방자?!
금이 : 예, 마마. 누군가가 세자저하를 방자하기 위해 쥐의 주둥이와 사지를 자른 연후에 불에 태워 매달아 놓은 것이라고
궐안에 소문이 파다하옵니다.
경빈 : 이런 해괴한 일이 있나?! 그래 감히 어느 쳐죽일 년놈이 그따위 요사스러운 짓거리를 했다고 하더냐?
금이 : 그..그게..
경빈 : 어서 말해보거라.
금이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모두들 경빈마마께오서 하신 일이라 여기고..
경빈 : 뭬야?! 네 이년! 어디서 함부로 주둥이질을 하는게냐?!
금이 : 쇠인 생각이 아니오라 소문이 그렇다는 말씀이옵니다.
경빈 : 소문?!
금이 : 예, 마마.
경빈 : 장상궁, 당장 나가서 누가 방자를 했는지 상세히 알아보거라.
또한 무슨 수를 써서든 내가 방자를 했다는 유언비어를 막아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금이 : 예, 마마.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E) : (뭔가 생각하는) 세자를 방자했다?! 분명 누군가가 내게다 덮어씌우기 위해 저지른 짓거리라 분명해! 허면 누가?..
그래! 중전과 난정이년이 나를 천길 벼랑밑으로 밀쳐버리려고 꾸민 계략인게야! 이런 찢어죽일 년들!
허나 내 네년들이 파놓은 함정속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암 아니 빠지고 말고!
S#35. 희빈 처소 방 안
희빈과 창빈, 다과상을 놓고 은밀히 말을 주고 받는다.
희빈 : 창빈, 경빈이 세자저하를 방자하려 했다는 소문 들으시었소?
창빈 : 참으로 무서운 일입니다. 인두껍을 쓰고 어찌 그런 짓거리를 저지를 수 있는지..?
희빈 : 경빈은 그러고도 족히 남을 사람이오. 암요, 차고 넘치지요.
창빈 : 희빈, 속단하지 마세요. 아직 범인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것도 아닌데..
희빈 : 속단이라니요?! 생각해 보세요. 세자저하께오서 망극한 일을 당하시오면 복성군이 당장에 세자자리를 꿰어찰 것이
불을 보듯 자명하지 않습니까? 두고 보세요. 분명 경빈이 한 짓거리라 틀림없을테니.
창빈 : ...
S#36. 대궐 일각
나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수군거리고 있다.
심정, 걸어오면 나인들, 조아린다.
심정 : 무슨 일이 있는가?
나인3(*) : 아,아니옵니다.. (급하게 가버린다)
심정, '무슨 일이지?' 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장순손과 김극핍이 급하게 온다.
장순손 : 화,화천군대감, 큰일났소이다!
김극핍 : 큰일이라니요?!
장순손 : 누군가 세자저하를 방자한 일로 대궐이 발칵 뒤집혔사옵니다.
심정 : 방자요?
김극핍 : 예, 모두들 경빈마마의 소행이라고 지목하고 있사옵니다!
심정 : (놀라) 경빈마마를요?!
김극핍 : 무슨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희락당과 판부사의 역모를 고변하려던 우리의 일이 틀어지게 생겼사옵니다.
심정 : 허어, 하필이면, 이럴 때...?!
S#37. 빈청 안
윤은보와 박승지, 이언적이 앉아있다.
박승지 : 소문대로 경빈이 세자저하를 방자하려했다면 이는 장차 조정을 뒤흔들만한 큰 일이 아니옵니까?
이언적 : 아마도 이번일을 경빈이 자행하지는 않았을겝니다.
윤은보 : (끄덕이며) 회재 짐작이 옳은 듯 싶구려.
박승지 : 예, 어찌..?
윤은보 : 경빈은 조정신료들을 좌지우지 하는 막상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누가 봐도 의심을 받을만한 방자를 하여 스스로 무덤을 팔 리가 있겠소?
박승지 : 궐내에 있는자의 소행이라 하던데 하오면 누가?!
이언적 : 어쩌면 경빈을 도모하려는 누군가가 벌인 일일수도 있지요!
박승지 : ...?!
윤은보 : 아직은 속단치 마십시다. 우려되는 것은 전하께오서 이번일을 아시게 되어 조정에 큰 풍파가 닥칠까 걱정이구려!
S#38.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심정과 마주앉아있다.
심정 : 마마, 전하께오서 결코 이번 일을 아시게 되면 아니될 것입니다!
경빈 : 이사람도 잘 압니다. 그리되면 희락당과 판부사의 역모를 고변하려던 일이 틀어지게 되겠지요!
심정 : 예, 십중팔구 그리 될것이옵니다.
경빈 : 허나 전하께오선 이번일을 반드시 아시게 될겝니다!
심정 : 예에?
경빈 : 중전이 이런 호기를 놓칠 리가 없습니다. 이번일을 틀어쥐고 이사람을 도려내고자 갖은 요설을 늘어놓겠지요!
심정 : 음!.. 하온데 대체 누가 그런 짓거리를 했을까요?!
경빈 : 바로 중전입니다! 중전이요!
심정 : 중전마마께오서요?!
경빈 : 궐내의 궁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사람 손바닥위에 놓여있지요. 헌데 궁인들 중 쥐를 매단 자는 없었습니다.
분명 궐밖에서 숨어 들어온 자의 소행이지요.
심정 : ...
경빈 : 분명 난정이 그년이 꾸민 짓거리일겝니다!
심정 : 하오나 난정이가 어찌 남의 눈을 피해 동궁전 침소까지 잠입할 수 있었을까요?
경빈 : 어떤 요술을 피웠는지는 몰라도 천변만화를 일으키는 년이니 능히 그러고도 남았을겝니다!
(연상을 쾅- 치며) 내 난정이를 철저히 감시하라고 그리도 일렀건만 장대인 그놈이 다 된죽에 코를 빠뜨려 버린겝니다!
심정 : (움찔)...!
S#39.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찻잔을 앞에 놓고 생각에 잠겨 있는 얼굴위로.
장대인(E) : 난정이가 돌아온게야. 아니, 어쩌면 애초에 묘향산으로 떠난 것이 아니었을테지! 그래 틀림없어!
이런 아둔한?! 내가 그따위 잔꾀에 넘어가다니?! (주먹을 움켜쥐며) 오냐, 내 이번엔 난정이와 길상이,
너희 두 년놈을 그냥 두지는 않을게야!
송서방(E) : (방밖에서) 어르신!
장대인 : (깨어나 방문쪽을 돌아보며) 무슨 일이냐?
S#40. 동 장대인 사랑채 방 밖
송서방, 방문 앞에 서있다.
패랭이를 쓴 사내, 등을 돌린채 송서방 뒤에 서있다. (*손에 칼을 쥐고 있다)
송서방 : 찾으시던 사람이 왔습니다요.
장대인(E) : (방안에서) 들이게.
송서방 : 예. (중치막에게) 들라시네.
패랭이 :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S#41.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패랭이, 방안으로 들어온다.
패랭이 : 이놈을 찾으시었다지요?
장대인 : (보며) 자네 칼솜씨가 귀신같다고 들었네?
패랭이 : (싸늘한 미소)..세상에 이놈 칼이 베지 못할 것은 없지요.
장대인 : (패랭이를 가늠해 보다가 엄지 손가락으로 엽전 두닢을 허공에 튕긴다)
패랭이, 순식간에 칼을 뽑아 허공을 휙- 휙- 가르고 칼집에 검을 꽂는다.
탁자위로 두동강이 잘린 엽전조각이 구른다.
장대인 : (잘린 엽전을 보며) 제법 쓸만하구만.
패랭이 : (살기띈 눈빛) 이놈이 벨 자가 누구이옵니까?
장대인 :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 정난정이란 계집과 그 뒤를 그림자처럼 따르는 길상이란 놈이네.. 두 년놈을 베어버리게.
패랭이 : 그리 하겠사옵니다.
장대인 : (보다가 돈 염낭을 던지며)..받게.
패랭이 : 돈은 두년놈의 목을 가져온 연후에 받겠사옵니다.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 : (잘린 엽전을 들어보며 의미심장한 미소)...
S#42. 난정모 집 외경
난정(E) : (방안에서) 길상아, 정신 차려... 길상아..!
길상(E) : (신음소리) 으으...!
S#43. 동 난정모 방 안
길상, 윗통을 벗은채 신열에 들떠 신음을 흘리고 있다.
난정, 길상의 얼굴에 가득한 땀을 물적신 수건으로 닦아주고 있다.
길상의 상처난 옆구리에는 천으로 둘둘 감아 놓았고 상처부위에 피가 흥건하게 고여있다.
길상 : 으으
난정 : (길상의 옆구리를 보며) 아무래도 의원을 불러와야되겠어. 피가 멎질 않아. (일어서려는데)
길상 : (난정의 손을 움켜 잡으며) 난정아, 안돼... 그놈들이 너를 노릴게야.
난정 : 허면 어쩌라는게야? 가만히 앉아 너 죽는 꼴을 보고만 있으라는게냐?!
길상 : ..난정아, 난 안죽어... 아니..너를 두고는 억울해서 못죽어..허니.. 그냥, 내 곁에 있어줘..약조해 줄 수 있겠니..?
난정 : 그래..니 곁에 있을테니.. 편히 누워..
길상 : (난정의 손을 놓고 몸을 눕히는)
난정 : (안스럽게 보는)..
S#44. 편전 외경
중종(E) : 뭣이라?! 세자궁에 변괴라니요?!
S#45. 동 편전 방 안
중종, 분노하여 연상위에 놓인 쥐가 담긴 패물함을 보고 있다.
윤비, 중종 앞에 앉아있고 윗목에 강찬이 앉아있다.
윤비 : 동궁 후원 뒷담 당살구 나무 가지마다 쥐를 죽여 매달아 놓았을뿐 아니오라
흉측스럽게 세자의 침소에 죽은 쥐를 하례물로 바치었사옵니다. 이들 죽은 쥐들은 여느쥐가 아니오라
네 발목을 끊고 작서를 해서 지져 죽인 것이옵니다.
중종 : 허어, 이런 해괴한 일이 있나?! 대체 누가 무슨 연유로 이따위 요괴스러운 짓거리를 했단 말이오?!
윤비 : 누가 했는지는 짐작 할 수 없사오나 세자가 을해생인 도야지띠이오니
쥐의 주둥이와 사지를 잘라 도야지의 형국과 비슷하게 만든 연후에 세자를 방자하려는 것이 틀림없을 듯 싶사옵니다.
중종 : 방자?! 방자라니요?!
강찬 : 신의 생각도 중전마마와 같사옵니다. 쥐와 함께 매달린 물푸레나무 조각에 세자저하의 생년은 물로이옵고
명과 자까지 적혀있다 하오니 세자저하를 방자하려는 의도가 자명하옵니다.
중종 : (분기탱천) 이런, 이런 쳐죽일 것들이 있나?! 감히 세자를 방자 하려들다니?!
승지는 당장 의정부와 육조당상들을 불러들여 범인을 추핵(推劾)토록 하라!
강찬 :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분기를 삼키는데)...
윤비 : 전하. 지금 빈궁이 놀라 와병중이라 하옵니다.
전하께오서 친히 발걸음을 하시어 빈궁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주시옵소서.
중종 : 그리하리다. (방밖을 보며) 김상궁, 밖에 있느냐?!
김상궁(E) : (방밖에서) 예.
김상궁 :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조아리며)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과인이 중전과 함께 동궁전으로 들것이니 채비를 하라!
김상궁 : 예, 전하.
S#46. 동궁전 세자빈 방 안
세자빈, 자리에 누워있다.
세자와 자순대비가 걱정 가득한 눈길로 내려다본다.
세자빈 : 할마마마, 소첩 이리 누워 할마마마를 뵈오니 망극하옵니다.
자순대비 : 빈궁, 그런 염려는 마시고 어서 쾌차하시구려... (한숨을 내쉬듯) 어린 가슴이 얼마나 놀랬을꼬?
세자빈 : ...
자순대비 : 빈궁, 이 할미가 대역무도한 짓거리를 한 범인을 반드시 잡아낼 것이니 마음을 편히 갖도록 하세요.
세자빈 : 황감하옵니다..
세자 : 할마마마, 빈궁은 소손이 돌볼것이니 이만 대비전으로 드시어 쉬이옵소서.
할마마마께오서 이리도 마음을 쓰시오니 소손, 할마마마의 존체가 걱정되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오.. 그리 하십시다.
최상궁(E) : 빈궁마마, 경빈마마 드시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찌푸리며) 뭐라, 경빈이?!
세자빈 : (몸을 일으키며)...
자순대비 : 일어나실 것 없습니다. 세자와 빈궁께선 방안에 계세요. 이 할미가 알아서 할테니!
S#47. 동 세자빈 방 밖 복도
최상궁, 방문 옆에 있고 경빈이 약사발을 들고 방문 앞에 서있다. (*박상궁과 동궁전내관, 봉상궁이 뒤편에 서있다)
경빈 : (최상궁에게) 다시 한번 고하게.
최상궁 : 빈궁마마, 경빈마마 드시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방문을 벌컥 열고 나오며) 경빈! 네 어찌 빈궁의 처소까지 든것이냐?!
경빈 : 신첩, 빈궁마마께오서 혼절을 하시었다는 말씀을 듣고 쾌차를 비는 마음으로 백비탕을 끓여 왔사옵니다.
자순대비 : 경빈, 네 병주고 약주려는 심사이더냐? 당장 물러가거라!
경빈 : (굳는) 대비마마,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하오면 신첩이 동궁전에 몹쓸 짓거리를 한 범인이라도 된다는 말씀이시옵니까?!
자순대비 : 그거야 경빈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것이 아닌가?!
경빈 : 대비마마, 말씀이 지나치시옵니다! 지극정성으로 백비탕을 끓여온 신첩을 어찌 이리 내치시려 하시옵니까?!
자순대비 : 닥치거라! 당장 물러가라 했느니!
경빈 : 신첩은 물러가지 못하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뭐라?! 네 정녕 내 명을 따르지 못하겠다는 말이냐?!
경빈 : 신첩이 이대로 물러가오면, 신첩 스스로 동궁전에 쥐를 매달았음을 자인하는 것이 되는 것이온데
어찌 물러갈 수가 있겠사옵니까?! 신첩은 빈궁마마께 이 백비탕을 올린 연후에 신첩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겠사옵니다.
(방문쪽을 보며) 빈궁마마, 소첩이 백비탕을 끓여왔사옵니다. 빈궁마마-
자순대비 : 네 어찌 이리도 방약무도한 것이냐?!
자순대비, 경빈이 든 탕약사발을 왈칵 밀쳐 버린다.
탕약사발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며 백비탕(*맹물 빛깔)이 마루를 적신다.
경빈 : (자순대비를 휙- 노려보며) 대비마마, 정녕 신첩과 척을 지시고 싶으신겝니까?!
정녕 신첩의 가슴에 원한을 심어놓으시려는겝니까?!
자순대비 : 뭐,뭐라?! 네 지금 뉘게다 눈을 치켜뜨고 위협을 하는 것이냐?!
경빈 : 대비마마, 어찌 신첩과 세자저하를 이간질을 획책하시는 것이옵니까? 대체 그 저의가 무엇이옵니까?!
자순대비 : 뭐,뭐라? 저의라니?! 이런 못된 것! (손을 치켜드는데)
경빈 : (무섭게 노려보며) 마마, 신첩에게 손찌검을 하시온다면 크게 후회하실 것이옵니다!
그리되어도 좋으시다면 신첩을 치시지요!
자순대비 : (경빈의 눈빛에 주춤거리며)... 뭐,뭐라..
경빈 : (한발 앞으로 나서며) 어서요, 대비마마!
자순대비 : (주춤 뒤로 물러서다가 넘어지는)
봉상궁 : (급히 자순대비를 부축하며) 대비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자순대비 : 경빈, 네 천벌이 두렵지 않느냐?
경빈 : 신첩은 천하에 아무것도 두려울게 없사옵니다!
경빈, 휙- 돌아서서 가려다가 경악한 눈으로 멈춰선다.
중종과 윤비, 경빈의 앞을 막고 서있다. (*대전내관과 김상궁, 엄상궁과 오상궁이 뒤편에 서있다)
중종 : 경빈, 이것이 네 진면목이었단 말이냐?
경빈(E) : ..저,전하.. 그런 것이 아니옵고...
중종 : (경빈을 밀쳐버리고 자순대비 앞에 앉으며) 어마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자순대비 : ..주상..이 어미가 평생 이런 수모는 처음이구려.. 흐흑..
중종 : (봉상궁을 보고) 어서 대비마마를 방으로 뫼시어라.
봉상궁 : 예.
봉상궁과 박상궁, 최상궁 자순대비를 부축하여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중종 : (경빈을 휙- 돌아보는)...!
경빈 : (중종의 눈빛에 하얗게 질려)...저,전하.. 시,신첩의 뜻은..
중종 : (몸을 돌려 방안으로 들어가버린다)
경빈 : (넋이 나간 듯 풀썩 무릎을 꿇는)...
윤비 : (경빈을 내려다 보며) 경빈, 네 손으로 네가 들어갈 무덥을 팠구나!
경빈 : (윤비를 휙- 노려보는데)...!!
윤비 :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경빈을 지나쳐 방안으로 들어간다)
경빈, 비틀걸음으로 일어나 엄상궁과 오상궁을 밀치고 복도끝으로 간다.
S#48. 동 동궁전 마당
경빈, 비틀 걸음으로 휘청거리며 동궁전을 빠져나온다.
금이 : (경빈을 부축하며)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경빈 : (넋이 나간)..금아, 어서 처소로 돌아가자..
금이 : 예, 마마.
S#49. 복성군 사가 안채 외경
혜순옹주(E) : 오라버니, 지금 궐안에서 큰 사단이 났답니다.
S#50. 동 복성군 사가 안채 방 안
복성군과 윤씨, 그리고 혜순옹주와 혜정옹주가 앉아있다.
복성궁 : 사단이라니? 그 무슨 말이냐?
혜순옹주 : 누가 불에 태운 쥐로 세자를 방자하려하였다오. 그 일로 온 조정이 발칵 뒤집어졌대요!
윤씨 : (놀라 보며) 세자저하를 방자하다니요, 누가요?
혜순옹주 : 낸들 알겠소? 잘못했다가는 어마마마께오서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 쓰시게 생겼으니 걱정이지요!
윤씨 : 설마요?
혜정옹주 : 설마가 아니라, 이번일이 어머니 소행이라고 궐내에 소문이 파다합디다.
윤씨 : 예에?
복성군(E) : (심각한 얼굴위로) 허면 세자를 폐하고 내 새로운 왕세자로 책봉되는 일에 차질이 생길수도 있단 말인가?
S#51. 심정 사랑채 방 안
심정 앞에 이유청(*), 장순손, 김극핍, 이항과 판서급대신들 몇몇,
그리고 박희량 등이 침통한 얼굴로 마주 앉아있다.
심정 : 아무래도 희락당과 판부사의 역모고변은 뒤로 미루어야겠소이다.
김극핍 : 그게 좋을 듯 싶사옵니다. 이번에 역모고변을 하였다가는 세자저하를 방자하였다는 덤태기를 쓰게 될지도 모르옵니다.
장순손 : 지당한 말씀이오이다. 괜히 남이 한 짓거리에 연루되어 내 종아리에 회초리 맞을건 없지요.
이항 : 허면 희락당의 잔당을 잡아들이는 일도 미루는 것이옵니까?
심정 : 그리해야 할 듯 싶소. (박희량을 보며) 박제학, 삼사와 유생들의 상소 역시 다음 기회로 미뤄주게나.
박희량 : 하오면 역모고변은 없는 것이옵니까?
장순손 : 지금은 때가 좋지 못하니 몸을 낮추고 있자는 말씀일세.
박희량 : 그리하겠사옵니다.
박희량(E) : 이자들이 탄배에 구멍이 뚫리고 있음이야! 구멍이!
심정 : 허면 이사람이 입궐하여 경빈마마를 뵈온 연후에 우리들의 뜻을 전하겠소이다.
S#52. 경빈처소 방 안
경빈, 오한이 나는지 이불을 둘러쓰고 앉아 와들와들 떨고 있다.
금이, 그 앞에 앉아 뜨거운 찻물을 찻잔에 따라준다.
금이 : (찻잔을 건네며) 마마, 뜨거운 차이옵니다. 드시오면 한기가 가실것이옵니다..
경빈 :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는)...
금이 : ..마마, 기운이 나시옵니까?
경빈(E) : 그래.. 내 기운을 차려야 해. 이대로 넋을 놓고 있다간 옴짤달싹 못하게 앉아서 당할 수 밖에 없음이야!
헌데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겐가?! (문득 뭔가가 떠오르는)
경빈 : (금이를 보며) 장상궁, 장대인에게 기별을 넣어 혜화문밖에 사는 점바치놈을 잡아들이라 이르거라.
금이 : 그.. 방아무개라는 점바치요?
경빈 : 그래! 이번 방자에 분명 그 놈이 연루되어있을게야!
금이 : 예, 마마!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눈빛을 빛내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맞불을 놓을 수 밖에 없음이야! 맞불을!
S#53. 윤원형 집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지임(E) : 며늘아, 삼이를 데리고 봉은사에 다녀온다고?
S#54. 동 윤원형 집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앞에 김씨와 삼이가 앉아있다.
김씨 : 예, 아버님..삼이어미는 묘향산에 가서 불공을 드리고 있사오니
저도 가까운 봉은사에 가서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 불공을 드릴까하옵니다.
윤지임 : 그래, 바람도 쐴겸 그리하거라. 삼아, 너도 원하는게 있다면 부처님 앞에서 정성껏 빌거라.
허면 부처님께서 다 들어주실게다.
삼이 : 참말이옵니까? 대감마님?
윤지임 : 암, 참말이고 말고? 헌데 네 소원이 뭐냐?
삼이 : ..지금은 말씀올릴수가 없사옵니다.
윤지임 : 그놈 참! 알았다 이놈아! (김씨를 보며) 며늘아.
김씨 : 예, 아버님.
윤지임 : 중전마마를 위한 불공을 드릴때 네 회임불공도 드리도록해라. 알겠느냐?
김씨 : 예, 아버님.. 그리하겠사옵니다..
S#55. 동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김씨, 삼이를 데리고 대문 밖으로 나온다. 배천댁과 탄실이 그 뒤를 따른다.
임서방 : (조아리며) 잘다녀 오십시오.
김씨 : 알았네..
김씨 일행, 계단을 내려서는데 패랭이, 불쑥 그 앞을 가로 막는다.
패랭이 : 말씀 좀 묻겠사옵니다. 이 댁이 파산부원군댁이 맞사옵니까?
배천댁 : 맞는데 뉘시오?
패랭이 : 소인, 이댁에서 하인 사는 길상이를 찾아왔사옵니다.
김씨 : 백일기한으로 묘향산에 갔으니 달포쯤 뒤에나 올터인데, 어찌 그 사람을 찾느겐가?
패랭이 : 소인과는 어릴적 함께 자란 죽마고우입니요. 허면 나중에 다시 찾아뵙지요. (조아리고 돌아간다)
김씨 : 가세. (배천댁, 탄실, 삼이를 거느리고 간다)
패랭이 : (돌아보는 얼굴위로) 묘향산이라..?!
S#56. 갖바치 마당
갖바치, 평상위에서 바늘땀을 넣고있고 방백인 툇마루에 앉아 갸웃거리며 가슴을 누르고 있다.
방백인 : 거참 이상타 말씸이야?
갖바치 : (방백인을 보며) 왜 그러는겐가?
방백인 : 어찌 오늘따라 염통이 이리 벌렁거리는지 모르겠소? 일진도 까무룩하니 잘 짚히지가 않고 말이오?
갖바치 : 살다보면 그럴때가 있는법일세.
방백인(E) : (심각한) 천기를 누설한 일 때문에 이런가?
당골네 : (빨래함지를 들고 대문안으로 들어오며) 윤승후관 나으리 오십니다요.
윤원형 : (당골네 뒤를 따라 들어오며) 잘들 지내시었소?
방백인 : 승후관나으리 오시옵니까?
갖바치 : 오랜만에 발걸음을 하시었사옵니다?
윤원형 : 그래요, 내 방에 틀어박혀 글만 읽아보니 백면서생이 다 된 듯 싶소이다.
방백인 : 형님분 일은 참으로 안되시었사옵니다.
윤원형 : 내 형님이야 배짱대로 잘 지내시고 계실터이니 안될거 없지요.
S#57. 윤원로 유배지 방 안 (INSERT CUT)
윤원로, 술동이를 옆에 놓고 살자시 위에 큰댓자로 누워 코를 드르렁 골아대며 잠들어있다.
S#58. 동 갖바치 마당
갖바치 : 허허, 그럴지도 모르지요.
윤원형 : 내 오랜만에 갖바치선생과 식견을 겨뤄보고자 왔소이다.
갖바치 : 허허, 그거 좋지요. 나으리 식견이 얼마나 늘었는지 한번 겨뤄보시지요.
윤원형 : (농조) 좋소이다! 내 오늘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갖바치선생의 야코 좀 죽이겠소이다!
갖바치 : 허허, 드시지요. (방쪽으로 가면)
윤원형 : (따라들어가려는데)
임백령 : (잔뜩 취한 걸음으로 대문안으로 들어서며) 갖바치 서언생!
일동 : (돌아보는)...?!
임백령 : 내 반드시 선생이 보란 듯이 과거에 급제할 것이외다! 반드시요!
윤원형 : 임선비!
갖바치 : 그자는 선비가 아니라 술취한 개올시다. 마음쓰지 마시고 들어가시지요. (돌아서는데)
임백령 : 내 반드시 조정에 출사를 하여 정사를 농단하고 국정을 탁란하는 소인배놈들의 모가지를 죄다 쳐버릴것이요! 죄다...
(풀썩 쓰러진다)
윤원형 : (다가가 부축하며) 임선비, 임선비! (코를 쥐며) 크 술냄새! 아주 술독에 빠졌다 나오시었구먼! 선생, 잠시 들입시다.
갖바치 : 음!.. (윤원형과 함께 임백령을 부축하여 방으로 들어간다)
방백인 : 쯧쯧.. 당추스님 암자에 계실분이 어찌 도성에 돌아오시었누?
당골네 : (방백인 옆에 바짝 다가서며) 임자, 소문 들었소?
방백인 : 소문이라니?
당골네 : 누군가 동궁전에다 세자저하를 방자하는 흉측한 쥐새끼를 매달았대요!
방백인 : ...?!
당골네 : 분명 난정이가 한..
방백인 : 시끄러 여편네야! 북망산천 구경하고 싶지 않으면 주둥이 닥쳐! (대문쪽으로 가는데)
당골네 : ..맨날 나만 갖구..임자, 어디가오!
방백인 : 내 바람좀 쏘이고 올테니 입조심 해! (대문 밖으로 나간다)
당골네 : (삐죽대다가 부엌쪽으로 간다)
S#59. 동 갖바치 대문 앞 길
방백인, 대문밖으로 나와 한숨을 푹 내쉰다.
방백인 : 이렇게 울렁거릴줄 알았으면 천기누설을 하는게 아니었는데.. 거 참..
송서방 : (불쑥 가로막으며) 자네가 방아무개란 점바치인가?
방백인 : 그런데 날 어찌 찾소?
송서방, 눈짓하면 뒤편에서 수하가 몽둥이로 방백인 뒷통수를 퍽- 내려친다.
어이쿠- 하며 정신을 잃고 고꾸라지는 방백인.
송서방 : 끌고가자! (앞장서서 가면)
수하들 : 예.
수하들, 방백인들 들쳐매고 송서방을 따라간다.
S#60. 김안로 유배지 초가 외경 (밤)
방문에 불빛이 비추는.
S#61. 동 김안로 유배지 초가 방 안 (밤)
김안로와 김제학이 마주 앉아있다.
김제학 : 경빈이 세자저하를 방자하였다는 소문이 궐안은 물론이옵고 도성안에 파다하옵니다.
김안로 : 이제 되었소이다! 이제야 이사람과 판부사가 조정으로 돌아갈수 있게 되었소이다!
김안로(E) : 난정아, 네 참으로 잘 해내었구나! 하하하하-
S#62. 경원관안 윤임 숙사 방 안 (밤)
윤임과 허항, 채무택이 술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윤임 : (술잔을 들며) 자, 세자저하의 탄신을 경하드리는 술잔을 드십시다.
허항,채무택 : (술잔을 드는)...
윤임 : (술잔을 들어 마시고) 세자저하, 신 비록 찬바람부는 변방에 있사오나
저하를 향한 충성은 변치 않을 것이옵니다! 크흐흐!
채무택 : (찡하여) 대감, 세자저하께오서도 대감의 마음을 알아주실게니다.
허항 : (눈물을 글썽이며 열린 방문너머로 빛나는 달을 올려다 본다)
S#63. 달 (INSERT)
S#64. 대궐 일각 (밤)
심정, 급한 걸음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다.
S#65. 경빈처소 일각문 밖 (밤)
금이, 조족등을 들고 주변을 살피는데 심정, 금이 쪽으로 다가온다.
금이 : 어서오시옵소서. 경빈마마께오서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심정 : 오냐. (급하게 일각문 안으로 들어간다)
금이 : (주변을 살피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오상궁 : (한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일각문쪽을 보다가 몸을 돌려 급하게 간다)
S#66.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앞에 앉은 오상궁을 보고 말한다. (*오상궁 옆에 엄상궁이 앉아있다)
윤비 : 화천군이 경빈처소에 들었다?
오상궁 : 예, 마마!
윤비 : 엄상궁, 경빈처소로 갈 채비를 차리게.
엄상궁 : 예.
윤비 : (결연한)...!
S#67.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과 심정, 마주 앉아있다.
경빈 : 화천군대감, 대책은 강구하시었습니까?!
심정 : 예, 이번일이 잠잠해 질때까지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경빈 : (버럭) 기다리다니요?! 아니될 말씀입니다! 예정대로 역모를 고변하여 맞불을 놓으세요!
심정 : 하오나 그리되오면...
경빈 : 대감! 이사람 뜻대로 하세요! 그래야 이사람과 복성군이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심정 : (내키지 않는)..음!
S#68. 경빈처소 일각문 밖 (밤)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 그리고 기세등등한 중궁전 상궁들을 거느리고 일각문쪽으로 다가온다.
S#69. 동 경빈 처소 마당 (밤)
금이, 조족등을 들고 방문쪽에 귀를 기울이고 서있는데
윤비, 상궁들을 거느리고 일각문 안으로 들어선다.
금이, 윤비를 보고 화들짝 놀라 휘둥그레지는데.
엄상궁 : 저년의 입을 막아라!
중궁전 상궁들, 금이에게 달려들어 입을 막고 사지를 붙든다.
금이, 발버둥을 쳐보지만 옴짝달싹 못한다.
윤비, 처소쪽을 노려보다가 처소쪽으로 들어간다.
엄상궁과 오상궁, 나머지 상궁들이 뒤를 따른다.
S#70. 동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심정과 바짝 마주앉아있다.
심정 : 하오나 역모를 고변하였다가 세자저하를 방자한 죄를 덮어쓰고 전하의 진노를 사게된다면 어찌되는 것이옵니까?
경빈 : 그전에 중전이 방자를 했다는 증거를 찾아내면 됩니다.
심정 : 하오나 어찌요?
경빈 : 화천군대감, 가까이 오세요.
심정 : (경빈 옆에 바짝 다가앉으면)...
경빈 : (심정의 귀에 바짝대고 뭐라고 속삭이려는데)..
윤비, 방문을 벌컼 열고 방안으로 들어선다.
경빈과 심정, 놀란 눈으로 윤비를 돌아보는데.
윤비 : 경빈, 화천군! 너희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것이냐?!
경빈 : ...?!
윤비 : (쏘아보는)...?!
S#71. 난정모 방 안 (밤)
난정, 미음소반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길상, 한고비를 넘긴 듯 잠들어 있다.
난정, 미음소반을 내려놓고 길상의 얼굴을 어떤 느낌으로 내려다 본다.
난정,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길상, 눈을 뜨고 난정의 나간 방문쪽을 본다.
S#72. 동 난정모 마당 (밤)
난정, 방에서 나와 부엌쪽으로 가려는데.
패랭이 : 정난정!
난정 : (놀라 돌아보면)...?!
패랭이 : (살기가득한 눈빛) 네년이 정난정이냐?!
난정, 놀란 눈으로 패랭이를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