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0일 연중 제5주일
♡부르심과 선교사명♡
오늘 독서와 복음의 주제는 ‘부르심’과 ‘선교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선교교령 2항에도 “교회는 본성상 선교를 그 사명으로 한다”고 하고 있다. 이 교회의 사명인 선교사명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당신 선성, 사랑의 확산이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것이며,부름을 받은 우리가 갖는 선교사명은 바로 하느님을 우리의 삶을 통하여 확산시키는 고귀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십니다.
그러나 주님의 말씀을 행함으로써 그 어려움이 해결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따라서 주님께서 명하시는 대로 따라야 합니다. 이 시간 말씀에 순명할 수 있는 은총이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아무리 좋은 가르침이라 해도 따르는 사람이 없으면 있으나 마나 한 가르침이 되고 맙니다. 그야말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입니다. 예수님께서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루카5,4) 고 하셨을 때 시몬은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루가5,5) 하고 말하였습니다.
이러한 말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는 어부로서의 생활을 하루이틀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몬은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하고 말씀을 따르고 실천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은 고기를 잡게 되었습니다.
시몬이 만일 그 말씀을 무시하여 듣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아마도 고기를 잡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반석, 으뜸제자가 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시몬의 순명이 예수님의 말씀을 살아있게 만들었고 그래서 예수님은 결국 고기를 낚는 어부에서 사람을 낚는 어부로 만드실 수 있었습니다. 순명이란 자신의 지식과 사고방식으로 이해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을 향한 사랑과 권위에 대한 신뢰로 따르는 것을 말합니다. 고기를 잡는 시몬은 자기 경험과 판단을 제쳐놓고 목수 출신인 예수님의 권고에 따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주님의 능력을 보았습니다. 배가 가라앉을 지경에 이르도록 엄청난 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말씀을 듣고 들은바 대로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시몬 베드로는 고기를 많이 잡았는데 기뻐하지 않고 두려워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주님, 저에게서 떠나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시몬의 눈에는 고기 대신 능력의 예수님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자신의 죄스러움을 별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갑자기 주님 앞에 서니 자신의 허물이 보였습니다. 그분을 모시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자신의 모습이 보였기에 스스로 엎드려 자백한 것입니다. 이미 그는 더 이상 고기 잡는 어부가 아니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자세히 보면 예수님을 부르는 호칭이 바뀌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시몬 베드로가 처음에는 예수님을 ‘스승님’ 이라고 부르지만 능력을 만난 다음에는 ‘주님’이라고 불렀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만남으로서 삶이 변화된 것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도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써 예수님을 ‘주님’으로 영접하고 고백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고해성사를 주다 보면 아주 오랫동안 쉬다가 오시는 분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분의 고해성사는 내용이 아주 짧습니다. 몇 마디로 죄를 고백하고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반면에 자주 고해성사를 보는 분들은 내용이 많고 깁니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자주 보는 사람이 짧을 것 같은데 그 반대입니다. 그것은 하느님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 죄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주님과 가까이 있으면 ‘들보’ 같은 죄도 안 보이다가 ‘티’만한 죄도 보이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그분 앞에 서면 어느것 하나 숨길 것이 없는 것입니다. 시몬 베드로가 “주님,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가5,8) 라고 고백하였듯이 우리도 주님 앞에서 우리의 허물을 보게 되고 그에 상응하는 자비를 입게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시몬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들은 시몬은 그의 동업자인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들에게는 새 생활이 전개 되었습니다.
그들은 따름으로써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 사실 내 것을 버리지 않으면서 주님을 따르고 더 나은 신앙생활을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헛된 일입니다. 내 것을 고집하는 한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시몬이 예수님 앞에서 자기의 어부로써의 경험을 접었듯이 우리의 지식과 경험, 판단을 주님께 맡길 때 놀랍게도 신앙의 눈이 새롭게 뜨이기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나의 애착을 버림으로써, 그리고 주님을 따름으로써 감히 예기치 못한 삶의 풍요로움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즉, 주님과 좋은 관계를 맺는 방법은 주님께서 내게 특별한 사랑을 주시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먼저 주님의 뜻에 따라 살면 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늘 특별한 사랑을 주십니다. 그러나 이 사랑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마치 오늘 복음에 나오듯이 은총을 받은 베드로가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라고 말하면서 주님을 거부했던 것처럼, 주님과 함께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요?
주님께서 늘 사랑으로서 다가오시기 때문에, 이 사랑에 응답만 하면 좋은 관계를 간직하며 살 수 있습니다. 그 사랑은 세상의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닙니다. 베드로 사도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섰던 것처럼, 우리 역시 주님의 사랑만을 바라보면서 주님의 뜻을 따를 때 주님과의 관계 안에서 큰 행복을 체험하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