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원장에 취임한 한홍택 박사 “KIST를 세계적 연구소로 만들 것”
과학계 ‘제2 서남표’ 개혁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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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이 인터뷰 중 앞으로 집중적으로 연구할 분야를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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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학계의 세계적 석학 한홍택(67·사진) 박사가 27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에 취임했다. 재미동포인 그는 KIST를 세계적인 연구소로 육성해 달라는 한국 정부의 부름을 받고 미국에서 귀국했다. 유학차 한국을 떠난 지 43년 만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분교(UCLA)의 석좌교수 직도 던졌다. 연봉도 36만 달러(약 4억5000만원)로 정부 출연연구소 가운데 가장 많다. 미국 국적의 동포가 한국 정부 출연연구소의 대표가 된 것은 처음이다. 서남표 KAIST 총장도 비슷한 경우로 한국에 부임해 수년째 한국 이공계 대학가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켜 왔다. 그래서 한 원장이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국내 과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KIST를 세계적 연구소로 만들기 위한 구상은.
“KIST 연구원들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옛날에야 장비 같은 연구 인프라가 없어서 못한다는 소리를 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많은 것이 갖춰져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연구중심대학(WCU) 프로그램으로 대학교수들이 자신감을 갖는 것처럼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색인논문(SCI)도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지만 이제는 많은 이가 발표하지 않는가.”
-그렇게 만들려면 구체적으로 뭘 바꿔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게 정년을 연장하는 거다. 정년이 대학교수보다 짧기 때문에 사기가 떨어지고 좋은 두뇌들이 연구소를 기피한다. 내가 미국에서 가르친 학생들도 연구소보다는 대학교수를 선호했는데 원인은 정년 문제였다. 연구원들의 정년을 61세에서 대학교수처럼 65세로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 ”
-정부 출연연구소의 문제는 무엇인가.
“나이가 들어 월급은 더 받으면서 연구 실적은 그만큼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들 한다. 미국과 한국의 대학이 다른 것은 나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능력을 본다는 것이다. 능력과 실적이 달리면 그만두는 것이 미국이다. 한국이나 KIST에서는 나이든 사람들도 자기 스스로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줘야 한다.”
-KIST 안팎에선 한 원장의 취임 후 칼바람이 불지 않을까 주시한다.
“무턱대고 정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선 대화를 통해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것이 먹히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취임하자마자 연구 안 하는 사람들 정리부터 하라고 조언한 지인도 있다. 그러나 나는 대학 스타일을 좋아한다. 총장이 바뀌었다고 대학교수들을 함부로 정리하지 않는다. ”
-정부에 연구비를 늘려 달라고 했는데 안 된다면.
“정부가 관심을 가질 만한 프로젝트를 많이 제안하려고 한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연구 과제 즉, 에너지·환경·건강·국방·재료 등 7대 과제를 집중적으로 내세울 작정이다. ”
-한 원장의 성품이 온화해 KIST를 개혁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부드럽다는 소리를 듣기는 한다. 중요하지 않은 일엔 무덤덤한 편이라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나한테 배운 UCLA 학생들한테 물어보면 안다. 연구라든가 매우 중요한 일을 할 때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다. KIST를 세계적 연구소로 만드는 일은 내겐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비슷한 경우로 KAIST를 맡은 서남표 총장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을 텐데.
“내 스타일을 버리고 서 총장의 스타일로 변신할 수 없다. 내 방식대로 구상한 바를 이루겠다.”
-40년 넘는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 하지만 몸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조국에 봉사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UCLA 석좌교수 직도 그만뒀다. 은퇴한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한홍택 원장=보잉 787 동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탄소복합재료를 개발했다. 근래엔 신개념의 나노 탄소복합재료와 나노입자를 이용한 태양전지를 개발해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 기계과 졸업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기계공학 박사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기계공학 과장 ▶미국 복합소재학회장 ▶재미 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