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꼭 있어야할 자리일까?
늙는다는건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 인간의 노화는 지력이나 체력보다 감정에서 먼저 시작된다고 한다.
그 징조로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웃음이 사라지고, 눈물이 메마르고, 흥이 없어지고, 표정이 어두우며, 공격적이며, 사나워진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 중에도 감정이 메마른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일 수록 노화가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래 사는이유도 공감력과 감성이 뛰어나고, 자기 감정에 솔직하기 때문이다.
빨리 늙고 싶지 않고, 보다 우아하고곱게 나이 들고 싶다면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놀라워 하고 더 많이 즐거워야 한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일 수록 더 건강하게, 더 오래, 더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노년은 생각보다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길이며, 삶의 여정 중에서 마음을 비우며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길에 변함없이 함께 한다는 것은 큰 힘이 되고 축복이다. 매일 안부를 묻는 우리가아름다운 동행자요 정다운 생의 동반자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가 나 자신이 꼭 필요한 자리가 아니면 가능한 한 가지 않으려고 하는건 살다보니 그렇게 느껴지는게 현실이라서다. 버섯이나 인삼밭에서 배추 무우만도 못하면 잡초중에도 상 잡초다.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란 없다지만 그것은 누구나 지극히 자기 중심적 시각에서 만들어진 기준일 뿐이다.
‘해충(害蟲)’ ‘익충(益蟲)’의 기준이 인간의 삶의 유불리에 의해 규정된 것처럼 매우 작위적이고 인위적인 변별 기준이다.
송나라의 철인 주자(朱子)는 이렇게 노래했다. “미워서 뽑으려 하니 잡초 아닌 것이 없고, 좋아서 두고 보자니 꽃이 아닌 것이 없다. 이는 모두 다 한 밭에서 나는 나의 마음이로구나 약장제거무비초 (若將除去無非草) 호취강래총시화 (好取看來總是花)"라고 하였다.
내 마음 가짐에 따라 잡초로도 보이고 꽃으로도 보인다. 관심을 가지지 않고 하찮게 보면 모든 게 잡초로 보이지만 애정을 갖고 들여다보면 잡초도 꽃으로 보인다. 사람도 그렇다. 세상 모두가 꽃이다.
순자(荀子)는 또 말하기를 “하늘은 복록이 없는 사람을 내지 아니하고, 땅은 쓸모없는 초목을 기르지 아니한다. 천불생무록지인 (天不生無祿之人) 지부장무명지초 (地不長無名之草)"라고 하였다.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꽃이 없고 마지못해 살아있는 꽃도 없듯이 아무렇게나 태어난 인생이 없듯이 마지못해 살아가는 인생도 없어야 한다.
애시당초 잡초 라는 것은없다. 단지 있어야 할 제자리를 가리지 못해 잡초가 되었을 뿐이다. 주역 계사전에는 “방이유취(方以類聚) 물이군분(物以群分) “삼라만상은 그 성질이 유사한 것끼리 모이고 만물은 무리를 지어 나누어진다.”라는 말이다.
이 천지자연의 질서에 순응하지 못하고 이탈한 것이 바로 잡초이다. 밀밭에 보리가 나면 보리가 잡초이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밀이 잡초이다.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되는 셈이다.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 꽃도 풀이나 다름없다. 배추밭에서는 산삼이 잡초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꼭 필요한 자리나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산삼보다 귀하지만, 있어야 할 곳이 아닌데도 눈치 없이 뭉개고 있으면 잡초가 되고 만다.
분별없이 살면 잡초가 되고.
추책없이 살아도 잡초가 되고.
자기가 자신을 몰라도 잡초가 된다.
보리밭에 난 밀이나 밀밭에 난 보리처럼 자리를 가리지 못하면 결국엔 잡초가 되어 뽑히고 말 뿐이다.
자고로 사람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지금 무밭의 인삼인가.?
인삼밭의 무인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아는 것만큼, 남아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를 분별할 줄 아는 지혜는 인생에 더없이 중요한 법이다.
100세 시대라지만 100살까지 살 확률은 1%, 90살까지 5%, 80세까지 30%, 75세까지 50% 선이라 한다.
확률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있는 평균 나이는 76세~78세로 생각보다 건강하게 장수 하는 건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스스로 걷고 몸 단장하고 병원생활 안하며 자식들 도움 안받고 살다가 죽는게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