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공선사 공주에 가다
/류인록
2020년의 새해가 밝아 온지 열이틀 째 날이다. 우연하게 만나 알게 된 부천시 시(詩) 소리 낭송가 ‘N’씨로부터 자신이 소속된 단체에서 공주에 있는 ‘나태주문학관’으로 문학기행을 가는데 같이 가자는 제의가 왔다. 그 단체회원들과의 안면이 없는 나로서는 조금은 망설였지만 그가 그 문학기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합류하기로 했다.
아침 일찍 서둘러 약속된 장소에 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다행히도 다른 공간에서 만나 알고 지내든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무척 반가웠다. ‘복사골문학회’ 회원들의 모임으로 창립 30주년 기념 문학기행이었다. 출발 인원이 자그마치 43명이나 됐다. 버스에 자리 잡고 출발하기 전 김밥을 비롯한 과일, 떡 등 먹을거리를 나누어주고 행사를 갖게 된 동기와 계획을 설명한 뒤 문학회원들의 자기소개를 말하는 인사 나눔이 있었다. 내가 인사를 해야 할 차례가 되었다.
“ 나는 부천사람이 된지 41년째입니다. 지금은 잠정 중단이 된 우리동네 신문 『원미마루』 기자이고 주민자치프로그램 중 글쓰기 교실의 수강생으로서 2017년과 2019년 부천시 백일장 대회 삼행시 부분에서 두 차례 장려상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부천시민 시조 백일장 운영위원회 회장이신 ‘구자룡’ 선생님과 한국 작가회의 부천지부 지회장이신 ‘우형숙’ 선생님을 뵙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상장을 그분들에게서 직접 받은 게 아니고 전달받았기에 얼굴은 처음 대했던 터였다.
버스 안에서 먹거리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난 다음 사회자는 나태주 시인에 대한 소개를 했다. ‘나태주’ 시인은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공주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71년 서울 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로 박목월 선생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그는 1964년 19세부터 2007년까지 43년간이라는 긴 세월동안 초등학교 교단에 재직한 시인. 그의 대표적인 시 ‘풀꽃’은 한 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있을 때 쓴 시로 이 시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쓰여 졌다.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하생략)”
예쁘고 사랑스런 아이를 보며 쓴 것이 아니라 말 안 듣고 까칠한 아이를 어떻게 하면 사랑스럽게 볼 수가 있을까를 고민하다 쓴 시였다. 자세히 오래라도 봐서 우리가 세상의 아름다운 면을 찾아보자는 그런 마음으로 쓴 시였다.
진행자는 먹거리 뿐 만이 아니고 버스 안에서 같이 부를 동요들 <산바람 강바람> <초록바다> 등 10여곡의 가사를 프린트 해왔다. 내가 좋아하는 <등대지기>도 있었기에 나도 한 몫 끼다 보니 정안 휴게소에 도착 했다. 용무를 마치고 차에 오르려는 그때 누군가 따끈한 된장국을 준비해 와서 구수한 된장국으로 해장을 했다. 추운 겨울 여행 중에 따끈한 된장국 그 맛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다음 코스는 공주 한옥마을에 있는 식당 ‘능이버섯 불고기집’. 예약된 곳이었기에 잘 차려진 상차림에 내가 좋아하는 공주 밤 막걸 리가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금상첨화다. 식사를 마친 후 두 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공주 한옥 마을과 공주 알밤 축제장에 들려 구경을 했다. 또 공주 박물관에 들려 공주의 역사를 한 눈에 보고 듣고 배웠다. 공주는 가을과 겨울 두 차례 알밤 축제가 열린다고 했다. 축제장 넓은 마당에 소나무 장작에 불을 지펴 알밤을 굽는 행사는 이 겨울이 가기 전 운치 있는 광경이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는 올 때보다 사람들의 정겨움이 더해갔고 술잔이 오가며 즐거운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 시낭송을 하는 사람들 그중 한 사람은 낭송 시간이 5분이나 되는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유명한 시인들의 시를 나름대로 멋지게 낭송하며 오던 중 마이크가 내개로 전달되었다.
나는 술의 힘을 빌려 용기를 내어 자작시를 낭송했다.
칠십대/ 류인록
누군가 나에게 나이를 묻는 다면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망설여진다.
60대까지는 몇 학년 몇 반이라고 했는데/70대가 되고 보니 정작 할 말이 없다.
7학년부터는 없으니 말이다
1947년 정해丁亥생이니 내 나이 일흔 넷/젊음의 시절은 바람과 같이 휙 지나갔고
친구의 친구 내 친구 같이 어울리고/친목계, 동창회, 향우회, 어쩌다가 산악회 등
갈 곳은 많다
나라에서 내려준 지공 선사는 이미 받았고/또 하나 선仙자 들어가는 노선老仙을
따려고/ 늦은 나이에 술을 벗 삼아 시 공부를 해 보건만/ 시를 조금 알고 보니
어려운 게 시詩로구나
노인에게는 사고四苦가 따라 붙는다/ 병고, 빈고, 고독고, 무료고 그중 하나/
'무료고'라도 면해 보려고 누군가 흉을 보든지 말든지/내 멋에 책가방 들고 에세이 반, 시창작반, 컴퓨터반, 한자교실 드나들며 일주일을 바쁘게 보낸다.
나는 행복하다고 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50대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의외로 박수소리가 크게 터져나왔다. 이게 바로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자작시를 낭송한 사람은 나 하나였던 것이다.
그 이튿날 ‘N’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제 시 낭송 잘했어요. 다음 기회에도 문학기행에 같이 가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