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이 난다.
지난 11월 14일 저녁무렵에 대천시내에 나가야 할 시간이 촉박한데도 서둘러서 조금만 캤던 돼지감자.
다음날 시향(시제)에 참가한 친척들한테 나눠주고도 저금은 남았는지 아내는 서울로 가져 왔다.
반은 생채나물로 활용했고, 반 쯤 남겨둔 것이 얼핏 생각이 났다.
캔 지 오래 되면 돼지감자는 자연소진되어 빈 껍질로 남기에 캔 즉시로 활용해야 한다.
아내가 꺼내 준 돼지감자는 이미 시기가 지나서 늙은 창부의 뱃살처럼 늘어졌어도 물에 담궈서 조금은 탱탱하도록 불렸다.과도(果刀)로 다듬은 뒤에, 수돗가에서 물로 씻고 다시 솔로 겉껍질을 박박 문질었다.
벗겨낸 겉껍질은 베란다에 놓인 화분에 조금씩 나눠 주었다.
'아니 왜 거기다가 버렸어요? 그거 냄새 나요. 음식 쓰레기인데...'
고시랑대는 아내의 질타에 나는 아뭇소리도 대꾸하지 않았다.
번번히 실랑이를 했기에.
나는 베란다에서 화분농사를 짓는다.
아파트 베란다 위에 놓은 화분에는 단지 수돗물만 줄 뿐 그 어떤 거름도 주지 않는다.
줄 거름도 없거니와 그런 거 주면 냄새가 날 것은 뻔한 이치다.
그런데도 화분농사를 잘 지으려면 그 무엇인가를 식물한테 주어야 한다.
가장 쉬운 것이 수돗물을 그냥 뿌려 주는 것.
장기간 물만 주면?
화분 속의 식물은 무엇을 빨아 먹지? 흙 속에 있던 영양소가 화분 밑바닥 아래로 다 빠져 나간다. 식물이 빨아먹을 수도 없다. 또 흙 속에 조금 있는 영양소도 식물뿌리가 빨아 먹을수록 영양가 없는 빈 흙으로만 남을 터.
이따금 무엇으로 보충해 주어야 한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이처럼 식재료를 다듬고 난 찌꺼기, 버려야 할 쓰레기를 화분에 조금씩 나눠 주는 방법이다. 이게 거름이 될 것이라는 내 화분농사 재배방식이다.
그저께는 11월 28일.
경주 여행하면서, 강동면 양동마을에서 슬쩍 뜯어 온 물아카시아 한 포기(반 뼘 길이)와 민간 음식점 화단에서 얻어 온 사철해송화 뿌리를 어제 화분 흙에 심었다.
오늘 11월 30일, 돼지감자를 다듬으면서 찌꺼기가 나왔다.
과도로 살살 긁어낸 겉껍질을 이들 식물 위에 살짝 얹혀 주었고, 또 돼지감자 씻은 물을 조금씩 부어주었다. 겉껍질이 수채구멍을 메울 수도 있기에 물을 함부로 버리기가 겁이 났다. 그래서 이를 활용했다.
어제 심을 때에는 잎이 시들했다.
하루가 지난 오늘에는 기운을 차린 듯 싶다. 더욱기 줄기를 잘라 온 물아카시아는 잎이 곧추 섰다. 잘하면 죽지 않고 새 뿌리를 내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손가락 길이지만 잘 보살피면 새 순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아쉽다면 아열대성 식물이라서 상온 5도 이하이면 죽는단다. 겨울철에는 온실에서 재배해야 한다는데도 온실이 없는 나로서는? 겨울철에는 베란다에서 키울 수밖에.
다육식물인 사철채송화(송엽국)는 살릴 것 같다.
뿌리째 뽑아 왔기에 어쩌면 죽이지 않고 살려낼 것 같다. 뿌리 달린 식물은 그래도 생명력이 강하게 마련이니까.
싱싱하게 살이 찐 사철채송화를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식물에는 모두 독성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혹시 있을 수도 있는 독성을 고려해서, 극히 소량을 먹는다면 식용이 가능할까? 하는 연구심도 생긴다. 조금씩 먹는 양을 늘려서 정말로 안심이 된다면? 훌륭한 먹을거리가 될 수도 있는데...
내가 사는 아파트 베란다의 바닥은 비좁다.
또 잡다한 살림도구가 놓여 있어서 더욱 비좁은데도 작은 화분 열 댓개를 올려놓고는 화분농사를 지을 궁량을 댄다. 알로에 한 포기, 자주색달개비 두어 포기, 명월초 스무 몇 포기. 산달래 서너 포기 등이다. 또 몇 종류의 화초들이 있다.
이런 규모의 농장은 화분농원이라고 불러야겠다. 아니면 화분농장이라고 작명할까? 몇몇 종류의 화초도 있으니까.
베란다에서 재배하는 농원의 면적과 작물의 숫자로는 이만하면 족하지 않는가?
전에는, 아내가 가꾸는 식물한테는 일체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무슨 식물이 있는지도 몰랐다. 올 3월 초부터 내가 서울에서 머물기 시작한 뒤로는 조금씩 화분 속의 식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내가 시골에 있을 적에야 세 군데 텃밭에는 온통 나무와 풀들이 가득 차 있었기에 늘 풀과 씨름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이다. 23층 고층의 높이에 갇힌 나로서는 흙조차 구경할 수도 없는데도 다행히 화분이 있기에 흙을 만지며, 풀과 키 작은 화목 몇 그루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올 봄, 양재동 꽃시장, 성남 모란시장, 동대문 약령시장에 다니면서 화초와 채소 씨앗을 조금 사다가 시골로 가져 갔다.
빈 집인 시골집 텃밭에 모종은 심었으되 씨앗은 뿌리지 못한 채 서울로 올라왔다. 씨 뿌릴 시기가 아니었기에.
어쩌다가 시골에 내려가서 잠깐 둘러 본 시골텃밭 속의 화초들이란 저 혼자 자라서, 저 혼자서도 꽃 피우기도 했고, 더러는 다른 풀에 치어서 죽기도 했다.
시골에서 텃밭농사를 짓지 못하고 서울에서 살아야 하는 아쉬움이 늘 잠재한다.
그래서 서울에서, 베란다에서 화분농사를 시작한 나.
화분 몇 개에 몇 종류의 풀과 화초를 심어놓고는 거창하게 작명했다.
화분농사, 컵농사 범위를 넓혀서 오늘은 아예 화분농원이라고 작명했다. 나중에 화분 몇 개를 더 늘어놓으면 이번에는 화분농장으로도 부를 게다.
날씨는 자꾸만 더 추워진다.
내일부터는 12월이다. 냉한기에 이들을 어떻게 보온관리해 주어야 하는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건달농사꾼은 늘 고민만 하나 보다.
2015.11.30.
사철채송화를 송엽국이라고도 부른다고 정희태 동문이 알려주었다.
나도 시골장에서 송엽국이라고 언뜻 들은 기억이 났다.
대고모댁 5촌당숙한테 얻어 왔고, 장에서도 샀고, 내다버린 것도 줏어왔고...를 했는데도 증식에는 실패했다.
내가 지난해 2월 초부터 시골집을 빈 집으로 놔 둔 탓에 텃밭 속의 많은 식물, 특히 키 작은 식물들은 풀에 치어서 많이도 사라졌다.
어쩌면 사철채송화(송엽국)도, 그래도 조금은 남아 있을 게다.
올 늦가을 시골 텃밭에서 언뜻 봤으니까.
경주 양동마을에서 조금 캐 온 몇 뿌리를 증식하면 내년 봄부터는 또 시골에서 재배해야겠다.
경주의 식물이 멀리 서해안 바닷가 쪽으로 시집간 것일까? 시집 온 것일까?
첫댓글 저도 나무 꽃들의겨울보내기준비를하고있습니다.
집앞 집뒤안에 심어늫은꽃을
비닐로덮어주어야겨울을무사히
지내고 내년보에꽃피는것 을볼수있으닌까요.
부럽네요.
서울 한 복판에서도 화단이 있다는 것이.
흙을 만질 수 있다는 능력이...
비닐로 잘 덮어주어서 겨울을 나게 한 뒤 이른 봄에 새 순이 움트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부럽습니다.
가정집의 화단에서 짓는 농사는 무어라고 이름 지어야 할까유?
항아리 농사? 장독농사? 아님...
그러요!
화분에 심을때 얼마나힘들었는데요.
돈과 흑 그것도만만치않더라구요. ㅎ
식재료 찌꺼기가 나오면 그거 흙 속에 살짝 묻어두면 몇 개월 뒤나 1년 쯤이면 발효되겠지요.
냄새가 적은 식재료. 또는 등산 다녀오면서 부엽토 많은 산 흙을 조금씩만 비닐봉지에 담아오면
도심속의 화단은 융성해질 터. 흙을 만지면서 식물이 생성소멸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도 삶의 활력소가 되겠네요.
부럽네요. 어떤 식물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ㅎㅎ...물아카시아 가지를 잘라 오는 것을 보았네, ㅎ
수생식물이라서 화분에서 기르는 게 맞을라나 모르겠네, 어린이 대공원에서도 보았는데,
얕은 물속에서 자라던데...하여간에 잘 활착 시켜 기쁨이 되기 바라네
사철채송화?는 모르겠구먼. 혹시 송엽국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것인가?
잎이 뾰족한 침형이고 붉은 꽃이 피는 것 말일세, 그 날 양동마을에서 보았는데...
송엽국?
인터넷 검색하니까 송엽국, 사철채송화는 같네그려.
덕분에 나도 꽃이름 제대로 알았소이다. 시골에서 몇 번 재배하려다가 실패했는데...
올 겨울 잘 보낸 뒤에 시골 텃밭에 가져가서 더 많이 증식해야겠소이다. 키 큰 나무들이 잔뜩 있는
텃밭에서 저 키 낮은 풀이 제대로 살려는지 의문이지만...
물아카시아... 어린이 대공원에서도 보았다면.. 혹시 바깥에서 겨울을 난다는 뜻인가?
겨울철 물이 꽁꽁 어는데 식물이 살아 남을까?
잘 증식시켜서 한 번 실험해 보고 싶으이...
@최윤환 장미목 콩과 자귀풀속의 여러해살이 수생식물로, 남미 아마존강 유역이 원산지로 되어있는 곳도 있고, 남아프리카의 앙골라, 나미비아, 보츠와나, 잠비아 등지로 기록된 곳이 있다.
줄기는 붉은 갈색을 띠며 원통형으로 둥글고 속은 비어 있어 물에 잘 뜨는 성질이 있고, 옆으로 기면서 자라며 줄기에는 밝은색의 잔뿌리가 빽빽히 납니다.
잎은 아까시아 잎처럼 10~13쌍의 잔잎으로 된 짝수 깃꼴 겹잎이며 전체적인 형태는 10~15cm 길이로 긴 타원형의 형태를 하고 있고. 꽃은 8-10월에 잎겨드랑이에서 꽃줄기가 나와 땅콩과 같은 나비 모양의 노란꽃이 핀다
우리 나라에서는 물아카시아라 부르지만 서양에선 물미모사,물신경초라 부른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찍은 물아카시아꽃
잎사귀는 아카시가 아니라 자귀잎 같던데...
노란꽃이라.
사진 속의 줄기에 꽃대가 나와서 꽃을 피운다. 그럼 나는 언제 다 키우냐?
전혀 불가능할 것 같다. 물구덩이도 없고, 수조도 없는데... 혹시 맨 흙에서도 사는지 궁금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