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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 화 빼앗긴 자들 |
일레키우스 황제의 온천행이 결정되었다. 급작스런 건강 악화로 요양을 간다는 것은 측근들 몇 명만 알고 있었고 대외적으로는 오랜 격무에서 벗어나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러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계자이자 공동으로 제국을 다스릴 통치자가 있었고 그를 보좌할 유능한 형제가 있었으니 전혀 걱정할 일은 없는 듯싶었다. 황제는 마누엘에게 자신의 인장과 옥새를 넘긴 뒤 두 손을 꼬옥 감싸 쥐었다. 자리를 몇 달 동안 비우는 것도 아니고 길어야 몇 주 정도일 텐데 그 사이에 무슨 큰일이 일어날까 싶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뭔가 작은 일이라도 일어나서 황태자인 마누엘이 그것을 슬기롭게 잘 처리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요컨대 첫 번째 시험인 셈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것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비록 신체의 축복은 받지 못했으나 지성의 은총을 받은 마누엘이었고, 그보다 더 뛰어난 지성과 신체를 겸비한 충성스런 신하이자 형제가 그를 보좌할 테니 걱정을 하는 것 자체가 기우임이 틀림없었다.
“간밤에 수석 내의가 명을 달리했다 하옵니다.”
주치의인 수석 내의의 노고도 위로할 겸 온천행에 동행시킬까 하였으나 그가 급작스럽게 죽었다는 말에 황제는 크게 안타까워했다. 마누엘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공이 컸던 탓이었다. 하드리안이 이교도였고, 뒷구멍으로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기에 순수하게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황제를 바라보며 요안네스는 어젯밤에 칼리스토와 나누었던 얘기를 곱씹어 보았다. 놀랍게도 칼리스토는 자신의 계획을 다 알고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크셨습니까. 하지만 세상 모두를 속일지언정, 저는 속이지 못하실 겁니다. 전하의 마음속에 있는 끝없이 타오르고 있는 야망의 불꽃, 제가 꺼내드리겠습니다.’
참으로 요망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코앞에서 직접 들여다보며 말하는 느낌에 요안네스는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조심하고 처신에 신경을 썼건만, 늘 자신을 지켜본 황제도 아니고 궁에 들어온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이딴 놈이 자신의 본심을 파악해 내다니? 혹시 이 녀석도 제 스승처럼 뭔가 기묘한 능력이 있는 것일까 싶었으나 본인은 그런 힘이 없다며 말하는 그였다. 물론 그것을 그대로 믿어줄 정도로 요안네스는 순진하지 않았다. 조만간 확인해 봐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다 떠나서 그의 제안은 무척이나 달콤했다.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애써 외면하고 단념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정말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일까? 이뤄질 수 없다고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현실 도피를 택했던 것은 아닐까? 한끝만 벗어나면,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이 속박을 풀어버릴 수가 있음을 요안네스라고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아무도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 스스로 주문처럼 되뇌어왔기에 주저했을 뿐이었다. 그것을 칼리스토는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원하고 있었다. 아니라고 외쳐 보았지만, 깊숙이 파묻어 놓은 그의 본심은 위에 올려진 수많은 장애물을 일거에 부수며 한순간에 고개를 쳐들고 말았다.
“마누엘을 잘 부탁한다.”
아들이 무슨 상상을 하는지 알 리 없는 일레키우스 황제는 요안네스를 부드럽게 포옹하며 귓가에 속삭였다. 그는 황제가 듣기를 바라마지 않는 대답을 해 주었고, 황제는 흡족한 얼굴로 수많은 근위병의 호위를 받으며 니케아 호수로 향했다. 그 뒤로 시종과 시녀들의 행렬이 끝을 모르고 동쪽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내가 황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냐?’
‘눈앞에 있는 해답을 전하 스스로께서 가장 잘 아시면서 어찌 제게 하문하십니까? 애써 외면하시는 모습을 대하기가 심히 민망할 지경입니다.’
‘네놈이 불순한 마음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내가 어찌 믿을 수 있느냐?’
‘믿어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저는 다만 도와드리겠다고 했을 뿐. 받아들이시든 내치시든 그것은 전하의 자유입니다.’
저놈의 요망한 주둥아리를 언젠가 조져버릴 것이리라 생각하며 요안네스는 입을 다물었다. 어쩌면, 해답은 바로 앞에 있는지도 몰랐다. 자신이 가진 지위를 십분 활용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마누엘이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자신이 차기 황제로 지목될 뻔한 적도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아내가 자줏빛 출생이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황태자이자 공동황제인 마누엘이 이렇게 멀쩡히 버티고 있으니까. 그를 죽이지 않고 제위 계승에서 무력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했다.
“형님, 잘 부탁합니다.”
황제를 배웅하고 돌아오며 자신을 향해 방긋 웃는 마누엘에게 요안네스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푸근하면서도 믿음이 가는 미소를 띠어 보냈다. 옆에서 마누엘의 특별 시종 자격으로 말없이 따르던 칼리스토가 보기에도 전혀 사심이 담겨 있지 않은, 동생을 한없이 사랑하는 형의 미소였다. 순간적으로 어제 내가 한 말이 먹혀들지 않은 건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의 열망이 눈동자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을 칼리스토는 볼 수 있었다. 요안네스의 이성은 벼랑 끝에 서 있었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떨어져 내려 산산이 부서질 것이었다. 이미 그는 첫발을 내디뎠다. 잠시 시간을 준다면 알아서 진행할 것이었다. 콤네노스 가문의 존속을 위해, 그리고 자신이 세운 원대한 계획의 실현을 위해 칼리스토는 다음 단계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많이 편찮으신 건 아니겠죠?”
“아니겠지. 워낙 정정하신 분이잖니.”
하지만 보령이 여든이 넘으셨지, 라는 말이 입속에서 맴돌았으나 용케 내뱉지 않으며 안나는 자신에게 어깨를 기댄 채 시무룩해 있는 아그네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고작 한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장녀인 안나 공주와는 달리 둘째인 데다 공주였기에 아무것도 책임질 것이 없는 아그네스는 세상 물정 모르는 말괄량이 아가씨였다. 가지고 싶으면 갖고 싫으면 버리는 변덕쟁이기도 했지만, 남을 속이지 않고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황실의 일원으로서는 드문 성격의 소유자였다.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탈이 있기도 했지만, 태생이 공주인 만큼 별일은 일어나지 않은 채 그저 귀염을 받아왔었다.
그런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 성숙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마누엘이 태어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였던 것 같다. 그저 울기만 하는 마누엘을 어르고 달래며, 자신도 어린아이였으면서도 더 어린 마누엘을 언제나 더 위하는 그녀였다. 모든 사람의 교육 보다, 마누엘의 존재 자체가 그녀에게는 스승이며 교육이고 삶의 기쁨인 듯싶었다. 약하기만 하던 마누엘이 점차 건강해질수록, 점차 성장해갈수록 덩달아 점점 아름다워져 가는 아그네스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미소가 오늘은 사라져 있었다. 그만큼 그녀는 일레키우스 황제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라고 모르지는 않았다. 이미 전임 황제들의 수명을 훌쩍 뛰어넘은 아버지였다. 솔직히 이 정도로 오랫동안 정정하게 사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신의 축복을 가득 받은 증거가 아니고 뭐냐고 입방정을 떠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비록 후계자 문제가 조금 시끄럽기는 했지만, 이제는 그것조차 깔끔하게 해결이 되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변해 버리신 걸까? 이제 마음의 짐을 덜었으니, 오랫동안 미뤄왔던 죽음에 한 걸음 더 다가가신 걸까?
“아그네스, 울지 마. 아버지는 건강하게 돌아오실 거야.”
“으응, 그래요. 저도 그렇게 믿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래도…….”
“니케아 호수는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하잖니. 그곳에 다녀온 역대 황제들은 모두 새로운 힘을 얻었다 하고. 아버지께서도 당연히 그러실 거야.”
“하지만 수석 내의도 갑자기 죽었다고 하는데…… 그냥 다 걱정이 돼요. 안 좋은 생각 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그냥…….”
그 점에 대해서는 안나도 해줄 말이 없었다. 수석 내의 역시 일레키우스 황제만큼이나 늙어 보였기 때문에 그가 느닷없이 죽었다는 것은 자신의 아버지 역시 갑자기 세상을 뜰 수도 있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그는 황실의 안위를 담당하였으며 황제와 황태자의 건강을 지키고 보듬는데 누구보다 큰 역할을 했던 자이기에, 아버지의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진 이런 시기에 그의 공백은 어느 때보다도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 마누엘이 일 잘하고 있는지 구경 가 볼까?”
잠시 아그네스를 다독이던 안나는 화제를 돌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는지 가만히 운을 띄웠다. 동생의 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녀의 평소 행동을 떠올리면서. 잠시 눈을 깜빡이던 그녀는 얼른 뺨에 흘러내린 눈물 자국을 흩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먹혔다, 싶었던 안나가 치마를 펼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때, 아그네스는 문가로 달려갔다.
“아그네스, 그렇게 급하게…….”
안나는 입을 다물었다. 문 앞에는 수석 내의의 제자가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서 있었다. 그제야 마누엘한테 가려고 급히 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안나는 남자에게 말을 거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수석 내의의 소식에 나도 많이 놀랐어요. 그대에게 위로를 말을 전하고 싶군요.”
“심려해 주려서 감사합니다. 스승님께서도 편히 쉬실 겁니다.”
“당신은 그의 하나뿐인 제자죠. 그럼, 당신도 그만한 실력을 갖췄겠죠? 당신의 스승이 그래 왔듯이, 내 아버지와 마누엘을 계속 지켜줄 거죠?”
“…… 망극하오나, 공주님, 저는 아직 그만한 실력이…….”
“아직 당신은 젊으니까 실력이 모자랄 수는 있어요.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거는 기대는 아주 큽니다. 그러니 빠르게 그 실력을 갖추세요. 필요한 거라면 뭐든지 지원해줄 테니까.”
아무 말 없이 머리만 조아리던 남자는 안나 공주가 다가오자 조금 더 고개를 숙였다.
“아그네스, 비록 그가 수석 내의의 제자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차기 수석 내의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야. 궁에는 실력 있는 뛰어난 의원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들에게 맡겨도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라면 그들도 잘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난 이 사람을 믿어요.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어요. 특히 마누엘에게는.”
“아그네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아그네스가 이 남자한테 마음이 있나? 싶었던 안나는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칼리스토와 아그네스를 살펴보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둘이 이어지는 것은 불가능했다. 천한 신분의 상대와 혼인을 했다가는 그대로 신분이 하락하고 지위가 박탈될 수도 있었다. 동생이 엉뚱한 마음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하며 걱정하던 안나에게 아그네스는 칼리스토에게는 들리지 않게 뭔가를 속삭였다. 흥미롭다는 듯이 그것을 듣고 있던 안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역시, 우리 동생이야. 마누엘에 관한 건 나보다 네가 훨씬 더 잘 아는구나.”
“수석 내의가 되는 건 아직 무리일지 몰라도, 적어도 마누엘을 보좌하는 정도는 문제없을 거예요. 다른 사람들을 더 붙여줘서 돕게 하면 실력에 대한 걱정도 줄어들 테고요. 자, 어서 가요. 마누엘에게 부탁하러 가야겠어요.”
“어어, 얘, 같이 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린 채 열심히 달려가는 그녀를 바라본 안나는 쟤도 참, 하며 가볍게 웃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들어가던 꽃잎 같더니 어느새 기운이 넘치는 듯했다.
“칼리스토…… 맞죠?”
“네, 공주님.”
“아직 당신의 실력을 알지 못하기에 함부로 중임을 맡길 수는 없지만, 아그네스의 말도 맞아요. 허니, 만일 그대가 마누엘의 건강을 담당하는 의료단의 일원이 된다면 부디 그 능력을 보여주길 바라요. 저렇게 당신을 믿고 있는 아이를 실망하게 하지 말아 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이미 저 멀리 시야의 끝자락에 당도한 아그네스를 향해 종종걸음으로 나아갔다.
‘내게 거는 기대가 크다라…… 실망하게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아그네스 공주는 그의 계획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도 있었다. 놀랍게도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듯싶었다. 그렇다면 더욱 더 그녀를 실망케 해서는 안 되는 법. 멀어져 가는 그녀를 바라보던 칼리스토의 입가에 가만히 미소가 떠올랐다.
“전하, 많이 피로해 보이십니다. 오늘은 이만 쉬는 게 어떨는지요.”
아드리아 공작, 요안네스의 말에 열심히 인장을 찍고 서류를 검토하던 마누엘은 그럴까요? 하며 손에 들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았다. 거의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마누엘은 아버지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 잠도 설쳐가며 수많은 일을 처리해왔다. 전쟁이 일어난다든가 하는 대형 사고는 없었지만 이미 겨울이 시작되었기에 이 계절에 필수적으로 점검하고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물론 일을 하는 것은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들과 그들을 보조하고 실제 상황을 조사하는 관리들이었지만 그들이 하루가 멀다고 올려보내는 보고서를 점검하는 것은 황제의 일이었다. 놀기 좋아하는 황제들이야 당연히 나 몰라라 하고 재상에게 떠넘겼으나 마누엘은 그런 황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황제도 아니었다. 공동황제의 지위를 가지고는 있으나 어디까지나 황태자였고, 현재의 황제인 일레키우스의 명성에 누가 될 행동 따위는 그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조금 무리를 했더니 그새 몸이 반응하여 아우성을 치는 모양이었다. 마누엘은 집무실에 있는 관료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린 뒤 해산을 명하는 요안네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본인도 열심히 일했지만, 자신보다 더 열과 성을 다해 일한 것은 요안네스였다. 성을 둘러보고 도시를 시찰하고 직할령까지 오고 가는 일들을 마다치 않고 행한 그였다. 거동이 불편한 동생에 대한 배려가 듬뿍 담겨 있었다. 이런 말을 해 봤자 신하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말할 그가 분명했지만, 마누엘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럼,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저기, 형님.”
그의 휠체어를 밀어주려던 요안네스는 이내 뒤로 물러서더니 무슨 말이든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얼굴로 마누엘을 바라보았다. 마누엘은 형의 얼굴을 올려다보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일과도 일찍 끝났는데, 모처럼 함께 목욕이라도 하지 않으실래요?”
“목욕…… 말씀입니까.”
“네, 옛날엔 자주 했는데 형님께서 외지로 나가신 뒤에는 한 번도 못했잖아요. 오랜만에 목욕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얘기 나눠요. 네?”
마누엘이라고 요안네스의 기분을 모를 리 없었다. 자신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 자리는 요안네스가 차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줏빛 출생의 자신이 태어남으로 인해 그는 이 자리에 범접할 수 없게 되었고, 요안네스 보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뒤떨어지는 자신에게 단 한 번도 아쉬운 소리나 불만을 표출하는 일 없이 자애로우면서도 믿음직한 형으로서, 실력 있고 뛰어난 신하로서 살아온 그였다. 생각해 보니 그런 그에게 제대로 고마움조차 표현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 돌아오실 테고 그렇게 되면 요안네스는 다시 자신의 영지로 돌아가 버릴 것이다. 물론 필요하다면 다시 소환하면 되는 일이었으나, 그에게만은 군주가 아니라 동생이 되고 싶었다.
“전하께서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음…… 그리고 저랑 있을 때는 말씀 낮춰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여전히 형님의 동생인걸요. 언제까지나 그럴 거고요.”
요안네스의 얼굴에 살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한쪽 무릎을 꿇은 그는 손을 들어 올려 마누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래 알았다. 그렇게 하마.”
“헤헤.”
천진난만하게 웃는 마누엘이었다. 요안네스는 시종에게 일러 목욕물을 준비하라 했고, 아무래도 조금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산책도 할 겸 마누엘의 휠체어를 밀어 황궁의 구석에 마련된 황실 정원으로 향했다.
바깥은 쌀쌀했다. 망토까지 걸쳤으나 그래도 한기가 느껴졌다. 그랬기에 정원으로 나가고자 하는 마누엘을 부드럽게 말리며, 요안네스는 대신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회랑을 따라 걷자고 제안했다. 타협이 이뤄지자 마누엘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형이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 조금씩 흔들리는 진동에 몸을 맡겼다.
황실 정원이니만큼,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회랑은 무척이나 길었다. 자줏빛 천장을 굳건하게 받치고 있는, 화려하게 세공된 문양들이 돋보이는 열주들의 행렬도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새 행렬은 끝났고, 그들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때마침 시종이 다가와 목욕 준비가 다 되었다 아뢰며 그들을 안내했다.
“너희는 물러가라. 전하는 내가 모시겠다.”
이런 곳에서 목욕을 하는 것은 죄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화려하고 광택이 나는 욕실에 당도한 요안네스는 목욕을 도우려고 준비 중인 시종들을 물렸다. 마누엘의 부탁이었다. 형님과 단둘이서 얘기하고 싶은데 시종들이 있으면 아무래도 방해가 될 것 같아서였다. 시종들은 몇 번 고개를 조아린 뒤 천천히 물러갔다.
“괜찮겠니? 시종들의 도움을 받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에요, 형님께서 조금만 도와주신다면…….”
말을 하던 마누엘은 멋쩍게 웃어 버렸다. 형에게 미처 말하지 못했던 고마움을 표현하고, 앞으로 더 잘할 테니 지켜봐 달라 멋지게 말하고 싶었으나, 여지없이 자신은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시종들을 물리고 형더러 자신의 몸종 노릇을 하라고 한 것처럼 보이면 어쩌나 마누엘은 조금 저어됐으나 요안네스는 전혀 그런 느낌은 받지 못한 듯, 마누엘이 옷을 벗을 수 있도록 도와준 뒤 그를 휠체어에서 들어 탕으로 향했다.
“자, 조심조심…… 이 정도면 되겠지?”
“네, 괜찮아요. 형님.”
탕 안에 마련된 계단식 난간에 적당하게 기대앉은 마누엘은 목욕 도구들을 가지러 가는 형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열여섯 살이나 많은 그였다. 내반족이라 거동이 불편한 자신과는 달리 그는 뛰어난 육체의 소유자였고, 본인의 노력으로 말미암은 보기 좋은 근육들과 전쟁터에서 얻은 자잘한 상처들이 더욱더 그를 강인한 남성으로 보이게 했다.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리라. 만일 자신이 저랬더라면, 저렇게 온전히 걸을 수 있고 힘도 키울 수 있다면, 그랬다면…….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느냐?”
“우앗, 형님─.”
물을 퍼서 마누엘의 머리에 주르륵 부으며 요안네스가 묻자 느닷없는 물세례에 어푸, 하며 허둥거리던 마누엘은 잠시 후 정신을 차려 보니 형과 함께 열심히 물보라를 일으키며 장난을 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아하하하, 이렇게 놀아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네요.”
요안네스가 일부러 져 주자 신 나서 몇 번을 더 물보라를 일으키던 마누엘은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난간에서 미끄러질 뻔했다. 재빨리 요안네스가 부축을 해줬기에 물에 퐁당 빠져 버둥거리는 추태는 면할 수 있었다. 황태자가 목욕탕 물에 빠져 기절했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그야말로 체통이 이만저만 깎이는 일이 아닐 테지만, 다행히 시종들이 없었기에 그럴 염려는 없었다.
형의 도움을 받아 자세를 바로 한 마누엘은 잠시 머뭇거렸다. 몇 번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간신히 내뱉었다.
“형님, 저…… 고맙습니다.”
“뭐가 말이냐?”
“그냥요. 모두. 다.”
이런 게 아니었다. 좀 더 유창하게, 감동적이게 말하고 싶었다. 속 시원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으나 간신히 입을 열어 표현한 말은 고작 고맙다는 말 하나였다. 누나들 앞에서는 말도 잘하는데 왜 형님 앞에만 서면 이렇게 입이 움직이질 않는 걸까. 하지만 요안네스는 그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다 이해했다는 듯 마누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갑자기 눈가가 시큰해지는 느낌에 마누엘은 서둘러 자신의 뺨에 물을 끼얹었다.
잠시 후, 요안네스는 마누엘을 부축하여 탕 밖으로 나온 뒤 주변에 마련된 자리에 앉혔다. 좋은 향기가 나는 목욕제에 적신 타월을 들어 어깨와 목 부분부터 천천히 부드럽게 문지르던 그는 심하게 휘어져 있는 그의 발에 시선이 닿자 저도 모르게 멈칫거렸다. 그러나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안으로 굽어 있는 발까지 깨끗하게 문지른 뒤 물을 부어서 모두 씻겨냈다.
“폐하께서 돌아오시면 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갖기도 힘들겠구나.”
“형님…… 영영 안 오실 것처럼 말씀하지 마세요.”
“아, 물론, 너의 대관식 때는 당연히 올 거다. 걱정하지 마라. 또 네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올 거고. 나는 네 형이기 전에 너의 신하니까.”
아직 이 부분이 덜 밀어졌네, 하며 다시 타월을 들어 올리는 그를 보며 마누엘은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후회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꼭 물어보고 싶었다.
“…… 제위에 대한 미련은, 정말 없으신 겁니까?”
열심히 움직이던 요안네스의 손이 멈췄다. 시선을 들어 올려 자신을 빤히 바라볼 것으로 생각했건만, 그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얼마 뒤 천천히 들어 올린 그의 얼굴에는 약간은 멋쩍은 미소가 띠어져 있었다.
“…… 네가 그렇게 갑자기 물어보니까, 좀 당혹스러운데.”
“죄송합니다. 묻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내가 황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느냐?”
잠시 고민하는 마누엘이었으나 침묵은 길지 않았다. 이미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도 완전한 결론은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아무래도, 저보다 형님께서 모든 면에서 뛰어나시니까요.”
“황제란 능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나는 자줏빛 출생이 아니지 않으냐.”
“그렇지만 형님도 저도 모두 아버지의 아들 아닙니까. 자줏빛 출생이어야만 황제가 될 수 있는 것에 너무 목맬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네가 황제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물론 황제가 되면 좋기야 하지만…… 그래도 혹시 그것 때문에 형님이랑 멀어지고 싶지는 않아서…….”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마누엘이었다. 고개까지 푹 숙인 채 잘못했어요, 하고 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잠시 그를 바라보던 요안네스는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기라도 하려는 듯 바가지에 물을 떠서 마누엘에게 좌악, 부어 버렸다. 어푸, 하며 화들짝 놀라는 마누엘의 머리를 헝클어뜨린 요안네스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마, 그렇게 미안하면, 네가 훌륭한 황제가 되면 될 거 아니냐. 나보다 더.”
“아, 아하하, 그, 그런가요…… 윽!”
마누엘은 갑자기 밑에서부터 찌릿하여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지자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요안네스는 깜짝 놀라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미안미안, 너무 세게 잡았나? 괜찮냐?”
“아, 괘, 괜찮아요 형님.”
“그래. 그나저나, 몰랐는데 이 녀석, 아주 물건이 튼실한데? 자식들도 많이 날 수 있겠어. 훌륭한 황제의 조건 중 하나는 타고 난 셈이구나.”
“아하하, 혀, 형님…….”
요안네스는 다른 곳에는 근육도 없고 호리호리한 녀석이 물건만 튼실하다며 감탄을 했고 자신의 음낭을 손으로 잡았다 놓았다 하는 형에게 마누엘은 그저 민망하다는 듯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요안네스의 표정 변화를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마누엘이 보이지 않게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 걸음만, 한끝만 내밀면 모든 것이 시작이며 끝이리라. 바람은 잦아들었고, 마침내 그 자리에는 결심만 남았다.
“자식은, 몇이나 낳을 생각이냐?”
“글쎄요. 제가 원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많이 낳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게 바로 훌륭한 황제의 첫 번째 조건이다. 자식들을 많이 낳아서 가문이 단절된 염려가 없게 하는 것. 그러려면, 이게 꼭 필요할 거야.”
마누엘은 민망하면서도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얘기를 굳이 그걸 손에 쥔 채로 말할 필요는 없을 텐데, 요안네스는 부러운 건지 놀라운 건지 아까부터 그것을 놓은 않은 채 얘기를 이어갔다.
“자줏빛 출생인 자를 밀어내고 자줏빛 출생이 아닌 자가 제위에 오를 수는 없는 법이다. 네가 비록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전통이고 법이니까. 그건 이해하겠지?”
“네…….”
“…… 근데 말이다, 그 사람이 아이를 못 낳는 몸이면 어떻게 되는 걸까?”
“네?”
“아이를 못 낳아서, 후사를 이을 수 없는 몸이라면 말이야. 그래도 여전히 황제가 되어야만 하는 걸까?”
“형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 으헉!”
갑자기 강한 압력이 음낭을 통해서 밀려 들어오자 마누엘은 커헉, 하며 신음을 토해냈다. 조금 전까지는 그저 가볍게 쥐고 있었던 요안네스가 갑자기 그것을 바닥에 댄 채로 위에서 짓누르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이렇게 되었을 경우에 말이다!”
“으아악─!”
미처 버둥거릴 시간조차 없었다. 짓누르던 압력에 요안네스의 체중이 실리는 순간, 뭔가가 터져 나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격렬한 고통이 들더니 이내 세상이 뒤집어졌다. 눈앞이 새하얘졌다가 캄캄해지며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극한의 아픔이 온몸을 휘감고 있어 손 하나 깜짝할 수 없었다. 경련에 휘감긴 몸이 통제를 벗어나 미친 듯이 출렁였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체, 아직 한 쪽이 남았잖아?”
그나마 고통스럽지 않게 하려고 단숨에 모두 으깨버리려 했건만, 미끄러워서 빠져나가 버렸는지 한쪽이 아직 멀쩡하다는 것을 깨달은 요안네스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곧바로 힘을 주어 찍어 눌렀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뇌와 주저와 눈물의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평생을 부정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부정된 진실을 다시 이끌어 내는 것이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자신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고, 거사가 진행되기 시작한 이상 동정 따위는 버려야 했다. 동생에게 악감정 같은 것은 없었지만, 지금 이 계획을 성공적으로 치르지 못한다면 자신의 미래는 죽음뿐이리라. 요안네스는 버둥거리며 소리를 지르는 마누엘을 향해 안쓰럽게 웃었다.
“미안하다 동생아. 대신 아이는 내가 많이 낳아주마. 내가 더 훌륭한 황제가 되어 주마.”
그리고 남은 한쪽도 그대로 눌러 터트려 버렸다. 부드득, 하며 작게나마 느껴지던 저항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을 느낀 요안네스는 눈이 뒤집힌 채 토악질을 해대고 있는 마누엘을 바라보고는 양쪽의 고환을 번갈아 눌러 보았다. 모두 완전히 으깨져 버린 것을 확인하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재빨리 뒤로 돌아 가지고 왔던 목욕 물품 중 뭔가를 들어 올렸다. 짙은 붉은색을 띠는 작은 병이었다. 거품이 흘러나오는 동생의 입에 그것을 빠르게 흘려 넣은 요안네스는 이내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밖에 아무도 없느냐! 전하께서 다치셨다! 아무도 없느냐!”
욕실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요안네스의 소리에 맞춰, 바깥에서 잠시 소란스러움이 일더니 이내 문이 벌컥 열리며 시종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황망해 하면서도 급히 서둘러 다가왔다가 쓰러진 채 경련을 일으키며 구토를 하는 마누엘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는지 망극해 하며 쓰러지듯 바닥에 엎드렸다.
“이, 이 어찌 되신…….”
“미끄러져서 욕조 난간에 찧으시고 말았다. 서둘러라! 어서 내의에게!”
“네, 네 전하……!”
시종들은 눈알을 부라리며 서두르라고 난리를 치는 요안네스의 호통에 정신을 차리지도 못한 채 커다란 천으로 마누엘을 감싸고는 미친듯한 속도로 달려나가 버렸다.
한순간에 난장판으로 변해 버린 욕실에 혼자 남게 된 요안네스는 가만히 손을 들어 보았다. 부르르 떨려왔다.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아직도 느껴지는 듯했다. 움찔하며 버티었으나 체중을 실어 힘껏 누르자 마지막까지 견디다가 이내 터져 나가 버린 그의 최후가.
“친족의 생명을 없애는 기분이…… 이런 건가. 익숙해져야겠군.”
고환이 모두 터져 버린 마누엘이 후사를 이을 수 있을 가능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것이 터져 버린 충격으로 마누엘이 죽어버리기라도 한다면 동생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는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은 황제의 유일한 아들로서 비록 자줏빛 출생은 아니나 당당하게 제위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한 가지가 더 충족되어야만 했다. 그것의 실현을 위해서 안나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지금은 다른 모든 걸 제쳐놓고, 동생의 안위를 걱정하는 형의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그는 욕실에서 나와 대충 옷을 걸친 뒤 허둥거리는 척하며 마누엘이 향하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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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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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엥? 뭐가 크베에요? 우웅?
왜 아무말도 못 하세요~ 뭐라 말씀 좀 해 봐요~~~ 궁금궁금해요 ㅋㅋ
@크킹삼치 오잉, 그거 2인치에 나온 내용인데 알고 계셨군요!!! 사실 위의 내용은 바로 거기서 모티프를 따왔답니당~ 데헷.
이로서 고자 한명이 추가 되었습니당~ 훗훗훗 (응?)
으아아아 설마 문화게시판에 이게 연재 되는줄은!! 요한네스 마음은 이해가지만 아, 저건 아니죠. 곶이라니, 동생에게 곶이라니..ㅜㅜ 재밌게 읽었습니다!
흐엉 ㅠㅠ 언제 댓글을 달아주셨대요 ㅠㅠ 왜 알림이 안 떴지 ㅠㅠ 지금 24편 올리고 연중 공지 하려고 했는데, 잠시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네요.... 흐... 감사합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