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희 개인전
대지의 이야기
흔한 소재인 듯하지만 탐미적이거나 소재주의적 발상으로 감정과 표현이 넘치지 않게 절제하며
대상에게는 섬세한 눈길을 보낸다. 더불어 따뜻하고 환상적인 색채로 안내되는 소박함이 장덕희만의 미학이다.
글 : 이흥재(전북도립미술관장)
[2013. 10. 2 - 10. 8 인사갤러리 2층(T.02-735-2655, 인사동)]
인간과 풍경, 그 어우러짐의 교향악
우리주변에서 흔하게 접할수 있는 것을 찾으라 한다면, 아마도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과 대지의 나무, 숲 등이 아닐까한다. 장덕희는 그림의 소재를 위해 이곳 저곳 여행을 자주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대지의 풍경은 그녀의 추억이며, 특히 바위틈에서 인고의 세월을 거쳐 피어나는 들꽃은 우리에게 환희를 주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서래봉에서 만난 능소화는 갈잎 덩쿨 나무로 담쟁이덩쿨처럼 뿌리를 건물의 벽이나 다른 나무에 붙여 가며 타고 오르며, 가지 끝에서 나팔처럼 벌어진 꽃을 피워내고 있다. '꽃이 해를 향해 핀다'는 해바라기는 어릴적 그렇게 높아만 보이더니 작가의 화면속에서는 무리지어 가을의 추수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붉은색이 도는 맨드라미는 넓적한 꽃대 위에 수많은 잔꽃들이 빽빽하게 무리지어 피어 있는 생김새가 닭 벼슬처럼 보여 흔히 계관화(鷄冠花)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선 영조 때 문인 이옥(1760~1815)이 꽃에 대하여 쓴 글(花說)의 일부이다.
비에 젖은 꽃은 파리해 보이고, 바람을 맞이한 꽃은 고개를 숙인 듯하고,
안개에 젖은 꽃은 꿈꾸는 듯하고, 이슬을 머금은 꽃은 뻐기는 듯하다.
꽃의 풍경을 통해 늘 진솔하게 자기 색채를 구현해 낸 작가 장덕희, 사는 일이 잰걸음이라는 그녀는 자신의 기량을 빌려 삶에 대한 열정과 위로를 캔버스에 단단하게 고정시켜 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은 꽃 안에 있다는 듯 뭉실거리는 색감으로 채움과 비움을 반복한다. 그리고 친숙한 생명력과 평온함을 꾸밈없이 전해줄 뿐이다. 흔한 소재인 듯하지만 탐미적이거나 소재주의적 발상으로 감정과 표현이 넘치지 않게 절제하며 대상에게는 섬세한 눈길을 보낸다. 더불어 따뜻하고 환상적인 색채로 안내되는 소박함이 장덕희 만의 미학이다. “오래도록 예술가로 살고 싶다.”고 그녀는 말하곤 한다. 가볍게 건네지는 듯한 그 말이 참 행복임을 우리는 안다.
장덕희 작가노트
꽃과 나무는 나의 미의식을 재현시키는 일종의 좌표가 되어준다. 자기시선의 지배일지언정 고집스럽고 정성스럽게 붓질을 더해 갈 때 꽃들이 리드미컬하게 춤추어 줄 것이다. 친숙하고 편안한 화폭안에서 내영혼도 더불어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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