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포비(飢附飽飛)
배고프면 붙고 배부르면 날아간다는 뜻으로, 형세가 여의치 않으면 숙이고 들어와 혜택을 구하고, 만만하다 싶으면 등을 돌려 버린다는 말이다.
飢 : 주릴 기(飠/2)
附 : 붙을 부(阝/5)
飽 : 배부를 포(飠/5)
飛 : 날 비(飛/0)
당나라 시인 고적(高適)의 휴양수창대판관(睢陽酬暢大判官)은 이렇다. "오랑캐는 본래부터 끝이 없으니, 회유함이 하루아침 일이 아닐세. 주려 착 붙을 때는 쓸 만하다가, 배부르면 떠나가니 어이 붙들까."
戎敵本無厭 羈縻非一朝.
飢附誠足用 飽飛安可招.
서융(西戎)은 초원에 야영하며 사는 족속으로 사납고 거칠어 좀체 신하로 복속되는 법이 없다.
곡식이 늘 부족해 먹을 것이 없으면 중원에 붙어 순종하지만 일단 배가 부르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통제를 벗어날 뿐 아니라 중원에 큰 위협을 가하곤 했다.
시 속의 기부포비(飢附飽飛)는 배고프면 붙고 배부르면 날아간다는 의미다. 형세가 여의치 않으면 숙이고 들어와 혜택을 구걸하고, 만만하다 싶으면 어느새 등을 돌려 해코지를 한다.
두보(杜甫)는 경급(警急)에서 위 구절을 받아 변방에서 패전한 고적을 풍자했다. "화친함이 못난 계획인 줄 알지만, 공주께서 돌아올 곳이 없다네. 지금은 청해를 누가 얻었나. 서융은 배부르면 달아나는 걸."
和親知拙計 公主漫無歸.
靑海今誰得 西戎實飽飛.
금성공주(金城公主)를 토번(吐蕃)에 시집 보내면서까지 화친을 꾀했지만 결국은 토번이 청해(靑海) 땅을 침략해 차지해 버린 옛일을 지적해 말했다.
다음은 조선 중기 장유(張維)가 나응서(羅應瑞)의 견분(遣憤) 시를 차운한 3수 중 첫 수다. "듣자니 서융이 또 포비를 하였다니, 조정 정책 모두가 올바르지 않아설세. 저 못난 벼슬아치 종내 무슨 보탬 되리. 강호의 포의(布衣) 보기 부끄럽기 짝이 없네."
聞說西戎更飽飛, 漢庭籌策總成非.
迂疎肉食終何補, 愧殺江湖一布衣.
나응서가 시국을 보고 분을 못 참아 쓴 시에 동감한 내용이다.
후금이 다시 준동해 국경을 위협한다는 소식에 조정의 무능력한 대응을 질타했다. 포비는 일종의 먹튀다.
배고프다며 협박할 때마다 달래서 먹을 걸 내주니, 덕화에 감화되기는 커녕 아쉬우면 회유되는 척 잇속을 챙긴 후 뒤돌아서 다시 능멸한다.
문제는 해결되는 법 없이 반복되어 쌓인다. 공주를 내 줘도 안 되고 식량으로 달래도 소용없다. 고분고분해졌나 싶어 손을 내밀면 어느새 칼을 휘두르며 찌르자고 달려든다.
▶️ 飢(주릴 기)는 형성문자로 饑(기)와 동자(同字), 饥(기)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밥식변(飠=食; 먹다, 음식)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결핍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 几(궤, 기)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먹을 것이 결핍되다, 굶주림을 뜻한다. 그래서 飢(기)는 ①주리다, 굶주리다 ②굶기다 ③모자라다, 결핍(缺乏)되다 ④흉년(凶年) 들다 ⑤굶주림 ⑥기근(飢饉), 흉작(凶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주릴 아(餓), 주릴 근(饉),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배부를 포(飽)이다. 용례로는 굶주림을 기아(飢餓), 농사가 잘 안 되어 식량이 모자라 굶주리는 상태를 기근(飢饉), 굶어 죽는 것을 기사(飢死), 배가 고프고 목이 마름을 기갈(飢渴), 굶주린 얼굴빛을 기색(飢色), 배고픔과 배부름을 기포(飢飽), 흉년과 풍년을 기양(飢穰), 배고픔과 추위를 기한(飢寒), 기근이 들어 식물이 결핍함을 기핍(飢乏), 굶주리어 고달픔을 기곤(飢困), 굶주린 백성을 기민(飢民), 굶주려서 죽음을 기고(飢故), 굶주려서 얻은 병을 기병(飢病), 굶주려서 몸이 상함을 기상(飢傷), 굶주려서 몸이 부음을 기종(飢腫), 굶주려서 쓰러져 죽음을 기폐(飢斃), 양식이 떨어져서 굶주리는 집을 기호(飢戶), 아주 심한 시장기를 기화(飢火), 기아에 허덕이는 가구를 기구(飢口), 몹시 배고픈 느낌을 허기(虛飢), 굶주림을 견딤을 내기(耐飢), 양식 구하기를 힘쓰지 않고 앉아서 굶음을 좌기(坐飢), 조금 먹어서 시장기를 면함을 요기(療飢), 굶주리게 되면 오고 배가 부르게 되면 떠나 감을 기래포거(飢來飽去), 굶주린 사람은 먹을 것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빈곤한 사람은 대수롭지 않은 은혜에도 감격한다는 기불택식(飢不擇食), 굶주리는 상태에 이른 지경을 기아지경(飢餓之境), 배가 고픈데도 먹는 일을 잊어 버리고 있다는 뜻으로 걱정이 많음을 기이망식(飢而忘食), 굶주려 배고픈 사람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달게 먹는다는 기자감식(飢者甘食) 등에 쓰인다.
▶️ 附(붙을 부)자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付(부; 앞사람을 툭툭 쳐서 무언가를 건네준다는 뜻을 가진)로 이루어졌다. 흙이 수북하게 쌓인 곳의 뜻으로, 음(音)을 빌어 붙다의 뜻으로 쓰인다. 작은 흙산의 의미를 나타낸다. ❷형성문자로 附자는 ‘붙다’나 ‘붙이다’, ‘보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附자는 阜(언덕 부)자와 付(줄 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付자는 누군가에게 물건을 건네주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주다’나 ‘맡기다’라는 뜻이 있다. 여기에 阜자가 결합한 附자는 본래 ‘작은 흙더미’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하지만 발음역할을 하던 付자의 의미가 강해지면서 후에 ‘붙다’나 ‘의탁하다’, ‘부합하다’와 같은 다양한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附(부)는 ①붙다 ②붙이다, 부착하다 ③보태다, 더하다 ④부합하다(서로 맞대어 붙이다) ⑤맞추다 ⑥따르다 ⑦합사하다(둘 이상의 혼령을 한곳에 모아 제사지내다) ⑧가까이하다 ⑨친근하다 ⑩부쳐 보내다 ⑪의탁하다 ⑫올라타다 ⑬주다, 부여하다 ⑭부자(附子: 바꽃의 어린뿌리) ⑮창자(큰창자와 작은창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腑) ⑯작은 흙산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무리 속(屬), 무리 휘(彙), 무리 대(隊), 무리 훈(暈), 무리 조(曹), 붙을 착(着), 무리 군(群), 무리 중(衆), 무리 배(輩), 무리 류/유(類), 무리 당(黨)이다. 용례로는 어떤 곳을 중심으로 하여 가까운 곳이라는 부근(附近), 권리 명예 임무 따위를 지니도록 해준다는 부여(附與),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음을 부착(附着), 서로 맞대어 붙임을 부합(附合), 어떤 데에 부속시켜 설치하는 것을 부설(附設), 주된 일이나 물건에 딸려서 붙음을 부속(附屬), 잘못이나 허물을 적어 둠을 부과(附過), 줏대 없이 남의 의견에 붙좇음을 부화(附和), 공공단체 또는 절이나 교회 등에 무상으로 금전이나 물품을 내놓음을 기부(寄附), 더하여 붙임을 첨부(添附), 문제나 사건 또는 그 서류 따위를 관계 기관이나 부서에 돌려 보내거나 넘김을 회부(回附), 남의 비위를 맞추고 알랑거림을 아부(阿附), 반역하던 마음을 고쳐 와서 따르고 복종함을 내부(來附), 의지하여 따름을 의부(倚附), 평점을 붙임을 점부(點附), 자기 주견이 없이 남의 의견에 따라 움직인다는 말을 부화수행(附和隨行), 권세를 떨칠 때의 사람을 붙좇다가 그 권세가 쇠하면 버리고 떠난다는 말을 부염기한(附炎棄寒), 줏대 없이 남의 의견에 따라 움직인다는 말을 부화뇌동(附和雷同) 등이 있다.
▶️ 飽(배부를 포)는 ❶형성문자로 饱(포)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밥식변(飠=食; 먹다, 음식)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부풀어 커지다의 뜻을 가지는 包(포)로 이루어졌다. 만족하게 먹다, 만족해 하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飽자는 '배부르다'나 '속이 꽉 차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飽자는 食(밥 식)자와 包(쌀 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包자는 자궁에 있는 아이를 그린 것으로 '싸다'나 '감싸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飽자는 식사로 배가 부른 상태를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飽자의 갑골문을 보면 包자가 아닌 欠(하품 흠)자가 그려져 있었다. 欠자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니 이것은 배가 불러 트림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후에 包자가 뜻과 발음을 대신하게 되면서 지금은 飽자가 '배부르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飽(포)는 ①배부르다 ②속이 꽉 차다 ③옹골지다 ④옹골차다 ⑤(내용이)충실하다 ⑥물리다 ⑦가득 차다 ⑧만족하다 ⑨착복(着服)하다 ⑩배불리 ⑪족히 ⑫충분히,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주릴 기(飢)이다. 용례로는 배부르게 먹음을 포식(飽食), 무엇이나 그 용량에 충분히 참을 포만(飽滿), 흡족하게 누림을 포향(飽享), 싫도록 봄을 포간(飽看), 어떤 일을 싫도록 많이 겪음을 포경(飽經), 너무 많이 먹어서 몸이 상함 또는 그리하여서 생긴 병을 포상(飽傷), 썩 많이 들음이나 싫도록 들음을 포문(飽聞), 작은 틈이나 공간에 물이 가득 차 있는 일을 포수(飽水), 배고픔과 배부름을 기포(飢飽), 따뜻하게 입고 배부르게 먹는다는 뜻으로 옷과 밥이 넉넉함을 온포(溫飽), 양껏 먹어서 배가 잔뜩 부른 느낌 또는 충분히 차서 만족스런 느낌을 포만감(飽滿感), 정해진 한도까지 꽉 채워진 분량을 포화량(飽和量), 어떤 정도에 한껏 이르지 아니함을 불포화(不飽和), 배 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옷을 입는다는 뜻으로 의식이 넉넉하여 불편함이 없이 편하게 지냄을 이르는 말을 포식난의(飽食暖衣), 더할 수 없는 양에 이른 상태나 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를 이르는 말을 포화상태(飽和狀態), 배 부를 때에는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그 맛을 모름을 이르는 말을 포어팽재(飽飫烹宰), 고기가 아니면 배가 부르지 않다는 뜻으로 나이가 든 노인의 쇠약해진 몸의 상태를 이르는 말을 비육불포(非肉不飽), 굶주리게 되면 오고 배가 부르게 되면 떠나 간다는 말을 기래포거(飢來飽去), 돌담이 배가 나오면 곧 무너진다는 뜻으로 아무짝에도 쓸모 없거나 해로운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석장포복(石墻飽腹), 옷을 따뜻이 입고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다는 뜻으로 의식 걱정이 없는 편한 생활을 이르는 말을 난의포식(暖衣飽食), 가난하여 술찌끼와 쌀겨조차 배부르게 먹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조강불포(糟糠不飽) 등에 쓰인다.
▶️ 飛(날 비)는 ❶상형문자로 새가 날개 치며 나는 모양으로, 날다, 날리다, 빠름의 뜻이 있다. 부수(部首)로 쓰일 때는 날비몸이라 한다. ❷상형문자로 飛자는 ‘날다’나 ‘오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飛자는 새의 날개와 몸통을 함께 그린 것이다. 飛자는 본래 ‘날다’를 뜻하기 위해 만들었던 非(아닐 비)자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새로이 만들어진 글자이다. 飛자는 새의 날개만을 그렸던 非자와는 달리 새의 몸통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飛(비)는 ①날다 ②지다, 떨어지다 ③오르다 ④빠르다, 빨리 가다 ⑤근거 없는 말이 떠돌다 ⑥튀다, 튀기다 ⑦넘다, 뛰어 넘다 ⑧날리다, 빨리 닿게 하다 ⑨높다 ⑩비방(誹謗)하다 ⑪새, 날짐승 ⑫빨리 달리는 말 ⑬높이 솟아 있는 모양 ⑭무늬 ⑮바둑 행마(行馬)의 한 가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날 상(翔)이다. 용례로는 어떤 일의 영향이 다른 데까지 번짐을 비화(飛火), 공중으로 날아서 감을 비행(飛行), 태양을 달리 일컫는 말을 비륜(飛輪), 빠른 배를 비가(飛舸), 하늘을 나는 용을 비룡(飛龍), 날아 다니는 새를 비조(飛鳥), 높이 뛰어오르는 것을 비약(飛躍), 날아 오름을 비상(飛上), 공중으로 높이 떠오름을 비등(飛騰), 세차게 흐름을 비류(飛流), 공중을 날아다님을 비상(飛翔), 하늘에 오름을 비승(飛昇), 매우 높게 놓은 다리를 비교(飛橋), 날아서 흩어짐을 비산(飛散), 날아오는 총알을 비환(飛丸), 여름 밤에 불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방을 비아(飛蛾), 날아가 버림을 비거(飛去), 내리는 서리를 비상(飛霜), 바람에 흩날리며 나리는 눈을 비설(飛雪), 용맹스럽고 날래다는 비호(飛虎), 던지는 칼 또는 칼을 던져 맞히는 솜씨를 비도(飛刀), 띄엄띄엄 넘어가면서 읽음을 비독(飛讀), 날아 움직임을 비동(飛動), 일의 첫머리를 비두(飛頭), 힘차고 씩씩하게 뻗어 나아감을 웅비(雄飛), 높이 낢을 고비(高飛), 떼지어 낢을 군비(群飛), 어지럽게 날아다님을 난비(亂飛), 먼 데 있는 것을 잘 보고 잘 듣는 귀와 눈이라는 뜻으로 학문이나 사물에 대한 관찰의 넓고 날카로움을 이르는 말을 비이장목(飛耳長目), 날쌔게 말에 올라 탐을 비신상마(飛身上馬), 천리까지 날아감을 비우천리(飛于千里), 날아가고 날아옴을 비거비래(飛去飛來), 곧바로 흘러 떨어짐을 비류직하(飛流直下),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비상지원(飛霜之怨), 성인이나 영웅이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 있음을 비유하는 말을 비룡재천(飛龍在天), 모래가 날리고 돌멩이가 구를 만큼 바람이 세차게 붊을 형용하는 말을 비사주석(飛沙走石), 새도 날아 들어가지 못할 만큼 성이나 진지의 방비가 아주 튼튼함을 이르는 말을 비조불입(飛鳥不入)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