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형 시비 잎에 차를 세우니 9시 50분
원효사로 오르는 주차장엔 비어있는 곳이 많습니다.
난 3천원을 아끼느라 불법주차를 했습니다.
공원관리소 입구에서 사진 한번 찍고 램블러를 플레이합니다.
숲문화학교로 바뀐 산장의 문을 들어서니 10시가 됩니다.
땀을 흘리며 꼬막재까지 40분에 오릅니다.
한 사람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신선대 억새평전까지 가는 길에는 한상의 부부를 봅니다.
나무들이 가지와 잎을 키워 길을 좁혔습니다.
때죽나무 하얀 꽃이 바닥에 떨어져 색깔이 변해갑니다.
억새 밭쪽으로 잠깐 걸어 조망을 봅니다.
건너의 백아산도 흐리고 저 아래로 모후산도 흐립니다.
지리산은 물론 조계산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상쪽 둥그스름한 봉우리도 높아보이지 않고 그와 닮은 북산도
가까이 푸릅니다.
엉겅퀴 꽃과 가시 달린 잎을 허공에 두고 사진을 찍어 봅니다.
다시 되돌아 나와 찔레와 때죽나무 꽃을 보며 갑니다.
한 두사람씩 마주오는 산객들을 지나칩니다.
시무지기폭포 삼거리에서 600미터 거리를 보고 내려갑니다.
요즘에 비가 많이 왔나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한참을 내려가도 물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새로 놓인 나무 계단을 두 번 내려갑니다.
물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썪어가는 굵은 소나무 뒷기둥에 하얀 버섯을
보며 내려갑니다.
폭포 앞으로 다리가 놓였습니다.
양쪽으로 길이 나 있는데 난 가 보지 않았습니다.
다리 위 불록한 곳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어보기도 합니다.
세무지개의 시무지기 폭포는 물이 약합니다.
한 부부가 저쪽에서 올라옵니다.
부부는 노트 탭으로 사진을 서로 찍어 줍니다.
나는 감말랭이르르 한줌 남자에게 줍니다.
돌아 나오며 소나무 뒤의 버섯을 따느라 힘을 씁니다.
둥근 버섯 속엔 하얀 벌레가 자리 잡고 있기도 합니다.
다리 숨가뿌게 삼거리까지 올라오니 다녀 온 시간이 한시간입니다.
한 사람씩 오는 산객들을 띄엄띄엄 만납니다.
규봉암은 공사 중입니다.
단체 산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번개를 하는 모양입니다.
철골 비계를 만들고 있는 사이를 뜷고 석굴 가는 길을 잡는데
인부가 길이 없습니다고 한다.
내가 다니던 길은 돌을 쌓아버렸습니다.
키 보다 높아도 뛰어 내리려다가 참고 돌아 나옵니다.
몇 걸음 걸으니 오른쪽으로 오르막 길에 이정표가 있습니다.
한 남자가 물을 끓이며 왕뚜껑 라면을 만지고 있습니다.
보슬비가 내립니다.
보조석굴엔 들르지 않고 지공 너덜을 몇 걸음 올라 자리를 잡습니다.
추워서 옷 하날 겹쳐 입습니다.
맥주와 주먹밥과 과일 그릇을 바 위에 놓고 사진을 찍으며 먹습니다.
건너편 안양산의 봉우리도 보이지 않고 백마능선 낮은 부분은 가끔 모습을 보여준다.
한 남자가 지나간다. 그가 되돌아온다.
아까 라면을 만지던 남자도 지나간다.
난 말을 걸지 않는다. 그도 날 한번 쳐다보고 간다.
다시 챙겨 일어난다.
석불암은 문이 열렸다.
문 앞에는 때죽나무 하얀 꽃이 가득하다.
석불 앞에 전각이 있었던가? 문이 잠겨 석불은 보지 못한다.
긴 철근을 든 사나이가 지나간다.
장불재에 이르자 올라 온 젊은이들이 춥다고 웅크리고 내려간다.
서석대엔 들르지 않고 중봉 쪽으로 차길을 걷는다.
길 가엔 엉겅퀴도 보이지만 하얀 꽃이 많다.
6월의 산엔 하얀 꽃들이다.
중봉을 오르며 엉겅퀴를 본다.
동화사터 위를 지난다. 한 남자가 나무에서 수첩에 쓰인 글을 읽다가
남녀의 사진 성화에 쫒겨 내려오고 잇다.
허리가 아파 몇 번 앉았다가 걷는다.
전망대를 지나 늦재 삼거리에서 연리목을 보고 차로 돌아오니 4시가 다 되어간다.
집에 오니 배가 고프다. 바보는 부지런히 요리를 한다.
닭복음탕에 소주 맥주를 섞은 술을 몇 잔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