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 거북이
동양 사람들에게 거북이는 항상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 집안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오면 길조로 생각하고 반가워합니다. 아마 용궁을 들락날락한다는 전설 때문이기도 하겠고 수명이 꽤 길어 장수하는 동물이라 그런 대우를 받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헌에는 50~80년 사는 영물로 나와 있는 걸 보면 우리 인간과 수명이 거의 비슷한가 봅니다. 또한, 거북이는 바다에서나 살지 육지에서 사는 동물로는 어느 누구도 생각지 않습니다. 나 자신만 해도 미국에 온 후에야 거북이가 육지에서도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 남가주에 사막 거북이가 자연적으로 서식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아 뭍에서도 거북이가 사는구나! 그때부터 완고한 내 생각을 고쳐 먹었습니다. 벌써 2~30년이 훨씬 지난 일입니다. 웨스트 코비나에서 살 때 우리 집 뒤가 바로 공원에 접하고 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하루는 난데없이 거북이 한 마리가 우리 집 뒤 정원에 나타났어요. 세상에 이럴 수가 있으랴? 호들갑을 떨고 이렇게 귀한 손님을 어떻게 대우하랴 싶어 한참

을 고민하다가 정원에서 한번 길러보자고 생각하고 정원 한구석에 철조망으로 사방을 두르고 거북이가 살 공간을 정성스레 마련했지요. 온갖 맛 좋은 음식은 다 갖다 바치고 편히 살 수 있도록 정성을 다했는데도 거북이가 오래 살지 않고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거에요. 이 녀석이 땅굴을 파고 공원으로 도로 탈출해 버린 겁니다. 주제에 땅 파는 기술이 있다는 걸 내가 미리 알아차리질 못 한 거지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뭐합니까? 뒤에 남겨진 땅굴만 우두커니 쳐다보고 있으려니 얼마나 애석한지 두고두고 생각이 났습니다. 그 후에 우리 산악회에 충동질해서 거북이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모하비 사막을 일부러 거북이 구경 간 적도 있어요. 옛날에는 거북이가 많이 살았던 모양인데 우리가 갔을 때는 그 많은 사람이 거북이 공원을 샅샅이 뒤지다시피 탐색을 한 후에야 겨우 한 마리를 구경하고 돌아왔습니다. 까딱했으면 거북이 구경도 못 하고 내 체면만 구길 뻔(ㅎ ㅎ ㅎ) 했었지요.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이번에 우리 집에 또 거북이가 나타났네요. 이번에는 우리 집에서 기르는 개의 도움을 받았다고나 할까 개가 언덕 밑 깊은 숲 속에서 꽁꽁 움츠린 거북이 한 마리를 물고 집에까지 올라온 거에요. 그리 크지도 않고 한 20 센지 정도인데 어디 땅굴에 숨어 살다가 개한테 들켰는지 잔등이가 온통 흙투성이고 몰골이 영 말이 아녔습니다. 물을 뿌리고 흙을 씻어낸 다음에야 겨우 갑각류 특유의 징그런 그 모습이 제대로 보였습니다. 사람이 보고 있을 때는 머리와 다리를 다 감추고 있어서 무슨 돌덩이 같은데 사방이 조용해지면 머리도 살며시 내놓고 반짝이는 눈으로 주위를 조심스레 살핀 후 사지를 내놓아 움직이기 시작한답니다. 언뜻 보아 구렁이한테서 느끼는 그런 역겨움도 없잖아 있기는 해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작정하고 아예 이글루 개집을 개조하여 거북이가 살 수 있도록 집을 마련하고 인터넷으로 거북이는 무엇을 먹고 사는지 물은 얼마나 어떻게 줘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현재 극진한 대우를 하고있습니다. 거북이는 초식성이라고 합니다. 사막 거북이(Desert Tortoise)

라고 불리는 이 거북이는 사막 풀을 먹고 산다니까 그렇다면 동산 위 우리 집에 깔린 게 모두 사막 풀이니 먹잇감은 걱정 안 해도 되겠고 물은 나뭇잎에 생기는 이슬을 먹고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하다니까 물 또한 노 프라브람. 우리 집 개도 누가 버렸는지 길 잃은 개를 레스큐해서 데려다가 기르고 있는데 정이 드니까 이젠 개 없인 못 살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애완동물이 사람의 정을 몽땅 빼앗아 가는 거더라고요. 이제 애완동물이 하나 더 생긴 셈이지요. 요즘은 틈만 나면 나가서 거북이 잘 있나 보고 온답니다
첫댓글 하동 화개장터 근처에서 도로공사 때문에 숙식을 한 적이 있습니다.
비가 추적거리며 오는 날 커다란 자라 두 마리를 주웠습니다.
섬진강에서 올라왔지 싶어서 이게 웬 떡이냐 가져다 삶았습니다.
소주박스를 앞세워 해치우고나니. 에고.
소문이 돌고돌아. 근처의 자라탕집 주인이 찾아왔습니다.
수족관에서 물이넘쳐 나온것이라고.
절도범으로 고발한다며 협박하기에. 다 게워냈습니다. 현금으로 왕창요.ㅎㅎㅎ
거북이 남생이 자라. 비슷비슷해서요~~
하하하 재밌는 경험 하셨네요. 한국에선 바다나 강에서만 사는 걸로 알았는데 여기껀 물을 담아다 줘도 별로 안좋아 하더라구요.
애완견이 늠름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