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좁은 길에서 앞서 가던 차가 급정거 하거나, 급한 약속에 마음이 초조한데 앞에서 이유 없이 거북이 운행을 할 때, 내 딴에는 잘 한다고 했는데 다른 운전자를 당황하게 만들었을 때…, 운전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지금까지 운전을 하면서 초보운전 때의 마음을 잃지 않게 해 준 사람들이 있다. 면허 시험에 합격하고 안전교육을 받는데 중년의 아저씨가 이런 말을 했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뛰어드는 사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든 교통사고의 위험이 항상 뒤따르고 있다는 말이다. 이제 갓 면허를 손에 쥔 내게는 그 말이 어찌나 무겁게 다가오던지.
또 앞에 가는 운전자가 나보다 무조건 경력이 많고 능숙하다고 믿으면 사고의 위험이 줄어든다고 한다. 나는 20년 동안 운전하면서 이 두 가지를 잊어 본 적이 없다.
하루는 아침에 시내를 가는데 편도 1차선인 좁은 길에 한 젊은 아가씨가 1차선 중앙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차 속도를 줄이고 걸어가는 대로 따라가니 20여 미터 남짓 간 모양이다. 그때 상대편 도로에서 차가 오자 여자는 정신이 들었는지 뒤를 돌아보고 바로 손이 닿을 만큼 차가 가까이 있으니 깜짝 놀라 맞은 편 인도로 뛰어 올라 갔다.
나는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린 채 “참 좋은 날입니다. 사고도 나지 않고요” 하고 말했다. 그랬더니 여자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는지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가던 길을 계속 가며 이제는 저런 실수 안 하겠지 하는 확신이 들었다. 실수한 부끄러움이 욕을 먹는 것보다 더 오래 남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아침에 상쾌하게 나온 것처럼 무사히 집에 들어가고, 많은 차들이 아침에 출발했던 장소로 무사히 돌아가는 것을 하루 일과로 삼길 바란다.
심은석 / 충남 서산시 양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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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자가 된다는 것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즐거웠습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