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안가냐고? 핸드폰을 열어보니 벌써 휴가철이네 내 평생이 연중무휴 휴가인데 무슨 휴가철은 지켜.
열심히 머리굴리며 침흘리며 세상사신 자네는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다녀오고 했던 놀이인데, 그래도 휴가철이라니 지켜야겠지. 긴장풀고 푹 쉬고 싶으시겠지 그러셔야지. 그래도 늙은이인 척 그래서 많이 아는척 고생한 척은 하지마. 그동안 많이 속였잖아.
거기는 늙어 약해지면 잡아먹으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곳이잖아. 약해보이면 안되는 자리잖아. 자네도 경험이 다른 이들보다 더 많잖아.
테레비젼 뉴스에서라도 비행기타는 자네 아이들이라도 얼마나 컸나 볼 수있으면 좋으련만.
해마다 이때에는 틀림없이 그 곳에 있었잖아. 애들 어릴 때는 선유도 간다고 고향지나는 길에 들르기라도 해서 얼굴이라도 보았건만.
그런데 나도 몇년 전부터 테레비를 엎어놓아서 애들이나 자네도 볼수가 없구만. 나이먹으니 꼰대가되어 텔레비속 세상이 어지럽고 더럽고 정신이 없어서 텔레비전을 안 보거든.
그래도 없으면 방이 휑 할 것 같아서 버리지는 않고 혹시하며 오지도 않는 손님 접대용으로 엎어두었지. 비록 17인치지만 눈이 피곤해서 컴퓨터 모니터로 바꿀까했더니 구형이라서 호환할 수가 없다더라고 그래서 엎어놓아 버렸어. 이거라도 없으면 남들이 깐본다며. 영감들은 거실에 영화관만한 텔레비가 있다며 자랑하면서도 텔레비 안 보면 지들 달라고 하데. 지 방에 둔다고. 며느리 눈치보여서 함께 못보겠다고. 한개 사라니까 돈이 없다데!
나는 난 열심히 일하고 싶네. 노인 일자리라도 주면 좋겠는데. 기억력은 자꾸 깜박거려 메모해두고 어디두었나 찾지만 기억력만 그렇지,.. 아직 그래도 세상을 반듯이 볼수 있거든 사고력하고 판단력은 짱짱해!
거꾸로 도는 세상이지만 나는 아직 돌지는 않았어. 요즘은 정신적병리현상이 요상해서 집단으로 헤까닥하더구만. 이것도 의지할데없는 이들이 떼거리를 만들어 광란하는 집단히스테리의 아직 덜 여문 어린조폭 심리일거야. 조폭도 나이들면 두목에게 속는다는 것을 알거든. 물론 부축이는 깃대잡은 두목도 있지만 그때의 교육정책이 먹혀들어 발휘하기 시작한거지. 장기간 참고 기다려온 그들의 실험이 현실화되어 가는거지. 우리는 늙어서 다음을 못보지만 참 다행이야. 그런데 내가 예뻐하던 예진이, 현수는 어떨까?
개라도 봐 줄까? 손주들하고?
공항가서 데려오면 일당 얼마야? 호텔비에 땀흘린 세탁비는 추가지?
자네도 퇴근하고 다시 카드찍고 들어가 졸다 나와서 연장수당 받았잖아.
그래도 자네 두고 가지 않았으니 아이들 잘 길렀구만. 내가 자네 일자리 빼앗은 것은 아니지? 가서 비싼 개라도 지키고 추가수당이라도 받으시게. 하긴 일당준다고 집보라고 했으면 어쨌겠나 효자며느리 얻었네. 부러우이! 잘 다녀오게 병나지 말고.
옛날 우리가 어린 조폭이었을 때를 생각해보며 오랜만의 자네 전화를 받고 혼자서 아침댓바람에 막걸리 두어잔 마시며 그 동안의 흐름을 생각해보니 우리도 두목의 계산을 알수가 있잖아. 그때는 그래도 낭만이었는데. 막걸리 한잔에 무거운 소리 했구만. 하지만 우리 그때는 새털같은 꿈을 이야기했던 거였는데. 지금은 썪은 시궁창냄새가 나거든! 점점 취해오네 요즘은 많이 못마시겠어. 이제 그만 줄여야겠네. 내가 사나워지려고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