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파출소가 돌아오고 있다, 경찰은 2003년 흉포화되는 범죄에 대한 대응력을 향상시키려고 파출소 여러 곳을 하나로 묶어 지구대로 통합했다. 그러나 생활밀착형 치안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다시 파출소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파출소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강력사건 대처방안 마련, 적절한 인력배치, 유착 비리 차단 등 다양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신속한 출동은 좋은데 범죄대응력은 ‘글쎄’=지난 1월 말 현재 전국 파출소는 793곳으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지구대 수 760곳을 앞섰다. 서울은 지난해 말까지 파출소가 36곳에 불과했지만 이달 중 110곳이 신설된다. 이를 위해 치안센터 등을 보수하는 데 20억여원이 든다. 파출소의 장점은 지구대보다 관할구역이 좁아 신고현장에 빨리 출동할 수 있고, 골목 구석구석까지 경찰관이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지구대에서 분리된 서울 압구정동 한양파출소 관계자는 19일 “청담지구대에서 압구정동 사건 현장까지 출동할 때는 신속성이 떨어졌다”며 “지금은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경찰관을 좀 더 자주 볼 수 있어 안정감을 느낀다는 반응이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도 “파출소가 주민 코드에 맞는다. 도보 순찰이 가능해 치안서비스가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집단폭력이나 강력사건이 많은 대도시는 지구대가 낫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서울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지구대는 평균 3∼4명 정도가 현장에 출동해 거세게 반항하는 피의자도 단번에 제압할 수 있다”며 “1∼2명이 출동하는 파출소에선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내 A지구대 관계자는 “집단 폭력사건에는 경찰차가 3대는 출동해야 진압이 용이한데 파출소는 어렵다”고 말했다.
도보 순찰이 대민친화력을 높일 수 있지만 유착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원이 20명 안팎인 파출소는 60∼70명이 근무하는 지구대에 비해 유착 비리 등을 견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력부족 및 파출소 공조 대책 마련해야=일선 경찰관들은 업무 부담이 커지는 파출소가 탐탁지 않다. B지구대 관계자는 “지구대가 파출소로 나뉘면 4조 2교대에서 3조 2교대로 변해 근무여건이 나빠진다”며 “교육, 환자발생, 비상사태가 생길 경우에는 더 빡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할싸움을 막고 파출소간 원활한 공조체제를 만드는 것도 과제다. 서울시내 C지구대 관계자는 “과거 파출소 체제에서는 사건을 떠넘기는 일이 많았다”며 “다시 파출소로 전환하면 관할구역을 몰라 생기는 문제점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큰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인근 파출소로부터 적절한 협조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연립주택이 많은 밀집지역은 파출소가 좋고, 유흥업소가 많으면 지구대가 좋다”며 “지역 특성에 맞게 파출소의 위치와 적정 인원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