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최근 2년간의 레버쿠젠을 일컫는 말로 이보다 좋은 표현도 없을 듯 싶다. 02~03시즌 15위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두며 강등을 가까스로 면했다가 지난 시즌 당당 3위로 수직상승하며 대도약을 이뤄냈다. 아직 분데스리가 우승 경력은 없다. 하지만 준우승 4차례, 3위 2차례, 4위 1차례 등의 성적이 말해주듯 늘 우승권에서 경쟁하는 팀이 레버쿠젠이다.
지지난 시즌의 성적 급강하를 경험한 이후 레버쿠젠은 대대적인 구단 몸집 줄이기를 단행하며 살림살이를 축소시켰다. 매 시즌 분데스리가 팀들 가운데 가장 많은 선수들의 영입과 방출란을 장식하던 관리 정책에서 필요한 선수를 제외하고는 대폭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지브코비치, 오직베, 클라이네, 브란예스 등과 같은 선수들을 모두 이적시켰고 브르다리치, 시막 등은 하노버로 임대를 보냈다. 이 때문인지 레버쿠젠은 다시금 상위권인 3위를 차지하며 이번 시즌 최종 예선을 거쳐 챔피언스리그에 재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드디어 챔피언스리그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레버쿠젠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리가와 챔피언스리그의 이중 부담을 덜기 위해 새로운 보강을 시도했다. 루시우라는 리가 최고 수준의 수비수를 라이벌인 바이에른 뮌헨에 내주긴 했지만 AC 밀란으로부터 호케 주니오르를 영입했고 공격 쪽에서는 보쿰의 독일 대표 출신 프라이어와 쾰른의 보로닌, 뉘른베르크의 공격형 미드필더 치노벡 등을 영입해 스쿼드를 보강했다. 그간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많은 선수들을 영입한 후 임대를 보내는 형태의 방대한 운영을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즉시 전력감을 보강하는 실리적인 전력 강화를 꾀한 것이다.
레버쿠젠의 문제점은 막판 뒷심부족이다. 우승을 앞둔 시점에서 매번 고비를 넘기지 못했던 것.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이러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화끈한 공격 축구로 거듭나기 위한 공격진의 보강이 눈에 띄는데, 지난 시즌 팀의 공격진을 이끌었던 투톱 프란차와 베르바토프 중 셀틱과 연결되었던 베르바토프를 팀에 잔류시킴으로써 공격진의 전력 누수를 막았으며 보로닌과 프라이어 등의 측면 혹은 이선에서의 지원병들을 보강해 공격진에 힘을 실어줬다.
물론 기존의 슈나이더, 바로프카, 바비치 등의 윙 자원들 외에 치노벡을 추가로 영입해 질적이나 양적으로 모두 수준급의 미드필더진을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수비진보다는 공격진의 보강이 그 중에서도 특히 정통 스트라이커보다는 공격수들을 받쳐줄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보강이 눈에 띄는 이번 시즌 레버쿠젠의 보강이다.
레버쿠젠은 지지난 시즌 15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당시 챔피언스리그까지 참여하며 이중고에 시달렸던 바 있다. 당장 강등 당할지도 모르는 판에 챔피언스리그에 신경을 쓸 수 없었음은 물론이었다. 그 결과 레버쿠젠은 1차 조별 라운드는 통과했지만 2차 조별 라운드에서는 6전 전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내며 탈락했다. 당시에는 강등권에서의 힘든 사투를 벌이고 있던 탓에 오히려 1차 조별 라운드에서 탈락하는 편이 더 나았을 정도로 부담이 컸던 것이 사실이지만 다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당시 2차 라운드에서 6전 전패를 당한 것이 너무나도 큰 손실이었다.
1승은 커녕 당시 단 1무승부도 기록하지 못함으로써 랭킹 포인트를 쌓는데 실패해 챔피언스리그 시드 배정에서 3그룹으로 밀려나 상위 2팀을 맞아들여야만 했기 때문이다. 레버쿠젠은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AS 로마, 디나모 키예프 등과 한 조에 배정되어 16강 진출을 놓고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만 하는 입장이다.
오히려 레알과 로마 등의 강팀과 대결하게 돼, 중계권 협상에서 좋은 조건을 제의받게 됐다고 구단측은 밝히고 있지만 실상 이러한 대진이 반가울 리는 없다. '지구방위대' 레알과 지난 시즌 세리에 A 최다득점, 최소실점의 대결은 엄청난 부담이 따르기 때문. 레버쿠젠이 적어도 홈에서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팀이라는 강점이 레알과 로마와의 대결에서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의 여부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 진출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샬케와 마찬가지로 올해 창단 100주년을 맞는 레버쿠젠이 적어도 한 개의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작성자 : 차상엽 (imbcsports.com)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new/view.php?category=euro&menu=news&office=imbcsports&article_id=00000124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