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형 콘텐츠 설계 및 전시사업 최종결과보고서
part III 별책자료
1. 공간형 콘텐츠 ‘패턴’ 제작 매뉴얼
1) 전시 시나리오 제작
- 06년 수리영역 기획개발안 분석
(지식은 근원적인 것을 수반해야 한다(1)로 게시됨)
- 기획과정
광주광역시와 그 인근의 중산층과 그 이하 도시생활자 자녀들을 에듀컬처의 대상들로 설정했다. 보편화시키면 아마도 한국 도시생활자 대중의 거의 대다수 자녀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이들 아이들은 현 제도권의 도구화된 지식교육시스템의 대상들과 일치한다. 이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철저히 자연과 전통에서 격리되어 성장한다. 더 이상 자연과 전통은 아이들의 삶과 노동의 순환리듬에 결합되지 않는다. 도시와 서구문화가 이 아이들의 삶과 노동의 한해살이를 지배한다.
또한 과학기술공학의 발전으로 나날이 디지털화가 심화되는 도시생활세계에서 이 아이들은 디지털 게임과 미디어들 그리고 인터넷 접속환경을 통해서 정보의 비선형적 다중소통양식을 체화한다. 이전 386 세대의 자녀들인 이들이 부모세대들과 다른 탈근대적인 이유의 하나는 여기에서 기인한다. 이전 부모세대들이 ‘지식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기 위해 정신과 노동을 투자했으며, 그 필요지식의 단방향적 지시선을 따라서 행동했다면 그 자식세대들에게 ‘지식은 이미 어디에나 있으며’ 이제 남은 것은 ‘이렇게 다뱡향적인 지식을 누구와 어떻게 소통하여 조직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아이들은 십수시간을 집중하며 전념한다. 결코 이 아이들이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기성 제도권 도구적 지식교육 시스템이 이 아이들의 인지양식과 행동패턴에는 너무 뒤떨어진 것일 뿐이다.
이 아이들은 이처럼 그 인지양식에서 부모세대인 386들과 다르다. 그렇지만 이 아이들 역시 그 부모세대들과 마찬가지로 뿌리없이 부유하는 도구화된 지식의 포식자들임은 같다. 이대로 두면 이 아이들 역시 미래에는 일개 순응적인 자본주의 도시생활자층화 할 뿐이다.
한국역사의 민주주의의 심장이자 평화의 동력이었던 광주의 이 아이들 중에서 비록 소수지만 ‘근원적인 것이 수반된 지식’을 갖춘 미래의 한국사회 지도자들을 성장시키고 싶어서 에듀컬처가 존재한다. 이 아이들에게 비록 자연과 전통 그자체는 아니지만 그와 가장 유사한 인공을 재현해주는 것, 그것이 공간형 컨텐츠의 본질이다. 디지털화된 이 아이들의 삶과 노동의 순환리듬을 자연과 전통으로 연착륙시키는 접속방식을 고안하는 것. 현 교과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이 ‘그 지식이 근원하는 것’과 조우케 하는 것. 다시말해서 이것이다.
현 7차교육과정 중 하나인 수리영역의 ‘패턴’은 이런 목적으로 선택된 것이다. 이 조그만 수학주제를 하나 갖고서, ‘근원적인 것을 수반하는 지식교육시스템’인 에듀컬처를 운영할 지식코디네이터들을 발굴하고 양성하고 조직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1) 현 제도권 교육과정의 지식을 ‘에듀컬처화’해낼 수 있는 지식코디네이터를 발굴하는 것.
2) 지식코디네이터를 통해 현 제도권 교육과정의 지식(여기서는 ‘패턴’)을 공간형컨텐츠로 ‘에듀컬처화’하는 것.
3) 공간형컨텐츠를 소규모로 실험 제작하여 지식코디네이터가 에듀컬처 시스템을 운영하는 적정방법을 알아내는 것.
이런 3가지 정도를 이번 <공간형 컨텐츠 운영조직화 사업>의 목표로 나는 이해했다. 1)과 3)은 이미 다른 곳에서 다루어 질 것이기에, 나는 2)와 관련해서 이후 에듀컬처시스템의 지식코디네이터가 될 많은 후인들에게 말해 보겠다.
현 7차교육과정 중 하나인 수리영역의 ‘패턴’과 같이 즉 도구화된 지식을 에듀컬처화 함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내용적 에듀컬처화와 형식적 에듀컬처화에 두루 걸쳐서 ‘아시아적 원형성/근원성/정체성’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지금여기 한국에서 에듀컬처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에듀컬처화를 서구적 원형성/근원성/정체성에서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여기가 서구가 아니라 한국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실제 한국 교육현실에서 제도권 도구적 지식교육시스템이 서구적 원형성/근원성/정체성에 입각해서 운영조직화되어 있음을 직시한다면, 이러한 ‘아시아적 원형성/근원성/정체성’ 준수는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고 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가 한국임에도 그것도 미래 한국지도자 양성교육시스템인 에듀컬처에서 서구적 원형성/근원성/정체성에 입각한다는 것은 서구 제국들의 지도자 양성기관의 한국 식민지 지부에서나 할 일이며, 서구적 원형성/근원성/정체성에 입각하여 에듀컬처화하면 그 결과 양성된 미래 한국지도자들은 다시 한국 문명과 사회의 근원인 전통과 자연을 내가 아닌 타자로 인식하여 경시하고 경멸한다는 데에 있다. 한국인임에도 서구사회와 서구문명의 전통과 자연을 숭상하고 동경할 뿐, 한국의 자연과 전통을 열등시하고 우습게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그렇게 열등시하고 경멸하는 자연과 전통 속에 사는 일반 대중들을 이들 지도자들은 사랑할 수 없으며 부끄럽게 여기고 마침내는 저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 그 사회지도자들의 정신과 영혼에 무엇이 원형성/근원성/정체성으로 심어지는가가 얼마나 치명적으로 중요한 지 이후의 지식코디네이터들에게 당부하고 또 당부한다.
- 장애요인, 한계점, 문제점 그리고 극복방안
그래서 이번 ‘패턴’의 그 내용적 에듀컬처화는 나같은 경우는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 이미 수학의 패턴과 관련된 아시아적/한국적 근원성들을 꽤 많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시나리오를 구체화함에 있어서 곤란이 생겼다. 7개 시나리오를 내용적으로 구체화함에 있어서 곳곳에서 부딪힌 문제이지만, 특히 실례로 7개 시나리오에서 빠졌던 ‘전통문화와 패턴’을 들겠다. 패턴은 ’생존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패턴화하면 에너지 소비를 가장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에 속하건 문명에 속하건 모든 개체와 모든 사태가 패턴을 가지는 이유이다. 미래 한국사회의 지도자가 될 광주 아이라면 이 점을 분명히 체험해야 한다. 자기 전통문화를 이루는 패턴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 자연에서 산과 강의 진행패턴을 잘 이해한 아이들이 미래 지도자들이 되었을 때, 그 산과 강의 흐름 속에서 한옥 지붕선들의 패턴이 만들어졌으며 그것들이 얼마나 절묘하게 서로 어울리는 가를 이해한 아이들이 이 사회의 리더들이 되었을 때, 그렇게 한옥건축의 패턴을 충분히 이해한 리더들에 의해서 그들의 미감에 맞추어서 그때 한국 사회의 건축문화와 건축패턴은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램 속에서 전통문화재의 기본 설계도면을 구하려했지만, 현실적 장벽이 너무 높음을 실감했다. 민화, 단청, 서예, 보자기와 전통 각종 공예들에 관해 인문예술분야의 패턴연구 성과축적이 빈약함(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알고는 있었지만)에 탄식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게 지금 한국의 교육실정이다. 이것을 타개하려면 바로 에듀컬처시스템에서 방대한 지식코디네이터 인력과 자금을 조성해서 이러한 기초분야에 관한 인문예술 연구와 자료분석을 축적시켜야 할 것이다. 지나간 문화콘탠츠 원형사업이란 것을 이런 맥락과 포커스에서 다시 활용할 수 있어도 좋을 것이다.
- 시사점 및 제언(내용/시간/인력/예산 등의 측면에서)
또 다른 곤란은 형식적 에듀컬처화에서 부딪혔다. 에듀컬처화된 내용을 형식화하는 데는 많은 전달방법이 있을 수 있다. 에듀테인먼트적인 전달방법도 좋은 예이며, 일상생활의 모티브들을 이용하는 것, 심미적 예술작업을 통해서 전달하는 것 등등. 이를 위해서는 많은 지식코디네이터들이 한 프로젝트를 위해서 협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들 지식코디네이터들이 끝까지 생산물을 수공업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물제작과정에서 다른 제작자들에게 넘기는 순간 ‘오해와 이해부족’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에듀컬처화된 내용은 그것을 주도한 지식코디네이터가 아니고서는 전모를 알 수 없는데, 하물며 만약 제작자들이 도구적 지식 수준에 불과할 경우에는 아무리 지식코디네이터들이 제대로 내용화했다고 하지만, 실물제작에 들어가는 순간 변질되고 만다.
‘악기의 방’이나 ‘인체의 방’같은 경우에는 설치미술작가나 비디오아티스트들이 실제 지식코디네이터로 프로젝트에 결합해서 같이 수작업으로 최선을 다해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마방진의 방‘을 실례로 들어 형식화 과정을 말하겠다.
마방진은 내용적으로 패턴의 아시아적 원형성/근원성/정체성을 전달하는 좋은 계기를 제공한다. 1~9까지의 숫자 패턴은 역학-미술-한의학-달력-사주명리학-천문학 등등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적 삶의 원형을 종횡무진으로 관통하고 있다. 복희 하도와 문황 낙서, 팔괘와 64괘, 주역과 라이프니쯔, 2진법과 3진법과 유전공학 등등, 5방색과 5장6부론, 5방위와 5색깔의 5행론, 10간과 12지, 천상열차분야지도 등등에 마방진의 패턴은 근원을 이룬다. 이 모든 패턴의 역사적 문화적 전개를 형식화해서 공간형으로 전시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인력과 자금들이 필요할 것인지 상상해 보자.
그리고 이 형식화과정은 철저하게 참여한 지식코디네이터들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많은 시각예술가들이 참여해야 하며,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협동해야 한다.
이렇게 에듀컬처의 내용-형식화 과정은 이제까지 전혀 없었던 ‘개발-조직-운영과정’을 필요로 한다. 한정된 예산과 한정된 인력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측면들이 너무 많으며, 에듀컬처를 일개 보습학원급의 일 정도로 보거나 대학교 연구기관 용역사업이라거나 일개 제작업체 발주사업으로 생각하는 무식한 도구적 이성의 기획으로는 불가능함을 말해 두고 싶다.
2008.7.7
수군작
첫댓글 수군작님 오랫 만에 글을 올렸네요. 반갑습니다.
오랫만에 오셨네요~~~잘 지내시죠~~~?